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56)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152-1)화(156/207)
6. 진짜가 왔다.
같은 시각, 예하드 제국의 황성.
하얀색 잠옷 원피스를 입은 아이가 방 안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귀 아래까지 오는 분홍 머리를 작은 손으로 쥐어뜯으면서 초조하게 중얼거렸다.
“전보를 보낸 지가 언젠데, 왜 아직도 소식이 없어…….”
온 대륙을 뒤덮은 할스테리어의 불길한 소문은 그녀가 있는 제국의 황실까지도 닿았다.
<대마녀 캔디, 대사제를 시해하다!>
그건 밤부스의 숲에서 수상한 길드장이 즉석에서 지어준 그녀의 가명과 같았다.
“대체 어떻게 처리하면 일이 이 지경이 되지?”
자기 자신의 일인데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 이름은 이브엔나.
…의 분신이지만 아무튼.
분신이라고 본체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몸이 두 개로 나누어졌다는 느낌이랄까.
기억도 지능도 그대로, 생각하는 것도 같다. 단지 마력이 십분의 일이 되어서 불편한 게 좀 더 많을 뿐. 그대로 나라는 느낌이었다. 한 시대에 내 몸이 동시에 하나 더 존재하는 감각이랄까. 마법이 풀리면 경험과 기억도 하나로 합쳐지니까.
이브엔나가 길드와 계약 후 재정비를 위해 황성에 들렀던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대마녀 캔디’가 할스테리어에 있는 이브엔나를 말하는 것인지조차 알지 못했겠지.
이 마법의 원리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마력이 자꾸 깜빡거리는 걸 보면, 할스테리어가 엄청난 소동에 휘말린 것은 분명하다. 힘들겠지. 대사제를 죽인 범인으로 몰려서, 온 나라가 캔디를 쫓느라 혈안이 되어 있으니.
‘하지만 이 황실도 만만치 않아!’
나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근 한 달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발악했다. 그러나 더 이상 사태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지금 이 황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본래의 십분의 일밖에 안 되는 마력을 가진 분신이 감당할 사건이 아니었다.
그래서 5일 전, 위험을 감수하고 몰래 황성을 벗어나 할스테리어로 다음과 같은 구조요청을 보낸 것이다.
[빠른귀환요망!진짜가 왔다, 조심]
그 말대로, 이 황실에 ‘진짜’가 왔다.
내가 사칭하던 신탁의 주인공.
‘인세에 신의 아이가 나타날 것이다’에서 신의 아이를 맡고 있는 그 소녀.
성신의 힘을 받은, 진짜 성녀가!
태양궁 건너편의 만월궁에 있을 그 아이를 떠올리자, 이해할 수 없는 미스터리를 마주할 때처럼 등골이 오싹해졌다.
“헉.”
그때, 별안간 내 몸이 아래로 허물어졌다.
‘왜…….’
본체로부터 받던 실낱같은 마력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할스테리어의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나는 바닥을 헤집으며 필사적으로 몸을 지탱했다.
“안 돼.”
지금 사라지면 정말로 곤란했다.
나는 헐떡이며 창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창문 너머, 건너편 성에 있을 소피아 이노센트를.
“대체 뭐야…….”
이런 상황까지도 내 머릿속은 의문으로 가득했다.
‘어떻게 이 시대, 이 황궁에… 4년 뒤에나 태어날 소피아가 나타난 거야.’
모든 일의 시작은… 그래, 지금으로부터 3주 전.
내 본체가 할스테리어로 떠난 지 닷새가 되는 날이었다.
***
3주 전, 예하드 제국의 황실.
황실의 귀한 막내 황녀가 기거하는 한설궁에, 대낮부터 시끄러운 비명이 울렸다.
“꺄아아아악!”
늘 침착하신 막내 황녀님의 찢어지는 비명에 성의 식솔들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괜찮으십니까, 전하!”
“무, 무슨 일입니까!”
그러자 비올라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창문을 가리켰다.
“가, 갑자기 괴한이 나타나서, 저쪽으로.”
낮잠을 자던 비올라가 문득 인기척을 느껴서 눈을 뜨니, 정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남자가 그녀의 방 가운데에 서 있었다는 게 그녀의 주장이었다.
비올라가 비명을 지르자 그 괴한은 날렵한 움직임으로 창문을 넘어 도주했다고 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황녀 전하. 저희가 당장 그자를 체포하겠습니다!”
성기사들은 일사불란하게 흩어져 괴한을 추적했다. 용맹하게 달려 나가는 기사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의아하게 중얼거렸다.
“이 한설궁에 어떻게 침입한 거지?”
황녀님 앞에서는 믿음직스럽게 호언했지만,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다.
예하드 제국의 황궁은 절대 허술하지 않다.
높다란 성벽 안에 하인들이 생활하는 외성과 황족들이 생활하는 내성이, 그 가운데 드넓은 정원이 있었다. 성안에 들어와서 보면 탁 트인 공간이지만, 밖에서 보면 마치 요새처럼 보이는 구조다. 각 건물이 마치 오르간의 파이프처럼 연결되어 있어 이곳 한설궁까지 당도하려면 수많은 건물과 기사들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구도다.
그런데 그 많은 벽을 넘으며, 한 명의 하인도 마주치지 않고 쥐도 새도 모르게 내성에 침입했다니?
사람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비슷한 일이 딱 한 번 있었죠.”
기사들은 동시에 같은 기억을 떠올렸다.
황실의 보물, 나아가 제국의 보물인 성녀님이 나타났던 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