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72)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168)화(172/207)
마법사는 독에 완전한 면역성을 가진다.
진의 이마에 생성된 코어가 마력을 돌리며 몸을 좀먹어가는 독을 함께 흡수해버린다. 독기에 절어 가망이 보이지 않던 생명이 미약하게 이어지는 게 느껴졌다.
눈부신 광경이었다.
‘살아날 수 있어.’
꼼짝없이 진의 죽음을 지켜보게 될 줄 알았는데, 이런 상태라면 살아날 수 있다. 깊은 안도 끝에, 나는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진의 머리끝까지 차오르던 빛, 이마에 모이는 힘과 그 위로 떠오른 기하학 문양, 그 직후 생성된 마력 코어.
이와 비슷한 광경을 몇 년 전, 대신전에서 본 적이 있었다.
바로 요한이 성흔을 얻던 날에.
‘……세례.’
진이 마력 코어를 얻는 모습은, 마치 세례와 닮아 있었다.
‘마법사도 이런 방식으로 만들 수 있는 건가?’
마법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했던 적은 없었다. 내가 마법사의 자식으로 태어난 것처럼 다들 자연히 그렇게 태어나는 거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사제는 세례를 받음으로써 힘을 깨운다. 성흔을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는 성자와 성녀 같은 소수뿐이다.
일반적인 세례는 성물 노바에서 거대한 신성을 받아 성흔을 얻는 것이다. 내가 알아낸 영아 세례의 원리 또한, 눈에 보일 정도로 많은 신성을 응집시켜서 퍼부어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마법사도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꼬마 너, 일어났구나.”
이런, 세 남자 중에 내 존재를 눈치챈 사람이 있었나 보다.
밀색 머리에 희끄무레한 눈, 한 팔에 회색 의수를 찬 남자. 나를 이곳으로 납치한 그 마법사였다.
‘아, 마법사면……!’
나는 뒤늦게 클랑 백작이 준 겉옷으로 몸을 가렸지만, 그런 것으로 마력을 가릴 수 있을 리 없었다. 회복된 마력이 적긴 했지만 마법사라면 충분히 눈치챘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마법사의 눈썹이 꿈틀했다.
“마력이 거의 회복되었군요.”
“호오.”
마법사의 말에 그의 보좌를 받는 남자도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들뿐만 아니라, 나를 돌아보는 아이들의 눈길도 이어졌다. 그중에는 마력을 지닌 소녀 둘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아이들은 아직 어리고 힘이 약해서 내 마력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듯했다.
보라색 눈에 금색 머리를 가진 남자가 내게 손짓했다.
“이리 와보렴, 아이야.”
방금 약한 어린애를 뱀굴로 밀어 넣은 남자치고는 간드러진 목소리였다.
나는 그의 말에 따라 몸을 일으키면서 한쪽 손으로 왼쪽 눈을 가렸다. 주춤거리며 철창 앞까지 다가가자 클랑 백작이 초조해하는 것이 보였다.
“저 아이는 아직 어립니다.”
“누가 너에게 판단을 허락했지?”
“…….”
나를 어떻게든 보호하려는 클랑 백작의 선의가 무색하게도, 돌아온 것은 차가운 멸시였다. 그 고압적인 목소리에 클랑 백작이 입을 닫았다. 대신 나를 향해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왔다.
“어때 보이냐, 하운드?”
마법사 납치범의 이름은 하운드였나 보다. 그는 무채색 눈으로 나를 살피고는 답했다.
“마력량은 성인 못지않군요. 이 정도로 뛰어난 마녀는 5년 만에 봅니다.”
“그게 정말이냐?”
남자의 얼굴이 밝아졌다. 하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분명 죽어가고 있었는데… 자가 치유력이 엄청나군요. 어쩌면 그게 이 아이의 능력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이브가 마녀라는 거야?”
두 납치범의 대화 사이로 혼란스러워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섞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그러나 남자는 인자한 얼굴로 아이들을 돌아보았다.
“이곳의 이름은 하우스, 그리고 나는 마스터란다. 우리는 성신께서 내려 주신 계도의 명을 받고 너희를 이곳으로 데려왔지.”
그리고는 목깃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하얗게 빛나는 눈송이 문양의 목걸이를.
‘성물?!’
성신 테헤라가 남겼다는 성물은 신전에 공헌한 소수의 고위 사제에게만 주어지는 희소한 보물이었다.
이런 동굴 속에서 괴물 뱀에게 어린아이를 바치는 납치범이 테헤라 정교의 고위 사제라고?
“너희는 마녀다.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자라면 마녀가 될 씨앗들이야. 그래서 너희의 부모가 너희를 이곳으로 보낸 것이다.”
“부, 모님이?”
“우리가 마녀라니…….”
혼란스러워하는 아이가 반, 덤덤한 눈으로 마스터의 말을 듣는 아이가 반.
“물론 마녀는 마수와 다를 바 없는 끔찍한 생물이란다. 하지만 걱정할 것은 없다. 너희는 운명처럼 우리에게 왔으니까. 우리가 시키는 대로 잘만 따르면, 사악한 피를 이은 죄를 씻고 성신의 충실한 종이 될 수 있어.”
으레 다정한 어른이 아이의 경계를 허물 때 그러하듯, 마스터가 허리를 숙여서 나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그와 나 사이에는 철창이 있었지만.
“한눈에 알겠구나. 아이야, 나는 옛날에도 너처럼 재능 있는 마녀를 길들여본 적이 있단다. 아쉽게도 녀석은 마녀의 성정을 이기지 못해서 계도에 실패했었지만, 너라면 가능할 것 같구나.”
그가 나를 향해 팔을 뻗었다. 그리고 철창 사이로 손을 넣어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마녀들은 온갖 말썽을 저지르는 것 같아 보이지만, 그들에게도 특화된 재능이 있지.”
‘특질.’
엄마에게 배웠던 단어를 속으로 떠올리면서 나는 혼란을 느꼈다. 이들이 어떻게 특질의 존재까지 알고 있는 걸까.
신전은 마법사를 배척하는 동시에, 그들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낮았다. 그런데 이 하우스와 마스터는 마탑과 마법사를 무척 잘 파악하고 있었다. 특질을 이용하려 들 정도로.
“아이야, 인간이 재능을 발휘할 때가 언제인지 아니?”
“아, 니요…….”
“그건 목숨이 위협받을 때야.”
느릿느릿 쓰다듬는 마스터의 손길이, 마치 머리 위에 뱀이 기어 다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 특질을 발휘시키기 위해 뱀굴에 집어넣기라도 하겠다는 걸까? 나는 눈을 굴려서 마스터의 표정을 살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나를 향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일은 네 차례다, 다니스.”
“……!”
나는 흠칫 놀라 등 뒤를 돌아보았다. 클랑 백작이 당황한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곧장 얼굴을 굳혔다.
“알겠습니다.”
“클랑…!”
너무 당황한 나머지 아직 백작이 되지도 않은 어린 그를 클랑 백작이라고 부를 뻔했다.
남자는 클랑 백작의 온순한 태도에 만족하며, 진을 대충 우리 안에 던져버리고 떠났다.
클랑 백작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신을 보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스터의 손길을 털어내듯이.
“걱정하지 마, 이브. 나는 살아남을 테니까.”
씩 웃으면서 장담하는 클랑 백작의 입꼬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다짐하듯 말을 이었다.
“내 명예를 걸고 보장할게.”
***
지난 새벽, 진은 고비를 넘겼다.
마력 코어가 생성되긴 했지만, 아직 약한 단계인 데다가 이미 몸 전체가 중독된 상태였기 때문인 듯했다. 나는 한밤중에 진의 옆에 붙어서 치유의 권능을 써주었다. 내 힘으로는 기운을 좀 차리게 만드는 것밖에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다행히 진이 잘 이겨내 주었다. 나는 진의 몸에 안정적으로 마력이 도는 것을 확인하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아이들이 자는 동안 철창을 구부려서 우리를 빠져나갔다. 천천히 동굴을 살피고 내일의 계획을 세워야 했다.
저녁 무렵에는 원피스 자락을 찢어서 한쪽 눈을 가린 채 마스터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마스터가 동굴에 도착했을 때, 누구보다 먼저 다가서서 말했다.
“오늘은 제가 나갈게요.”
“…무슨 소리야, 이브!”
클랑 백작이 놀란 얼굴로 나를 말렸다. 나는 그를 돌아보지도 않고 뱉었다.
“저도 강해지고 싶어요. 성신의 종으로서 쓸모를 증명하게 해주세요.”
“호오.”
마스터는 나를 보고 가늠하듯 턱을 매만졌다.
“그래, 좋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하지만……!”
클랑 백작이 강하게 반발했지만 마스터는 들리지 않는 것처럼 무시했다.
“아이야, 오늘은 네가 나오거라. 다니스는 내일이다.”
“네.”
“…….”
클랑 백작의 따가운 시선을 뒤로한 채 철창문을 통과하며 생각했다.
‘내일은 없어.’
우리는 오늘 밤에 여기를 나갈 거니까.
어두컴컴한 굴 한쪽을 마주 보고 기다리자, 곧 뱀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스슷, 스슷.
“읏…….”
역시 엄청나다. 마치 거대한 마력의 덩어리가 기어 오는 기분. 저 비늘 하나하나마다 평범한 마법사 한 명의 마력량을 지닌 것 같았다.
나는 압박감을 견디면서 공격을 기다렸다.
“이브, 안 돼.”
“겁먹어서 못 움직이는 것 같은데…!”
“…….”
아이들의 목소리가 신경이 쓰였지만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기다렸다. 녀석이 나를 노리고 달려올 때까지.
쉬이익!
그리고 녀석이 내게 달려드는 타이밍에 맞춰서, 나는 마스터와 마법사들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자 뱀도 함께 놈들에게 달려들었다.
“음…?”
마스터의 곁에 있던 하운드가 인상을 찌푸리며 마법을 발동했다. 그러자 얇은 벽이 생기더니 그들과 뱀 사이를 갈라놓았다.
‘방어막?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뱀은 관성에 의해 공격을 계속했지만, 마스터를 공격하는 대신 막을 통과하고 말았다.
‘통과해?’
통과했다는 표현이 적절했다. 뱀은 마치 허공에 난 새로운 차원으로 빨려 들어갔다가 다시 나온 것처럼 보였으니까.
‘벽보다는 문에 가깝게 느껴지네. 저게 하운드의 특질인 걸까.’
나는 빠르게 상황을 눈에 담고, 판단을 마친 뒤 냅다 뱀굴 안쪽을 향해 달렸다.
마스터와 두 마법사는 매번 뱀굴의 반대편에서 걸어왔다. 그래서 그쪽에 출구가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어젯밤 살펴본 결과 그쪽에는 문이 없었다.
그저 끝없이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과 난간 대신 잡을 수 있는 밧줄 하나가 다였다.
하운드는 공간계 능력자인 듯 보였으니 문이 없어도 드나들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동굴에는 어디선가 날아온 나뭇잎이 드문드문 떨어져 있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반대쪽인 뱀굴!’
그러나 막상 들어선 뱀굴 안쪽은 좁고 어두웠다. 나는 인상을 찌푸린 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때, 머리 위에서 작게 바람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든 나는 눈이 환해지는 것을 느꼈다.
‘있다……!’
집채만 한 뱀의 집, 아득히 먼 천장 위로 어린애 한 명이 겨우 드나들 만한 크기의 구멍이 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