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67)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163)화(167/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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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
짐차 안에서 포대처럼 쌓인 아이들이 엉망으로 흔들린다. 나는 필사적으로 정신을 붙들었다. 그러나 마력을 잃은 몸은 자꾸만 암전 상태로 접어들려고 했다.
드문드문 억지로 눈을 뜨면 짐칸 앞쪽으로 머리를 박고 바깥을 살폈다. 창 너머로 시끄러운 말소리와 풍경들이 이따금 눈에 들어왔다.
한 번은 마차가 멈추더니 보라색 눈에 금발의 남자가 마부와 무어라 대화했다. 그 직후 마차가 나샤로 이어지는 국경문을 통과하는 게 보였다.
‘어라, 국경문을…….’
넘으면, 안 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 할스테리어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몸이 불덩이 같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내 비를 맞고 뛰어다니느라 체력이 바닥나 있을 때, 마력을 빼앗겨 버린 것이 치명타를 먹인 것 같았다. 뇌가 익을 듯이 뜨끈뜨끈했다.
“…뱀굴에 들어가기 전에 죽겠는데.”
“포기해, 걔는 이미 틀렸어.”
나를 둘러싼 앳된 목소리가 재잘거렸다. 가끔은 이마에 차가운 물수건이 올려졌다.
‘누가 날 돌봐주고 있는 거지……?’
정신이 드는 순간마다 그런 의문을 떠올리다가 다시 잠들곤 했다.
이런 데서 죽으면 안 되는데.
‘마력만 돌아와 준다면…….’
단 한 줌이라도 좋으니, 마력이 돌아와 준다면.
무의식 속에서 갈망을 반복했다. 이글거리는 사막의 뙤약볕 속에 길 잃은 행려가 된 기분으로 괴로운 시간을 버텼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메마른 땅에 단비가 쏟아지듯, 비어버린 코어 위로 불쑥 마력이 쏟아져 내렸다.
“흐윽……!”
코어로 차오르는 마력에 전율하기 무섭게, 함께 실려 온 기억이 몸을 강타했다.
고모의 방에 나타난 괴한, 타임 패러독스, 미래에서 온 소피아.
그리고… 분신의 사망.
황궁에 있던 분신이 소멸하며, 쌓아둔 마력과 함께 기억 또한 본체로 돌아온 것이었다!
“소, 피아……!”
나는 복부를 꿰뚫리는 고통에 신음하며 몸을 웅크렸다. 다행히 상처까지 본체에 이전되지는 않는지 고통은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소피아가 누구야?”
“뭐, 뭐야. 얘 살아났어?”
희미한 정신 너머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폭풍우 부는 바다에서 필사적으로 키를 잡는 항해사처럼, 나는 몰아치는 정보와 감정 속에서 정신을 붙잡으려 애썼다.
이제까지 여러 번 유희 마법을 썼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유지한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일까. 분신과 본체의 기억이 합쳐지는 것 또한 평소와 다른 기묘한 감각이었다. 잠깐 둘로 나뉘었던 인격이 서로 다른 감상을 뱉었다.
‘역시 할스테리어의 대사제를 내 손으로 죽인 건 아니구나. 다행이다.’
‘전보에서 말한 ‘진짜’라는 게 소피아를 뜻한 거였어…?!’
한꺼번에 쏟아진 정보량을 처리하기 위하여, 나는 한동안 자기 의지로 무의식에 머물렀다.
‘할스테리어와 황궁에서 겪은 일 두 가지를 조합해서 상황을 정리해보자.’
이델리에게 덧씌워지던 돌아가신 엄마의 모습, 내게 떨어진 수배와 제국군의 추격, 지키지 못한 니르겐과의 약속, 미래에서 내 마법진을 복원해 타임리프를 하는 사람들, 소피아가 들려준 바뀐 미래의 역사.
많은 일이 동시에 터져서 정신이 없었지만, 모든 문제의 원흉을 거슬러 올라가면 헤일로가 있었다.
전 대사제인 게릴 젠트스에 의해 억울하게 감옥에 갇혀서 죽어가는 어머니를 방치할 수밖에 없었던 이델리.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어머니의 모습으로 다가와 복수를 속삭인 목소리.
‘마치 설화에 등장하는, 악마 같았지.’
그가 한 짓을 생각하면 악마가 맞을 것이다. 아직도 이델리의 유언이 귀에 들리는 듯했다. 죽음 직전, 불현듯 환희에 찬 표정을 짓던 그녀의 마지막 외침.
‘헤일로를 위하여!’
헤일로, 라고 불린 그 존재는 이델리에게 복수할 힘을 주었다. 마법사가 아닌 그녀가 게릴을 죽이는 데 썼던 그 마력은 악마가 부여한 ‘보상’일 것이다. 이델리가 대사제를 죽인 후, 악마는 보상의 ‘대가’로 후작 부부를 공격하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이델리에게 자살을 명령했다.
나는 밤부스의 숲에서 보았던, 전염병 지도와 같은 경로로 내려오는 고위 사제 주변인의 자살 기록을 떠올렸다.
‘어쩌면 전염병처럼 퍼지는 자살 기록들 역시, 헤일로의 짓일지도 몰라.’
그리고 타임리프를 이용해서 과거로 온 히룬과 소피아에게 보였던 녹색 피부.
‘그 모습을 생각해 보면… 미래의 히룬과 소피아도 헤일로와 계약한 건가?’
녹색 피부가 드러나는 시기도 꽤 의미심장했다.
이델리와 소피아는 감옥과 방에 구금되어있을 때, 녹색 수포가 피부를 덮고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 다, 살인을 한 직후에는 말끔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렇다면 녹색 피부는 헤일로에게 대가를 지급하지 못해서 내려진 징벌, 같은 걸까.’
무엇이 사람들이 받은 ‘보상’이고 헤일로가 요구한 ‘대가’인지 헷갈렸다. 하지만 소피아의 말을 생각해 보면, 나를 살해하려 한 것은 그녀의 의지가 아니었다.
염탐 마법으로 엿들었던 한 번만 기회를 달라던 그 흐느낌. 그리고 소피아가 내게 한 말도, 명령을 거역할 수 없다는 뉘앙스가 있었다.
‘품은 것이 칼뿐이라면, 그것을 쓸 수밖에.’
기적의 성녀로 칭송받던 소피아가 왜 품은 게 칼뿐이라고 말하는지 이해할 수는 없었다.
제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그녀는 대체 무엇이 부족해서 악마와 계약을 한 걸까.
모든 것을 이해할 순 없지만, 지금까지 얻은 정보로 알 수 있는 헤일로의 행동 패턴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헤일로는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게 해주는 대신, 대가를 요구한다. 그 대가는 살인과 방화, 자살 같은 악행이다.
둘째, 헤일로와 계약한 인간은 대가를 치르지 못하면 녹색 수포가 일어난다.
셋째, 헤일로는 계약한 인간을 이용해 고위 사제 주변인을 자살로 이끈다.
마지막 부분이 특히 마음에 걸렸다.
헤일로와 계약한 인간 중 하나인, 디아나님의 쌍둥이 오빠인 데런. 그는 죽은 척 동생에게 나타나 자살을 종용했다.
이델리에게 상급 화염 마법까지 쓸 수 있게 했던 헤일로가 왜 하필 자살을 종용해서 죽인다는 귀찮은 방법을 택한 것일까.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 그 자체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
문득 테헤라 정교의 교리 중에서, 자살을 한 사람은 성신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구절이 떠올랐다.
성신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람은 어디로 떨어지게 될까.
그런 가능성을 떠올리자 등골이 서늘해졌다.
무엇보다 내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건, 이 일련의 사태가 우리 부모님의 죽음과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부모님의 사인이, 단순한 자살과 병사가 아닐지도 몰라.’
내 부모님이 돌아가신 배경에, 누군가의 개입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가능성만으로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다.
할스테리어에서 본 오멘 후작가의 모습은 섬뜩할 정도로 우리 가족의 미래와 겹쳤다.
마치 그들을 이용해 예행연습이라도 한 것처럼.
“…….”
강한 불쾌감이 느껴졌지만, 이런 배경을 알게 된 것은 다행이다. 사라지기 전 처리할 일로 이델리의 대사제 살인사건을 고른 것은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소피아에게 분신으로 다가갔던 덕분에, 파악할 방법이 없었던 미래의 역사도 알게 되었다.
‘미래에는 슈아겐 로만이 아닌, 리하센 공작이 할스테리어의 대사제 자리에 앉아 있었고.’
당시에는 할스테리어에서 일어났던 일을 알지 못해서 의아했지만, 기억이 합쳐지고 나니 알겠다. 소피아가 말한 리하센 공작은, 디아나님이다.
‘리하센 공작과 데런은 저택을 탈출하지 못했으니, 공작위는 디아나님에게 갔을 거야.’
오멘 후작이 아니라 디아나님이 대사제가 된 건 예상 밖이었지만, 리하센 공작위를 물려받은 데 더해 오멘 후작가가 뒷배로 받쳐줄 것을 생각하면 그녀가 대사제가 되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하여간 마녀법 개정 찬성파인 슈아겐 로만이 대사제가 되는 것보다야 훨씬 나을 것이다.
‘그리고, 잠들어 있던 용이 깨어났다.’
…이 말은 기억이 합쳐진 이후에도 여전히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잠들어 있던 용, 용은 전설 속에 나오는 신수다. 신의 힘을 가졌다는 신비로운 종족.
하지만 어디까지나 전설 속 생물체일 뿐이다.
‘무슨 비유법 같은 건가?’
터놓고 대화해보니 소피아가 빗대서 말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긴 했는데….
하여간 소피아가 헤일로와 계약까지 했다면 더더욱 조심해야 했다. 분신이 사라지기 직전에 엄마가 준 마석을 부숴서 마탑에 도움을 요청했고, 마지막에 나를 살해하는 모습을 발각당했으니 황성에서도 조치가 있겠지만 그래도 불안했다.
‘빨리 황성으로 돌아가야 해.’
그리고 아빠와 엄마에게 경고를 해주어야 했다.
“우으…….”
생각을 완벽히 정리하고, 나는 움찔거리며 눈을 떴다. 눈꺼풀을 들어 올리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뿌연 시야로 보이는 것은, 기묘하게도 새까만 동굴 같은 공간이었다.
의아하게 고개를 돌리자 나를 에워싼 아이들의 꾀죄죄한 얼굴이 보였다.
“헉, 진짜 깼어!”
“꼼짝없이 죽는 줄 알았는데.”
나는 혼란스럽게 눈을 굴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공간이 아주 넓어서 잘 인지하지 못했는데, 아이들의 등 너머로 동굴을 둘러싼 쇠창살이 보였다. 나와 아이들을 가둬놓은 것처럼.
‘여기는 또 뭐야.’
“단! 여기 와봐! 아기가 일어났어!”
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동안, 한 아이가 달려가서 누군가를 끌고 왔다. 내 옆에 앉아 있던 소녀가 작게 속삭였다.
“너, 고마운 줄 알아야 해. 클랑 오빠가 지금까지 계속 너를 돌봐줬어.”
클랑이라고?
생각지도 못한 이름에 나는 번쩍 고개를 들었다.
동굴 구석에서 아이의 손에 끌려오는 말쑥한 10대 소년이 보였다. 내 기억보다 20년은 어려 보였지만, 낯익은 얼굴이다.
마치 꿈꾸는 듯한 기분에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클랑 백작.’
다니스 클랑, 나를 과거로 보내주려다 고모의 방에서 목이 잘려 죽은 한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