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77)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173)화(177/207)
신나게 마스터를 두들겨 패던 에코가 멈칫했다.
아이들이 하우스에 뱀을 풀어놓고 도주했다니, 그 말은.
[서, 설마 마스터…… 애들을 어디 숨겨 놓은 게 아니라, 놓친 거였어?]“……그렇, 다.”
에코는 그제야 하우스 지붕에 뱀이 늘어져 있던 배경을 이해했다.
바위산 속에 감쪽같이 숨어 있어야 할 하우스를 찾아낼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 뱀이었다.
안 그래도 하우스가 어쩌다 뱀에게 습격당하게 된 건지 궁금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이브엔나의 작품이었다니.
[……아.]에코가 조용히 허리를 끌어안고 몸을 떨었다.
[으하하하하하학!]“…….”
숨까지 헐떡이며 낄낄거리는 에코를 보며 마스터가 떨떠름하게 입매를 굳혔다.
[못 본 사이 더 한심해졌잖아? 온갖 더러운 수작을 동원해서 판을 깔아놨으면서 어떻게 애들한테 당하냐, 으하하하학!]낭랑하게 울려 퍼지는 에코의 비웃음에 마스터의 얼굴이 점점 붉게 달아올랐다.
“이, 이 바위산 전체가 하우스의 영역이다. 도망쳐 봤자 잡히는 건 시간 문제…! 하우스의 충성스러운 수하들이 내려가는 길목마다 포진해 있다……!”
[아, 그러셔. 다들 들었지.]“좋아, 각자 두 팀으로 나뉘어서 찾자!”
전투 불능이 된 알비스와 그녀의 보호 담당이 된 샤샤, 마스터를 상대하는 에코를 제외하고 네 명의 마법사가 수색을 위해 두 팀으로 나뉘었다.
[그러면 우리는 몸의 대화를 마저 해볼까.]마법사들이 흩어지고, 에코가 다시 마스터를 돌아볼 때였다.
불시에 허공에 균열이 일었다.
에코는 순간적으로 ‘공간이 베어졌다’라고 생각했다. 칼로 베어낸 듯 직선으로, 에코와 마스터 사이에 균열이 생겨났다.
위기감을 느낀 에코가 마스터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아.]그러나 에코의 손이 닿기 직전, 마스터의 모습이 그가 서 있던 바닥과 함께 사라졌다.
에코는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았다.
그녀의 앞에 네모나게 구멍이 생겨나 있었다. 마치 케이크 칼로 그 부분만 들어낸 듯한 형상.
에코는 천천히 시선을 내려 그녀의 신발 앞코가 깔끔하게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조금 더 팔을 뻗었다면 그녀의 손도 같은 꼴이 되었을 것이다.
[이건…….]알비스와 비슷하지만 다른 공간계 마법, 하운드의 능력이었다.
[못 본 사이 많이 성장했잖아…?]에코는 멍하니 사라진 바닥을 쓸었다. 매끈한 단면을 쓰다듬던 그녀의 손끝이 잘게 떨렸다.
[아아아아아악……!]에코가 머리를 부여잡고 소리를 질렀다. 머릿속으로 전해지는 고함에 뇌가 쩡쩡 울릴 정도였지만, 샤샤는 무표정한 얼굴로 다가와 에코의 등을 토닥였다.
“진정해요, 에코.”
[간신히, 간신히, 간신히 만났는데! 드디어 죽여버릴 기회였는데!]“괜찮으니까, 좋게 생각해요.”
[어떻게 좋게 생각해! 다 죽인 걸 눈앞에서 놓쳤는데!]“살아서 나갔으니 마스터는 몸을 회복할 겁니다.”
샤샤가 맑은 갈색 눈을 깜빡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러면 다음에 또 팰 수 있을 거예요.”
[……다음에 또 팬다고?]“네, 완전히 나아서 만나면 처음으로 돌아가서 새롭게 팰 수도 있어요. 꼬리를 밟는 데 성공했으니까, 앞으론 찾기도 쉬울 테고.”
[…….]“그때까지 마스터는 두려움에 떨 테니까… 고통의 총량을 생각하면, 이렇게 된 쪽이 더 낫지 않을까요.”
객관적인 사실을 서술하듯 무심하게 읊는 샤샤의 목소리에, 에코의 얼굴이 서서히 밝아졌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네.]“네, 그러니 이제 이브엔나를 찾아봐요.”
[좋아!]기분을 완벽하게 회복한 에코가 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수색팀이 발견한 아이들의 흔적을 따라 주변을 탐색하던 중에….
[찾았다.]이브엔나와 정신을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에코?!’
이브엔나의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무의식중에 에코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코튼 캔디에게 말을 걸었을 때는, 상대가 이브엔나라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 황성에서 정신을 연결했을 때는, 상황이 심각해서 대화를 나눌 수 없었다.
다시는 제 이름을 부르는 이 귀여운 목소리를 듣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에코는 상기된 얼굴로 물었다.
[꼬맹아, 너 어디 있어.]‘나, 나 지금 애들이랑 나샤의 바위산에…….’
[여기 다 바위산이야. 하우스에서 탈출해서 나간 경로를 말해 봐.]구체적인 위치를 묻자, 이브엔나가 잠깐 침묵하더니 외쳤다.
‘에, 에코, 지금 근처에 있는 거야?!’
‘하우스, 하우스에? 어, 어떻게.’
[글쎄, 대마녀 캔디님의 계시를 쫓아서?]‘어?’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는지, 이브엔나가 한참 말을 잇지 못하고 어버버했다. 근래에 그들을 끊임없이 놀라게 만들고 있는 꼬맹이를 드디어 이쪽에서도 당황시켰다는 뿌듯함에, 에코는 유쾌한 웃음을 지었다.
[지금 아이들이랑 다 같이 있어?]‘응, 그리고 니르겐이랑…….’
[…니르겐?]낯선 이름에 의아하게 고개를 기울이자, 주변에 있던 샤샤가 그녀를 발견하고 물었다.
“에코, 이브를 찾았나요?”
[앗, 응. 그래서 꼬맹아, 지금 어디라고?]그 이후로 에코는 이브엔나에게 들은 이동 경로와 주변 지형을 수색팀에게 전해주었다.
그리고 혹시나 하며 주변을 계속해서 탐색했다.
마스터가 흠씬 두들겨 맞는 중에 외친, ‘하우스의 충성스러운 수하들이 내려가는 길목마다 포진해 있다.’라는 말이 아무래도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의 탐색 범위에 걸린 것은 하우스의 수하가 아닌, 다른 존재들이었다.
“성하, 이 건물에서 폭음이 들려왔습니다!”
근래에 이동한 물자를 기준으로 나샤를 조사하던 와중, 바위산에서 난 소란을 눈치챈 황실 기사단.
“이쪽인가.”
그리고 황실 기사단의 선두에서, 새하얀 갈기를 흩날리는 백마와 백마만큼이나 고결한 자태로 기사단을 이끄는 그들의 수장이 보였다.
제국 황실의 2황자인 동시에 신성연합국의 교황이며, 대륙의 유일한 성자인 아인츠베른이었다.
굽어진 바위산을 날렵하게 뛰어넘어 고원을 가로질러 온 기사단이 순식간에 하우스에 들이닥쳤다.
기사단을 끌고 가장 먼저 들어선 아인이 천천히 하우스를 살폈다.
교황 성하의 날카로운 시선이 하우스 내부에 있는 인물들을 발견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미 몇 차례의 전투를 치른 듯 반파된 건물과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는 하우스의 잔당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선 에코까지도.
에코는 무심코 입을 열었다.
[…왔구나.]머릿속에 울리는 중성적인 목소리에, 아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에코를 바라봤다.
“이 목소리는, 신탁의……?”
아인의 혼란스러운 중얼거림에 에코가 흠칫 놀랐다.
‘아차, 실수했다.’
그녀는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던 능력을 멈추고 입을 꾹 닫았다.
[…….]“…….”
샤샤는 약간 놀란 눈으로 에코를 돌아보았다. 그녀가 적을 앞에 두고 저렇게 온몸으로 침묵을 고수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
그러나 에코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황실 기사단은 미심쩍은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입가에 흉터가 잔뜩 있는 여자, 얌전히 휠체어에서 잠든 여자와 그녀의 뒤에서 휠체어를 끄는 여자. 그리고 쑥대밭이 된 하우스의 상황까지. 이 건물 전체에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저 사람들은 누구지?”
“…어쩐지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자들이군요.”
“저 여자가 이 건물의 주인인가?”
“그렇다면 저들이 성녀님을 납치한 마녀들이란 말입니까!?”
그때, 아인의 시선이 알비스의 휠체어를 잡고 있는 샤샤에게 닿았다.
아인은 그녀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들 사이에 린제나가 있었지만.
“아니, 내가 아는 이들이다.”
교황이 아는 이들이라는 한마디에 황실 기사단은 곧바로 경계를 풀었다.
[…….]에코는 여전히 입을 꾹 다문 채 아인을 돌아봤다. 그리고 조용히 손짓했다.
“……?”
따라오라는 건가, 아인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일단 그녀의 뒤를 따랐다.
“무슨 일이지?”
[놀라지 말고 들어.]에코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리는 순간, 아인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놀라지 말라고 들으라니까.]놀라게 하면서 그런 말을 하는 건 무슨 의도지.
아인이 그런 생각을 하며 눈살을 찌푸리는데, 또다시 머릿속에 목소리가 울렸다.
[당신이나 우리나 한발 늦었어. 이브는 여기에 없다.]“뭐라고? 그렇다면….”
“……?”
아인이 의아하게 눈을 깜빡이자, 에코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당신의 피보호자가 성격이 엄청 급한 거 알고 있었어? 이브는 이미 계곡을 지나서 마을로 가고 있어. 이번 기회에 알아두라고. 그 애를 구하려면 하루 만에 나샤를 주파해야 해. 그것보다 늦어버렸다간 도움을 주기 전에 혼자서 탈출해 버리니까.]“…그랬나.”
아인의 입가가 잠깐 느슨해졌다.
이브엔나가 정말 살아 있다. 그것만으로도 날뛰던 속이 조금은 진정되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그의 예상보다 훨씬 씩씩하게 견디고 있었던 것 같아 손톱만큼 안도가 되었다.
한시름 걱정을 던 아인은 에코를 돌아보았다.
“이브엔나가 나샤에 있다고 내게 알려준 것도 당신이군.”
[하하, 정말 신탁인 줄 알았어?]“…믿을 수밖에 없었고, 믿어야 했지. 단서는 그것밖에 없었으니.”
아인이 에코를 훑으며 말했다.
“설마 마녀의 목소리인 줄은 몰랐지만.”
[마녀에게 홀린 소감이 어때?]“…….”
낯설지도 않다는 말을, 아인은 입 안으로 삼켰다.
마녀에게 홀린 경험이라면 부끄러워하는 게 새삼스러울 정도로 많았다.
아인은 반사적으로 린제나 그레인저의 얼굴을 떠올렸다.
엘리자베스 위터라는 가명을 쓰고 연회에 나타난 그녀와 처음 눈을 맞춘 순간부터, 운명과도 비슷한 이끌림을 느꼈다.
이상할 정도로 잘 통했던 대화, 마치 잃어버린 퍼즐을 되찾은 것처럼 그녀의 모든 것이 달가웠었다.
그 감정은 린제나가 사실 마녀이며, 그녀의 신분이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에도 지워지지 않았다.
달빛 아래로 빛나던 새하얀 피부와 밤에 핀 봄꽃처럼 흐드러지던 분홍색 머리칼, 즐겁게 울려 퍼지는 유쾌한 웃음소리, 그리고.
‘그런 얼굴 하지 마. 말없이 너를 떠나는 일은 없을 테니까…….’
린제나를 회상할 때마다 함께 떠오르곤 하는 그녀와의 마지막 대화도.
진심이 통했다고 느꼈던 모든 순간이 그만의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자각한 건, 린제나가 떠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린제나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연기를 무척 잘했으니까.
“너희가 왔다는 건…… 혹시 여기에 있는 건가.”
아인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린제나도.”
그는 아주 오랜만에 발음하는 듯 어색한 투로 린제나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