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9)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19)화(19/207)
‘왜 여기서, 저런 게…….’
발견하면 안 될 것을 발견한 것 같은, 위험한 적색 신호가 머릿속을 깜빡였다. 난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붙이고 까치발을 들었다.
이제 보니 내가 밀고 들어온 곳 외에도 책장이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천장까지 닿지 않는 책장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내 키에 비하면 거인처럼 커다랬다. 나는 마력의 흔적을 자세히 보기 위해 고개를 한껏 꺾어야 했다.
“우우…….”
마력의 흔적이 보이는 곳은 위에서 넷째 칸. 미래의 나였다면 그래도 까치발을 하면 어떻게든 꺼낼 수 있는 높이였지만, 지금의 내게는 어림도 없었다. 난 생각 없이 머리 위로 손을 힘껏 뻗었다가 무의미한 행동임을 깨닫고 스르르 내렸다.
‘뭐가, 있는 거지?’
마도구? 삼촌의 방에 왜 그런 물건이 있는 거지? 삼촌이 마녀와 관련이 있다고? 마녀를 끔찍이도 혐오하는 사람이 대체 왜.
삼촌의 방에서 발견한 저 검은 기운을,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나는 방문을 흘끗 돌아봤다. 다행히 방문은 굳게 닫힌 채,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이건, 기회다.
내 머릿속에 마법적 물건을 지녔다가 마녀로 몰려 처형된 사람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어쩌면 삼촌의 약점을 발견한 걸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꿈틀거렸다. 검은 마력이 발밑을 휘감았다.
나는 천천히 내 몸을 허공에 띄웠다. 몸이 상승하며 자연히 시야도 바뀌었다. 책장 칸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던 마력의 근원이 천천히 형체를 드러냈다.
‘……책?’
그건 책장을 빼곡히 채운 책들 사이에 아무런 위화감 없이 섞여든 한 권의 책이었다. 두께는 얇은데 쓸데없이 크기가 커서, 앨범이나 졸업장들 사이에 끼어 있었다. 책등에 은박으로 새겨진 제목이 눈에 띄었다.
<현명한 문지기와 별의 모험>
‘……동화?’
마도구 주제에 무슨 청소년 필독서 같은 제목을 하고 있다. 아마 위장이겠지만… 리벨 삼촌의 책장에 이런 게 있으면 오히려 눈에 띄지 않나……?
난 의아해하며 마력을 이용해 책을 꺼냈다. 고급스러운 덩굴무늬로 꾸며진 검은 표지가 보였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첫 페이지를 넘겨보았을 때였다.
달칵.
문고리 돌리는 소리에, 나는 소스라치게 놀랬다.
발소리가 들렸던가? 인기척을 눈치채지 못했나? 나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 내가 들어온 입구를 확인했다. 다시 문양을 그려 돌아갈 시간은, 없었다. 난 내가 허공에 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안 돼!’
나는 더 고민하지 못하고 재빨리 날아가 바닥에 몸을 붙였다.
쿵!
단단한 책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내 심장도 저 땅 아래로 주저앉는 것 같았다.
‘아차, 저걸 다시 집어넣어야 했는데!’
하지만 지금 그럴 시간은 없었다. 문이 스르르 열리고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형님은 몇 살에 권능을 각성했는데요?”
“열 살이었다.”
귀를 관통하는 묵직하고 섬뜩한 목소리. 리벨리우스 삼촌이었다.
저벅, 저벅. 방 안으로 들어오는 발소리가 두 개였다. 가벼운 어린애 발걸음이 앞서 들어왔고, 그 뒤를 이어 무거운 구둣발 소리가 들려왔다. 한 박자 후, 탁하고 문 닫히는 소리.
“……그런데 방금 이 안에서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나?”
“어.”
쿵쾅쿵쾅 두방망이질 치는 내 심장 소리 때문에 사람들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나는 양손으로 입을 꾹 막은 채 몸을 더 작게 움츠렸다. 관자놀이 위로 땀이 맺혔다.
‘바보 같은…….’
문이 열리는 그 짧은 순간, 나는 도망칠 길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길은, 숨는 거였다.
내가 방금까지 살펴보고 있던 그 책장 안에.
난 비어 있던 책장 맨 아래 칸에 몸을 구겨 넣었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책을 마력으로 끌어당겨 내 몸을 가렸다. 마치 커튼 아래에 발을 내밀고 얼굴만 숨긴 채, 제가 감쪽같이 숨었다고 믿는 아이들처럼 말이다.
‘몸이 아기가 됐다고 머리까지 퇴화한 거야, 이브엔나?’
살인마를 앞에 두고 이보다 더 허술한 위장술을 쓸 순 없을 거다.
떨리는 내 몸에 맞춰서 책이 흔들리지 않도록, 나는 마력을 이용해 책을 내 몸에서 살짝 떨어지게 세워뒀다. 마치 그게 방패나 뚜껑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마음속으로 ‘오지 마라, 오지 마라.’하고 비는 것뿐이었다.
“그러게요, 여기서 뭔가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그 순간, 책장 틈새로 파리엘의 녹색 눈동자와 딱하고 시선이 마주쳤다.
“…….”
“…….”
잠깐의 침묵 후에, 나는 사태를 깨달았다.
‘망했다…….’
막다른 곳에 놓이자, 나는 버릇처럼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기도처럼 되뇌었다.
‘눈을 감았다 뜨면, 모든 게 끝나 있을 거야. 눈을 감았다 뜨면, 모든 게 끝나 있는 거야.’
고모의 목소리를 떠올리자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것 같았다.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다시 눈을 떴다.
그리고 여전히 나를 응시하고 있는 녹색 눈동자를 발견했다. 나는 절망했다.
‘안 끝나 있다, 안 끝나 있어.’
그 와중에 리벨 삼촌이 확인 사살하듯 물었다.
“뭔가 발견했나?”
파리엘은 살짝 고개를 들며 입을 열었다.
“네.”
그 대답에 심장이 철렁했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에 눈물만 샘솟았다.
파리엘이 내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가 내 앞을 가로막던 책을 옆으로 치우려 할 때, 나는 눈을 꾹 감았다.
‘끝났다.’
사형 선고를 들은 죄수처럼 모든 걸 체념해버린 내 앞에, 무언가가 풀썩 놓였다.
“이거, 도서관에 없던 책인데.”
‘……뭐?’
예상치 못한 말에 눈을 뜨자, 눈앞을 가로막은 갈색 가방이 보였다.
“혹시 이것도 빌려도 돼요? 재밌을 것 같은데!”
고개를 들자, 내 앞을 가로막았던 책을 손에 든 채 리벨 삼촌을 향해 묻는 파리엘이 보였다.
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어리벙벙하게 눈을 깜빡였다.
뭐지? 방금, 눈이 마주쳤을 텐데……?
“그걸? 네가 읽기에는 수준이 낮을 텐데.”
“에, 모험 이야기인데요? 저 모험 이야기 진짜 진짜 좋아해요.”
“그랬나……. 뭐, 그런 걸 꿈꿀 때지. 마음대로 해라.”
“와, 형님이 최고예요!”
파리엘은 명랑한 목소리로 말하다가, 갑자기 창문 쪽을 가리켰다.
“어, 형님. 저기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리벨리우스가 덩달아 창문가로 다가가자, 파리엘은 갑자기 무서운 얼굴로 나를 홱 하고 돌아봤다. 내가 소스라치게 놀라자, 그는 빠른 동작으로 가방을 찌를 듯 손가락질했다.
‘뭐지? 나더러 여길, 드, 들어가라고?’
내가 당황한 사이, 파리엘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
“뭐가 이상하단 거냐?”
“저기, 왼쪽 창문 쪽에요. 안 보여요?”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나는 혼란스럽게 가방을 돌아봤다. 이제 보니 가방 입구가 나를 향해 놓여 있었다. 나는 가방 앞을 가로 막고 선 파리엘의 다리와 창문을 살피는 리벨 삼촌의 뒷모습을 돌아봤다.
혹시, 주의를 끌어주고 있는 건가?
“여기 말이냐?”
“아니, 더 위요.”
난 꿀꺽 침을 삼키고 가방을 돌아봤다. 파리엘이 리벨 삼촌에게 말을 거는 사이 조심스럽게 가방 입구를 열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라도 날까 긴장한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난 자취를 숨기는 들짐승처럼 숨을 죽이고 어두운 가방 속에 몸을 구겨 넣었다.
“아무것도 없는데?”
리벨 삼촌의 목소리에, 파리엘이 멋쩍은 웃음소리를 냈다.
“죄송해요, 그냥 햇빛이 반사된 거였나 봐요.”
“…….”
파리엘은 처음부터 삼촌에게 책을 빌리러 온 것인지, 이런저런 책 이름을 읊고는 모두 찾아든 후에 집무실을 나섰다. 나는 위로 들어 올려지고 흔들거리는 가방 속에서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파리엘을 배웅하던 리벨 삼촌은, 평범한 작별 인사를 나누다가 문득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그 가방, 책 넣어가려고 가져왔다지 않았나?”
“…….”
“왜 손에 들고 있어? 이리 와라, 넣어주마.”
가방 속에 웅크려 있던 나는 가방을 멘 등이 움찔 떨리는 걸 느꼈다.
하지만 파리엘은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하하, 괜찮아요. 이것도 편해요.”
“잠깐, 가방이 왜 이렇게 불룩해? 뭐가 들어 있나?”
“빵! 빵이요. 책 읽으면서 먹으려고요.”
“빵이…… 그렇게 많이?”
“하, 한참 자랄 때니까요! 저 이제 가볼게요. 고맙습니다, 형님!”
파리엘은 우렁차게 답하곤 후다닥 달리기 시작했다. 가방 속에 담긴 나는 눈이 뱅뱅 도는 걸 느꼈다.
‘자, 잠깐, 멀미할 것 같…….’
파리엘은 불안함 때문인지 도통 발을 늦출 줄을 몰랐다. 덕분에 그가 자신의 방에 도착해서 가방을 풀었을 때, 난 완전히 녹초가 되어 있었다.
축 늘어져서 고개를 들자, 예리한 녹색 눈동자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너.”
“……우흑.”
나는 괴로움에 눈을 질끈 감았다.
간신히 리벨 삼촌을 피한 것은 다행이었으나… 복병이 남았다.
파리엘은 영리하고 요령이 좋은 애였다. 방금의 처신만 보더라도 그랬다. 어린애라고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다.
적당한 거짓말로는 안 된다.
이 상황은 또 어떻게 벗어나지?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아니, 얼마나 눈치챘지? 내 정체를, 어디까지…….
나는 파르르 떨면서 눈을 떴다.
파리엘은 모든 것을 다 간파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비틀었다.
“너, 걸을 줄 아는 거 맞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