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92)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187)화(19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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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겐씨가 어떤 사람이었냐고요?’
아인츠베른은 나샤를 가로지르며 지난 기억을 되짚었다.
‘좋은 사람 같았는데. 이브, 아니 성녀님과 친해 보였어요.’
‘그 형이 나타나니까 성녀님 표정이 밝아졌었지.’
‘…근데 그분 성녀님의 사촌 오빠 아니었어요?’
아인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나샤에서 돌아온 후, 아인은 니르겐의 서류를 처리하고 펠멋가에 인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니르겐의 신원을 확인하게 되었다. 평민이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할스테리어 사교계의 유명 인사로 어린 나이에 여러 커다란 성취를 이룬 남자.
‘게다가 뒤로는 거대한 정보 길드를 운영하고 있었지.’
길드는 불법적인 조직들이 많아 교황인 그에게는 좋은 인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들은 바로 니르겐은 위기 상황에서 이브엔나를 구해주었다고 한다.
칭찬받아 마땅한 사람이었다.
‘사촌 오빠는 아니었지만.’
어쩌다 이브가 그를 사촌 오빠라고 믿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할스테리어의 정보 길드장과 제국의 성녀 사이에는 어떤 접점도 없었다.
여러모로 찝찝한 구석이 많았으나, 이브엔나가 은혜를 입었다는 건 확실했다. 그리고…….
‘아마 사망했겠지.’
아인의 눈가에 수심이 깊어졌다.
이브엔나는 정이 많은 아이다. 듣자하니 그 아이가 니르겐을 꽤 좋아했다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아이는 니르겐이 죽는 모습을 눈앞에서 봤으면서도 지금까지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죽는 모습을 처음 맞닥뜨린 아이는 그럴 수 있을 리가 없는데.
심지어 마지막 순간에 니르겐은 피에 젖어 돌무더기 사이에서 아이를 보호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 장면을 상상만 해도 아찔했다.
아인은 질끈 눈을 감았다.
‘내가 처음 죽음을 마주했을 때는…….’
그는 몇 달 동안 악몽을 꿨고 온갖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심지어 지금도 그 버릇이 남아, 무리한 전술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세간에서는 완벽한 전술이니 무혈의 영웅이니 치켜세워 주었지만…….
“이랴!”
아인은 현실 속에서 달리는 말을 재촉하며 떠오른 핏빛 잔상을 털어냈다.
늘 전쟁을 대비하며 자라온 그조차 6년 전 첫 출전의 기억이 이렇게 선명했다. 그런데 이브엔나는 그간 완벽하게 평소와 같았다.
단지 실종된 니르겐을 찾아달라고 반복해서 부탁했을 뿐이다. 이브엔나의 상태에 이상을 느낀 아인은 아이에게 심리 상담사를 붙였다.
‘성녀님은 은연중에 그분의 죽음을 직감하고 계세요. 하지만 진실을 받아들이면 버티지 못한다는 걸 느끼고 무의식중에 현실을 거부하고 계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진단 결과를 들었을 때도 그리 놀라지 않았다.
이브는 네 살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이해력이 높고 어른스러운 아이였다.
원래도 머리가 좋았지만, 린제나가 황실에 오지 않게 된 날을 기점으로는 걱정이 될 정도로 의젓해졌다.
‘말투나 표정, 눈빛마저 달라졌지.’
예전처럼 혀짧은 말투를 쓰지도 않고 어리광을 부리지도 않는다. 하루아침에 어른이 되어버린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브엔나는 오히려 그렇게 행동할 때 편하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아인은 가끔 그 아이에게서 자신보다 깊은 지혜와 통찰을 느꼈다.
‘하지만 아직은 네 살짜리지.’
아직 죽음이 무엇인지, 영원히 만날 수 없게 된다는 감각이 어떤 것인지 모를 어린아이.
아인은 그 아이에게 죽음에 대해 가르쳐주는 것 또한 어른의 몫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직접 가서 찾아오마.’
그는 아이에게 죽음에 대해 가르치는 것 대신, 살아 있을 지도 모를 니르겐을 찾아 나샤로 향하는 것을 택했다.
사실 니르겐이 죽었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었다. 이브엔나의 증언과 당시 상황에 비추어 추론했을 뿐.
아주 희박한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거기에 걸어보고 싶었다.
성자 아인츠베른은 첫 출전에서 많은 동료를 잃었다. 상실과 후회는 책임감이 되어 오늘날의 완벽한 전쟁 영웅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이브엔나만은 그 고통을 배우지 않길 바랐다.
너무도 섬세하고 순수한, 착한 심성을 가진 아이다. 누군가가 자신으로 인해 생명을 잃었다는 자책의 무게를 감당하기엔 여린 아이였다.
‘우리 딸은 아직 어리니까.’
적어도 그런 고통을 최대한 늦게 배우길 바랐다.
‘너의 세상이 최대한 오래 안온하기를.’
고삐를 당기자, 말이 높은 소리를 내며 멈췄다. 아인은 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
“후…….”
또렷하게 앞을 보는 청회색 눈동자 너머로, 나샤 마젤란의 바위산이 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