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65)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161)화(165/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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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얀 잠옷 원피스를 입고 방 안을 서성거렸다. 테이블 위에는 오늘 히룬에게 얻은 신문이 펼쳐져 있었다.
<대마녀 캔디, 대사제를 시해하다!>
“대체 어떻게 처리하면 일이 이 지경이 되지?”
무슨 일이 있는지는 몰라도, 근 며칠간 몇 번이나 유희 마법이 풀려 사라질 뻔했다.
앞일을 고민하며 창문 앞을 서성이고 있을 때였다.
별안간 본체로부터 받던 실낱같은 마력이 빠져나갔다.
내 몸이 실 끊긴 인형처럼 아래로 허물어지는 게 보였다.
‘할스테리어의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나는 바닥을 헤집으며 필사적으로 몸을 지탱했다.
“안 돼.”
지금 사라지면 곤란해!
그러나 애타는 발버둥에도 야속하게, 본체로부터 받던 마력이 완전히 거두어졌다.
‘내가 여기서 사라지면 소피아는 누가 감시해!’
나는 근 며칠간 마력 코어에 응집해둔 마력을 있는 대로 풀었다. 스러지는 몸을 억지로 붙잡아두고, 공중에 있는 마력을 미친 듯이 끌어모았다.
교황께서 기거하시는 이 성스러운 태양궁에는 마력이 별로 없었다. 분신을 유지하는 데 쓰이는 마력량과 끌어모으는 마력량이 거의 일치하며 육신을 건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이대로 질 수는 없어!’
“콜록, 콜록!”
무슨 원리인지 자꾸만 기침이 나왔다. 옆방에 있는 유모를 깨우지 않기 위해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렇게 밑 빠진 독에 물, 아니 마력 채우기를 얼마나 했을까.
하얗게 새운 밤이 지나고 드리운 햇살이 뺨을 적실 무렵.
“사, 살았다.”
간신히 분신이 안정되었다!
“다행이야…….”
뿌듯함에 눈물이 맺힐 지경이었다.
밤새 침대도 아니고 바닥에 쓰러져서 빌빌거렸더니 몸이 뻐근했다. 기지개를 켜면서 일어났는데, 어쩐지 소매가 축축했다. 무심코 내려다보았다가 깜짝 놀랐다.
“히익?!”
손과 소매에 시뻘겋게 피가 묻어 있었다.
‘밤에 자꾸만 재채기가 나왔는데, 설마 피를 토한 거였어?’
무리해서 마력 코어를 돌린 여파일까. 본체가 포기한 반쪽짜리 분신을 억지로 유지한 반향인 듯했다.
‘어쩌지, 곧 유모가 올 텐데……!’
마음이 급해진 나는 후다닥 상의를 벗었다. 화병의 물을 옷에 묻혀서 손과 바닥을 대충 벅벅 닦고, 비밀통로에 욱여넣은 후 자는 척했다.
“…아기님? 상의는 어디 두셨어요?”
“모르겠어. 꿈나라에서 잃어버렸나 봐. 여기서 기다려, 지금 가서 찾아올게.”
“네?”
유모가 와서 불리한 질문을 할 때는, 급히 유아 퇴행하여 상황을 회피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 무리한 몸을 회복하기 위해서도 잠이 필요하긴 했다.
휴식해서 힘을 회복한 뒤에는 염탐 마법을 발동했다. 사사로운 문제를 해결하고 이제 본론으로 넘어갈 차례였다.
‘왜 성녀라는 아이가 성물을 훔쳤을까?’
비올라 고모와 내가 함께 떠올린 의문점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채였다. 침대에 누워 뜬눈으로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할 테니까. 한 번만….
그때, 염탐 마법 너머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소피아?’
늘 조용하던 소피아의 방에서 처음으로 들린 말소리였다.
‘목소리가 떨리는 것 같았는데?’
누구랑 말하는 거지?
나는 온 신경을 청각에 모으고 가만히 기다렸다.
-한 번만 기회를 줘, 대장….
마침내 잡아낸 목소리에, 나는 조용히 눈을 깜빡였다.
내가 뭘 들은 걸까?
‘대장?’
소피아의 입에서 나오리라고는 생각도 못 한 단어였다. 미래에서 섭정공과 황제마저 이름으로 부르며 편하게 부리던 지고하신 성녀님께서 ‘대장’이라니. 존칭치고도, 기사나 사설 용병들이 부를 법한 투박한 칭호지 않나.
‘소피아와 함께 있는 게 누구지?’
의아함에 좀 더 귀를 기울여 보았지만, 상대방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단지 하염없이 반복되는 소피아의 애원만이 울릴 뿐.
등골이 싸했다.
지금이 소피아의 방에 침입할 타이밍이라는 감이 왔다.
‘어차피 조만간 만나야 했어.’
나는 복도로 이어지는 벽 앞에 서서 신성으로 황제의 문양을 그렸다. 곧 바닥이 스르르 밀려나고 비밀통로가 드러났다.
통로 중간쯤 다다랐을 때는, 염탐 마법으로 들리던 흐느낌이 잦아들었다.
기묘한 느낌이 들어서 나는 소피아의 방 앞에 다다르고도 잠깐 머뭇거렸다. 그러다 눈을 질끈 감고 통로 벽을 밀어 발을 내디뎠다.
‘…어라.’
그렇게 도착한 소피아의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텅 빈 방은 성물을 찾기 위해 기사들이 수색하던 곳과 완전히 다른 공간처럼 느껴졌다. 샹들리에에서 쏟아지던 밝은 빛 대신, 적막과 어둠만이 사위를 채우고 있었다.
나는 의아하게 방 안을 두리번거렸다.
‘소피아는 어디…….’
그때, 찬 바람이 내 머리칼을 쓸고 지나갔다. 바람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반쯤 열린 테라스 문 너머로 방을 등지고 선 소피아의 뒷모습이 보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테라스로 다가갔다.
소피아는 자기 키만 한 난간을 붙잡고 달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하얀 달빛을 머금고 반짝이는 은발이 바람결에 흐트러졌다.
고요한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영문 모를 불안감이 일었다.
“무슨 볼일이지?”
그 순간, 소피아가 입을 열었다.
문가로 다가가던 나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이제 연기를 관두기로 한 것인지, 그녀는 더 이상 어눌한 유아의 말투를 쓰지 않았다. 내가 기억하던 열두 살의 소피아와도 달랐다.
동전 뒤집듯 달라진 태도가 묘한 긴장감을 주었다. 나는 잠깐 주저하다 입을 열었다.
“제국력 901년.”
과거로 타임리프하기 전, 내가 마지막으로 살았던 미래의 연도.
“그로부터, 몇 년이나 흘렀어?”
순순히 대답하기를 기대하고 질문한 건 아니다. 그저 반응이나 보자는 생각이었을 뿐. 마지막으로 봤을 때 잔뜩 도발해 놨으니, 화를 내거나 비꼬기라도 해주면 그 속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으니까.
“…3년 10개월.”
그런데 내 예상을 깨고 소피아가 선선히 대답했다.
그녀의 저의가 의문스러웠으나, 대답 자체가 준 충격이 더 컸다.
‘3년 10개월?’
3년 10개월이면, 내가 이 시대에서 보낸 시간과 정확히 일치한다.
‘과거와 미래의 시간이 똑같이 흘러갔다고?’
문득 내가 그린 타임리프의 마법진이 떠올랐다.
879년 7월 22일, 신탁의 날로 돌아가기 위해서 그린 수식은 미래의 시점에서 그만큼의 기간을 빼는 것이었다. 그들이 내 마법진을 복구해서 과거로 왔으리라는 추론이 들어맞았다는 뜻이었다.
“무슨 목적으로 이곳에 왔지?”
“무슨 목적으로 이곳에 왔냐고?”
내 질문을 똑같이 따라 하는 소피아의 목소리가 살짝 꺾였다. 그녀의 입에서 공허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러고는 가만히 입을 열었다.
“신성을 흉내 내며 제국을 속이고 도주한 마녀, 이브엔나 라인하르트를 황위에서 폐하고 전대 황제의 형인 리벨리우스가 정당한 신성 황제가 되었다. 새로운 황제는 신의 아이 소피아를 입양하여 후계자로 책봉했다. 제국이 마녀에게 지배당해 있던 동안 대륙은 심히 쇠락한 상태였다. 검게 물든 황좌에서 마녀를 몰아내었을 때, 비로소 모든 것이 바로 고쳐지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얼어붙었다. 소피아가 읊어 내린 것은 미래의 역사였다. 내가 사라진 이후, 지금으로부터 18년 이후에나 다가올 역사.
“당신이 사라지고 난 후, 한동안 황궁은 평화로웠어. 내 양아버지이자 새로운 황제 폐하는 사라진 마녀를 추적하기 위해 특별 수색조를 꾸렸지. 네가 사라진 뒤에도 여전히 너에게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 같아 적당히 맞춰주었지만, 나는 사실 큰 관심이 없었다. 그보다 중요한 일이 많았거든.”
“…….”
“그런데 갑자기 ‘그 일’이 일어난 거야.”
나를 등지고 선 소피아의 어깨가 작게 떨렸다. 웃는 건지 두려워하는 건지 구별이 안 되었다.
“처음에는 작은, 아주 작은 뒤틀림이었어. 분명 폐하의 막냇동생이던 파리엘 황자는 열아홉 살에 전쟁에서 영예롭게 전사한 영웅이었는데,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스물아홉 살에 마녀의 도주를 돕다가 친형의 손에 처형당한 사도로 기록되어 있었지.”
“마, 녀의 도주라면…….”
나는 당황해서 입을 벙긋거렸다.
미래에서 파리엘은 성흔을 받지 못했고, 권능도 못 쓰는 채로 전쟁터에 나갔다가 아까운 나이에 전사했다. 그래서 나는 타임리프 이후 그에게 세례를 내려주었다. 그가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런데 그가 이번에는 나를 돕다 리벨리우스 삼촌에게 살해당했다고. 비올라 고모와 일랑 고모부, 클랑 백작과 아실이 죽은 그 방에서.
“역사가 바뀌고 있었어.”
서늘한 목소리가 내 정신을 깨웠다.
“방금까지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이 갑자기 죽은 사람이 되었고, 분명 세상을 떠났던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황궁을 걸어 다녀. 무너졌던 성이 다시 세워지고 밀려왔던 국경이 다시 밀려났다. 아군은 적군이, 적군은 아군이 되었고.”
쏟아지는 정보에 머리가 아찔해졌다. 경황없이 이야기에 집중하던 와중, 나는 문득 의아함을 느꼈다. 그렇다면….
“그리고 사람들은 그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태연하게 살아가지.”
소피아는 왜 시간선에 섞이지 않은 채로 모든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