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44)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141)화(144/207)
5. 대마녀 캔디를 잡아라!
살면서 여러 번 도망을 쳐봤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의 추격을 피해 달려본 적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말을 타고.
“헉, 헉……!”
승마를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 오늘 하루 여러 번 나의 발목을 잡는다. 나는 고개를 살짝 틀어 내 등을 받치고 말을 부리는 남자를 노려보았다.
‘너무, 거칠어!’
추격자를 몰고 숲속에 들어간 니르겐은 곡예 하듯 말을 몰았다. 바위를 박차 오르고, 절벽을 뛰어넘고, 말이 달리는 와중에 나무 위에 올라가 쓰러뜨리기까지.
차라리 불타는 저택 속에서 이델리와 대치할 때가 더 평온했던 것 같다. 추격자를 따돌리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이러다간 말과 내가 먼저 쓰러져버릴 지경이었다.
‘낙마할지도 모르니 앞에 앉으라고 권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모두가 의심하는 상황에서 대뜸 나의 도주를 도와준 니르겐이 정말 고마웠다.
이 일로 마녀의 일원으로 의심받아 나와 함께 쫓기는 신세가 될지도 모르고, 이제까지 그가 쌓아온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마녀라는 이름을 단 사람을 감싼다는 것은 그렇게, 용기 이상의 결단이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파.’
말이 바닥을 박찰 때마다 꼬리뼈부터 골반까지 욱신거렸다.
몸이 힘들어지자 혼자 도망치는 건 어땠을까 하는 가정을 하게 됐다.
“아까 그, 새는.”
나는 헐떡이며 지푸라기를 쥐는 마음으로 물었다.
“헉, 어디 갔나요? 새를 타고 도망치는 건, 어떨까요?”
“검은 천둥새는 10분의 비행을 위해 온종일 먹이 활동을 해야 합니다!”
“바, 밥 먹으러 갔다는, 말씀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꽉 잡으십시오!”
저 너머에 절벽을 잇는 다리가 보였다.
우리를 구해주었던 그 멋진 새가 식사 시간을 보장받으며 일한다니 참 다행인 일이었다.
하지만, 또 절벽이구나…….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가파른 절벽을 잇는 작고 가냘픈 다리. 그것은 태풍이 부는 거리를 밝히는 한 점의 촛불처럼 소중하고, 위태로워 보였다.
“서, 설마 말을 타고 저 다리를 거, 건너실 건 아니죠?”
“역시 고객님은 눈치가 빠르시군요!”
“……!”
나는 절망 속에서 시력을 포기했다.
“이랴!”
니르겐이 담대하게 외쳤다.
우리를 태운 말이 촛불같이 가냘픈 다리 위를 질주했다. 눈을 감고 있어도 느낄 수 있었다. 말이 얼마나 열심히 달리는지는.
“끅, 끄륵.”
말을 꼭 껴안고 있는 내 몸이 찰진 공처럼 튀고 있었으니까.
말이 땅을 박찰 때마다 등 뒤에서 무언가가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건…… 기분 탓이겠지?
덜컹!
몸이 크게 튀어 오르더니 갑자기 흔들림이 멈췄다. 사지를 넘은 것 같은 스산한 바람이 목덜미를 스쳤다. 눈을 뜨자 와르르 무너지고 있는 다리가 보였다.
역시 기분 탓이 아니었구나. 다리를 무너뜨리면서 달렸다고 생각하니 간담이 시원해지고 좋았다.
“……대마녀……!”
다리가 끊긴 절벽 반대편에서 우리를 추격하던 대원들이 무어라 소리치는 것 같은데. 세찬 바람 소리에 가려서 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대충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
다리를 끊으면서까지 도망가다니, 비열하다!
‘제가 의도한 게 아니에요…….’
“후우, 겨우 따돌렸군요.”
니르겐이 뿌듯하게 웃으며 이마에 맺힌 땀을 쓱 닦았다.
내가 반쯤 혼이 나간 얼굴로 올려다보자 그가 부끄럽다는 듯 웃었다.
“아시다시피 제가 시한부라, 원체 병약해서…….”
“…….”
나는 병약한 시한부 청년을 위해 열 마디 위로 대신 따뜻한 미소를 보내주었다.
‘그럼 제국민들은 다 걸어 다니는 시체겠어요. 시체.’
이쯤 되니 시한부라는 말이 사실인지조차 의심스러웠다. 내가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영애라고 사기 친 거 아닌가.
“저편에 다리가 하나 더 있습니다. 돌아서 쫓아오기 전에 얼른 서두릅시다.”
그렇게 말한 니르겐이 재차 말을 몰았다. 나는 반사적으로 호흡을 멈췄으나, 추적자를 따돌렸기 때문인지 이전처럼 정신없는 곡예 승마는 아니었다.
절벽을 등지고 달리면서 니르겐이 말했다.
“그나저나 일이 복잡해진 것 같군요.”
“…네.”
“이쪽으로 내려가면 마을이 하나 있습니다. 그래도 도심에서 꽤 멀리 떨어진 작은 마을이니까, 여기까지는 소식이 안 도달했길 빌어봅시다.”
기도밖에 방법이 없는 걸까. 나는 아랫입술을 잘근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마을 앞에 도착하면, 그만 찢어지는 게 좋겠어요.”
“좋습니다. 남녀 한 쌍으로 다니는 게 알려졌을 수도 있으니 만날 곳을 정하고 입구에서 찢어집시다.”
니르겐의 자연스러운 대답에 잠깐 홀릴 뻔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 만날 곳을 정하지 않고 헤어질 거예요. 이미 차고 넘치게 도움을 받았어요. 이 이상 같이 다니다간 니르까지 저와 한패로 묶일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여기서 이만…….”
“괜찮습니다.”
단호한 목소리가 내 말을 잘랐다. 나를 향한 믿음직스러운 미소에 마음이 철렁했다.
괜찮다니. 나와 한데 묶여도 상관없다는 걸까? 우리는 단지 계약서로 묶인 의뢰인과 길드장의 관계일 뿐이다. 그런데도 억울한 누명을 쓴 마녀의 가시밭길을, 흔쾌히 함께 가주겠다는…….
“경비대에 잡히면 캔디 양이 협박했다고 말하겠습니다.”
“…네?”
“상식적으로 대사제님을 시해한 마녀를 한미한 평민인 제가 당해낼 방법은 없으니까요. 어쩔 수 없이 따랐다거나, 주술에 당해서 그랬다고 읍소하면 그간 행실을 봐서 충분히 넘어가 줄 겁니다.”
“아.”
그리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마녀를 도왔다는 이유로 일반인까지 때려잡는 공포정치는 한참 미래에 오니까. 지금은 끽해야 잠깐 심문이나 당하는 게 전부긴 할 것이다.
그것도 저렇게 피해자 행세하며 열렬히 부정한다면 말이다.
“미, 믿음직스럽네요.”
“하하, 제가 정보 길드장 아닙니까. 신뢰가 생명이죠.”
그것참 다행이긴 한데… 이 싱숭생숭한 마음은 뭘까.
나는 말의 갈기를 꼭 움켜잡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왜 아무것도 묻지 않으세요?”
“뭘 말입니까?”
“진짜 마녀가 맞냐든지, 저들의 말이 진짜냐든지.”
“…음.”
“아니면 이렇게 내일 없이 행동하는 이유가 전부 시한부이시기 때문인가요?”
내가 니르겐을 오래 알고 지낸 것도 아니고, 남은 날을 어떻게 쓸지는 그의 자유였다. 그러니 함부로 입을 대는 건 주제넘은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할스테리어에서 지켜본 니르겐은 굉장히 인망이 좋았다. 나보다 소중하고 가까운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나는 다가올 소멸을 생각하면,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부터 떠오른다. 그래서 그들을 위해 위험 속에 몸을 던지는 지금이 전혀 아깝지 않다. 하지만 니르겐이 내게 휘말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몹시 마음이 무거워졌다.
“아니요.”
그때, 니르겐이 입을 열었다.
“설사 제가 살아갈 날이 많이 남았었어도 저는 같은 선택을 했을 겁니다.”
“왜, 왜죠?”
“음, 그건…….”
그의 시선이 가만히 나를 내려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의식적으로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저들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아니까요.”
“…….”
아.
나는 무심코 한숨을 뱉었다.
할스테리어에 온 후 의도치 않게 니르겐과 엮이면서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간 경험한 니르겐은 사리에 밝고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자기 확신이 강한, 순진하고 어린 청년이기도 했다.
그러니 가까운 사람 중에 일반적인 기준에 미달하는 나쁜 사람이 있다는 걸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다.
그게 니르겐이 나를 좋게 봐준 이유라는 것에, 입 안이 썼다.
물론 대사제를 시해한 것은 내가 아니지만, 나를 마녀라고 부르는 추적자들의 말은 사실이었으니까.
‘역시 안 되겠어.’
나는 입술을 짓씹었다.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말은 부지런히 달렸다. 마을 입구가 보일 때쯤, 니르겐이 숲길 사이에 말을 멈춰 세우고 나를 내려주었다.
“마을에 들어가서 갈아입을 옷과 물을 사 올 테니,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네, 알겠어요. 그리고…….”
“왜 그러십니까?”
“고마워요, 니르.”
진심을 담은 인사에 니르겐이 수려한 눈을 접으며 빙그레 웃었다.
“별말씀을요.”
나는 미소 띤 얼굴로 니르겐을 배웅했다. 마을에 들어가는 니르겐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숲을 돌아서 달리기 시작했다.
‘마음은 고맙지만, 여기서 헤어지는 게 나아.’
니르겐은 내가 마녀가 아니라고 믿고 도와주는 것이다.
이대로 계속 함께 가면 나는 믿어주는 사람을 등쳐 먹는 게 된다.
그럴 바에야 여기서 갈라지는 것이 서로에게 낫다. 그의 말대로 아직 마을까지는 소식이 안 퍼졌을 수도 있으니까. 모습을 바꾸고 추격을 피해 다니면서 마력을 회복할 때까지 버티면, 그 뒤로는 어떻게든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