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64)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160)화(164/207)
유모와 시종들도 반신반의하는 눈치였지만, 기사들은 발 받침을 가져와 샹들리에를 뒤졌다. 그리고 곧.
“찾았습니다!”
그 속에서 찾아내고 말았다. 반짝이는 샹들리에 조명 속에 감춰져 있던 성물을.
사람들의 시선이 소피아를 향했다. 잠깐 멍하게 성물을 보던 소피아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부정했다.
“소, 소피는 몰라. 소피가 쩌 노픈걸 어떠케 잡아? 이건 누명, 끄, 그래. 소피를 개롭히려구 시녀드리 한 지시야!”
“…무슨 소리세요. 소피아님.”
그때 한 시녀가 입을 열었다. 아까부터 소피아를 열렬히 감싸주던 시녀였다. 시종 온화하던 그녀의 얼굴은 충격과 배신감으로 얼룩져 있었다.
“늘 저희를 침실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셨잖아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문 앞에 호위까지 두셔놓고서… 저희가 소피아님을 괴롭히려고 한 짓이라고요?”
그 대화에 술렁거림이 커졌다.
“이게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일이죠? 시녀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은데.”
“성녀님이 한 일은 아닐 거예요. 성녀님 말씀대로 샹들리에가 저렇게 높은데….”
“방법이 없는 건 아니죠. 발 받침도 있고 저기 쌓기 좋은 물건도 잔뜩 있으니.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성녀님이 성물을….”
“저희는 정말 억울해요. 매일 저녁 시종들을 쫓아내고 일찍 잠자리에 드셨다고요….”
“설마 그때 어린 공자들이 한 증언도 사실인 걸까요. 서리새를 죽였다는….”
“서리새를 죽이고 성물을 훔치는 성녀라는 게 있을 수가 있나요?”
수군거림이 더해갈수록 리벨 삼촌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졌다.
“이, 이럴 리가…….”
그러다 나와 삼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그는 일순 굳었다가, 갑자기 다짐한 듯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뭔가가 이상했어.”
리벨 삼촌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기록에 따르면 죽은 것을 되살리는 기적을 행한 성녀는 아주 희소했다고 하더군.”
“……!”
아까는 기적의 성녀라더니 갑자기?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듯한 몇몇 사람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삼촌은 애써 동요를 숨기며 말을 이었다.
“애초부터 황궁에 괴한이 침입한 지 사흘 만에 성녀가 나타난 게 말이 되지 않았어. 성녀와 성자는 예로부터 신탁의 점지를 받는데, 갑자기 신탁도 없이 찾아올 때부터 이상했네. 여기에…….”
삼촌이 나를 향해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미 신탁의 아이가 있었는데.”
삼촌의 시선을 따라가던 소피아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나 역시 이번에는 소피아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대신 한 발짝 걸음을 옮겼다.
“아, 아기님.”
린다 유모와 시녀들이 나를 가로막으려고 하자, 나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그리고 천천히 소피아에게 다가갔다.
이제야 깨달았다. 소피아가 미래에서와 달리 완벽해 보이지도, 아득히 멀어 보이지도 않았던 이유를.
달라진 건 소피아가 아니라 내 시선이었을 것이다.
나를 마주한 소피아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 모습을 보다가 가만히 물었다.
“이번에도 기절할 거야?”
“이……!”
소피아가 주먹을 꽉 쥐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작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소피아, 나는 네가 알던 그 이브엔나가 아니야.”
“……!”
그러자 나를 노려보던 새까만 눈동자가 작게 흔들렸다. 그 동요가 대답이 되었다.
‘아, 역시.’
미래에서 온 거 맞잖아, 너.
소피아를 지켜보다 보면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나는 확신을 얻고 소피아의 귓가에 속삭였다.
“미래처럼 한심한 꼭두각시 황제를 생각했다면 실수한 거야. 이번에는 네 맘대로 되지 않을걸.”
여기선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 내가 지켜줘야 할 사람들이 있으니까.
용기를 그러모은 위협이 먹혔는지 소피아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집요하게 뒤쫓는 소피아를 시선을 등진 채, 나는 유모의 손을 잡고 만월궁을 나섰다.
***
테이블을 빙 둘러싸고 앉은 히룬과 요한, 아실, 비올라 고모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예상 밖의 내용에 깜짝 놀라 외쳤다.
“소피아가 구금되었다고요?”
감시가 심해질 줄은 알았지만 가둘 줄은 몰랐는데. 내 반문에 고모가 입을 열었다.
“으음, 구금이라기보단 외출 금지 정도지만… 내가 폐하께 따로 말씀드렸거든.”
비올라 고모가 할아버지께 직접 부탁을?
“조금 걸리는 부분이 있어서. 내 방에 괴한이 침입한 지 사흘 만에 성녀가 황궁에 온 것도 그렇고…….”
비올라 고모가 푸른 바다색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곧 15세가 되는 막내 황녀님은 자랄수록 둘째 오빠를 닮아갔다. 교황 성하만큼이나 차분한 인상으로, 그녀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왜 성녀라는 아이가 성물을 훔쳤을까?”
그건 나도 의문스러운 지점이었다. 소피아는 보호의 성물을 이용해서 무엇을 하려고 했던 걸까? 또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니, 아무래도 수사가 끝나는 대로 소피아를 독대해 정보를 캐내야겠다. 이왕이면 본체가 올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는데… 이상하게도 돌아올 기미가 없어서 말이지.
‘전보가 이미 도착하고도 남았을 시간인데 뭘 하느라 소식이 없지?’
내가 갸웃하는 사이 비올라 고모가 반듯한 눈썹을 찌푸리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처음부터 누군가가 그 애를 사주해서 황궁에 보낸 걸까? 하아, 세상이 미쳐 돌아가서 큰일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히룬이 깊이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최저 연령 4세에서 최고 15세 사이의 티파티 멤버들이 각박한 세상을 걱정하며 시름에 잠겼다.
“그나저나 우리 이브, 구금이란 단어도 알아?”
“아.”
소피아가 구금되었다는 소식에 너무 놀란 나머지 고급 어휘를 자연스럽게 쓰고 말았다.
‘요새 너무 아이 행세를 놔버렸나.’
머쓱한 기분에 시선을 피하자, 고모가 작게 웃었다.
“요즘 들어 부쩍 의젓해졌어. 느긋하게 철들어도 좋을 텐데.”
고모의 따뜻한 손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머리에 닿은 온도가 마음까지 덥히는 기분에, 내 볼이 살짝 붉어졌다.
“고모가 소피아를 의심하고 있는지는 몰랐어….”
“고모?”
살짝 높아진 고모의 목소리에 나는 실수를 깨달았다. 아차 하는 기분으로 고개를 들었다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비올라 고모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아, 맞아. 아인 오빠가 입양하였으니까, 나는 우리 이브한테 고모지.”
“…….”
“고모야, 하고 불러보렴.”
“꼬, 모야…….”
당황해서 혀가 꼬였다. 나의 얼빠진 대답에 비올라 고모가 꺄르르 웃었다.
“음, 소피아의 처분에는 이 꼬마 탐정들의 주장이 큰 영향을 미쳤어.”
그녀의 시선이 테이블에 나란히 앉은 히룬과 요한에게 닿았다. 요한의 눈썹이 꿈틀했다.
“꼬마 탐정…….”
“하하, 과찬이세요.”
반면 히룬은 뿌듯하게 가슴을 내밀었다. 같은 호칭으로 묶였는데도 참 다른 반응이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용기를 내서 입을 열었다.
“그때는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말을 못 했지…. 저, 고마웠어.”
두 소년이 동시에 나를 돌아보았다. 히룬은 곧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반면, 좀처럼 들뜨는 일이 없는 요한은 가만히 나를 살피다가 입을 열었다.
“너 말이야.”
“응?”
“다른 사람 도와줄 때는 똑똑하게 말 잘하더니, 자기 일에는 입을 못 떼잖아.”
다른 사람 도와줄 때라니. 혹시 전 교황 성하의 장례식에서 요한의 유산을 슬쩍하려던 방계 혈족의 계략을 폭로한 일을 말하는 걸까?
요한을 도와줄 때는 확실히 말이 술술 나오긴 했다. 그야, 요한은 결백한 어린아이고… 보호받아야 마땅하니까.
‘하지만 내 일이 되면, 그런 확신을 가질 수가 없어서…….’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어쩐지 가라앉는 기분에 고개를 숙였다. 그때 요한이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말했다.
“그러니까 다음부턴 이런 일이 생기면 말해.”
“…어?”
“네가 직접 하기가 힘들면, 다른 사람이 해주면 되잖아.”
그 애가 붉은 눈을 내리깔며 나직하게 말했다.
“너도 그랬으니까.”
“…어….”
나는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어쩐지 목을 타고 열기가 솟는 기분이었다.
‘인정받은 것 같아.’
내 가치를 인정받은 듯한 성취감에 가슴 안쪽까지 뿌듯해졌다.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어머?”
우리를 번갈아 보던 고모의 입에서 흥미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녀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차를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아무튼 우리 이브가 무사히 성물을 되찾아서 다행이야. 음, 소피아가 받은 처벌에는 시기 탓도 있는 것 같지만.”
“…무슨 일이라도 있어?”
“아, 아직 못 들으셨습니까?”
그러더니 히룬이 테이블 위에 신문을 펼쳤다.
‘신문 1면이 수배서네?’
화려한 포상이 눈에 들어왔다.
생포하면 국가를 위험에서 구한 공을 인정해 만금과 작위를 준다니. 세상에, 대체 얼마나 어마어마한 범죄를 저지른 걸까? 나는 흉흉해지는 세상에 내심 떨면서 수배서에 그려진 얼굴을 확인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벌렸다.
백금발에 오드아이를 가진, 스무 살가량의 여자.
‘이건… 나잖아?’
정확히는 본체 쪽의 나였다. 요한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 수배범이 할스테리어의 대사제를 시해했대.”
“……뭐?!”
내가 그런 짓을!
너무 놀라서 나도 모르게 의자를 넘어뜨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올라 고모와 히룬은 내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 끔찍한 마녀는 도주 중이라고 합니다. 국경 밖에서 전쟁을 끝내가던 성녀님의 아버님께서 제국군을 이끌고 지원에 나서셨어요.”
“저, 정말 큰일이잖아.”
제국 제일의 성기사에게 쫓기고 있다니. 나, 괜찮은 거야?
“맞습니다, 정말 희대의 범죄자예요. 성녀님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할스테리어의 대사제님을 시해한 범죄가 각 나라의 상징적인 사제를 위협하는 시도라면… 어쩌면 놈이 성녀님을 노릴지도 모릅니다.”
내가, 나를?
“히룬, 이브에게 대체 무슨 이야기까지 하는 거니? 무서워할 것 없어, 이브. 너는 우리가 반드시 지켜줄 테니까.”
나에게서, 나를?
믿음직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세 사람을 마주하다가, 나는 두려운 눈으로 수배서를 다시 확인해보았다. 뛰어난 솜씨로 꽤 실감 나게 그려진 코튼 캔디, 나의 초상화를. 비명을 지르지 않기 위해서 눈을 질끈 감았다.
‘대체 나는 할스테리어에서 무슨 짓을 저지르고 다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