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46)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143)화(146/207)
나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씹었다.
이 시대에 온 지 자그마치 4년이 되어간다.
혼자 비밀을 간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간 얼마나 조심하고 또 조심했던가. 물론 가끔은 나이를 먹을 대로 먹고 아이 행세하는 게 허탈하고 지치는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작은 실수가 낳을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며 스스로를 다그치곤 했다.
‘…바로 지금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서…!’
눈앞이 핑핑 도는 기분이다.
‘지, 지금이라도 다시 변해서 시치미를 떼 볼까.’
재빨리 성인 모습으로 바뀌면 없었던 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마탑 애들이 그랬다. 땅에 흘린 음식도 3초 안에 주워 먹으면 문제없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변신 마법의 마법진을 그리기 위해 마력을 움직였는데.
푸시시.
“…….”
“…….”
맥 빠지는 소리와 함께 마력이 흩날렸다.
나는 재차 마력을 끌어모으며 빌었다.
‘……제발.’
푸시시.
‘제발 좀 돼라.’
푸시시.
“…….”
“…….”
그러나 간절히 빈다고 없는 마력이 어디서 솟아나는 게 아니었다. 괜히 현기증만 심화되었다.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하나뿐이다.
‘도, 도망쳐야 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니르겐은 나를 믿어주고 여기까지 도망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이다. 그를 농락하지 않기 위해 찢어진 것이었는데, 가장 최악의 방식으로 재회하고 말았다.
내 정체를 알게 된 니르겐의 기분은 어떨까.
경악스럽겠지. 배신감을 느끼고 있을까. 혹시 마녀인 내가 혐오스럽지는 않을까?
니르겐은 의뭉스러운 부분이 많지만, 무척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새로운 관계는 만들지 않기로 했으면서. 그를 만나고 도움을 받으며 생각보다 마음을 많이 열었나 보다.
고개를 들었을 때 나를 보는 니르겐의 시선이 냉담하게 변해 있다면… 내 시대에서 수많은 사람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때보다 더 상처받게 되리라는 직감이 들었다.
‘그렇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야…….’
스스로가 밉고 상황이 끔찍해도 할 일은 해야 했다. 추격자들이 아직도 내 뒤를 쫓고 있을 거고……. 이 모습으로 잡혔다간 가뜩이나 뒤엉킨 사태가 얼마나 엉망이 될지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나는 쭈뼛거리는 움직임으로 니르겐을 마주했다.
‘……어라.’
배신감과 경악, 혹은 혐오.
니르겐의 얼굴에 떠올라 있는 것은, 내가 예상한 어떤 반응도 없었다.
휘날리는 머리칼 아래로 보이는 적안은 차분했고 단정한 입매에는 미소마저 걸려 있었다.
마치 내 변화를 보지 못한 사람처럼. 혹은… 이 변화를 예상하기라도 한 사람처럼.
나는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저, 저기.”
너무나 태연한 반응이 오히려 동요를 불러왔다. 나는 한심하게 더듬거리는 말투로 그를 불렀다.
“니르? 뭐, 뭐라고, 말 좀 해줘요.”
“아.”
그는 인가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걱정스럽게 미간을 찌푸렸다.
“일이 커져버렸군요. 추격자들이 마을 안까지 들어온 것 같습니다.”
그게 문제인가요?
“상황이 더 과열되기 전에 얼른 여기를 벗어나는 게 좋겠습니다.”
“…….”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니르겐의 태도를 마주하며 나는 내가 뭔가를 잘못 본 게 아닐까 싶어졌다.
혹시 내가 아직 어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지만 재차 내려다본 내 몸은 어린아이가 맞았다. 뺨을 타고 스르르 내려온 머리칼은 분홍색, 쥐었다 편 손바닥은 네 살답게 통통했고, 작아진 몸 위로 걸친 옷은 황성에서 입던 화려한 개나리색 원피스다.
내 상태를 확인하고 다시 담담한 니르겐의 얼굴을 보자, 혼란이 커졌다.
그러다 문득 아차 하는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그는…….
“아까 마을 밖에서 저를 믿는다고 말씀하셨죠.”
“아, 그런 말씀을 드렸었죠.”
“그건 어떤 의미였나요?”
니르겐이 빙그레 웃었다.
“대사제님을 시해한 범인이 당신이 아니라고 믿는다는 뜻이었습니다.”
“…아.”
생각지도 못한 답에 입술이 떨렸다.
내 정체를 들키는 상상은 수없이 했었다.
어릴 적 광장에 묶여 처형을 당하는 마녀를 보았던 순간부터 계속. 마력을 쓰거나 새로운 마법을 배울 때마다 그때의 공포가 반사적으로 떠올랐다. 의식적으로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이것은 자학적인 말버릇보다 더 고치기 힘든 습관과도 같았다.
광장에 묶여 처형당하는 마녀가 내가 되는 상상. 그 속에서 나는 수백 가지 실수로 정체가 들통나고 수십 가지 방식으로 최후를 맞이했다.
하지만 그중에 이런 레퍼토리는 없었다.
담담한 니르겐의 얼굴을 보며 나는 형용하기 힘든 감정을 느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할 수 있는 표현이라곤 상투적인 인사밖에는 없었다.
“…고마워요.”
진심만을 눌러 담은 감사에 니르겐이 픽 웃었다.
“제게 감사한 일이 많으시군요. 그러면….”
대수롭지 않게 답하고는 내게로 허리를 숙였다.
“제가 좀 안아도 되겠습니까?”
“네헤?”
“이 상태로는 뛰기 힘들 테니까. 우선 여기서 벗어나자고요.”
“아, 그, 그런 거라면…!”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붙잡아 품에 답삭 안았다.
아기를 안듯 팔로 엉덩이를 받치고 손을 뒷머리에 포개고…….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흐약!”
누구에게 안긴 채 이렇게 빠르게 옮겨진 게 처음이기 때문인가.
눈이 핑핑 돈다.
아까는 정신적인 이유였다면, 지금은 물리적인 이유다.
‘주, 죽을 것 같…….’
지금 나를 안고 달리는 것은 사람인데, 왜 말이나 괴물 새에 탔을 때도 없던 멀미가 올라오는 걸까.
추적자들을 피해 마을을 뛰어다니면서 체력이 바닥나서인가?
“…기 누구냐!”
“젠장, 왜 저렇게 빨라!”
어렴풋이 따라붙는 추적자들의 외침을 들어보면 내 컨디션 탓만은 아닌 것 같은데…….
비행에 승마에 달리기까지 뛰어난 정보 길드장을 보고 있자니 부길드장의 목소리가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니르겐의 말은 정말입니다. 저도 신관의 확언을 듣기 전까지는 거짓말인 줄 알았지만요.’
그렇게 증언을 들었는데도 의심되었다. 역시 속은 게 아닐까.
부길드장과 니르겐이 짜고 나를 속였거나, 부길드장과 신관까지 니르겐에게 속았거나. 둘 중 하나인 것 같았다.
“휴, 다행히 말은 무사하군요. 고객님은 괜찮으십니…….”
“우웩.”
니르겐이 나를 내려놓아 주었을 때는, 속이 그야말로 진창이 되어 있었다.
니르겐은 콜록거리는 나를 적당히 달래주곤 종이봉투 안에 든 물건들을 훌훌 꺼냈다.
“머리 색을 가릴 로브와 옷가지를 사 왔습니다만, 음.”
그것들은 딱 봐도 성인용이었다. 그는 심하게 넉넉한 의복들을 든 채 나를 내려다보며 권했다.
“이제 본모습으로 돌아가시죠.”
“네?”
“그 모습으로는 로브를 걸칠 수도 없고 운신에도 불편함이 있을 테니까요. 당신의 마력에도 한계가 있을 테니, 적어도 도주 중에는 성인 모습이 낫지 않겠습니까?”
“예?”
나는 몇 박자 늦게 니르겐의 말을 이해했다. 일단 이 마을에는 난장을 쳐놨으니 다음 마을로 이동해야 하는데. 어린아이 모습으로는 이래저래 불편하니까 원래 모습인 어른 형태로 돌아가라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니르는… 어른 모습이 내 원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거구나.’
그는 처음부터 내 어른 모습만 봤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오해였다. 오히려 마도구를 다루는 정보 길드장이라 마녀에 대한 이해가 깊어서 저만큼이나 추론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사실을 정정해주었다.
“저, 이게 본모습이에요.”
“음, 이게 본모습이라는 게 무슨 뜻입니까?”
“이게 본모습이라는 뜻이요.”
“그러니까 그게 무슨….”
“이제까지의 성인 모습이 변신 마법을 쓴 가짜고, 이 모습이 진짜예요.”
“…….”
니르겐은 잠깐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생각하는 것처럼 눈을 굴렸다. 그의 붉은 루비색 눈동자가 내 짧은 팔다리와 통통한 볼, 유모가 고른 깜찍한 개나리색 원피스를 차례로 훑었다.
털썩.
잠깐 얼어붙어 있던 니르겐이 뒤로 넘어지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바닥에 주저앉은 채 나를 올려다보는 얼굴은 경악이 가득했다.
할스테리어에서 몇 주 동안 함께했지만, 니르겐의 저렇게 놀란 얼굴은 처음 보는 것 같다. 대저택이 불타고 사람들에게 쫓기던 그 난리통 속에서도 모든 일이 새롭지도 않다는 듯 초지일관 싱글거리면서 여유만만하던 남자였다. 눈앞에서 변신 마법이 풀려서 아이가 될 때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더니 갑자기?
‘뭐야, 왜 이제 와서 당황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