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55)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152)화(155/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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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반은 나를 지하 수로로 데려다주었다.
에코의 말대로 수로의 오른쪽 길로 건너가 쭉 걸으니, 기사들과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쏴아아, 물소리를 들으며 어두컴컴한 다리 아래를 한참 걸었다. 마력이 동나서 자꾸만 졸음이 몰려왔다. 뺨을 때려 가며 억지로 발을 질질 끌어서 간신히 해가 지기 전에 뱃길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해가 지면 배가 올 거야.’
서쪽 하늘은 어느새 황금색 노을로 물들고 있었다. 조금만 더 버티면, 니르겐이 이쪽으로 올 것이다.
‘이크, 사람이다.’
반대편 길에서 키가 큰 남자 몇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까진 몸을 숨기고 있는 것이 낫겠다.
이 난민촌에서는 어린아이들도 아무렇지 않게 범죄를 저지르려 들었다. 치안의 사각지대인 만큼 무서운 사람들이 많아서 몸을 사릴 필요가 있었다.
나는 다급하게 주변을 살피다가 한쪽에 버려진 짐차를 발견했다. 낡은 짐차 뒤로 숨어서 바닥난 마력으로 겨우 마법을 풀었다. 작아진 몸이 짐차 뒤에 가까스로 가려졌다.
가까워지는 발소리가 들렸다. 나는 왼쪽 눈을 가리고 귀를 쫑긋 세웠다. 혹시 니르겐이 온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린애 모습이니까, 마녀라고 바로 눈치채진 못하겠지.’
나는 조심스럽게 짐차 바깥으로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그 순간, 눈이 마주쳤다.
“어, 꼬마 하나가 나와 있잖아.”
북부에선 보기 드물게 간편한 차림새를 한, 한쪽 눈에 길게 상처가 있는 밀색 머리 남자.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나는 당황해서 짐차 뒤로 다시 숨었다.
입을 막은 내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뭐, 뭐지.’
낯선 남자에게서, 마력의 기운이 느껴졌다.
‘에코와 함께 온 마탑 식구 중 하나인가? 하지만 처음 보는 얼굴인데.’
뚜벅, 뚜벅.
그러는 사이에도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다, 다가오잖아!’
나는 황급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뒤는 수로, 옆은 벽. 빠져나갈 길이 보이지 않았다.
‘수, 숨으면 오히려 이상해 보일 거야. 나는 지금 평범한 어린애 모습이고. 의심을 사더라도 같은 마법사라면, 적대적이지는 않을…….’
그래, 밝게 인사하고 잘 해명해보자. 마탑에서 만난 마법사들은 모두 친절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뒤를 돌아봤을 때였다.
“아, 어떻게 깬 거지? 조금만 더 늦게 왔으면 하나를 놓칠 뻔했어.”
차가운 감촉이 머리 위에 닿았다. 고개를 들자, 밀색 머리 남자와 그의 팔에 달린 회색 의수가 보였다.
“뭐, 뭐를….”
어디서도 느껴보지 못한 기이한 감각. 몸 안에 있는 마력이 남자가 닿은 곳으로 빨려 나가고 있었다. 순식간에 정신이 아득히 멀어졌다.
가물가물한 시야 사이로 남자가 손을 드는 게 보였다. 장갑을 낀 의수, 그 안에 쥐어진 새하얀 돌.
그 돌을 본 기억이 있었다.
‘마방석은 하얄수록 능력이 강하지. 실수로 건드리지 않게 조심해. 마법사에겐 저주나 다름없는 돌이니까.’
‘마력의 자생능력이 너무 강한 나머지, 임신하면 아기를 공격해버리거든. 그래서 임신한 마법사들은 아기를 지키기 위해 마방석으로 마력을 전부 뽑아내는 거야.’
“아…….”
바닥이 느릿느릿 다가왔다. 그대로 고꾸라지려는 나를 남자가 안아 들어 짐차에 실었다.
너른 짐칸에는 정신을 잃은 아이들이 수화물처럼 쌓여 있었다. 차림새를 보니 모두 귀족 아이들 같았다.
‘납치범인가? 아니면, 인신매매?’
설마 여기 있는 아이들도 나처럼 마력을 빼앗겨서 기절한 건가.
‘마력이 있는 아이들을 골라서 납치한다고? …무슨 목적으로?’
“꾸으…….”
불안감에 심장이 쿵쾅거리는데도 마력을 잃은 몸이 자꾸만 아래로 허물어졌다.
‘잠들면, 잠들면 안 돼, 도망쳐야…….’
해가 지면 니르겐과 함께 배를 타고 퀴에스로 떠나기로 했는데.
이대로 잠들면, 황성에 있는 내 분신도 사라져버릴 텐데…….
기절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렸으나, 의지만으로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나는 견디지 못하고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