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82)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178)화(182/207)
나는 눈을 두 번 깜짝였다.
“…중간계로요?”
“그래, 우리와 함께 가면 이런 고초를 겪지 않아도 된단다.”
엄마가 내 머리칼 사이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말했다.
“귀족 사회에서 마법사 꼬마를 버리는 건 흔히 일어나는 일이지……. 하지만 마탑은 결코 마법사를 버리지 않아. 우리와 함께 가자, 응?”
“…네?”
나는 엄마가 목격한 내 모습을 떠올렸다.
황실에 있어야 할 아이가 갑자기 나샤의 바위산에서 깔려 죽을 뻔하고 있었다. 나와 함께 있는 아이 중에 마법사도 몇 있었으니, 내가 결국 마법사라는 게 들통나서 버려졌다고 유추하신 것 같았다.
“저, 저는 버려지지 않았어요.”
“그렇니?”
엄마가 슬픈 얼굴로 되물었다. 마치 제가 버려진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주인을 놓쳤다고 자책하는 강아지를 보는 눈빛으로.
나는 다급히 해명했다.
“저는 나, 납치당한 거예요.”
“납치라…….”
엄마의 얼굴에 냉담한 기운이 서렸다.
“그래, 아인츠베른 황자는 악의가 없고 단지 무능한 것뿐이었구나.”
“……!”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흘렀다.
마탑의 지배자인 우리 엄마 또한 나를 납치한 전적이 있었다.
이후 황실에서 자라는 것이 내게 더 안전하고 행복한 일이리라는 결론을 내리고 돌려 보내주시기는 했지만…….
황실이 나를 버렸든,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 것이든 내 안위에 문제가 생겼다면 나를 또 데려가 버리실지도 몰랐다.
나는 자세히 해명할 필요성을 느꼈다.
“제, 제가 멋대로 가출한 거예요! 유희 마법을 연마해서!”
“……유희 마법을?”
내 안에서 격한 고민이 일어났다.
‘일어났던 일을 어디까지 설명해드려야 좋을까.’
코튼 캔디의 신분으로 할스테리어를 조사하다가 대사제를 살인했다는 누명을 쓰고 도주했던 일, 그러다 하우스에 납치당한 일련의 사건이 차례로 머리를 스쳤다.
‘코튼 캔디에 대해 말하면 엄마가 이상하게 여기실지도 몰라.’
4살 주제에 어른 흉내를 너무 잘 내는 건 역시 이상하다.
엄마는 타임리프를 만든 사람이니까, 여러 정보를 취합해서 내가 시간 여행자라는 사실을 눈치를 채실지도 몰랐다.
‘하지만 엄마에게 헤일로에 대해서 경고는 해드려야 해.’
오멘 후작가에 일어난 일은 우리 가족에게 일어난 일과 무척 비슷했다. 자살 시도를 했던 후작 부인, 유력한 대사제 후보였던 후작, 어린 아기까지.
‘그건 헤일로가 엄마를 죽이기 위해 벌인 예행연습이야.’
헤일로의 저주를 이용해 마탑주를 죽이려 하는 집단, 하우스를 만나며 내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엄마가 돌아가신 뒷배경에는, 헤일로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나 또한 죽음의 원인 중 한 자리를 크게 차지하고 있었다.
‘오멘 후작가와 우리 가족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후작 부인은 신관이지만, 우리 엄마는 마법사라는 것이다.
마법사는 저주에 걸리지 않는다. 그러니 원래라면 후작가를 무너뜨렸던 방식이 우리 가족에겐 통하지 않아야 정상이다.
하지만 헤일로에게는 기회가 있었다.
‘마력의 자생능력이 태아를 공격하기 때문에, 임산부는 마방석으로 마력을 전부 뽑아낸다.’
그리고 마력을 잃은 마법사는 저주에 취약해진다. 진이 헤일로의 저주에 홀렸던 것처럼.
“사실은, 말이에요…….”
생각을 정리한 나는 당장 필요한 부분만 엄마에게 설명해주었다.
몰래 황성을 빠져나왔다가 하우스에 납치당했다. 그러다가 헤일로에게 홀린 사제를 만났고, 산사태에 휘말렸다고.
‘에코와 마법사들이 내가 코튼 캔디라는 걸 아는 게 마음에 걸리지만……. 나중에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하자.’
“하우스 놈들이…….”
설명을 들은 엄마는 이를 으득 갈며 중얼거렸다.
“언제 한 번 날 잡고 갈아버리겠어.”
나는 양손을 쥐고 진땀을 흘렸다.
‘이미 반쯤 갈린 것 같던데…….’
“그, 그런데요, 대마녀님.”
“응, 아기야?”
“헤, 일로에 대해서 아시나요?”
내 물음에 엄마가 인상을 찌푸렸다.
“글쎄. 자세히 알지는 못하고, 알아서도 안 돼.”
“왜, 왜요?”
“그건…….”
엄마의 분홍색 눈동자가 기억을 떠올리듯 허공을 바라보았다.
“어떤 존재는 말이야, 이름을 부를수록 강해지기도 해.”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요?”
“그래, 인지하지 않는 게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
“이, 이미 위협을 가했는데도요?”
“하우스가 그것의 힘을 이용했을 뿐, 그것이 주체적으로 움직인 건 아니니까.”
“그…….”
아니, 주체적으로 움직였다. 이델리에게 접근해서 계약을 종용하고, 훗날 엄마를 죽이기까지 했다.
나는 헤일로를 부르려다가 그것이 이름이 불릴수록 강해진다는 말을 떠올리고 대체 호칭을 생각해냈다.
“하지만 그 악마가, 대마녀님의 모습을 따라 하고 있어요.”
“……그게 무슨 뜻이니?”
엄마가 무어라 말하기 전에, 등 뒤에서 누군가 외쳤다.
“이브!”
마차에서 잠들어 있던 진이었다.
언제 정신을 차렸는지, 녀석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달려왔다. 그리고 바닥에서 주운 나뭇가지를 엄마에게 겨누며 말했다.
“이브에게서 떨어져, 이 악마!”
“지, 진정해.”
“어떻게 진정해! 저 악마가 너를 위협하고 있는데!”
진은 흥분으로 시뻘게진 얼굴로 내게 경고했다.
“함부로 말 섞지 마! 나도 말을 섞을수록 이상해졌었어!”
“마, 말을 섞을수록?”
“그래! 저 악마는 돌아가신 엄마 흉내를 내면서 마녀를 죽여야 한다거나, 마스터의 말을 따라야 한다며 지껄였다고! 네가 손을 잡는 순간 사라졌지만…….”
진은 엄마를 노려보며 말했다.
“사라지기 직전에 잠깐 진짜 모습을 드러냈었지. 그게 저 모습이야!”
“어머나.”
엄마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진을 바라보았다.
나는 허둥거리며 손을 휘저었다.
“지, 진.”
“네 사촌 오빠랑 너를 해치려고도 했었잖아!”
엄마는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는 진의 모습을 보다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아기가 충성스러운 친구를 사귄 것 같아서 기쁘구나.”
엄마는 왜 내 친구를 충성도로 평가하시지…….
나는 태평한 엄마의 품에서 벗어나 진의 손에서 나뭇가지를 빼냈다.
“진, 저분은 악마가 아냐.”
“뭐가 아니… 설마 너, 벌써 홀린 거야?”
“그런 게 아니야! 저분이 산사태에서 우리를 구해주셨어.”
“저 사람 혼자 우릴 어떻게 구해?”
“진짜야. 저분은 내 엄마….”
내가 변명을 위해 말문을 떼자 엄마와 진의 눈이 동시에 커지는 게 보였다.
“…같은 분이셔.”
나는 살짝 진땀을 흘리며 무마했다. 그러나 진의 놀람은 잠재워지지 않았다.
“그게 정말이야?”
내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진이 머뭇머뭇 막대기를 내렸다. 진도 이제 마법사니까, 나는 그에게 마탑의 존재와 엄마가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에 대해 대강 설명해주었다.
그런 뒤에 엄마를 돌아보고 말했다.
“보셨죠. 그 악마가 대마녀님의 모습으로 활개를 치고 다녀요.”
“…그래, 주의해야겠구나.”
진에 이어서 다른 아이도 하나둘 일어났다. 눈을 뜨는 아이마다 엄마를 보고 질겁하자, 엄마는 조금씩 경각심을 느끼시는 것 같았다.
“그 존재가 죽은 내 모습으로 돌아다닌다고…….”
엄마는 찝찝한 듯이 중얼거렸다. 나는 생각에 빠진 엄마의 눈치를 살폈다.
엄마를 만나면 헤일로가 왜 엄마를 노리는지 조금이라도 알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정작 엄마는 전혀 짚이는 데가 없어 보였다.
‘대체 왜 다들 남의 엄마를 못살게 굴지 못해 안달인 거야…….’
모든 아이가 깨어날 때쯤, 엄마는 주변을 살피고 와서 말했다.
“지진이 가라앉았어. 이제 나가도 되겠구나.”
엄마는 우리를 데리고 결계 밖으로 나섰다.
결계는 산 아래의 마을 어귀로 이어지는 곳에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자연재해의 흔적이 잔뜩 남은 산이 보였다. 무너진 토석과 뿌리 뽑힌 나무들이 산비탈을 타고 내려와 한데 쌓여 있었다.
다행히도 엄마가 쳐놓은 결계 덕분에 마을은 거의 피해를 보지 않은 듯했다.
“이브!”
곧 엉망이 된 산 위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무심코 고개를 든 내 눈이 커다래졌다.
“성아!”
흙을 잔뜩 뒤집어쓴 마법사와 기사들, 그리고 그들의 선두에 선 태양.
노을을 등지고 달려오는 아빠의 모습이 보였다.
“이브엔나.”
아빠는 백금발을 휘날리며 돌무더기를 뛰어넘고 순식간에 우리 앞에 당도했다. 그리고 유려하게 이어지는 움직임으로 나를 번쩍 들어 품에 안은 후에야 숨을 고르며 말했다.
“무사했구나.”
“성아…….”
내 코끝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나는 아빠를 마주 안고 속삭였다.
“걱정시켜드려서 죄송해요.”
“아니다. 무사했으니 됐지, 그거면 됐어.”
나는 아빠의 따뜻한 품속에서 안도를 느끼다가, 문득 등 뒤에 있는 엄마를 떠올렸다.
“저, 저분이 저희를 구해주셨어요.”
모두의 시선이 내 손짓을 따라 엄마를 향했다.
한순간에 사람들의 시선을 독차지하게 된 엄마는 차근차근 사람들을 눈에 담다가 마지막으로 아빠를 바라보았다.
아빠의 짙푸른 시선 또한 엄마에게 닿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맞물리자, 일순 주위가 고요해졌다.
나는 그들 사이에 소리 없는 대화가 오가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곧 엄마가 치맛자락을 잡고 긴 속눈썹을 내리깔며 무릎을 굽혔다.
“제국의 태양을 뵙습니다.”
마치 아빠를 생전 처음 만나는 것처럼. 자신은 우연히 성녀를 구하게 된 낯선 행인일 뿐이라고 모두에게 눈치를 주는 듯이.
그러나 나는 언제나 차분하던 아빠의 청회색 눈동자가 풍랑을 맞은 듯 요동치는 것을 보았다.
아빠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린제나.”
그는 아주 오랜만에 만난 엄마의 이름을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