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36)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133)화(136/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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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작저로 공간 이동을 한 나는, 정원숲에서 튀어나와 저택의 문을 두드렸다. 시끄럽게 문을 두드리자 저택 앞에서 마차를 정리하던 마부가 의아한 시선으로 나를 돌아보는 게 느껴졌다.
곧 문이 열렸다. 후작저에 출석 도장을 찍는 동안 안면을 익힌 하인이 살갑게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캔디님.”
“후작 부인은 안에 계신가요?”
다급하게 묻자 하인은 당황한 기색으로 저택 안을 힐긋 살폈다. 저택은 평소와 달리 묘하게 수선스러운 분위기였다.
“마님께선 지금 외출 중이십니다. 안에서 기다려주시면 저희가….”
“어, 어디로 가셨죠?”
“그게…….”
그때 다급한 구둣발 소리가 계단을 울렸다. 하인은 나와 저택 안을 번갈아 보며 대답했다.
“정확한 행선지는 말씀하시지 않으셨어요. 하지만 마님의 친정인 리하센 공작가에서 보낸 서신을 받은 직후 떠나셨으니, 아마도…….”
“캔디 양?”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계단을 뛰어 내려온 오멘 후작의 모습이 보였다. 후작저에 방금 막 도착했는지 코트를 걸친 채인 그는, 목과 이마가 땀범벅이었다.
오멘 후작과 시선이 마주쳤다. 나는 그의 눈에서 초조와 불안감을 읽을 수 있었다. 후작 부인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이제 막 깨달은 듯했다. 후작 부인이 남편에게도 말하지 않고 외출했다. 좋지 않은 징조였다.
“후작 부인이 가실 장소로 짐작 가는 곳이 있나요?”
내 말에 후작은 문득 달력을 살펴보았다. 잠시 후 그가 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디아나는 친정으로 갔을 겁니다.”
“하지만 부인께선 친정이 두렵다고 하셨는데요.”
“…오늘이 데런 경의 생일입니다.”
맙소사. 나는 무심코 입을 벌렸다. 죽은 사람의 생일은 죄책감과 그리움을 짙어지게 만드는 날이다. 오빠가 자기 때문에 죽었다고 믿는 후작 부인이라면 더 그랬을 것이다.
“리하센 공작저로 가, 가야겠어요.”
혼란스럽게 주변을 살피던 내 시선이 저택 앞에 세워진 마차에 닿았다.
“얼마나 걸릴까요?”
“말을 타고 가면 금방입니다.”
오멘 후작이 마차에 다가가 샤프트를 풀고 말의 고삐를 당겨왔다. 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보다가 다급하게 말했다.
“저는 승마를 못 하는데…….”
분신을 유지하면서 쓸 수 있는 공간 이동 마법은 하루에 두 번이 한계다.
무리해서 마력을 짜낼 수는 있겠지만, 이델리를 마주하려면 최소한의 마력은 남겨두어야 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최선은 오멘 후작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상식에 어긋난다거나 폐를 끼치게 된다는 것 따위를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하지만 하, 함께 가고 싶어요. 부탁드려요.”
후작이 나를 빤히 들여다보았다. 내 얼굴에서 절실함을 읽었을까, 그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후작의 도움을 받아 말에 올라탔다. 후작은 고삐를 당겨 말을 출발시켰다.
“괜찮으십니까?”
“저는 상관하지 말고 전속력으로 가주세요. 빨리요.”
“……알겠습니다.”
그 또한 심상치 않은 예감을 느꼈을까. 후작은 이를 악물고 말을 재촉했다.
땅을 차는 말발굽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친정을 두려워하던 후작 부인에 대해 생각했다. 그녀는 공작저에서 데런의 환상을 보았고 그로 인해 크게 다치었다.
눈을 가리던 저주를 풀어주고 후작저에 방문하는 동안 부인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지만, 그럼에도 그녀에게 친정은 여전히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별안간 자기 발로 그곳에 방문했다니, 이상한 일이었다.
쉬지 않고 달린 끝에 무장식 양식의 잿빛 대저택을 둘러싼 부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리하센 공작저였다.
“입구가 닫혀 있군요.”
오멘 후작이 난처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개를 들자 후작의 어깨 너머로 굳건히 닫힌 정문이 보였다. 문을 열어줄 문지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가요?”
날려 보낸 마력이 입구를 막고 있는 자물쇠에 닿았다. 간단히 자물통을 채우고 잠금쇠를 당겨 문을 열었다. 말을 멈추려던 후작이 끼이익 열리기 시작하는 입구를 보며 흠칫했다.
“아니군요.”
그의 목소리에는 의구심이 묻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집 나간 아내를 찾는 게 우선이라 여겼는지 이내 앞을 향한다. 현명한 판단이었다.
“오멘 후작님? 여기는 어떻게.”
“잠깐만요! 그쪽은.”
공작저에 도착하자 당황한 하인과 집사가 우리의 앞을 막았다. 후작이 매섭게 그들을 압박하며 밀고 들어갔다.
하지만 공작 부부가 후작 부인을 맞이할 법한 응접실과 다이닝 룸에는 그들이 없었다.
보이는 것이라곤 공작저의 신실함을 증명하는 기도문이나 눈 결정 장식들뿐.
“디아나는 어디 있지? 바른대로 말해!”
“아, 아가씨께선 저택에 방문하지 않으셨어요.”
“거짓말하지 마라. 부인에게 서신을 보냈다는 걸 알고 있다.”
집사와 후작의 대치를 보던 나는, 문득 기묘한 감각에 고개를 돌렸다. 대신전에서 마주쳤던 마력, 이델리의 기운이었다.
“후작님.”
손짓하며 움직이자 후작이 집사의 멱살을 놓고 나를 뒤따랐다. 마력의 기운을 따라 계단을 계속 오르자 두꺼운 쇠문이 나왔다.
지붕과 이어지는 문 같았지만, 마치 입구를 숨기려는 것처럼 검은 커튼이 쳐져 있었다. 커튼을 걷고 문을 밀어본 후작이 인상을 썼다.
“단단히 잠겨 있군요.”
“그런가요?”
나는 마력을 흘려보내, 저택 부지에 들어올 때와 같은 방식으로 잠금쇠를 해제했다. 힘주어 문을 당겨보던 오멘 후작이 문과 함께 훅하고 바깥으로 밀려났다.
그가 얼떨떨한 얼굴로 문고리를 내려다보았다.
“…또 아니군요.”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그때, 우리를 쫓아온 집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곳은 돌아가신 도련님의 추억이 남아 있어, 주인님도 함부로 들어가시지 않는 곳입니다!”
“나는 아내를 찾으러 왔을 뿐이네.”
“그러니까 오시지 않았……!”
일부러인지 집사의 목청이 필요 이상으로 컸다.
땍땍거리는 외침이 공작 부부의 귀에 닿을 것 같아 초조해졌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마력을 썼다.
“으으읍!?”
검은 힘이 그의 입을 막았다.
집사는 혼란스러운 기색으로 갑자기 다물린 제 입을 더듬었다. 후작이 그에게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
나는 문 안으로 발을 들였다. 후작은 기묘하게 읍읍거리는 집사에 대한 관심을 거두고 일단 나를 따라왔다.
“여기는.”
문 안에서 지붕의 일부인 듯한 둥근 기둥을 사이에 둔 갈림길이 나왔다.
“이런 공간이 있는지 어떻게 아셨습니까?”
“얼핏 소리가, 들린 것 같아서…….”
“귀가 정말 예민하시군요.”
“저, 저도 확실히는 모르겠어요.”
오멘 후작이 내 언행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곳에 오기 전 이미 대신전의 사제들 앞에서 마법을 써버려서일까, 나는 현실감을 상실한 사람처럼 대담해졌다.
지금은 자잘한 뒷일보다 후작 부인을 찾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나는 한쪽 갈림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는 이쪽으로 갈 테니, 후작님은 반대편으로 가보세요.”
“…괜찮으시겠습니까?”
“설마 저택 안에서 별일이야 있겠어요. 하지만 부인이 걱정이에요. 여기에서 큰 사고도 있었잖아요.”
후작 부인이 자살 기도를 한 일을 들먹이니 후작의 얼굴이 파리해졌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와 반대편 방향으로 찢어졌다.
‘마력의 기운은 이쪽이야.’
오멘 후작은 기사 출신이 아니었다. 혹시나 저 마력의 주인이 이델리라면 그가 위험해진다. 후작 또한 이 사건에서 사망한 세 명의 사제 중 하나였으니까.
마법사의 감각에 의존해서 걸음을 옮기던 나는, 곧 수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디아나, 왜 그러니?”
조심스러운 중년 여자의 목소리.
“또 죽은 데런의 모습을 보는 거니?”
“오오, 우리 데런이 아직 이 저택에…….”
벽에 붙어서 살짝 고개를 빼자, 귀족적인 정장을 입은 중년 남녀의 모습이 보였다. 저 두 사람이 리하센가의 공작 부부일 것이다.
“데런, 데런! 엄마가 여기 있단다.”
“그 불쌍한 녀석이 아직도 테헤라님의 품에 돌아가지 못하고…….”
두 사람의 침통한 외침에서 추측해보건대, 후작 부인께서 또다시 데런의 환상을 보고 있는 듯했다. 애통한 표정의 부부는 보이지 않는 아들의 모습을 찾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들이 있는 방은 구조가 특이했다. 층고가 높고 지붕과 연결되는 기울어진 천장에 두껍고 커다란 창이 나 있었다. 날씨가 좋은 한낮에는 찬란한 햇빛이 방 안을 가득 채웠겠지만, 지금은 휘몰아치는 바람 사이로 긴 커튼과 분해된 책들만 미친 듯이 흩날리고 있었다.
리하센가의 집사가 한 말에 따르면 이곳은 죽은 도련님의 추억이 많이 남은 공간이라고 했다. 지붕을 끼고 있는,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방. 테헤라 정교에서는 상서로운 공간으로 여겨지는 곳이니 아마도 데런이 죽기 전에 요양하던 방이 아닐까.
쌍둥이 오빠의 죽음에 죄책감을 가진 후작 부인에게는 버거운 곳이었을 것이다. 그녀의 트라우마가 자극되어 다시 환상을 보게 되었대도 이상할 게 없었다.
“오빠…….”
그때, 후작 부인의 가냘픈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조심스럽게 몸을 빼서 소리가 들린 곳을 찾았다.
커다란 창문에 걸쳐서 높은 층고를 활용한 메자닌이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바닥이 얄팍한 나무 재질인 데다가 난간이 없다시피 해서 위험해 보였다. 후작 부인은 거기에 서 있었다. 창백한 얼굴로 입술을 잘게 떨면서 말을 뱉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 용서하겠어?”
나는 숨을 삼켰다.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누군가를 주시하며 조금씩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그녀의 뒤로 활짝 열린 창이 보였다. 기울어진 창을 통해 불어닥치는 강풍에 후작 부인의 갈색 치마가 미친 듯이 펄럭거렸다.
추운 북부의 옷들은 방한을 위해서 두껍고 무겁게 제작되었다. 그녀가 버티고 있는 바람과 옷의 무게도 그만큼 버거울 것이다. 나는 여차하면 뛰어들 생각으로 벽 뒤에서 나왔다.
그러자 보였다. 사각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던 인물 하나가.
“내가 방법을 가르쳐줬잖아.”
“나는…….”
녹안에 갈색 머리, 후작 부인과 닮은 마르고 창백한 얼굴의 남자.
“죽어, 디아나.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을 거야.”
후작 부인의 시선 끝에서 죽었다던 데런 리하센이 웃고 있었다.
환상이 아닌 실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