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93)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187-1)화(193/207)
9. 마젤란의 악마
두 차례의 산사태를 겪은 산은 아직 쑥대밭이었다.
“니르겐 펠멋의 수색은 어떻게 되고 있지?”
“마을에서 자원한 인부들을 동원해 무너진 곳을 파헤치고 있습니다만, 아직 혈흔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아인은 바위산 이곳저곳에서 곡괭이와 수레를 들고 돌을 치우고 있는 인부들을 돌아보았다. 하나같이 허름한 옷을 입은 그들은 거친 일을 하기엔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기사단으로부터 음식 꾸러미를 받을 때만큼은 활기가 넘쳐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아인은 인상을 찌푸렸다.
“삯을 음식으로 주는 건가?”
“그들이 요구한 사항입니다. 이곳 마을 사람들은 안전한 일거리가 생겨서 기뻐하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위험지대까지 가서 수렵을 통해 먹고 산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최소한의 급료는 챙겨주어라. 음식이나 물자는 여유 되는대로 아랫마을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도록 하고.”
“예, 알겠습니다.”
기사단장은 이외에도 전체적인 진척 상황을 보고했다. 하우스의 조사와 최근에 발견된 신전에 대해서도.
“수색 중에 발굴한 건가?”
“아니요, 마을 주민분의 제보로 찾았습니다. 새벽 등산 중에 발견하셨다더군요.”
아인은 바닥에 펼쳐진 신상의 머리와 신전 입구, 그리고 거칠게 파헤쳐진 바위산을 훑었다.
“여기서 새벽 등산을 했다고. 용병이었나?”
“아니요, 젊은 여자분이셨습니다.”
“…뭐?”
아인은 의구심을 느꼈으나 이 마을에서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아침마다 험한 바위산을 오르는 게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는 겸허한 외지인의 자세로 납득하고 신전 안으로 들어섰다.
신전은 오래된 공간이었으나 땅속에 있었던 덕분에 보존상태가 좋았다. 인부들이 흙을 털어낸 신전 내벽에는 둥글게 번쩍이는 빛의 문양이 여기저기 박혀 있었다.
빛은 그들이 모시는 성신의 상징이기도 했다. 빛과 겨울의 신, 테헤라.
“…묘한 기분이군.”
“신전을 처음 들어온 기사들은 대부분 불쾌감을 느끼더군요.”
기사단장의 말을 들으며 신전을 구경하던 아인이 문득 멈춰 섰다.
“저건… 눈결정인가?”
그가 가리킨 곳에 빛을 두른 남자와 눈을 두른 여자가 손을 맞대고 있었다.
“저 그림은 아직 더 파악 중입니다.”
“그래?”
아인이 가까이 다가가 벽화를 손으로 만졌다. 그림 속 남녀의 손이 맞닿은 부분부터 벽화가 깨져 있었지만 그림의 크기와 남은 흔적으로 유추해 보았을 때 그 사이에는 여러 개의 별 문양이 있었던 것 같았다.
“이 종교에서는 빛의 신과 겨울의 신이 각자 분리된 존재로서 힘을 모아 세상을 창조했다고 믿었던 것 같군.”
“…그렇습니까?”
기사단장이 놀란 눈으로 아인을 돌아보았다.
신전을 모두 둘러보고 나왔을 땐, 바깥이 시끌벅적했다.
“당신네들이 뭔가 한 거지!”
한 노인이 기사들에게 무어라 따지고 있고, 나머지가 그를 막고 있는 형편이었다.
“무슨 일이지?”
“매일 오시는 마을 주민분인데, 별일은 아닙니다. 기사들이 온 이후로 세 번이나 지진이 났다며 산신이 노했으니 이 마을에서 나가달라고 요구하시더군요.”
“세 번?”
아인은 인상을 찌푸렸다. 마을 주민의 뒤를 지나갈 때 그가 이렇게 외쳤다.
“지진이 나기 전에는 전조 전상이 있기 마련인데, 그런 게 없었다니까? 정상적인 자연 현상이 아니라고! 산신이 노하신 게 틀림없어!”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인은 턱을 까딱했다.
“일단 모든 사람을 바위산에서 내보내라. 인부, 기사단 상관없이.”
“기사단도요, 알겠습니다.”
명령이 내려진 즉시 기사단장은 인부와 기사들을 이끌고 바위산을 내려갔다.
노을이 지는 저녁 무렵, 쓸쓸한 바위산에 홀로 남은 아인이 삽질을 시작했다.
신성을 담아 성스럽게 빛나는 삽이 단단한 바위를 푸딩처럼 갈랐다. 빛무리 속에서 돌무더기가 치워지고 치워졌다.
“이브엔나가 빠진 곳이 아마 이쯤.”
기사단이 인부를 동원하여 온종일 들쑤신 산을 홀로 파헤친 성 에퀴테스는 호흡 하나 흔들리지 않은 얼굴로 아무것도 없는 땅을 바라보았다.
“없군.”
아직 파헤쳐지지 않은 곳이 없나 훑어보던 아인의 시야에 갓 발굴된 신전이 들어왔다. 그는 조용히 삽을 들고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한동안 그 안에서 빛이 번쩍인 후, 아인이 조용히 삽을 들고나왔다. 평소와 다름없이 무심한 얼굴에는 자세히 봐야 눈에 띄는 실망의 기색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제는 어둑해진 바위산을 마주하며,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였다.
어둑해진 산 한 자락에 분홍색 꽃잎이 흐드러지고 있었다.
아인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여기는 마수가 점령한 버려진 땅. 꽃 같은 것이 필 리 없다.
다시 시야를 바로 한 아인의 얼굴에 느리게 놀라움이 퍼졌다.
삭막한 바위산에 홀로 핀 봄꽃처럼 흩날리는 분홍색 머리칼, 흐린 달빛 아래에 창백하게 빛나는 피부와 영원히 퇴색되지 않을 보석처럼 반짝이는 눈동자.
“윽.”
아인을 발견하자마자 눈살을 찌푸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
“…린제나?”
거기에 서 있는 건 린제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