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62)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158)화(162/207)
요란한 울음소리에 다들 깜짝 놀라 달려왔다. 어른들은 넘어진 아이를 일으키고 하인을 시켜 닦을 것을 가져오게 했다.
“괜찮으세요, 소피아님?”
린다 유모는 진흙으로 본인의 옷이 더러워지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무릎을 굽혀 소피아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 소피아의 까만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코가 빨갛게 물들도록 서럽게 울먹이면서 나를 돌아보았다.
“미, 미, 미아내, 이부.”
“응?”
“내, 내가 잘못, 으흐흑!”
“……?”
나는 영문을 알 수 없어 어리둥절하게 눈만 깜빡였다. 무슨 일이냐는 어른들의 물음에 소피아가 홀로 진술에 나섰다.
“끅, 그냥, 이부눈 소피가 맘에 안 드럿나 봐.”
이부가 소피를 밀쳤다는 주장에 사람들이 동시에 나를 돌아봤다. 한꺼번에 몰린 시선에 나는 흠칫 놀라 고개를 숙였다.
항변하지 않는 내게 소피아의 시녀가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브님, 소피아님의 말씀이 사실인가요?”
그 말을 듣자 뒤늦게 상황 파악이 되었다.
‘…내가 소피아를 밀쳤냐고?’
분명 손끝만 살짝 닿았던 것 같은데. 그러나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시녀들의 수선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다친 데는 없으세요, 소피아님?”
“이런, 손바닥이 까지셨어.”
걱정을 한 몸에 받게 된 소피아는 촉촉해진 은빛 속눈썹을 깜빡이며 속삭였다.
“괘, 괜차나. 소피는 다치는 거, 익숙하니까…….”
말하기 무섭게 아이의 손에서 금빛 권능이 일렁였다. 순식간에 상처가 사라지고 원래의 뽀얀 피부로 돌아왔다.
신성이 발하는 잠깐의 시간 동안 사람들의 눈이 경탄이 서렸다.
“와아…….”
더 어린 시절 이브엔나가 치유의 권능을 쓰는 것을 봤기에, 태양궁 식구들은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아기 성녀를 처음 모시게 된 만월궁 시녀들의 얼굴에는 자부심과 경이가 가득했다.
“소피는 금방 나을 쑤 있으니까, 다쳐도 괜차나.”
사람들의 눈을 순식간에 사로잡아놓고, 소피아는 자신의 대단함을 알지도 못하는 것처럼 처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티만, 리뻬 저나가 소피한테 실망하시면 어쩌지?”
“소피아님…….”
놀라운 기적을 행해 놓고도 풀이 죽은 어린 성녀. 그 안타까운 모습에 린다 유모마저 동요했다.
“세상에 다쳐도 괜찮은 사람은 없어요, 소피아님.”
“맞아요. 아무리 치유할 수 있어도 아픔은 느끼시잖아요.”
“리벨리우스 전하도 원피스보다는 당연히 소피아님을 더 걱정하실 거예요.”
“다들, 꼬, 고마어, 히윽…….”
사람들의 따뜻한 위로가 소피아의 얼굴에서 조금씩 슬픔의 기색을 몰아낸다. 격려 속에서 간신히 울음을 그친 소피아가 훌쩍이며 나를 돌아봤다.
“이부.”
코와 눈가를 빨갛게 물들인 소피아가 내게 손을 뻗었다.
“소피가 머 잘모태써? 소피가 미아내.”
“어?”
“소피는 다쳐도 갠차느니까, 아프로도 소피랑 노라주면 안 대?”
나는 눈을 깜빡이며 주변을 살폈다. 그 순간 우리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얼굴에 담긴 감정들이 선명하게 읽혔다.
소피아가 선뜻 내민 화해의 손길에 대한 감격과 경탄. 그리고 나를 향한 약간의 실망, 또는 너그러운 이해를.
뒤통수가 얼얼했다. 역전된 나이가 무색하게도,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나는 여전히 동생의 출연에 질투를 느끼는 첫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
나는 소피아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내게 뻗어진 작고 하얀 손바닥을. 이 손을 잡으면 내가 소피아를 밀쳤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그 이후는…….
여리고 너그러운 성녀 소피아. 그리고 그런 소피아의 자비에도 불구하고 질투로 미쳐버려 그 아이의 모든 것을 탐하는 마녀 이브엔나.
어린 시절의 사소한 사건들이 차곡차곡 쌓여 미래의 인상을 결정짓게 될 것이다. 정신을 차리면 항상 악역이 되어 있던 날들이 떠올랐다. 왜 소피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나를 싫어하게 되었었는지, 그 모든 맥락이.
“나, 나는…….”
혼란스러운 기분으로 주변을 돌아보았으나 사람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나를 향한 강렬한 시선만이 느껴졌다. 숨이 턱 막히고 심장이 조여들었다.
‘아니라고 해명해도 어차피 안 믿어줄 거야.’
소피아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믿어줬던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부정해 보았자 못된 아이가 되는 건 오히려 내 쪽이다. 이럴 때는 그냥 순순히…….
“쟤 거짓말하는 거야.”
그래, 거짓말하는 거라고 말해야….
‘응, 뭐라고?’
나는 정신을 차리고 소리가 들린 곳을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어디서 등장했는지 모를 요한이 숨을 헐떡이며 서 있었다. 어쩐지 머리에 나뭇잎 몇 장을 매달고.
소피아가 요한을 보고 입을 벙긋거렸다.
“바, 방금 머라구?”
간신히 호흡을 정리한 요한이 나를 흘긋 돌아보았다. 그리고 재차 소피아를 가리키더니 말했다.
“저 여자애가 거짓말하는 거라고.”
“그게 무슨…….”
갑작스러운 고발에 어른들이 의아해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때 요한의 뒤에서 누군가가 또 달려왔다.
“거짓말이에요, 거짓말!”
황성에 괴한이 나타난 사건 이후로 두문불출하던 히룬 웨니아였다. 그 애의 머리카락 또한 나뭇잎 몇 장이 달려 있었다. 나는 얼떨떨하게 눈을 깜빡였다.
‘어디서 나타난 거지?’
히룬은 폐가 아픈지 몸을 웅크리고 헥헥거리다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소피아를 가리키며 말했다.
“쟤, 쟤 좀 이상한 애예요.”
“갑자기 나타나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요, 히룬 공자?”
“허억, 처음부터 전부 다 봤어요. 저 여자애가….”
히룬이 소피아를 가리키며 비장하게 외쳤다.
“서리새를 잡아 죽이는 현장을!”
***
지난 며칠간은 이브엔나에게 이해할 수 없고 긴장되는 나날이었다. 그러나 히룬 또한 그녀 못지않게 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날 히룬은 미스터리 추리물의 주인공이 된 기분으로 황궁의 담을 따라 걷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나무 위에 앉은 서리새를 발견했다.
‘헉, 저건 ’성신의 사자‘라 불리는 서리새잖아!’
새를 보는 것은 이브엔나에게 조공을 바치는 것 다음으로 히룬이 사랑하는 취미였다. 그는 품에 넣고 있던 망원경을 꺼내 서리새를 따라갔다. 그리고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서리새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러다 충격적인 장면을 마주치고 말았다.
그 끔찍한 살조 사건을.
기이한 힘으로 번개처럼 새를 낚아챈 소녀는 순식간에 새의 목숨을 앗아갔다.
경악한 히룬은 자신의 호위 기사에게 살조마를 쫓게 하고, 계속해서 망원경으로 소피아를 관찰했다. 범인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러다 목격했다. 소녀가 길목에 새의 시신을 버려두고 기다리다가 사람들이 새를 발견하자 불쑥 나타나 되살리는 광경을.
히룬은 그날 저녁 어머니께 달려가 목격한 사건을 말했다. 그랬다가 그 소녀가 성녀로 추대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네가 뭔가 잘못 본 거겠지. 성녀님께서 그런 짓을 하실 리가 있니?’
어머니는 괜히 경삿날 분위기 흐리지 말고 얌전히 있으라고 달랬지만, 살조마가 성녀라니 믿을 수 없었다.
‘비열한 속임수를 쓴 게 분명해!’
히룬은 진정하고 침착하게 머리를 굴렸다. 우선 자신을 믿고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요한을 찾아갔다.
‘저건 성녀가 아니야.’
‘갑자기 무슨…….’
‘그 위험 분자를 우리 이브님에게서 떨어뜨려 놔야 해. 내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단 말이야!’
히룬은 요한에게 자신이 본 것을 모두 털어놓았다.
그 뒤로 요한과 함께 소피아를 감시하는 미션, ‘이브엔나 절대 지켜 성녀 수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러다가 목격하고 만 것이다.
소피아가 자기 혼자 나자빠지고 이브엔나에게 누명을 씌우는 지독한 현장을!
***
“이브님은 저 여자애가 개구리를 압살하려 들어서 말리려고 했던 것뿐이에요.”
히룬은 다급하게, 하지만 똑 부러지는 목소리로 꾸밈없이 진술했다.
“저희가 똑똑히 봤어요. 그렇지, 요한!”
“응.”
요한은 히룬처럼 요란하지는 않았지만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를 듣던 소피아가 발끈한 얼굴로 끼어들었다.
“거짓말쟁이는 쨰네야! 소피는 안 그래떠!”
사람들은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반신반의하는 얼굴이었다. 그때 린다 유모가 내게 눈높이를 맞추고 물었다.
“아기님, 공자님들의 말이 사실인가요?”
“어?”
나는 움찔하며 주변을 돌아봤다가 순간 요한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그 애가 나를 보며 특유의 무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 작은 제스처가 이상하리만치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요한을 따라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열었다.
“응, 나는 소피아를 밀치지 않았어. 개구리가 다칠까 봐 말리려고 했던 것뿐이야.”
“아니이.”
소피아가 답답한 표정으로 주변을 돌아봤다.
“다들 소피를 미찌?”
“어…….”
사람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세 아이가 같은 주장을 한다. 요한과 히룬을 따라온 호위 기사들의 증언 또한 일관적이었다.
황궁 식구들이 소피아를 미래의 나처럼 취급하며 꾸짖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가 기적을 행한 것을 본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지금만큼은 우리 말을 믿는 눈치였다. 게다가 서리새를 잡아 죽이는 걸 봤다는 히룬의 주장에 충격을 받은 사람들도 보였다. 나 또한 그들 중 하나였다.
히룬은 거짓말을 잘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게다가 그의 호위 기사도 옆에서 보았다는 건…….
‘정말로 소피아가 살생을 저질렀다고?’
나는 반신반의하는 얼굴로 소피아를 돌아보았다. 상황이 불리하게 흘러가는 것을 느꼈는지, 소피아는 초조하게 눈을 굴렸다. 그러다 문득 괴롭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헉, 헉…….”
소피아가 별안간 한쪽 가슴을 부여잡고 바닥에 풀썩 무너졌다. 그리고 과호흡이 온 것처럼 거칠게 숨을 헐떡였다.
“흐윽, 갑짜기 심장이…….”
“소피아님!”
시녀들이 놀라 소피아에게 달려갔다. 소피아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일련의 사건은 내게 깨달음을 주었다.
‘소피아는 제정신이 아니야.’
치유의 성녀인 소피아라면 해로운 목적으로 이 시대에 온 것은 아닐 것이다, 라는 내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다는 깨달음이었다.
‘위험에 대비해야 해.’
그런 생각으로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던 와중, 나는 내 몸에 적게나마 마력을 모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유희 마법으로 만들어낸 분신에게도 마력 코어가 있었구나?!’
분신임에도 이 몸에 마력을 모을 수가 있다. 본체에 비해 턱없이 마력이 적다는 단점을 어느 정도는 상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상치 못한 수확이었다. 나는 며칠간 방에서 열심히 마력을 모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잠든 사이 몰래 마법을 써서 황궁을 빠져나가 ‘밤부스 숲’에 가서 할스테리어로 전보를 보냈다.
[빠른귀환요망!진짜가 왔다, 조심]
소피아가 이 시대에 온 목적은 여전히 알기 힘들었지만, 만약 그녀의 뒤에 마법사가 있다면 분신인 나 혼자서는 해결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가만히 본체가 오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
‘본체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내가 저 정체불명의 성녀로부터 우리 식구들을 지켜야 해.’
그런 사명에 불타며, 나는 밤에 몰래 비밀통로를 타고 소피아가 있는 만월궁에 숨어들었다. 통로에 숨어서 소피아의 침실로 통하는 문 너머로 염탐 마법을 썼다.
“콘도르, 보박.”
소피아의 방에 ‘쥐와 새의 귀’를 설치하며,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소피아, 네 정체가 뭔지 파헤쳐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