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70)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166)화(170/207)
에코가 제 일을 하는 사이 샤샤가 이브엔나의 위치를 찾아내 반디에게 알려주었다. 몸 위에 성기사의 모습을 덧씌운 반디가 기사들을 몰고 소피아의 방에 들이닥쳤다. 위원회의 마법사들은 오랫동안 합을 맞춘 만큼 팀워크가 뛰어났다. 일련의 동작은 연속적으로, 빠르게 일어났다.
그러나.
“소피아님?! 이, 이게 무슨!”
“저 모습은 뭐지? 사,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반디가 마주한 것은 마치 설화 속 마녀처럼 녹색 피부를 띠고, 점점 아이의 모습이 되어가는 여자.
그리고 그녀의 발목을 붙잡고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이브엔나의 모습이었다.
‘저, 저러다 꼬마가 죽겠어!’
반디는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외쳤다.
“이브엔나님의 상태가 심각하다! 당장 구출해라!”
그녀는 기사들과 함께 여자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가까이서 본 이브엔나의 상태는 더 심각했다.
‘이건… 못 살려.’
전설 속 성녀가 와도 못 살릴 상태였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다.
암담한 절망감 앞에서 과거 린제나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브가 신성과 마법을 다 쓸 수 있다면 말이에요. 그 애는…… 제국에서 자라는 게 낫지 않을까요?’
반디는 입술을 사리물었다.
‘제국에서 자라는 게 낫긴 뭐가 나아, 이렇게 죽어버릴 거라면……!’
그때는 모두를 위해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이 잘못 판단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내내 아이를 그리워하던 린제나의 등이라도 떠밀어 볼 걸 그랬다.
어차피 떼야 할 정이라고 모른 척 넘겼던 기억이 떠올랐다.
앞으로 린제나의 얼굴을 무슨 면목으로 봐야 할까. 죽은 아이를 떠올릴 때마다, 기억력 좋은 언니는 제 충고를 함께 떠올리게 될 텐데…….
상실감과 죄책감은 곧 분노가 되었다. 반디는 치미는 울음을 참고 이브엔나의 원수를 갚아주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이브엔나……!”
그때, 이브의 원수가 경악이 서린 목소리로 아이의 이름을 외쳤다.
그러더니 별안간 이브엔나의 육신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안 돼, 성녀님이!”
‘아니, 저게 꼬마의 시체까지…!’
반디는 그 혼란의 틈바귀 속에서 무심코, 이브엔나의 흩어지는 마력의 흐름에 시선을 빼앗겼다.
‘어라, 저 마력… 움직임이 좀 묘하지 않나.’
어디로 향하는 거지?
반디는 다시 이브엔나를 공격한 여자를 돌아보았다.
마력이 없어 보이는 몸과 어쩐지 뒤통수 맞은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어, 혹시…….’
저 여자가 아니라, 이브엔나가 쓴 마법인가?
북쪽으로 향하는 마력의 움직임을 지켜보던 반디는, 문득 경각심을 느꼈다.
그래서 소피아를 내려다보며 외쳤다.
“서, 성녀님을 어디로 보내는 거냐, 이 마녀…!”
정말 이브엔나가 무슨 마법을 쓴 건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그러나 반신반의하는 마음과 달리 그녀의 입은 착실히 바람잡이에 나섰다.
오랫동안 여론에 박해당한 귀족 출신 마법사의 순간적인 판단이었다.
***
비상이 걸린 황성 지붕 위에는 우중충한 얼굴의 마법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가장 가까이에서 사건을 목격한 반디에게 시선이 몰렸다.
끔찍한 살해 현장을 눈앞에서 목격한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브엔나는 죽은 게 아니야.”
“…반디.”
샤샤가 측은한 눈으로 반디의 손을 잡았다. 우울하게 처져 있던 에코가 고개를 들고 냉담한 얼굴로 충고했다.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낙관론으로 회피하지 마. 그 자식이 꼬맹이의 몸을 어디로 날려버렸는지 모르겠지만, 사라지기 전에도 이미 살아날 확률이 희박한 상태였어. 너도 봤잖아.]“회피하는 거 아니거든! 죽었다기엔 그, 소피아라는 범인의 반응이 미묘했고… 사라질 때 마력이 어딘가로 움직이는 게 느껴졌어.”
[마력이?]마법사들 사이로 잠깐 침묵이 지나갔다. 불현듯 에코가 머리를 번쩍 들었다.
[헉, 설마. 그사이 꼬맹이가 유희 마법을 더 발전시킨 거 아니야? 감쪽같이 한 달이나 속일 수 있을 정도로.]“뭐? 그런 게 가능할 리…….”
반디는 반사적으로 부정하려다가 흠칫 멈췄다.
아니, 그 꼬마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마법을 제대로 배우기도 전에 S급 시험을 통과한 이단아. 만난 지 단 며칠 만에 탑주님이 후계자로 점찍은 천재 마법사 이브엔나!
아이는 처음 본 순간부터 이미 천재였고, 심지어 놀라운 속도로 자라고 있었다.
“이브엔나 라인하르트, 4세.”
샤샤가 손에 든 책을 펼치며 말했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오기라도 한 것처럼 책이 펼쳐지며 멋대로 페이지가 넘어갔다. 그 위로 검은 마력이 일렁거리며 샤샤의 갈색 눈이 파랗게 물들었다.
“관찰 시간 976분, 마법 시전 횟수는 16회. 그중 상급 마법 성공 횟수는 7회. 칭호, <불세출의 천재>.”
샤샤가 표정 변화 없이 덧붙였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았을 때, 유희 마법 유지 시간은 최대 세 달입니다.”
“…….”
소멸한 것이 분신이라면, 이브엔나는 무사하다!
새로운 가능성에 마법사들이 눈을 번쩍 떴다.
[…저기, 있잖아.]그 사이에서, 턱을 매만지던 에코가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설마 코튼 캔디가 꼬맹이인 건 아니겠지? 하하….]“뭐?”
마법사들이 의아하게 고개를 들었다.
에코는 무언가 절박한 눈으로 반디를 돌아보았다. 내심 평소처럼 ‘시끄럽다.’, ‘진지한 상황에 실없는 소리 좀 하지 마라.’라는 답이 돌아오길 바라면서.
그러나 반디는 에코와 똑같은 표정으로 식은땀만 흘릴 뿐 말이 없었다.
그들을 대신해서 알비스가 입을 열었다.
“아, 어쩐지 닮았더라니.”
“…….”
기대하던 대답은 아니었다.
아수라장이 된 황궁의 지붕 위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에코와 알비스, 역시 코튼 캔디를 만나러 갔었네요. 그녀에게서 마력이 느껴졌나요?”
“응, 에코는 느끼지 못한 것 같지만.”
[너희 지금 우리 꼬맹이가 신성연합국의 모든 나라가 뒤쫓는 범죄자라는 거야?!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하지만 말이 됩니다. 코튼 캔디의 갑작스러운 출현 시기나, 대사제를 살해한 비결, 두 사람의 눈 색이 같았던 이유까지 설명이 돼요.”
“아아아악! 다들 진정해! 이럴 때일수록 치, 침착해야 한다고!”
“누가 봐도 반디가 가장 침착하지 못하고 있어.”
마법사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경악을 표현했다.
한참 동안 지붕을 구르던 에코가 헉헉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그, 그러면 이브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몰라, 제국 정예군의 도움까지 받았는데도 못 찾을 정도로 신출귀몰한 도망자가 어디 있는지 우리가 어떻게 아냐?”
“에코와 알비스가 마지막으로 마주친 건 할스테리어였나요?”
“응.”
잠깐 침묵하던 알비스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때는, 마력이 다 떨어져 가고 있었어. 에코가 마법사라는 걸 눈치 못 챘을 정도로.”
“…….”
마법사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침묵 속에서, 에코가 입을 열었다.
[…저기, 있잖아.]“한 번에 말해. 이제 네가 운 떼면 불안하니까.”
[아니, 이건 그냥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마력이 떨어져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이브가 하필이면 마법사들을 노리는 하우스 놈들의 눈에 띄었다…… 이런 일은 없겠지?]“…….”
황궁 지붕 위에서 두 번째로 비명이 울려 퍼졌다.
***
교황을 필두로 한 예하드 제국 정예군은 사흘 동안 코튼 캔디를 추격했다.
그러나 난민촌에서 만난 것을 마지막으로, 코튼 캔디는 완전히 종적을 감춰버렸다.
“대체 어디로 간 거지…?”
대신전의 집무실에서, 아인츠베른은 여러 표시가 덮인 할스테리어의 지도를 살피며 손안에서 빈 병을 굴렸다.
옆에 선 예하드 기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국에 새로운 성녀가 강림했다는 소식이 들린 지 3주째입니다. 황궁도 너무 오래 비워두었고… 이만 귀국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샤의 정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할스테리어를 지원하기 위해 그런 것이니, 뒤는 할스테리어에 맡겨보는 건…….”
아인이 매서운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기세에 놀란 기사가 움찔 놀라 몸을 굳혔다.
“수배범을 잡지도 못했으면서, 토벌도 마무리하지 않고 귀국하라? 그런 의지라면 이만 제대하는 건 어떻겠나.”
“제, 제가 실언했습니다.”
“내가 묻고 싶군. 어떻게 제국 정예군이라는 놈들이 마녀에게 포박될 수 있지?”
“……죄송합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귀국하자고 나불거릴 땐 잘만 말하지 않았나. 그러면 루인, 네가 말해 봐.”
“그, 그게.”
불똥이 튄 다른 기사가 몸을 움츠렸다. 그는 옆에 선 동료를 향해 원망을 쏟았다.
‘괜히 눈치 없이 귀국 같은 소리를 해선!’
기사는 흙빛이 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시정하겠습니다. 훈련이 부족했습니다.”
“그런 틀에 박힌 말 말고. 왜 방심했는지를 말하라고.”
“…사실, 방심한 것은 아닙니다. 워낙, 이상한 일이 일어나서.”
“이상한 일이라니?”
“그게… 그렇지 않아도 보고드리려고 했습니다만, 갑자기 신탁 같은 목소리가 들려와 당황하는 바람에.”
괴상한 변명에 아인이 눈매를 좁혔다.
“…신탁?”
“크, 큰일 났습니다, 성하!”
그때 갑자기 병사 한 명이 헐레벌떡 집무실에 들어왔다. 아인과 기사들의 시선이 병사에게로 돌아갔다.
“황성에 있던 성녀님, 이브님이……!”
이브엔나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아인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나샤와 할스테리어의 문제가 이렇게 큰데도, 사실은 그의 마음 또한 기사들처럼 제국으로 돌아가기를 원했다. 그러나 그 이유는 새로운 성녀나 교황의 부재가 아닌, 이브엔나가 마음에 걸려서였다.
전쟁터로 나설 때마다 가장 마음에 밟히는 것은 그의 양딸 이브엔나였다. 제국을 벗어난 이후로 아인은 그 아이를 떠올릴 때마다 죄책감을 느꼈다.
아인이 얼굴을 굳히며 물었다.
“무슨 일이지?”
“화, 황성에서 변고가 있었습니다.”
병사가 잠깐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서, 성녀님이, 새로운 성녀에게 살해당하셨습니다!”
그 순간 아인의 손안에 있던 병이 테이블 위에 떨어졌다. 반투명하게 빛나는 하트 모양의 병이 도르륵 소리를 내며 테이블 위를 둥글게 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