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47)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144)화(147/207)
니르겐이 정신을 못 차리는 얼굴로 물었다.
“…그게 원래 모습이라고요?”
“마, 맞아요. 속여서 정말, 미안해요.”
나는 허둥거리며 사과했다.
하지만, 니르겐은 내가 마녀인 것보다 아이라는 게 더 놀라운 걸까?
그는 숫제 존댓말도 잊어버리고 몇 번이나 재확인했다.
“4살이 진짜 나이라고? 그러면 이제까지 본, 그… 캔디 양의 모습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다?”
“…네.”
어린애 나이를 묘하게 잘 맞추네…….
허상이라기보단 내 미래의 모습이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으니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나라도 동등한 성인으로 대했던 사람이 갑자기 자기 나이가 4살이라고 고백하면 놀랄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니르겐은 충격받다 못해 허탈하기까지 한 얼굴로 허공을 보며 계속해서 물음을 던졌다.
“정말로 4살이었다고?”
“그렇다니까… 니르, 이러다가 추적자들이 몰려오겠어요.”
내 재촉에 니르겐은 황망하게 나를 안아 말 위에 올렸다. 속이 시끄러워서인지 이번엔 실례한다는 양해도 구하지 않고. 말을 출발시키는 순간까지도 ‘이쪽이 본체라고? 진짜로?’라는 말을 반복해서 중얼거렸다.
***
햇살이 눈꺼풀을 콕콕 찌른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다가 결국 더 버티지 못하고 눈을 떴다. 커튼을 치고 잤는데도 소재가 얇아 햇살이 그대로 투과되어 들어오고 있었다.
‘한낮이네.’
몸을 회복하는 과정이겠지만, 얼마나 잤는지 머리가 띵했다.
“으으…….”
몸을 뒤척이며 시선을 돌리자 협탁 위에 물컵이 놓여 있었다. 그것을 보자 불시에 강렬한 갈증이 느껴져, 나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양손으로 물컵을 잡았다. 물이 꿀꺽거리며 식도를 넘어갈 때마다 몸이 되살아나는 기분이다.
“푸하.”
컵을 단숨에 비운 후에야 협탁에 함께 놓여 있던 쪽지가 눈에 띄었다.
[외출하고 옴.테이블 위에 아침 식사, 디저트 있음.
-니르-]
스스로를 귀여운 애칭으로 부르는 성인 남성 니르겐 펠멋씨의 전언이셨다.
그의 쪽지에 따라 테이블로 시선을 돌리자 투명한 뚜껑이 씌워진 그릇과 빵, 과일 등이 보였다.
“으음…….”
나는 찌뿌둥한 팔을 쭉쭉 펴며 테이블 앞에 앉았다. 뚜껑을 열자 주홍빛의 스튜가 들어 있었다. 한 입 떠먹어보자, 차갑게 먹는 야채 스튜인지 식었는데도 맛이 나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잠결에도 요리를 받아먹은 기억이 있어……. 설마 니르가 직접 만든 건 아니겠지?’
뒤늦게 내가 앉은 의자가 나지막한 어린이용 의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니르의 주문일까.
곁들인 빵을 스튜에 찍어 먹자 무척 잘 어울렸다. 입맛이 돌아서 본격적으로 식사를 하려는데 바깥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스튜 그릇을 들고 창가에 의자를 끌어왔다. 의자에 올라서서 커튼을 슬쩍 걷자 길거리에 나온 사람들이 저마다 신문을 든 채 무어라 외치는 모습이 보였다.
“……대사제님이……!”
“……캔디…… 마녀를……!”
말발굽 소리와 사람들의 고함이 뒤섞여 정확히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간간이 나오는 ‘대사제’, ‘살인’, ‘마녀’라는 단어만 들어도 저 열띤 대화의 주제가 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제국이라고 다를 바 없겠지.’
한동안은 온 대륙이 같은 주제로 떠들썩하겠구나.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마른 한숨을 내쉬었다.
마녀 이델리에게 대사제가 살해당한 날, 추적자들을 피해 무사히 야반도주한 우리는 현재 리하센 영지로부터 3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의 웨자벨 마을에 머물고 있었다. 워낙 발이 넓으신 정보 길드장님께서는 이 먼 마을까지 끈이 있어서, 여관 주인이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우리를 숨겨주었다.
마침 문 너머에서 구둣발 소리가 들렸다. 이젠 발소리도 익숙했다. 아니나 다를까, 덜컹 문이 열리며 예상대로의 인물이 얼굴을 보였다.
“오, 일어나 계셨군요.”
익숙하게 방에 들어선 니르겐이 테이블 앞으로 척척 다가가더니 봉투를 잔뜩 늘어놓았다. 나는 먹던 스튜를 내려둔 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게 다 뭐예요?”
“여분 옷과 먹을 것들입니다. 그 스튜 다 먹고 드세요. 이런 거 좋아하지 않습니까?”
봉투 안에는 예쁘게 포장된 블루베리 케이크와 레몬 타르트 같은 디저트들이 있었다.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사 왔는지 모르겠다.
‘근데 이걸 어떻게 다 먹지.’
나는 고마움과 책임감이 반씩 섞인 눈으로 간식을 내려보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니르겐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지금 다 드실 필요는 없습니다. 남은 건 배에 함께 실어드리죠.”
“배요?”
니르겐이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끄덕였다.
“할스테리어에서 퀴에스로 가는 배편을 구했습니다. 고객님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건 알지만, 경비가 더 삼엄해지기 전에 빠져나가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수배했습니다. 내일 새벽에 출항할 겁니다.”
“그러다 거, 검문에 걸리면.”
“걱정할 것 없어요. 선장과 말을 맞춰 놓았으니, 우린 배 내부의 비밀 시설에서 지내게 될 겁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봉투 안에 든 옷들은 북부치고도 두꺼운 것이 많았다. 털모자와 목도리는 과하지 않나 싶었는데, 바닷바람을 맞을 예정이었다고 생각하니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이젠 다른 게 이해가 안 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나를 향한 이 어마어마한 호의라든가.
니르겐이 고작 고객 중 하나인 내 결백을 철석같이 믿어주는 건 그러려니 했다. 나는 정말로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았으니까. 저 예리한 정보 길드장의 눈에는 확신을 가질 단서가 보였겠거니 싶었다.
하지만 나를 믿어주는 것과 위험을 감수하고 한배를 타는 건 별개의 일이다.
내 침묵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니르겐이 허리를 숙이고 걱정스레 물었다.
“옷이 마음에 안 드십니까?”
“…아직 존댓말 하시네요.”
아기용 털장갑을 들고 중얼거리자 니르겐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음, 그래도 신분 차이가 있으니까?”
“그런 걸 신경 썼으면…….”
나는 허탈하게 중얼거리며 내 몸을 내려다봤다.
키는 작아지고, 말투는 어눌해졌다. 게다가 대사제를 시해한 죄목으로 쫓기는 수배범 신세. 그런데도 니르겐은 여전히 귀족 영애를 대하듯 친절하고 신사적이었다.
나는 속을 알 수 없는 붉은 눈동자를 힐긋 훔쳐보며 물었다.
“저한테 더 궁금한 건 없나요?”
“잡담은 드시면서 하시죠.”
“…저를 숨겨주는 것도 버, 범법이잖아요? 그런 일까지 하면서, 물으시는 건 없어서요.”
“별걱정을 다 하시는군요. 제가 아무 이득 없이 위험을 짊어질 리가 있겠습니까? 저 정보 길드장입니다. 지금 제게 가장 흥미를 끄는 대상은, 이부 양이군요.”
“…….”
아, 역시 기억하고 있구나. 내 잠꼬대.
나는 손등으로 달아오른 뺨을 눌렀다.
“……이브예요.”
“예?”
“이부가 아니라, 이브라고요. 차라리 그렇게 불러주세요.”
일부러 날 놀리려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만, 니르겐이 혀 짧은 발음으로 내 이름을 부르는 건 더 못 들어주겠다.
내 말을 들은 그가 재밌다는 듯 눈을 휘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영광입니다, 레이디 이브.”
니르겐이 과장되게 격식을 차리며 인사했다.
‘또 이런 식이네.’
각 잡고 대화를 나누려고 해도 정신을 차리면 어느새 니르겐이 장난을 치고 있다.
지금도. 그는 나를 위해 사선을 넘어가고 있으면서도 앓는 소리 한 번, 유세 한 번 떨지 않았다. 마치 그가 지는 위험이나 피해가 별일도 아닌 것처럼. 이런 일이 무척 익숙한 것처럼 말이다.
이래서 할스테리어에서 만난 사람마다 니르겐에게 큰 빚을 졌다느니, 은혜를 입었다느니 했던 걸까.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모든 사람은 나보다 뛰어나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사고 회로가 짐작되지 않는 사람은 니르겐이 처음이었다.
내 눈에서 망연한 기운을 읽었는지 니르겐이 어색하게 웃었다.
“모든 궁금증은 무사히 제국에 돌아간 이후에 풀도록 하죠. 음, 지금은 마음이 급하기도 하고요.”
“점점 사태가 나빠질까 봐서요?”
“물론 그것도 있지만…….”
니르겐이 잠깐 내 눈치를 살피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신경 쓰실까 봐 제국에 도착할 때까진 말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만.”
그러더니 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게 건넸다.
“이건…….”
“전보입니다.”
그 말을 듣자 떠올랐다. 이델리가 대사제를 살해하기 직전에, 밤부스의 숲에 누군가가 내게 전보를 보냈었다. 스스로를 ‘캔디 양의 딸’이라고 지칭한…….
‘내 분신!’
급한 일 같았는데. 한날 일어난 대사제 살인 사건과 리하센 공작저의 화재. 그 모든 참변의 누명을 써서 쫓기느라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나는 황급히 니르겐에게서 전보를 받아들었다.
[빠른귀환요망!진짜가 왔다, 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