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66)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162)화(166/207)
내 의문을 눈치챈 것처럼, 소피아가 마른 웃음을 흘렸다.
“이변을 인식한 건 나 혼자만이 아니었어. 나의 모든 기사들이, 대부분의 황성 사람들이, 일부 대신전 사제들까지 역사가 뒤틀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지. 경각심을 느낀 황제 폐하께서는 네가 남긴 마법진을 파헤쳤고…….”
그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이제까지 백오십 명의 사제가 너를 쫓아 과거로 갔었어.”
“뭐?”
나는 무심코 얼이 나간 목소리로 반문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타임리프를 했다고?
이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 사람들은 모두 과거를 기억할 테고,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바꾼 흐름이 의미 없게 되었을 테니까. 그저 더 큰 혼란만 가져왔겠지.
하지만 의문스러운 점이 있었다. 내가 본 추격자는 히룬 한 명뿐이라는 것이다.
“…그 사제들은 어디에 있지?”
“그들이 어디에 있냐고?”
소피아가 옅게 웃었다. 우스운 질문을 한 것도 아닌데.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이브엔나.”
“뭐?”
“너는 어떻게 대가를 치르지 않은 거지?”
“…대가라니, 그게 무슨….”
혹시 타임리프의 대가를 말하는 건가?
그거라면, 이미 치렀지 않나? 이렇게 어린아이가 되었으니까.
내 침묵에 소피아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젠 아무래도 됐어. 또 뭐가 궁금하지?”
그런데 이 애는, 왜 갑자기 모든 걸 술술 불어주고 있는 걸까.
묘하게 친절해진 태도가 마음에 걸렸다.
“…미래에는 슈아겐 로만이 아닌, 리하센 공작이 할스테리어의 대사제 자리에 앉아 있었고.”
내가 아무런 질문을 하지 않자, 소피아는 멋대로 미래의 변화를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리하센 공작은 갑자기 왜 대사제가 되었지?’
리하센 공작이라면 오멘 후작 부인의 아버지가 아닌가? 후작 부부를 도우면 오멘 후작이 대사제가 될 줄 알았는데, 왜 갑자기 리하센 공작이지?
“그리고, 잠들어 있던 용이 깨어났다.”
…용은 또 뭐야?
잠깐 괴상한 정보에 홀려 있던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급한 것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이 방에 올 때 가지고 있던 의문.
“소피아, 너는 여기에 왜 온 거야?”
소피아가 왜 보호의 성물을 노렸는지.
“여기에서 성녀 행세를 하면서 무슨 계획을 짜고 있지?”
“성녀 행세를 하는 건 당신이지. 나는 성녀야.”
“…아니.”
나는 히룬의 말을 떠올렸다.
소피아가 새를 죽이는 걸 봤다던 히룬의 증언은 거짓말 같지 않았다. 소피아는 정말로 동물을 해치고, 사람들을 속이고, 성물을 훔쳤다.
“너는 성녀가 아니야.”
“…우습네. 내가 성녀가 아니면 대체 뭐라는 거니?”
“이전에는 그랬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너는 선을 넘었어, 소피아.”
내 말에 소피아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내가 선을 넘었다고?”
그녀가 내게로 홱 고개를 돌렸다. 소피아와 눈이 마주친 순간,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것 같았다.
“하하. 그래, 당신 말이 맞아. 하지만.”
“소피아…?”
“이브엔나, 당신은 스스로가 달라졌다고 말했지. 뭐라고 했더라, ‘나는 네가 알던 그 이브엔나가 아니야. 미래처럼 한심한 꼭두각시 황제를 생각했다면 실수한 거야.’라고 했던가.”
소피아는 난간에서 손을 떼고,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당신은 그때 그대로야.”
“소피아, 너, 얼굴이…….”
“그때도 당신은 지금과 다르지 않았어. 지금처럼, 할 수 있는 일을 했지.”
내내 나를 등지고 서 있던 그녀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한 내 다리가 잘게 떨렸다. 뒷걸음질 치는 나를 따라오며 소피아가 말했다.
“벽을 보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헛것을 보고, 자해하고, 며칠 동안 잠에서 깨지 않고.”
“……윽!”
소피아는 눈 한번 깜빡이는 일 없이 나의 잊고 싶은 나날들을 고스란히 나열했다. 테라스 문 너머로 손을 뻗어 도망치려는 내 팔을 잡아채고 말을 이었다.
“힘도 뒷배도 없는 어린애가 혼자 방에 갇혀서. 그 외에 뭘 할 수 있었겠어? 보기 흉해도 그렇게 해서 살아진다면, 살아야지.”
무겁게 읊조리는 내용은 묘하게도 진창 같던 내 삶을 긍정하고 있었다.
그녀는 내 팔이 멍이 들도록 붙잡고 계속해서 속삭였다.
“있잖아, 테헤라 정교를 믿는 사람들은 뱀을 싫어하지. 뱀이 혀를 날름거리며 스슷, 하는 소리. 그 소리가.”
입술을 살짝 벌린 소피아는 잇새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뱀을 흉내 냈다. 어쩐지 등줄기가 오싹했다. 그녀는 고저 없는 목소리로 덧붙였다.
“악마의 속삭임처럼, 들린다고.”
“이거, 놔…….”
달을 등진 소피아의 얼굴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래서 소피아의 표정은 읽기 힘들었으나, 그림자로 덮인 형태가 점점 커지는 것은 식별할 수 있었다.
“뱀이 그런 소리를 내는 이유는 말이야. 눈과 귀가 좋지 않아서 오로지 후각에 의존하여 사냥감을 찾는데, 두 갈래로 갈라진 혀로 공기 중의 냄새 물질을 묻혀서, 여기.”
소피아가 두 손가락으로 내 이마를 톡톡 건드리며 속삭였다.
“여기에 있는 기관으로 전달해서 분석하기 위해서야.”
“…읏, 흐윽.”
“뱀으로 태어나서 두 갈래의 혀를 가지고 태어났으면 써야지, 어쩌겠니. 전갈은 독을, 벌은 침을, 피라냐는 이빨을.”
나는 소피아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으나, 그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상하리만치 강한 힘으로 나를 끌어당겼다. 나를 안다시피 한 소피아가 귓가에 입술을 대고 속삭였다.
“그리고 품은 것이 칼뿐이라면, 그것을 쓸 수밖에.”
나도 살아야지 않겠니.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린 직후, 복부에 날카로운 통증이 일었다.
“흐윽……!”
그 순간 내가 느낀 것은 고통보다는 혼란스러움이었다.
죽은 생명도 살리는 기적의 성녀 소피아가 왜 품은 게 칼뿐이라고 말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내 무릎이 아래로 꺾였다. 바닥으로 쓰러지며 고개를 들었다. 비스듬히 비치는 달 아래로 드러난 소피아의 모습은, 서른 중반쯤일까.
형형한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소피아는, 입술 아래까지 녹색 수포가 올라와 있었다.
그녀가 선선히 입술을 열었다.
“이브엔나, 당신에게는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
“흐읍…….”
“내게 기회를 주어서.”
빈말이 아니란 것을 증명하려는 듯, 소피아는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또 묻고 싶은 건 없어?”
“…….”
소피아가 모든 것을 술술 불어준 건 어차피 날 죽일 것이기 때문이었던 모양이다.
겨우 되살린 분신에서 생명력이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에 따라, 소피아의 입술 아래까지 올라왔던 수포가 점차 사그라들었다. 그녀의 모습도 천천히 처음 보았던 성녀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가슴께를 더듬었다.
“어, 째서…….”
“그게 마지막 질문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소피아의 주의를 끌고 가슴께에 걸린 목걸이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손바닥 안으로 얇은 마석이 부서지는 느낌이 났다.
“당신이 그들의 귀한 보화니까.”
그게 무슨 뜻이지?
내 질문은 말이 되어 나오지 못했다. 목을 타고 피가 울컥 올라왔다. 소피아는 죽어가는 내 모습을 빤히 내려다보다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
그 순간, 복도 쪽에서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소피아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그녀의 발목을 쥐었다. 그사이 발소리는 점차 가까워졌다. 곧 쾅 소리를 내며 방문이 열렸다.
“성녀님!”
복도의 불빛과 함께 들이닥친 것은 황실 기사들이었다. 그 사이로 익숙한 마력의 기운이 느껴졌다. 마탑에서 헤어지던 날, 엄마가 목걸이에 마석을 넣어주면서 한 말이 떠올랐다.
‘둘이서 한 세트여서 하나가 깨지면 다른 하나도 깨진단다.’
‘우리가 필요할 때, 언제든 사용하렴.’
갑자기 기사들이 이변을 눈치채고 몰려온 데는 마법사의 개입이 있었던 듯했다.
‘빨리 와줬구나.’
나는 고개를 돌려서 소피아를 보았다.
소피아는 아직 완전히 원래 모습을 되찾지 못했다. 기사들의 눈앞에서 사그라드는 녹색 수포와 작아지는 몸. 그녀의 손에 묻은 피. 소피아는 밀려드는 기사들에 당황한 듯 자신의 몸과 발목에 매달린 나를 번갈아 보았다.
“소피아님?! 이, 이게 무슨!”
“저 모습은 뭐지? 사,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브엔나님의 상태가 심각하다! 당장 구출해라!”
기사들이 일제히 소피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완벽한 타이밍에 맞춰, 내 육신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흩어지는 마력이 본체로 돌아가는 것을 느끼며 무심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본체가 미적거려서 차라리 다행이었네.’
그런 생각이 드는 게 우스워서 입술 사이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그런데 그 작은 소리가 소피아의 귀에 들어갔던 모양이다.
“이브엔나……!”
소멸 전 마지막으로 본 것은, 배신감과 경악이 뒤섞인 표정으로 사라져가는 내게 손을 뻗는 소피아의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