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54)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151)화(154/207)
교황 성하께서 마녀를 변호하는 이유가, 엄마 때문은 아니겠지.
20대 초반의 젊은 남녀가 서로에게 붙인 작은 불씨 같은 사랑이라 여겼는데, 아니었던 걸까.
내 엄마 아빠가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떨리는 마음으로 지켜볼 때는 참 행복했었는데. 그 풋내 나는 첫사랑을 시작하던 연인을 갈라놓은 것이 아프고 미안했다.
‘하지만 교황 성하가 사랑하는 여자를 찾기 위해서 마녀의 변호를 서는 건 권력 남용 아닌가?’
마음이 아프지만, 그런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아빠를 따라 대신전에 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아빠는 약속한 말을 지키시겠지만, 사제들에게 둘러싸여 심문받는 건 상상만 해도 목덜미가 싸늘해졌다.
“린제나 그레인저님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니까요.”
“모르는 사람에게 경칭을 붙이나?”
일정한 속도로 뒷걸음질 치던 내 발이 잠깐 멈칫했다.
아무리 그래도 엄마 이름을 막 부르기는 조금 그래서… 실수했나?
“붙일 수도… 있지 않나요?”
“글쎄.”
“전 정말로 그분을 몰라요.”
나는 앵무새같이 같은 말만 반복했다. 사랑해 마지않는 아빠께서 내 눈을 빤히 들여다본다. 사람의 영혼을 꿰뚫는 듯한 예리한 눈빛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래?”
어째서일까. 신이 이 땅에 내리셨다는 태양의 입가에, 성자에겐 어울리지 않는 삐뚜름한 미소가 걸쳐지는 건.
“대신전에서 마주 앉아 대화해보면 떠오르는 게 있을지도 모르지.”
“……!”
차갑게 깔리는 목소리에 나는 흠칫 얼어붙었다.
‘설마 나를 대신전에 억지로 끌고 가 심문이라도 하시려는 건…….’
관자놀이를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낯선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 마주한 아빠는 내가 알던 아빠와 다른 사람 같았다. 멋있고 위엄 있으신 건 여전했지만, 몇 배는 더 크고 무섭게 느껴졌다.
사자를 앞에 둔 초식 동물의 마음이 이럴까. 나는 압박감을 느끼며 주춤주춤 뒷걸음질 쳤으나….
투둑.
발에 걸리는 불길한 감촉에 흠칫 얼어붙었다.
등 뒤는 낭떠러지였다. 아래에는 니르겐과 떠나기로 한 지하 수로가 있었으나, 수로로 내려가는 길은 다리 건너 반대편에나 있었다.
아빠는 몇 걸음을 남겨둔 채로 나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압박할 필요도 없다는 뜻이겠지.
‘완전히 독 안에 든 쥐 신세야.’
이대로 끝인 걸까….
그렇게 생각한 순간, 머릿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울렸다.
[머리 숙여.]‘이 목소리는… 에코?’
무언가를 판단할 여유가 없어, 나는 지령대로 곧장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허공에서 평평한 회색 원반이 날아왔다. 머리를 겨냥해서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비행 물체의 등장에, 아빠 또한 빠르게 고개를 숙였다.
급습의 보람도 없이 부드럽게 공격을 피한 성 에퀴테스는 원반이 날아온 방향을 찾아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 순간, 다시 목소리가 울렸다.
[사랑과 부메랑이 왜 무서운지 알아?]사랑과 부메랑? 무슨 소리지?
의아해할 시간도 없이, 단단한 것이 뒤꿈치를 쳤다.
나는 얼떨결에 뒤로 기우뚱 넘어졌다. 그리고 직후에 내가 넘어진 곳이 방금 날아갔던 원반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헉, 돌아오는 거구나.”
깨닫기 무섭게 원반이 뒤로 날아들기 시작했다.
아빠가 곧장 나를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의 앞으로 갑자기 폭발물이 날아들었다. 그 짧은 몇 초 사이, 아빠는 폭발물과 나를 번갈아 보며 가늠했다. 저것들이 땅에 불을 지를 경우, 내가 온전히 생존할 확률 같은 것들을 계산하시는 것 같았다.
그러고는 나를 잡는 대신 칼을 빼 들고 폭발물을 향해 검기를 날려 보냈다.
쾅! 쾅! 펑펑!
한순간에 벌집이 되어가는 땅을, 나는 원반 위에서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나를 태운 원반은 정확히 지하 수로를 향해 날아갔다. 다리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전,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원반에서 내려가면 오른쪽 길로만 걸어. 그쪽에는 기사들이 없어.]내 몸이 움찔 떨렸다.
연기와 불길에 휩싸인 땅, 유일하게 높은 건물 지붕 위에서 흐릿하게 에코의 옆모습이 보였다.
‘잘 지내고 있었구나.’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다. 에코는 내가 누군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 기색인데, 왜 나를 도와주는지는 모르겠지만.
‘잠깐, 그러면 기사들을 길거리에 묶어 놓은 것도 설마 에코의 소행인가?’
제국 정예군을 그녀가 무력으로 이길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머릿속으로 말을 거는 그녀의 비범한 특질과 각종 재주를 생각하면, 백날 마수 전쟁을 위해 육체만 단련해온 성기사들을 속여 넘기는 것쯤은 가능할지도 모른다.
“고, 고맙습니다…….”
연기 속에서 얼핏 에코가 나를 향해 웃어 보인 것도 같았다.
다시금 아빠를 향해 신나게 각종 병기를 투척하는 에코와 검기를 날리는 아빠의 모습이 잠깐 보였다가, 새롭게 터진 폭발과 연기 사이로 아련하게 멀어졌다.
‘둘 다, 적당히 하기를…….’
물론 우리 아빠가 고작 폭발물에 다칠 리는 없겠지만, 예전에 엄마와 혈투를 벌이실 때를 생각하면 마법사의 급습에는 면역이 별로 없으신 듯해서 걱정되었다. 간신히 전쟁통에서 무사히 돌아오신 교황 성하가 민가에서 다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텐데.
에코는 멀리 떨어져서 무기를 투척하기만 하는 듯해 보였으니, 아마 괜찮겠지…….
‘두 사람이 다치지 않게 해주세요.’
습관적으로 하늘에 계실 성신께 기도를 올리려다가, 두 사람 중 하나가 마법사인 것을 떠올리고 되는대로 하늘에서 날고 계실 우리 엄마에게 기도를 드렸다.
***
가진 폭발물을 죄다 던진 에코는 연기 속에서 날아온 검기에 화들짝 놀랐다. 아슬아슬하게 고개를 숙여서 검기를 피하려 하자, 때마침 발밑에 공간 이동진이 생겼다.
그대로 추락해 공간 이동진을 넘어가니 다리 너머의 다른 지붕 위였다. 지붕에 착지한 에코의 시야에 익숙한 휠체어가 들어왔다.
[고마워, 알비스.]에코는 지붕에 털썩 주저앉아 다리 너머를 바라보았다. 피어나는 연기 사이로, 뛰어다니는 작은 인영을 발견한 에코의 입가가 씰룩거렸다.
[크히히힛! 저 녀석 봐. 닭 쫓던 개 꼴이네.]“…에코.”
[웅?]“뺨에 피.”
알비스의 말을 들은 에코가 의아하게 뺨을 훔쳤다. 손바닥에 흥건한 피를 발견한 에코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아드레날린 때문에 인지하지 못했던 고통이 뒤늦게 뺨을 덮쳤다.
[흐억?! 분명 피했는데? 이게 뭐야, 아프잖아!]방금까지 교황을 따돌리고 시시덕거리던 에코가 순식간에 울상이 되었다. 그녀의 금색 눈이 다리 건너편을 세모나게 노려보았다.
[괴물 같은 자식! 검기에 스친 것도 아니고 그 근처에 있었다고 이렇게 되냐. 와씨, 하마터면 골로 갈 뻔했네.]“그래, 정말 위험했어.”
알비스의 고요한 시선이 에코를 향했다. 에코는 어물쩍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리며 꿍얼거렸다.
[잔소리하지 마.]“별말 안 했는데.”
[눈빛으로 하는 것도 금지.]“……”
알비스가 말없이 다가와 에코의 뺨에 약초와 헝겊을 붙여 지혈해주었다. 에코는 어깨를 으쓱하며 지하 수로를 내려다보았다.
[흐응, 그래도 이만큼 떨어뜨려 놨으면 이 뒤는 알아서 하겠지.]“…왜 도와준 거야?”
알비스도 에코를 따라 시선을 지하 수로로 내리며 물었다.
“괜히 마녀의 짓이라는 신전의 주장만 강화될 텐데.”
[굳이 내가 안 끼어들었어도 이미 마녀가 대사제를 죽였다고 확신하던걸, 뭐. 그리고 무엇보다….]에코가 지붕에서 일어나며 기지개를 켰다.
[재밌잖아, 으히힛.]“…….”
무덤덤한 쌍둥이 자매의 눈썹이 꿈틀하자, 에코가 빠르게 딴청을 부렸다. 알비스는 한숨을 쉬며 원반이 사라진 방향을 돌아보았다.
“마력이.”
[응?]“마력이 느껴지지 않았어? 그 여자….”
[엥, 그랬나.]“응, 금방 사라질 것처럼 아주 희미한 기운이었지만….”
알비스의 말에 에코가 갸웃했다.
[그래? 난 못 느꼈는데.]“에코는 은근히 둔하니까….”
[흐음, 마도구라도 가지고 있었나?]에코는 담백하게 말하고 발을 옮겼다.
[자자, 이제 그만 우리의 오래된 숙원 사업이나 처리하러 가자고. 겨우 대마녀 캔디님이 불러내 주셨는데. 이러다간 또 목표물을 놓쳐버리겠어.]“…응.”
알비스는 에코의 뒤를 따라가면서도 지하 수로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온 대륙을 떠들썩하게 만든 현상범의 마지막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닮았었어.’
오드아이뿐만 아니라, 얼굴도 묘하게 닮았다. 그런 특이한 조합이 흔할까, 잠깐 생각했지만.
그들이 아는 오드아이 꼬마는 그냥 지나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가끔 황성을 훔쳐보고 오는 스토커들의 말에 따르면, 그 아이는 황성에 잘 있다고 하니까.
‘신기한 우연이네.’
한 번 더 지하 수로를 살피던 알비스는 에코의 재촉에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