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50)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147)화(150/207)
출항 10시간 전,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들을 사러 니르겐은 한 번 더 외출했다.
혼자 남은 나는 거울을 지그시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이 눈이 제일 문제야.”
나는 니르겐이 나가기 전 그와 함께 계획한 것을 떠올렸다.
‘할스테리어를 빠져나갈 때는 연기가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연기요?’
‘네, 마침 이부가 아기가 되었으니까, 아빠와 딸인 게 제일 자연스럽겠군요. 찐빵 같은 어린 딸과 보호자인 젊고 잘생긴 아빠라면, 경계가 낮아질 테니.’
‘지금 누구더러 찐빵… 아니, 니르가 애 아빠 나이는 아니지 않나요. 다소 어색한 설정인 듯한데.’
‘흠, 할스테리어에서 마주치자마자 애 아빠냐고 물어본 게 누군데… 뭐, 좋습니다. 그럼 사촌 오빠로 할까요, 이부.’
‘아무래도 좋지만… 기껏 이브라고 정정했는데 왜 자꾸 이부라고 부르시는지.’
‘자잘한 거 신경 쓰지 말고 미리 연습이나 합시다. 이부는 연기력이 달리는 편이니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서 수신호를 정해둘까요.’
이후로 니르의 사촌 여동생 연기를 하며 수신호를 외우는 등 피곤한 시간을 보냈다.
거울에 비친 오드아이가 피로를 안고 깜빡였다.
“니르겐은 눈이 빨간색이지…….”
그럼 나도 혈육처럼 보이게 검은 머리에 붉은색 눈으로 변장을 할까. 잠깐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검은 머리에 붉은 눈은 대표적인 마녀의 생김새였다. 니르는 그나마 남자라서 괜찮지만, 내가 그 모양으로 다니면 오히려 더 의심을 살지도 몰랐다.
“갈색 머리에 분홍색 눈, 정도가 좋겠지.”
눈은 영혼의 창. 눈 색을 바꾸는 데는 유달리 많은 마력이 소모되었다.
이틀 밤을 쉬었으나 마력은 그리 많이 회복되지 못했다. 일단은 머리 색만 바꾸고, 왼쪽 눈은 손수건이나 붕대로 가리고 다니는 게 낫겠다.
나는 적당한 것이 있나 방 안을 뒤적이다가 하얀 안대를 찾아냈다.
“이건 좀 눈에 띄려나…….”
“아이고, 나리들 오셨습니까요!”
그때 바깥에서 어수선한 소리가 들렸다. 나는 의아하게 밖을 내다봤다가 움찔 놀랐다.
‘성기사단의 정복!’
하얀 제복, 어깨에 수놓아진 눈 결정 문양.
나는 허둥지둥하며 문가로 다가갔다. 숨죽인 채 문에 귀를 대고 바깥의 동향을 살폈다.
저벅저벅.
‘아니, 이쪽으로 오잖아?!’
발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문 앞에서 멈춰 섰다.
“열어라.”
그리고 문이 열렸다.
***
여관 주인은, 숙박객 리스트를 검토하는 기사들을 보며 진땀을 흘렸다. 대체 무슨 일이냐는 여관 주인의 질문에 기사는 같은 말만 반복했다.
“마녀가 근방에서 도주 중이라, 마을의 모든 숙박업소는 다 검문을 받고 있습니다. 마녀를 잡기 위해서니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니면,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아닙니다! 마음껏 뒤지셔도 되니까 우리 대사제님을 해친 그 고얀 마녀를 꼭 좀 잡아주십시오, 나리.”
‘강제로 수색하고 있으면서 협조는 무슨!’이라고 여관 주인은 생각했지만, 겉으로는 협조적으로 미소를 유지했다.
숙박객 리스트를 살피던 기사가 한 곳을 짚었다.
“음, 여기 남녀가 한방을 쓰고 있군?”
대사제를 살해하고 도주 중인, 코튼 캔디의 마지막 정황은 남자와 한 쌍으로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리하센 영지민의 증언을 토대로 대신전에서는 ‘사특한 마녀가 남자를 홀려서 조종하는 중’이라고 공포했다.
기사의 의심스러운 눈빛을 마주한 여관 주인이 조속히 변명했다.
“아, 예. 남녀라고 쓰긴 했는데 부녀거나, 삼촌 조카 사이일 겁니다. 여자애가 4살 정도 되어 보였거든요.”
“언제 들어왔지?”
“이틀 정도 되었습니다.”
“이틀이라. 숙박객들의 이름은?”
“아, 그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 저희가 일일이 신원을 조회하고 손님을 받지는 않아서요.”
“흠… 좋다. 직접 살펴봐야겠군.”
“하하,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여관 주인은 순종적으로 고개를 조아렸으나, 거짓을 말한 턱은 작게 떨리고 있었다.
일일이 손님들의 신원 조회를 하지 않는 건 사실이지만, 그 방에 머무는 사람들의 신원은 명확히 알고 있었다.
‘이 일을 어떡합니까, 길드장님!’
여관 주인은 밤부스의 숲 길드원이며, 그 방에 머무는 건 그들의 길드장이었으니까.
심지어 지금 수배 중인 코튼 캔디는 그간 밤부스의 숲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길드장이 손님과 정분난 게 아니냐고 수군거림을 불러왔던, 그 소문의 주인공이었다.
‘여자가 머물기 편한 방 하나. 큰 창문이 있는 곳. 양옆 방은 비워두고. 여기에 우리가 숙박한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해. 이유는 묻지 말고.’
이틀 전, 대사제의 사망과 마녀의 수배령으로 할스테리어가 쑥대밭이 되었던 날. 대뜸 길드장이 누군지도 모를 여자애를 안고 찾아와서 숙박하겠다고 말한 순간부터 불안감을 느꼈다.
‘설마 길드장님이 마녀를 숨기고 계신 건 아니겠지.’
여관 주인은 니르겐의 품에 파묻혀 있던 외간 여자애를, 그 애가 덮어쓴 로브 사이로 삐져나왔던 앙증맞은 손을 떠올렸다.
만약 그 아이가 마녀라면, 자신은 마녀를 숨겨준 게 된다.
‘제발, 길드장님……!’
늘 물밑으로 기절초풍할 사건을 몰고 다니는 길드장이지만, 조금쯤은 정도를 알기를. 여관 주인이자 길드원인 로지는 마음속으로 빌며 기사들의 질문을 받았다.
이내 그에게서 마스터키를 받아낸 기사들이 여관방을 하나씩 확인하기 시작했다. 일사불란 움직이는 기사들의 손길 사이에서, 일은 빠르게 진행됐다.
하필 가장 계급이 높아 보이는 기사가 길드장의 방 앞에 섰다.
다행히도 원흉인 길드장은 외출 중이지만, 여자애는 안에 혼자 있을 것이다.
기사가 열쇠로 문을 따는 걸 보며, 여관 주인은 옆에서 초조한 얼굴로 식은땀을 흘렸다.
벌컥!
“이런, 놀라게 했구나.”
‘……어?’
거기에 있는 것은 치즈빵 같은 뺨과 봄꽃같이 유순한 분홍색 눈을 가진, 인형처럼 사랑스러운 여자애였다.
갑자기 들이닥친 기사들의 방문에 놀란 듯 바닥에 주저앉았던 아이가 어물어물 입을 열었다.
“괘, 개차나요.”
그 무해한 혀짤배기소리를 들으며 잠깐 경계심을 내려놓던 여관 주인은, 한 박자 늦게 그 아이의 한쪽 눈을 가린 안대를 발견했다.
여관 주인의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눈을 다친… 거겠지?’
그가 눈을 굴려 성기사의 눈치를 살폈다. 잠깐 귀여운 외양에 정신이 팔려 아이를 일으켜주던 기사도, 이내 이상함을 눈치챈 듯 미간을 좁혔다.
“그건 왜 쓴 거지?”
“다, 다쳐서…….”
“잠깐 벗어볼 수 있겠니.”
“아…….”
아이의 얼굴에 당황이 서렸다. 여관 주인은 기사의 뒤에서 홀로 내적 비명을 질렀다.
‘안 돼!’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기사 또한 이상함을 감지했는지, 굳은 얼굴로 아이의 안대에 손을 뻗었다.
“실례하겠다.”
여관 주인은 이어질 수라장을 예견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이런, 미안하구나.”
날 선 눈으로 여관을 돌아다니던 성기사가 낸 다정한 목소리에, 여관 주인은 의아해하며 눈을 떴다.
안대를 치운 곳에는, 오른쪽 눈과 같은 분홍색 눈동자가 있었다.
마녀의 증표인 붉은 눈도, 수배서에 그려진 오드아이도 아니었다.
“개, 갠찮아요.”
이번에도 아이는 순하게 대답했다. 여관 주인은 눈물을 머금고 내심 감격했다.
‘마녀가 아니었어……!’
그냥 안대를 낀, 사랑스러운 어린아이였다. 길드장의 혼외자인지, 할스테리어로 밀항한 타국 역적의 딸인지는 모르겠지만, 전부 대환영이었다.
‘마녀만 아니라면 뭔들!’
다른 방을 수색하던 기사들도 하나둘 돌아와 보고했다.
“모든 방을 수색했으나 마녀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다음 건물로 갈까요?”
“음, 그래야겠군.”
대화를 듣던 여관 주인과 이브엔나가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이브엔나의 관자놀이에는 진땀까지 맺혀 있었다.
‘다행이야, 눈 색을 바꾸는 건 오래 유지할 수 없어서 버거웠는데.’
그런데 기사가 느른한 시선으로 방 안을 훑었다.
“그런데 아이 혼자로군.”
“아, 오, 오빠는 자깐 나가써요.”
“그런가.”
말을 들은 기사가 이브엔나를 잠깐 살피더니 의자를 당겨와 앉았다.
“그럼 나는 여기서 네 오빠가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
“아…….”
이브엔나의 변조된 분홍색 눈이 커다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