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03)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197)화(203/207)
인간을 발견한 대형 마수가 얌전히 뒤로 물러났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드래곤은 신수라고 했지.”
린제나가 작게 중얼거렸다.
마수가 아니라 신수. 전설에 따르면 드래곤은 신의 힘을 쓰는 신성한 존재라고 했다.
“…근거 없는 전설은 아니었다는 건가.”
두 사람은 의구심을 느끼면서도 드래곤이 터준 길을 따라 걸었다.
동굴 안에서 하루가 지났는지, 바깥은 환한 아침이었다.
태양 아래에 서자 무사히 빠져나왔다는 게 실감이 났다.
“아인, 드래곤과 전투를 하는 건 역시 그만두는 게 어때.”
“그래, 진짜 신수라면 함부로 해쳐서는 안 되겠지.”
아인의 긍정에 린제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신수든 뭐든 관심 없었지만, 아인이 혼자 드래곤과 상대하는 일은 막고 싶었다. 그런 괴물과 싸운다면 아무리 대단한 성기사라도 목숨이 위험해지게 될 터였다.
“우리에게 악의는 없어 보였는데. 어쩌면 지진을 일으킨 것 또한 녀석의 의지가 아니었을지도 몰라.”
드래곤은 어쩌면 단지 바위산 안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게 아니었을까.
압도적인 크기 탓에 작은 움직임 한 번으로도 바위산 전체를 흔들게 되었지만, 인간을 해치려는 생각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한동안은 니르겐 펠멋 경을 수색하며 마젤란에 머물 예정이었다. 섣불리 건드리기보단 얌전히 관찰하는 방식으로 가야겠어.”
“그래, 잘 생각했어. 그럼…….”
마음에 걸리던 일을 해결한 린제나는, 아인을 향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은 동굴에서 나왔다. 그 말은 즉, 억지로 함께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뜻이었다.
금방이라도 멀어질 것처럼 고개를 돌리는 린제나를, 아인이 붙잡았다.
“나샤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면.”
그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면, 이 세계에 남아줄 건가?”
린제나는 아인을 가만히 마주 보았다.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어?”
린제나의 물음에는 뼈가 있었다.
교황은 종교 지도자였다. 지위는 높으나 황제처럼 권위를 가지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는 아니었다.
고결하고 명예로운 만큼 그에 따르는 권한은 강하지 않다.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모든 나라의 중심에서 중립을 유지하는 위치.
그는 황자이니, 어쩌면 형과 척지고 후계 전쟁을 시작할 수도 있겠으나…….
“무리하지 마. 너는 이미 차고 넘치게 많이 짊어지고 있으니까. 거기에 나까지 얹었다간 무너질지도 몰라.”
린제나가 보일 듯 말 듯 미소 지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린지.”
아인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나는 짊어진 책임을 명예롭게 생각하며, 평생을 바쳐 의무를 다하리라 맹세했다. 하지만 모든 걸 던져버리고 달아나버리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어.”
“…언제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너와 있을 때.”
아인이 목소리는 꺼져버릴 듯이 낮았다.
린제나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우리에겐 각자의 위치가 있어.”
“하지만.”
“그래도 다 버리고 나와 함께 갈래?”
린제나가 아인을 돌아보며 손을 뻗었다.
“중간계로.”
“…….”
아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동료의 마지막 유언, 그의 수호를 받는 나라, 그곳의 국민들, 그리고…….
이브엔나의 얼굴이었다.
그가 입을 열기 전에, 린제나가 말했다.
“내가 뭐랬어.”
린제나가 미소를 지으며 아인의 어깨를 잡았다. 그대로 까치발을 들어 예고 없이 고개를 가까이했다.
나비처럼 가벼운 입맞춤이 뺨 위에 내려앉았다.
서리처럼 새하얗던 피부에 봄이 찾아온 듯 열감이 번졌다.
“하하.”
린제나는 가볍게 웃으면서 아인의 어깨를 밀었다. 아인은 습관처럼 순순히 밀려났다가 문득 실수를 깨닫고 고개를 들었다.
“…아.”
그러나 린제나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