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83)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179)화(183/207)
엄마는 아빠를 모른 척했는데 아빠는 엄마의 이름을 불렀다.
‘어, 어쩌지.’
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그때, 엄마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게 누구인가요?”
“…뭐?”
아빠의 되물음에 엄마는 눈을 내리깔며 공손한 목소리로 고했다.
“다른 분과 헷갈리신 것 같아요. 저는 이 변방에서만 평생을 살아와서, 성하 같은 귀인과 인연이 있을 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는 엄마의 얼굴은 진실만을 말하는 듯 담백해 보였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들의 관계를 부정하는 말에 아빠는 잠시 말문이 막힌 듯했다.
호흡을 가다듬는 듯 그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그런가.”
천천히 감았던 눈을 떴을 때, 아빠는 신성 제국의 교황답게 완벽히 감정을 지운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그래, 내가 착각했나 보군.”
“워낙 많은 사람을 만나시는 분이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예의 바르게 고개 숙이는 엄마의 모습은 정말 제국의 교황을 앞에 두고 조아리는 한낱 소시민으로만 보였다.
“그럼, 저는 이만.”
엄마는 그대로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또다시.”
그때, 아빠의 말이 엄마의 발길을 멈춰 세웠다.
“만날 기회가 있을까.”
나지막한 아빠의 목소리 끝이 억눌려 있었다.
기사들은 낯선 사람에게 묘한 말을 하는 아빠가 의아한 듯 그를 살폈다.
잠깐 침묵하던 엄마가 입을 열었다.
“글쎄요. 이런 우연은, 다시는 없지 않을까요?”
“…….”
“제 삶의 터전은 이곳이고, 성하께서 계신 곳과는 거리가 머니까요.”
두 사람의 대화는 거기서 끝이었다.
마법사들과 함께 떠나기 전에 엄마는 마력을 가진 세 아이에게 마탑에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
“전부 다는 못 가고 저희만 갈 수 있는 거예요?”
진과 두 소녀는 다른 아이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하우스에서 납치된 아이 여덟 중 다섯은 성흔도 마력 코어도 없는 평범한 아이들이었다.
“…그래, 너희 셋만 갈 수 있어.”
“그러면 여기 남을래요. 다른 애들이랑 함께 있고 싶어요.”
아이들의 태도는 꽤 강건했다. 함께 뱀굴을 탈출하며 서로를 자매 형제처럼 여기게 된 것 같았다.
엄마는 마법사 꼬마들이 신경 쓰이는 듯했지만, 안전하게 이송하겠다는 황실 기사단의 말에 이내 걸음을 돌렸다.
그렇게 엄마와 마법사들은 마탑으로, 아빠와 황실 기사단은 연합국으로 향하게 되었다.
“조심히 돌아가렴, 아가야.”
“어, 언니…도 조심히 돌아가세요.”
나는 기사단 앞에서 엄마를 어떻게 호칭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그렇게 인사했다.
술렁거리는 기분으로 엄마를 떠나보내던 나는 문득 아빠를 돌아보았다.
엄마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아빠는 무언가를 참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의 턱이 단단하게 악물리고 주먹이 잘게 떨리는 것이 보였다.
“…….”
입 안이 씁쓸했다.
엄마가 아빠를 모른 척했을 때, 나는 내심 안도했었다. 하지만…….
‘엄마 아빠가 조금씩 사랑을 싹틔우는 모습을 보며 남몰래 응원하던 때가 좋았는데.’
엄마를 붙잡지도 못하고 혼자 마음을 삭이는 아빠를 보는 건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몇몇 기사만 니르겐의 수색과 뒷수습을 위해 남고, 우리는 가장 가까운 연합국인 할스테리어로 향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곳으로 향하는 동안에도 내 정신은 틈만 나면 마젤란으로 돌아갔다. 자꾸만 그곳에서 보았던 엄마를 궁금해했다.
엄마는 마탑으로 잘 돌아가셨을까,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으실까, 혹시 엄마도 나를 떠올리고 계실까.
그리고 고개를 들면, 아빠 또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듯이 우리가 떠나온 길을 돌아보고 있었다. 아빠의 눈에 뒤엉킨 허탈감과 분노, 미련 같은 감정들은 내 마음을 더 요동치게 했다.
저마다의 고민을 싣고 마차가 할스테리어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