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89)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184)화(189/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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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출식 이후 이루어진 대사제 즉위식은 사람들의 우상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다시 한번 새기게 해주었다.
디아나님이 대사제가 된 이후, 게릴 젠트스는 역대 대사제 명단에서 제명당했다. 또한 대사제의 유족들은 하사받았던 저택이며 성물까지 모조리 토해내야 했다.
‘이런 일까지 가능할 줄은 몰랐는데.’
게릴 젠트스의 딸은 할스테리어의 왕자비였으며, 가문 또한 왕가와 친밀한 관계였다. 그 때문인지 왕가에서 디아나님의 행동이 너무 과하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디아나님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밀어붙였다.
왕가에서는 역풍이 불 거라고 경고하고 난리를 치기도 했지만… 당장은 속이 개운해졌다.
‘하우스의 조사도 끝나고, 아이들도 건강을 회복한 것 같아.’
이제 펠멋 남작가를 방문하기만 하면 할스테리어에서 할 일은 다 끝나게 된다.
아이들 대부분은 우리와 함께 제국으로 돌아가 대신전 산하 보육원으로 가기로 했다. 내가 이 시대에 온 직후 보내질 뻔했던 그 보육원은, 대신전 산하인 만큼 매년 신도들로부터 온갖 후원 물품이 몰리고 관리도 철저하게 되어서 보육의 질이 제국 어떤 기관보다 높았다. 수도 중앙인 데다가 황성과도 가까워서 아이들도 기대하는 눈치였다.
아이들을 팔아넘긴 부모는 할스테리어에서 처벌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내 가문으로 돌아갈 거야.”
클랑 백작은 가문으로 돌아가 후계싸움을 이어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래와 같은 선택을 하는구나.’
어느 시대든 변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은, 때때로 마음을 울렁거리게 했다.
나는 그의 선택을 응원하면서, 소소한 도움을 하나 주기로 했다.
“다니, 집에 갈 때 나랑 아빠가 배웅해줘도 될까?”
“……어?”
***
클랑 백작저에 별안간 소요가 일었다.
“다, 다니스 도, 도련님이 돌아오셨습니다!”
“나샤로 가는 짐차에 실었는데 돌아왔단 말이야? 귀소본능 하나는 개처럼 뛰어나다니까. 정말 성가시군.”
“고작 그 녀석 하나 때문에 체통 없이 이리 소란을… 세상에.”
구시렁거리며 창문을 열던 클랑 백작 부부는 당황했다.
지금 온 대륙을 들썩거리게 하는 화제의 주인공.
신의 아이가 클랑 백작저에 찾아왔다.
심지어 양아버지인 교황의 손을 잡고.
그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들고 있는, 익숙한 갈색 머리통이 보였다.
“저, 저 녀석이 어떻게 저분들과……!”
성흔이 없어서 버려졌던 장남.
다니스 클랑이 교황과 성녀를 대동하고 돌아왔다.
잘 보니 그들만이 아니었다.
“다, 당신들은, 성기사단?”
“게누스 클랑 백작과 백작 부인, 아동을 학대하고 인신매매 알선을 한 죄로 당신들을 체포하오. 끌고 가라!”
“자, 잠깐, 이것 놔라, 어딜 손대느냐!”
“교황 성하, 성녀님, 한 번만 제 얘기를 들어보세요. 남편이 한 일이지 저는 죄가 없습니다. 다니스, 네가 이야기 좀 해 다오.”
“뭐라고? 다니스를 없애자는 계획은, 당신이 먼저……!”
백작 부부는 마지막까지 옥신각신하며 연행되었다.
말없이 그들을 지켜보던 다니스가 이브엔나를 돌아보고 말했다.
“고마워, 이브.”
처음 이브엔나에게 배웅해주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쑥스러웠지만, 지금은 고마운 마음이 더 컸다.
마찬가지로 백작 부부를 지켜보던 이브엔나가 다니스의 말을 듣고 퍼뜩 고개를 들었다.
“아, 아냐, 내가 하우스에서 앓고 있을 때 클랑 백작이 간호해주지 않았으면 죽었을지도 모르는걸. 나야말로…….”
횡설수설하는 이브엔나의 말을 들으며 다니스가 작게 웃었다.
“또 클랑 백작이라고 부르네.”
“으응?”
“이브는 당황하면 나를 클랑 백작이라고 부르더라.”
“……내, 내가?”
놀라게 하려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 이브엔나는 창백해진 얼굴로 팔을 허우적거렸다.
“나는 고마웠어. 성흔이 없어 가문에서도 버려진 장남일 뿐인데, 당연한 듯 백작이라고 불러줘서.”
“그, 그…….”
아이는 다니스와 눈을 마주치자 고개를 푹 숙였다.
다니스는 아쉬운 미소를 지었다. 참 예쁜 눈인데, 이브가 쑥스러움이 많아서 한 번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
“도움이 됐다면, 기뻐…….”
이브엔나는 분홍색 정수리만 보이도록 고개를 파묻은 채 개미만 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다니스는 새삼 감탄했다.
‘이 아이가 마녀라니.’
그러면서 동시에, 대륙을 뒤집어놓은 기적의 성녀라니.
대체 어쩌다 이런 처지에 놓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브엔나를 위해서라면 이 비밀은 무덤까지 가져갈 것이다.
헤어지기 전 다른 아이들과도 함께 약속했다. 나샤에서 본 이브엔나의 마법과 여러 의문스러운 사건들은, 우리들만의 비밀로 하자고.
그때, 이브엔나가 다니스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또, 또 만날 때까지, 건강해야 해.”
다니스는 자신을 붙잡은 조그맣고 보드라운 손을 놀란 눈으로 내려다보다, 이내 작게 속삭였다.
“네, 성녀님.”
그제야 이브가 고개를 들었다. 휘둥그레진 눈동자가 서로 다른 색을 담고 다니스를 바라보았다. 드디어 마주한 오드아이는 예상했던 대로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다니스는 기꺼운 목소리로 말했다.
“제국으로 돌아가더라도, 난 언제나 네 편일 거야. 언제나.”
그러자 이브엔나는 어쩐지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다니스와 인사를 마치고 대신전으로 돌아가는 마차에서, 이브엔나는 문득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는 클랑 백작이 엄마에게 반하지는 않은 것 같네.’
클랑 백작은 미래와 하나도 달라진 점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그가 미래에서 늘 하고 다니던 엄마의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엄마가 이번에도 클랑 백작을 구해준 건 똑같은데, 왤까. 이브엔나는 어쩐지 아쉬워졌다. 깊은 충심과 끝없는 동경으로 물들었던 그의 감정을, 이번에는 받을 사람이 없게 된 건가 하고.
***
대신전에 돌아오자, 디아나님이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디아나님이 내게 알현 신청을 했을 때만 해도 내가 맞이하는 쪽이었는데, 상황이 반대가 되었다. 그녀는 이제 당당한 대신전의 주인이었으니까.
“아차, 요즘 게릴 젠트스에게 간 신전의 재산을 회수하는 중인데요. 성녀님도 혹시 갖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그렇게 묻는 디아나님의 목소리는 더없이 친절해서 나는 조금 무서웠다.
‘전대 대사제의 재산을 뺏어서 내게 선물로 주신다는 걸까……?’
할스테리어 대신전에 정말 똑 부러지는 주인이 들어왔다.
나는 괜찮다고 즉답하려다 멈칫했다.
“저, 혹시 말이에요…….”
그날 밤, 나는 대신전을 몰래 빠져나와 이델리의 묘지에 갔다.
리하센 공작저에서 불타 죽은 이델리의 유해를 디아나님이 수습해서 묘비도 만들어 주었다.
나는 그 옆에 앉아 갖고 온 포도주를 땄다.
“대사제의 저택에서 가장 값비싼 포도주였대요. 집안 어른께 선물할 거라고 핑계 대고 받아왔거든요.”
나샤 출신인 론이 말해주었다. 죽은 사람의 묘비 위에 원수의 피로 채운 술잔을 부어주면 악령이 되지 않는다는, 나샤의 미신.
나는 그 묘비 위에 포도주를 콸콸 부어주었다.
진짜 피는 아니지만, 이것으로라도 원한이 조금이나마 덜어지기를 바라면서.
빈 포도주병을 묘비 위에 놓고, 함께 가져온 포도 주스를 따라서 건배했다.
“당신의 안식을 위하여.”
테헤라 정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는 성신의 품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한다.
그러니 나라도 그녀와 함께 있어 주고 싶었다.
불에 타 죽지 않은 마녀로서, 이 정도는 해줘야지.
“푹 쉬어요, 이델리.”
망자를 위로하는 기도 대신, 진심을 담은 인사를 던지며.
할스테리어의 마지막 밤이 저물어갔다.
***
오늘은 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드디어 펠멋 남작가에서 방문 허락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다른 일들이 다 끝난 후에도 제국에 돌아가지 않고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오늘은 아빠도 동행했다.
“내 딸을 구해준 은인의 가문이니 인사를 하고 싶구나.”
나는 내 맞은편에 앉은 아빠를 흘끔거리며 생각했다.
부모는 자식을 사랑한다. 펠멋 남작도 그럴 것이다.
‘니르겐을 많이 걱정하고 계시겠지.’
니르겐을 떠올렸다가 나는 질끈 눈을 감았다.
‘다친 곳은 없습니까?’
피범벅이 된 채 내 상태를 묻던 그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눈을 감아도 시야를 채우는 붉은빛에 나는 작게 심호흡했다. 괜찮아.
‘니르겐은 안 죽었어.’
나는 니르겐이 살아 있다고 믿는다.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회피하는 게 아니었다.
‘안 돼요, 니르겐.’
‘다시, 만나면…….’
다시 만나면, 니르겐이 내게 남긴 마지막 말.
보통 죽어가는 사람이 유언으로 그런 말을 하나?
그의 죽음에는 의문스러운 구석이 한둘이 아니었다.
엄마가 나를 보호하며 떨어진 거리에 있던 마차와 아이들은 모두 함께 구해줬음에도 나와 붙어 있던 니르겐은 발견하지 못한 것.
그리고 할스테리어에 머무는 내내 니르겐을 찾고 있는 수색팀이 작은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던 것.
또한, 니르겐의 마지막 말들도.
‘별것 아니니 신경 쓰지 마세요.’
‘전혀, 울 필요가, 없…….’
장난스럽던 니르겐의 평소 모습을 생각해봐도, 죽어가는 순간에마저 저러는 건 무언가 이상했다.
생명을 지닌 존재가 그렇게 담대할 수는 없다.
‘……미안합니다, 이브.’
‘말려들게 해서, 죄송합…….’
그리고 자연재해에 휩쓸려 죽어가는 사람이 그렇게 사과를 한 것도.
니르겐은 쓸데없이 사과를 남발할 정도로 비굴하지도 싱겁지도 않았다.
그는 분명 많은 걸 숨기고 있었고…….
‘저를, 구하러… 여기까지 와주신 거예요?’
‘할 말이 있어서요.’
그날은 내게 무언가를 털어놓으려고 했었던 것 같은데…….
“…하아.”
생각하다가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니르겐은 코튼 캔디와 이브엔나의 모습을 가장 먼저 본 사람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다.
‘하지만 니르겐의 아버지인 펠멋 남작이라면 다르겠지.’
적어도 나보다는 니르겐에 대해 많은 걸 알고 계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