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85)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180)화(185/207)
나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것은 하나였다. 보수적인 할스테리어에서 이 정도로 난리가 났다면, 대륙 어디든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는 사실.
그 많은 사람의 입에 내 이름이 오르내릴 생각을 하니…….
그렇지 않아도 익숙한 황궁이 아니라 어색한데. 다들 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상상만으로 심장이 두근거리고, 매 시각 사교성을 시험받는 기분이었다.
“괜찮으세요, 성녀님?”
그때 걱정 어린 목소리가 내게 물었다.
머뭇거리며 고개를 돌리자, 곁에 대기하고 있는 다섯 명의 시녀가 보였다.
‘할스테리어 대신전은 잠깐 머무는 손님에게 시녀를 왜 이렇게 많이 붙여줬을까.’
“으응, 괜찮아…….”
“제가 체력을 회복하는데 좋은 건강 차를 타왔습니다.”
“저는 할스테리어 특산물로 만든 간식도 가져왔어요. 한 번 드셔보세요.”
“여기 따끈따끈한 핫팩을 넣은 토끼 인형도 있답니다.”
“아, 고, 고마…….”
정신을 차리니 나는 어느새 따끈한 토끼 인형을 안고 간식 테이블 앞에 앉아 있었다.
슬쩍 고개를 들 때마다 시녀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이 따라붙었다.
“나샤에서 기적을 행하느라 힘을 많이 쓰셨을 텐데, 제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이곳에서 편히 정양하시길 바라요.”
‘우읏…….’
정양은커녕, 이곳에 있는 동안 그들의 눈빛에 성불해버려서 제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건강 차를 마셨지만 무슨 맛인지는 알 수 없었다.
여기 있는 동안 나를 돌보는 역할을 맡은 할스테리어의 시녀들은 나를 완전히 황무지에서 생명을 일으킨 성녀로 취급했다.
모두가 그렇게 떠드니 이들이 이러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 할스테리어에서 나온 신문들을 생각하면 이해는 됐다.
하지만 기적의 성녀라니, 너무 과한 타이틀이다. 그 옆에 있는 것이 사상 최악의 마녀, 코튼 캔디를 다룬 기사라서 더 그랬다.
‘하루아침에 최악의 마녀가 되었다가, 기적의 성녀가 되었다가. 아주 정신이 없네…….’
나도 모르게 한숨을 푹 내쉬었던 탓일까.
“죄송합니다, 성녀님.”
내 호위로 붙은 예하드의 기사가 면목 없는 목소리로 사과했다.
“이렇게 빠르게 소문이 퍼질지 몰랐습니다. 저희의 불찰입니다.”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나는 다급히 손을 내저었다.
‘우리 기사단에서 말이 흘러나간 건 아닌 거 같은데.’
아빠와 황실 기사단은 나샤에서 있었던 사건을 대신전의 부사제장을 비롯한 몇몇 추기경에게만 간략히 알렸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온 할스테리어에 퍼지고 말았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말을 퍼뜨려서 일을 키운 것 같네. 발원지는 주교회나 고위 신관들, 혹은 할스테리어 왕실 중 하나려나…….’
하여간 나샤의 사건이 이렇게 부풀려진 데는 외부적인 요소도 끼인 것 같았다.
물론 나도 어느 정도는 이해했다. 최근 할스테리어 전역에 공기처럼 깔린 우울감이 국민들을 나쁜 방향으로 이끌고 있었으니, 분위기를 바꿔줄 희망의 상징이 절실하던 시점일 터였다.
그리고 때마침 나타난 성녀는 그들에게 무척 매력적인 소재였겠지.
‘사람들을 북돋아 줄 무언가가 필요하긴 했어. 이렇게 해서 도움이 된다면, 내가 좀 기가 빨리는 게 낫지…….’
몸은 편했다. 할스테리어의 대신전은 우리를 융숭히 대접해주었다. 기꺼이 가장 편안한 잠자리를 내어주고, 심적으로 힘들었을 모든 아이를 위해서 심리 상담사까지 붙여주었다.
하지만 내 머릿속은 두 가지 일로 끊임없이 시끄러웠다.
나샤에서 니르겐을 찾지 못한 것, 그리고 헤일로의 일.
아빠는 내게 니르겐을 반드시 찾아주겠다고 약속했다. 지금도 수색팀이 열심히 나샤를 뒤지고 있을 것이다.
니르겐의 본가인 펠멋 남작가에도 소식을 전했다. 가능하면 직접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서 방문 요청을 했지만, 남작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서 연기되고 있었다.
하우스에서 가져온 물품 또한 조사가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왜 자꾸 뭔가를 까먹은 듯한 기분이 들지…….’
나는 골똘히 고민해 보았으나,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지금은 일단… 아빠를 보러 갈까.
“저, 교황 성하는 어디 계세요?”
“잠깐 외출하셨는데, 집무실에 가서 기다리고 있으시겠어요?”
“네…!”
근래에 기절한 일이 많아서, 당분간은 염탐 마법도 자제하며 마력을 회복할 생각이었다. 그러니 하우스에서 습득한 자료가 어느 정도 분석되었는지, 또 할스테리어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파악하려면 아빠에게 찰싹 달라붙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빠와 만난 게 오랜만이니 당분간은 껌딱지처럼 굴어도 이해해주시겠지.
‘언제든 원하면 아빠를 만날 수 있다니.’
정말 아빠와 한 지붕 아래에 있다는 실감이 났다.
나는 시녀들의 손을 잡고 방을 나섰다.
***
‘이게 다 무슨 일일까.’
한참 북적거리는 창밖을 바라보던 진이 멍하니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아는 사람……?”
얼이 나간 듯한 진의 물음에, 다른 아이들은 비슷하게 얼이 나간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턱이 없지.’
그들과 함께 하우스를 탈출한 이브는 분명 마법을 쓰는 마녀였는데, 갑자기 기적의 성녀라니!
진은 할스테리어로 오는 내내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마차가 따로여서 이브와 대화도 나누지 못했다.
대신전으로 오는 동안 마차 주변으로 몰려든 인파는 아이들에게 혼돈 그 자체였다. 그때 받은 충격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었다.
“이브가… 성녀였다니.”
“그것도 교황 성하의 딸이라잖아.”
“너희 이 신문 봤어? 이브가 성신께서 내려 주신 신의 아이래!”
“저, 정말?”
론이 가져온 신문을 받아 읽는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전부 이브 이야기잖아.”
“진짜 대단하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브는 너무 대단해서, 그들이 아는 그 소심한 아기와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하지만 이브가 진짜로 대단하긴 하지…….”
아이들의 시선이 신문 상단 문구에 닿았다.
<죽음에서 돌아온 성녀, 아이들의 구원자>
말 그대로 이브엔나는 죽음으로부터 그들을 구원했다.
뱀굴에서 탈출하던 순간을 떠올리자, 아이들의 눈에 다시금 감격의 눈물이 맺혔다.
“이브는 신의 아이였구나.”
“범상치 않은 아기라고 생각했는데 성녀였다니!”
“함께 갇힌 게 성녀님이라서 정말 다행이야.”
“성녀님이 마법으로 우릴 구해줬어!”
“마, 맞아, 성녀님이 마법으로……?!”
“어어…?”
이브를 찬양하던 아이들은 뒤늦게 이상함을 깨달았는지 혼란에 빠진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진은 창문가에서 가만히 헛웃음을 쳤다.
‘이제야 이상함을 깨닫다니, 진짜 바보들인가.’
그때, 론이 옆에서 진을 툭툭 건드렸다.
“지, 진, 우리 어떡해?”
“으응?”
“우리 처음에 이브한테 못되게 굴어서…….”
론이 창백한 얼굴로 물었다.
“시, 신성 모독죄 같은 걸로 끌려가면 어떡하지?”
“…….”
진의 입가가 씰룩했다.
“하, 그럴 리가 있어? 이상한 소리 좀 하지 마.”
“그, 그렇겠지? 하하.”
“그래, 그런데…….”
진이 창백한 얼굴로 물었다.
“신성 모독죄라는 게 진짜 있어?”
“…….”
그렇게 열띤 이야기가 오가는 와중에,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헛, 누, 누가 왔나 봐.”
“내가 나갈게.”
아이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다니스 클랑이 걸어가 문을 열자, 인자한 얼굴로 미소 짓는 신관이 보였다.
“지내는 건 나쁘지 않으십니까?”
“네, 네!”
“침대도 푹신하고 물도 따뜻해요!”
“너무 좋아요!”
자신들을 친절히 보살펴주던 어른의 등장에, 아이들이 폴짝폴짝 끼어들어 대답했다. 다니스의 입가에 민망한 미소가 서렸다.
“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아, 신문사에서 온 기자님이 여러분을 만나고 싶다고 해서요.”
“…신문사요?”
“네, 부담 가질 것 없이, 가볍게 이야기만 나눠주시면 됩니다.”
다니스는 곤혹스러움을 느꼈다.
‘가볍게 생각할 게 아닐 텐데.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면 신문에 실리지 않나?’
게다가 그들이 겪은 것은 범상한 사건이 아니었다. 마법사를 키우는 고위 사제나 마법을 쓰는 성녀. 다니스는 그들이 봐버린 놀라운 진실이 어쩌면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제국의 기사단이 한 차례 걸러서 전달해주어 괜찮았다. 하지만 정치 감각도 없는 아이들이 직접 말했다간 어떤 실수를 할지도 몰랐다.
‘여기선 거절해야 해.’
다니스는 마음을 굳혔으나, 신관이 더 빨랐다.
“여러분이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시면, 성녀님의 위대함을 더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이브에게 도움이 된다고요?”
“물론이죠, 성녀님도 기꺼워하실 겁니다.”
“그러면 좋아요!”
아이들의 해맑은 대답에 다니스는 당황했다.
“자, 잠깐만…….”
“이쪽으로 가시죠!”
다니스가 말릴 새도 없이, 아이들이 신관을 따라 우르르 이동했다.
꺄르르 웃는 아이들을 보며 다니스는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괜, 찮을까……?’
***
집무실로 향하던 중, 나는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성하께서 외출 중이실 때 멋대로 아이들을 불러세우시면 곤란합니다.”
“나쁜 일도 아니고, 당사자들의 동의를 받았습니다. 저 아이들은 할스테리어의 국민이 아닙니까.”
“지금은 황실의 보호 아래에 있는 아이들입니다. 이런 식으로 나오시면 저희…….”
‘아이들을 불러? 저게 무슨 소리… 아.’
나는 그제야 내가 무엇을 잊고 있었는지 기억해냈다.
‘아, 아이들 입막음을 안 해 놓았어.’
원래는 할스테리어에 도착하기 전에 사실 내가 연합국에서는 성녀로 알려져 있으니, 나샤에서 있었던 일은 비밀로 해달라는 부탁을 해놓으려 했다. 상황을 이해시키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아이들이 원하는 대가를 약속하고 시간을 들여 회유하면 무마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산사태에 휘말린 이후 완전히 넋이 나가버려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
‘내, 내가 마법 쓴 걸 말해버리면 어떡하지…?!’
“어머, 성녀님?”
나는 기사와 신관이 대치하고 있는 사이, 그들의 뒤에 있는 방으로 후다닥 달려갔다.
문고리를 돌리는 순간,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스테리어에서 성녀님이 여러분을 어떻게 구해주셨나요?”
기자로 추정되는 목소리와 아이들의 긴장한 얼굴.
‘안 돼, 이미 늦….’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진의 외침이 들렸다.
“성녀님은 위대한 궈, 권능을 사용해서 저희를 구해주셨습니다!”
나는 문고리를 잡은 그대로 우뚝 멈춰 섰다.
그러는 와중에도 아이들의 목소리는 이어졌다.
“마, 맞아, 성녀님의 손에서 하얀빛이 팟, 하니까 모든 게 해결됐어요!”
“저희를 구하기 위해서 아낌없이 신성을 써주셨죠.”
아이들은 마치 짜 맞춘 듯이 내가 미처 부탁하지 못한 거짓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나는 잠깐 그 자리에 굳은 듯 서 있었다.
밝은 조명 아래에 옹기종기 앉아 부산하게 발을 흔드는 아이들의 모습을 눈에 담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