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39)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136)화(139/207)
때마침 아래에서 굉음이 울렸다. 벽에 무언가가 강하게 부딪힌 듯, 지축이 흔들리고 천장에서 돌조각이 쏟아졌다. 충격의 여파로 잠깐 주변이 잠잠해졌다. 후작님이 잘못된 건 아닌지 걱정되었으나, 머지않아 날카로운 금속성이 재개되었다.
나는 따끔거리는 눈가를 쓸며 후작 부인을 돌아보았다.
“이 소리 들리시나요? 후작님이 부인을 위해서 싸우는 소리예요.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그런 잔인한 짓은 하시면 안 돼요.”
“……나는.”
후작 부인이 창을 등지고 몇 걸음 물러났다.
그것만으로 안도가 되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한지도 모르겠지만, 그녀의 정신을 깨우는 데는 성공한 것 같았다.
“이리로 와요.”
나는 무너진 잔해 사이로 팔을 넣어 손짓했다. 부인은 조심스럽게 내 지시에 따라 다가왔다. 그거면 됐다. 사람이 넘어가기엔 좁았지만 팔 하나가 넘어가기엔 충분한 공간이 있었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가온 후작 부인의 눈꺼풀 위로 손을 얹었다.
솨아아!
후작저에서 그러했듯, 내 손끝에 닿은 검은 마력은 또 한 번 바람을 맞은 먼지처럼 흩어졌다. 그와 함께 흐리멍덩하던 후작 부인의 눈에도 이채가 돌아왔다.
‘됐다!’
“아…….”
그녀가 이마를 짚고 다리를 휘청했다. 후작저에서처럼 기절하실까 봐 마음 졸였으나, 다행히 금방 중심을 되찾았다. 그때처럼 오랫동안 저주에 걸린 것이 아니라 여파도 적은 듯했다.
“이제 정신이 좀 드세요?”
“아, 내가 무슨 짓을…….”
후작 부인은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 곧 안타까운 얼굴로 나를 살폈다.
“미안해요, 너무나……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게 해서.”
그녀가 잔해의 틈새로 손을 뻗어 나의 젖은 뺨을 쓰다듬었다. 뒤늦게 내 몸의 떨림이 느껴졌다. 아, 울면서 말하고 있었던 걸까.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응?”
“네?”
“자란 엘리엇이 그런 말을 하게 되리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미어져서…….”
후작 부인의 눈이 슬프게 일그러졌다.
예전에 후작 부인에게 어머니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고백한 적이 있었다.
부인이 정신을 차린 게 나의 설득 덕분인 줄 알았는데. 그녀에게 이지를 돌려준 건 고통스러워하는 나의 모습이었나 보다.
나는 흐트러진 머리를 쓸며 후작 부인을 바라봤다.
‘다정하신 분.’
치유의 권능을 지닌 고위 사제이기 때문일까. 그녀의 다정함이 내 마음을 안아주는 것 같았다.
나는 감정을 추스르고 이곳에서 벗어날 계획을 공유하기 위해서 운을 뗐다.
“저, 디아나님. 제가 먼저 여기에서 뛰어내리면…….”
그때였다.
후작 부인의 등 뒤, 거센 바람이 들어오는 창 너머로 이곳을 향해 날아오는 불덩이가 보인 것은.
나는 일순간 태양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마법사의 눈은 곧 제대로 된 정체를 파악해냈다.
그것은 거대하고 위협적인 불의 마법이었다.
“디아나님……!”
상황을 설명할 틈도 없었다.
나는 후작 부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에 두른 마력이 손보다 먼저 뻗어 나가 우리 사이에 쌓인 잔해의 벽을 파괴했다.
섬세하게 마력을 통제할 시간은 없었다. 그 탓에 조각난 나무와 돌이 여러 갈래로 튀며 나와 후작 부인의 몸에 상처를 입혔다.
내 손이 후작 부인의 어깨를 감쌌다. 하지만 불덩이가 공작저에 도착하는 것이 더 빨랐다. 단단한 벽돌이 크림처럼 허물어지고 유리창이 설탕 과자처럼 산산조각 난다. 파괴적인 불의 덩어리는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삽시간에 머리 위로 들이닥쳤다.
쿠우우웅!
‘디아나님!’
커다란 굉음에 내 목소리가 진공처럼 묻혔다. 실제로 말을 뱉은 것인지 아닌지 분간이 안 되었다.
위태롭게 견디던 메자닌이 기어코 무너져 내린다. 발이 허공에 미끄러지는 순간, 후작 부인의 어깨에 닿았던 내 손도 떨어졌다.
중심을 잃고 낙하하는 내 몸보다 빠르게, 나의 마력이 후작 부인의 몸을 감쌌다.
찰나의 순간 날아온 불꽃의 마법 뒤로 익숙한 인영이 보였다.
후작 부인의 눈을 가리고 후작저를 수렁에 빠뜨렸던 저주. 그것과 같은 성질의 마력을 온몸에 두르고 나타난 이델리였다.
***
-이브.
쿵.
두개골에 대고 정을 찍는 듯한 소리가 났다. 그 소음 사이로, 희미하게 나를 부르는 목소리도 들렸다. 나는 괴로운 정신 속에서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이브엔나.
쿵.
나는 바닥을 짚었다. 손바닥에 감각이 없었다. 귓바퀴를 타고 뜨끈한 액체가 흘러나왔다. 나는 어렵게 고개를 들었다.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허억…….”
흔들리는 시야 사이로 너무나 익숙한, 그러나 낯선 얼굴이 있었다. 시체처럼 파리하게 말라붙은 엄마의 얼굴이.
불거진 광대 위로 움푹 팬 퀭한 눈동자는 탁한 분홍색이었다. 지푸라기처럼 뻣뻣한 머리칼 사이로 드러난 목에 보이는 밧줄에 짓눌린 듯한 자국.
저것은 엄마가 아니다.
내 끔찍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다. 나를 조롱하려고 악의를 가득 담아 보낸 저주의 형상이었다.
그 저주가 향하는 곳에는 쓰러진 오멘 후작이 있었다.
나는 눈에 힘을 주고 울컥거리는 입을 열었다.
“……너는, 엄마가…….”
그러자 엄마의 모습을 한 이델리가 멈춰 서더니 방향을 틀어 내게로 다가왔다.
피를 흘리는 나의 머리를 손으로 감싼다. 긴 머리칼이 내 얼굴 위로 쏟아진다.
나는 필사적으로 이를 악물었다.
후작 부부를 이 살인마와 함께 두고 죽을 수는 없다.
아무리 머지않았던 죽음이라고 해도, 돌아가신 엄마를 조롱하는 자의 손에 목숨을 내어줄 수는 없었다.
“……아니, 아…….”
마법을 써야 해. 일어나서, 싸워야 해.
하지만 초점이 새하얗게 흐트러졌다.
필사적인 발악은 손가락 끝을 움직이는 것으로 효력을 다하고 말았다.
다시 정신이 멀어졌다.
***
“캔디 양!”
날카로운 목소리에 나는 흠칫 눈을 떴다. 몸을 움직이지도 않는데 배경이 바뀌고 있었다.
“정신이 듭니까?!”
후작의 목소리였다. 그가 나를 업고 달리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나는 어지럽게 눈동자를 굴렸다.
어디로 시선을 돌려도 새까만 연기가 자욱했다. 고풍스러웠던 가구와 샹들리에가 부서져 카펫 위를 아무렇게나 뒹굴고 오래된 가문의 인장과 추억이 담긴 초상화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그을려간다. 날름거리는 화마의 붉은 아가리가 리하센 공작저의 모든 것을 삼키며 몸집을 부풀리고 있었다.
타오른 재산들을 대신하여 저택을 채운 매캐한 연기에 눈이 따끔거렸다.
“콜록…….”
“연기를 마시지 않게 손수건을 잘 붙잡아요.”
후작 부인이 앞서 걸으며 소리쳤다. 말을 듣고 보니 내 코와 입술 위로 흰 천이 묶여 있었다. 나는 무심코 손을 들어 귀 위를 더듬었으나, 큰 통증이 느껴지는 곳은 없었다.
분명 크게 부딪혔던 것 같은데. 저택이 불타는 와중에 후작 부부가 나를 치료해준 걸까.
엄마의 모습을 한 이델리가 내게 손을 뻗은 것이 떠올랐다. 하지만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상태로 그녀를 만났다면 내가 멀쩡히 살아 있을 리가 없었다.
그 기억은, 꿈이었을까?
“혼자서 설 수 있겠습니까?”
“네, 콜록, 네에.”
어렵사리 대답하자 후작이 나를 바닥에 놓고 검을 빼 들었다.
“문을 부수겠습니다!”
큰 소리로 경고하곤 검을 문틈에 꽂더니 부츠 신은 발로 거칠게 밀었다. 쿵, 쿵! 귀에 이명이 섞여 들어서 눈을 질끈 감았다. 반복해서 문을 두드리자 타버린 문짝이 비명을 지르며 떨어져 나갔다.
“됐습니다, 나가죠!”
후작이 우리를 돌아보며 손짓했다. 그의 안내에 따라 무너진 문을 밟고 불타는 저택에서 탈출했다. 신선한 바깥공기가 훅하고 얼굴을 덮는다. 긴장이 풀려 쓰러지려는 나를 후작이 일으켜 세웠다.
“저택이 곧 붕괴될 것 같습니다. 힘들어도 조금만 더 갑시다.”
“아, 제 발로 걸을 수…… 콜록!”
잠든 사이 연기를 많이 마셨는지 말이 제대로 안 나왔다. 결국 후작 부부에게 한쪽 팔씩 잡힌 채 연행되듯 잔디밭을 걸었다. 부부가 나를 놓아줬을 때는, 온몸이 땀범벅이었다.
“허억, 허억.”
나는 흙바닥 위로 쓰러지며 손수건을 풀었다. 후작 부인이 걱정스럽게 내 등을 토닥거렸다.
“괜찮아요, 캔디 양?”
“좀 더운 것뿐이에요… 디아나님이 제 상처를 치료해주셨죠?”
“…맞아요.”
그러면서 부인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해는 어느새 능선을 넘어가고, 노을이 지는 정원에는 우리보다 먼저 저택을 빠져나온 몇몇 식솔들만이 허망한 얼굴로 불타는 공작저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왜 그러세요?”
“음, 캔디 양과 떨어져서 걱정했는데, 1층으로 향할 때 어떤 여자가 당신을 데리고 와줬거든요. 고맙다고 인사하려고 했더니 사라져 있더군요. 뒤따라 나왔을 줄 알았는데 안 보이네요. 안에 갇힌 건 아닌지…….”
“여자요? 어, 어떻게 생겼었는데요?”
“마르고 키가 큰 여자였어요. 최근에 고용된 시녀인지 처음 보는 얼굴이었는데, 아, 그리고 특이하게 분홍 머리였죠.”
“…혹시 목에 상처가 있었나요? 밧줄에 쓸린 것 같은.”
“어, 그랬던 것 같기도 해요. 상태가 안 좋아 보였는… 캔디 양, 어디 가요?!”
나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과 함께 일어났다.
후작 부인의 앞에 선 데런을 본 순간 나는 생각했었다. 그녀의 기억이 만들어낸 환상이라면, 타인의 눈에 똑같이 보일 리가 없다고.
저택 가까이 다가가자 마력의 기운이 느껴졌다. 방향은, 처음 공격을 받았던 지붕 아래 부근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불타는 저택 안으로 발을 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