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8)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18)화(18/207)
-최근에도 엄청난 일을 해내셨잖아요.
-파리엘 전하가 성흔을 얻으신 일 말씀이시죠?
-성물 ‘노바’도 없이 세례를 내린 사건이었지요!
-사람이 세례를 내리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당연히 되죠. 성녀님은 신의 아이시니까요!
‘왜냐하면, 소피는 신의 아기니까!’
시녀의 말에 자연스럽게 소피아의 말버릇이 떠올랐다. 얼굴에 화드득 열이 올랐다.
낯선 찬사들이 기쁘기보단, 그저 어쩔 줄 몰라 허둥거리게 됐다.
그간 사람들의 호의에 꽤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사실 앞에서 하는 보여주기식의 칭찬은 이전에도 종종 들어봤지만, 이렇게 뒤에서 나를 칭찬하는 말을 듣는 건 처음이었다.
황실의 시녀들이라는 건 뒤에서 질 나쁜 루머와 모욕만 양식하는 종자들이 아니었던 건가. 이렇게 자기들끼리 칭찬도 나누는 건 정말 처음 들었다. 이상하잖아, 굳이 뒤에서 다른 사람 칭찬을 하다니. 이런 건 꼭.
‘진심 같잖아…….’
나는 새어 나오는 목소리를 죽이기 위해 양손으로 입을 꾹 눌렀다. 붉게 물든 얼굴에 땀이 맺혔다.
이래도 되는 걸까?
하지만 세례는 내 능력이 아니라, 소피아가 한 걸 흉내 낸 것뿐인데. 그녀가 다른 사람에게 세례를 내린 걸 못 봤더라면, 나도 그런 게 가능하다는 걸 몰랐을 거다.
‘……그런데 진짜 신의 아이인 소피아는 이마에 신성을 쏟아부으면 세례를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왜 아무에게도 안 알려줬지?’
알렸더라면, 더 많은 사람이 구원받을 수 있었을 텐데.
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 시녀들은 아무 근심도 없는 듯 소탈한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갔다.
-파리엘 전하는 8살이시죠?
-와, 그럼 이제 2살이 넘어서도 세례를 받는 게 가능해지는 걸까요?
-글쎄요. 신전에서 성녀님의 세례에 대해 들은 것을 바탕으로 시도는 하고 있다는데, 쉽지 않다네요.
‘……어, 뭔가 문제가 있나?’
의구심에 귀를 기울이자, 그녀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날 자리에 있던 분들의 말씀에 따르면, ‘성녀님은 파리엘 전하의 이마에 신성으로 만들어진 금빛 문양을 그렸고 신성이 모두 전하에게 스며들자 성흔이 발현되었다’고 해요. 문양을 알아내는 건 어렵지 않았죠. 일반적으로 세례를 받을 때 흔히 떠오르는 문양 중 하나와 같았다고 하니까. 하지만 고위 사제님 중에도 신성으로 문양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네, 저도 나름 상급 신관인데 어떻게 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어요.
‘아……?’
그럴 수도 있겠다. 나는 비밀통로를 들어갈 때마다 신성의 문양을 그려왔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런 걸 할 일이 없으니까.
하지만 그건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 내가 문양을 제대로 그려내기 전에 갑자기 신성이 저절로 움직이면서 문양을 만들어냈던 걸 보니, 그건 통로의 비밀문양이나 마법진과 달리 그저 성흔이 생길 때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대의원분들이 일부 모여서 한 번 시도를 해보셨대요.
-와, 그래서요?
‘헉, 그렇게까지?’
신성연합국의 대의원은, 제국 최고의 대사제들로만 이루어진 집단이었다. 현 교황은 물론이고 차기 교황인 아빠와 리벨 삼촌, 다섯 명의 주교, 그리고 원칙상 황제인 할아버지까지도 여기에 들어간다.
이름부터 웅장한 인선이었다. 대의원까지 나섰다면 이런 사사로운 사건이야 금방 해결되었을 것이다.
-실패였죠, 뭐.
‘엣.’
시녀의 상쾌한 목소리에 바닥을 디디려던 내 발이 미끌했다. 난 황급히 벽을 잡아 넘어지는 걸 막았다.
-역시, 이건 성녀님만 할 수 있는 일일까요?
-신의 아이시니까요. 신의 힘도 쓸 수 있으신 거겠죠.
-신의 대리인이라는 거군요. 정말 대단해요.
계속되는 황당한 소리에 나는 아연실색했다.
‘그럴 리가 없잖아……!’
난 하급 신관도 못 되는 한낱 혼혈 나부랭이일 뿐인데요. 혈통빨로 버티는 거지, 원래였으면 감히 대신전에 발도 못 들였을 반푼이라고 다들 그랬는데요!
‘그런데 왜 대의원씩이나 되는 사람들이 그걸 못 했지?’
걷다 보니 어느새 황제의 응접실 코앞까지 도착했다. 하지만 난 대화가 너무 당황스러워서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서성거렸다.
뭔가 단단히 잘못 된 게 틀림없다. 그냥 이마에 신성력을 쏟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행위인데.
그 와중에도 시녀들의 낭랑한 목소리가 계속해서 내 귀로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이제부터 신성 황제의 응접실에 사특한 마법을 설치하려는 지도 모르고 순진무구하게 내 칭찬을 계속했다.
-어떻게 그런 분이 우리 황실에 내려오셨을까?
-정말이지 아기님은 우리 황실의 보물이세요.
‘으윽, 업보 쌓고 있는 기분.’
괜찮아, 어차피 마녀인 데서부터 글러 먹었고 마법도 잔뜩 써서 이미 업보 만선일 테니까. 더 쌓아도 티 안 날 거야…….
과분한 칭찬에 끙끙거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근심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말 배우는 건 좀 느리시지만요.
난 그 말을 잠깐 이해하지 못하고 눈을 깜빡였다.
‘……으응?’
-아, 저도 들었어요. 개월 수로 따지면 슬슬 말을 할 시기라는데, 아직 간단한 단어도 못 말씀하신다죠?
-보통 아기들이 가장 먼저 하는 말이 엄마, 아빠인데. 아기님은 그렇게 부를 수 있는 분이 안 계시니까. 그런 영향도 있는 게 아닐까요.
-아직 바닥에 내려놔도 기지도 않고, 힘없이 자꾸 잠만 주무신다면서요? 몸이 약하신 걸까…….
‘아니, 그건 그냥 밤에 나돌아다니느라 잠을 못 자서. 잠깐, 그나저나 나 성장 느려?’
너무 적들의 경계를 사지 않게 영재 아기 연기부터 시작하려고 했던 내 계획이…….
-우리 귀하신 성녀님, 건강히 자라셔야 할 텐데.
순수하게 날 걱정하는 목소리에 양심이 쿡쿡 찔렸다. 본의 아니게 병약한 이미지를 쌓고 있는지는 미처 몰랐다.
-그나저나 저, 최근에는 요한님을 만나고 왔는데요.
“라테.”
그들이 또다시 흥미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난 재빨리 시동어를 읊었다.
<쥐와 새의 귀>가 꺼지자, 시녀들의 경쾌한 목소리도 사라지고 다시 사위가 조용해졌다.
황제의 응접실에 몰래 침입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었지만, 난 망설임 없이 입구를 밀고 들어갔다. 감히 황제의 응접실에 마법을 설치하면서도 전처럼 불안해하며 실수하는 일조차 없었다.
아까 시녀들이 오늘 공의회가 있는 날이었다고 했으니, 황제의 응접실에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칙상 황제는 신전에서 대사제 신분이니까. 특수한 위치라 신전 회의 참석이 강제되지는 않지만, 황제 폐하를 알현할 손님이 공의회가 있는 날을 고르지는 않는 법이다.
‘아는 건 정말로 힘이구나.’
앞으로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정보는 더더욱 필요해지겠지.
단순히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는 것으론 부족했다. 난 22년 후에도 삼촌을 막지 못했으니까. 어리고 무지했던 나는 모든 걸 삼촌에게 의지했고, 삼촌은 나를 대신해서 황실의 대소사를 장관했다. 황실과 신전의 주요 인물들이 모두 삼촌의 사람으로 갈아치워졌고, 그들은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약점을 찾아내 쥐고 흔들기 시작했다.
나는 정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채로 삼촌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었다. 정신을 차리니 수세에 몰려 있었고, 합법적으로 그의 손에 처형되었다.
아니, 처형되었을 것이다. 그대로 있었더라면.
‘이번엔 그렇게 되어선 안 돼…….’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여기서 적이라는 건 역시 마녀·마수 간주법을 지지해서 내 사람들을 죽이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인간들. 리벨 삼촌을 필두로 한 교조주의자들이겠지.
‘엄마를 만나기 전까지 최대한 많은 정보를 모아야 해.’
그러려면 역시…….
꿀꺽, 나는 가까워지는 입구를 보며 몸을 긴장시켰다.
‘리벨 삼촌의 집무실…….’
정보를 얻으려면, 적진만큼 좋은 장소가 없지.
기세 좋게 와놓고서, 난 입구 앞에 주저앉듯 미끄러졌다.
나는 황실의 모든 장소가 손바닥 안처럼 훤했고 특히 황제의 응접실 같은 곳은 내게 매우 익숙한 곳이었다. 하지만 리벨 삼촌의 공간은, 비밀통로를 이용해서도 몰래 침입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려는 시도도 해보지 못했다.
그러니까 내가 삼촌의 공간에 발을 들일 때는, 거의 삼촌의 부름을 받거나 그의 손에 잡혀 끌려올 때였다.
“후으…….”
나는 천천히 숨을 뱉으며 호흡을 진정시켰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끝을 입구에 대고 바깥의 기척에 정신을 집중했다.
여기에 귀를 심을 수 있다면 반드시 큰 도움이 될 거다. 난 다시 한번 꿀꺽 침을 삼키고 입구에 이마를 댔다. 지금이 기회야…….
‘리벨리우스 전하께서 신전에 방문해 보겠다고 하셨으니, 기다려 봐야죠.’
마침 시녀들의 대화를 통해 지금 리벨 삼촌이 외출 중이라는 정보를 얻고 온 참이다. 연속 두 번으로 귀를 심고 와서 마법에도 요령이 생겼고, 마법진도 똑똑히 기억한다. 게다가.
‘정말이지 아기님은 우리 황실의 보물이세요.’
운 좋게도 오는 길에 나에 대한 칭찬을 잔뜩 들었다. 그래서 약간 자신감이 생겼달까, 사실 좀 흥분한 상태였다.
뭐 다른 사람들에게는 흔하게 듣는 말일 수도 있지만, 나는 아니라서. 오늘은 행운이 따르는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상승세를 이용해서 겁나는 일까지 뚝딱 해치울 요령이라고나 할까.
“흐으, 윽.”
덕분에 생각보다 겁을 덜 먹었는데, 자꾸 몸이 덜덜 떨리고 식은땀이 뚝뚝 흘렀다. 공포라는 건 머리보다 몸에 더 선명히 각인되는 감각인가 보다. 나는 내 팔을 끌어안고 몸이 진정될 때까지 잠깐 기다렸다.
차라리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면 놀란 들짐승처럼 부리나케 튀기라도 할 텐데, 벽 너머는 조용하기만 했다. 나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이런 상태로 갈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돌아가야…… 아니, 아니야.’
어차피 리벨 삼촌은 꼭 직면해야 하는 존재다. 언제까지 이 공포에서 도망만 칠 수는 없다. 도망가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기 위해, 나는 타임리프를 발동한 순간을 떠올렸다.
엄마의 마법서를 발견한 후에도 정체가 들킬까 두려워서 마법을 쓰지 못했다. 타임리프를 발견해서 고모와 계획을 세운 후에도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내가 계획을 포기했더라도 언젠가는 사형 선고를 받았겠지.’
그렇게 죽을 때까지 공포에 시달렸을 테고, 아빠를 만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것을 극복하고 마법을 쓴 순간, 마법에 대한 두려움도 끝났다.
용기를 내지 않으면 상황은 계속된다.
‘나는 겁쟁이니까, 남들보다 더 용기를 내야 해. 좋아, 여기서 규칙을 정해야겠어. 앞으론 무서우면 한 걸음 더 나아가자.’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는 거야.
나는 눈가를 손등으로 슥슥 문지르고 고개를 들었다. 억지로 부들거리는 손을 들어 입구를 조금 밀었다.
드러난 틈새에 얼굴을 바짝 대자, 고즈넉하기 그지없는 집무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창을 등지고 놓인 창문도, 햇빛이 드리운 붉은 카펫도 모두 주인이 돌아오기만을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하아…….”
나는 깊게 숨을 한 번 내쉬고, 마력의 도움을 받아서 입구를 힘껏 밀었다.
비밀통로의 입구는 그 사용처에 걸맞게 삐걱거리는 소리 하나 없이 스르르 밀려났다. 집무실로 나와 입구가 다시 닫히자, 나는 내가 밀고 들어온 ‘입구’가 책장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꽤 많은 책이 진열되어 있는데도, 바닥에 무슨 장치가 되어 있어서인지 큰 힘이 들지 않았다.
나는 가타부타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마법을 발동하기 시작했다. 시선은 책장 대각선 벽에 있는 방문에 고정한 채로, 마력을 뭉쳐 마법진을 만들어냈다. 이전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술식을 그릴 때도 비슷한 모양의 다른 마법을 발동시키지 않도록 열심히 피해서, 가장 복잡한 문양을 마지막에 풀어 헤치듯 그려버렸다.
완벽한 마법진을 만들자 검은빛이 번쩍하며 허공에서 귀 두 개가 나타났다.
‘됐다!’
난 급히 미리 정해놓은 시동어를 읊었다.
“핀치, 비버.”
그러자 허공에 떠오른 귀가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며 모습을 감췄다.
나는 귀들이 퐁당 사라져버린 그림자를 보며 조용히 감격했다.
‘서, 성공이다!’
삼촌의 집무실에 귀를 심는 데 성공했다!
‘곧바로 탈출해야 해.’
난 그대로 등을 돌려, 내가 들어온 책장을 돌아봤다.
그대로 통로의 비밀문양을 그리려는 순간.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내 오른쪽 눈동자가 익숙한 모양을 발견하곤 움찔 굳었다.
‘……어?’
여기는, 성신 테헤라를 지극히 사랑하시는 대사제 리벨리우스 황자 전하의 집무실.
척 봐도 성전으로 가득 찬 그의 책장 또한 흠 없이 고결해야 이치에 맞을 텐데.
왜 이 마녀의 눈에는 사특한 마력의 흔적이 비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