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6)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26)화(26/207)
아빠의 품에 안겨 방에서 나갔으나, 돌아올 때는 시종의 품에 안겨 돌아왔다. 심장이 벌렁거려서 말이 없어진 나를 안고 린다 유모는 부드럽게 등을 토닥여 주었다.
“아기님 잘못이 아니니까 그렇게 시무룩해 계실 필요 없어요.”
나는 머릿속으로 그 말에 두 가지 반박을 했다. 일단, 그건 내 잘못이다. 그리고 난 시무룩해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저지른 일 때문에 겁에 질린 거였다.
‘최고위 사제들 앞에서 마력을 썼어.’
생각해보니 아찔했다. 당시에는 그저 마녀법의 승인권을 리벨 삼촌에게 넘기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매달려 겁 없이 일을 저질렀다. 컵이 엎어진 이후 린드벨과 아빠가 당황한 얼굴로 엉망이 된 서류를 들여다보면서 한마디씩 건네는데…….
‘내, 내가 컵을 쳤나?’
린드벨은 날 내려보면서 ‘성녀님이 치셨나요?’하고 중얼거렸다.
‘거리가 꽤 멀었는데…….’
아빠는 미묘하게 감탄이 섞인 어조로 말했다.
‘그나저나 커피가 왜 이렇게 넓게 퍼졌죠?’
보좌관이 묻자, 아빠와 린드벨이 동시에 그를 돌아봤다. 순식간에 두 상관의 시선을 받게 된 보좌관이 움찔했다.
‘하하… 시의적절하게 바람이라도 불었나 봅니다.’
‘창문은 반대편 방향인데.’
‘그, 그럼 책상이 살짝 기울어 있나 보네요.’
아빠는 책상을 짚어보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그럴 수도 있겠군. ……이브엔나?’
아빠의 부름에 석상처럼 경직되어 있던 내 어깨가 흠칫 떨렸다. 그때까지 린드벨에게 안겨 있던 나는, 그들이 한마디를 내뱉을 때마다 숨을 멈추며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점점 커진 내 심장 소리 때문에 아빠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아빠는 손으로 내 턱을 들어서 얼굴을 확인했다. 내가 그때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창백하게 질려 있지 않았을까. 내 얼굴을 본 아빠는 살짝 눈썹을 찌푸리더니 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놀랐나 보군, 일단 방으로 데려가.’
나는 그렇게 나쁜 짓을 저지르고 쓰다듬음까지 받은 후 성공적으로 방에 돌아오게 된 것이다.
아기 체력으로는 바로 잠이 들 타이밍이었으나, 불안감 때문에 잠도 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또 마법을 발동해 아빠의 상황을 염탐했다.
‘점점 진정한 마녀가 되어가는 기분이네.’
아빠는 집무실에서 상황을 정리하고, 린드벨 공작과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하긴. 일어난 대로 보고해야지.
-내가 말씀드릴까? 리벨 전하께 인도해달라고.
-아니, 그럴 순 없지…… 신경 쓰지 마.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난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예상대로네.’
책임감이 강한 아빠는 일을 친구에게 미루지 않는다. 본인의 실수가 아니라는 게 명백해도. 그 자리에 자신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스스로에게 돌리실 것이다.
예의를 아시는 분이니 할아버지에게 잘못을 직접 사과하고…….
-이렇게 중요한 서류를 걸레짝으로 만들다니, 이게 무슨 경거망동한 짓이냐!
-죄송합니다.
할아버지는 아빠에게 책임을 물릴 기회를 놓치지 않으시겠지.
-어쩔 수 없지, 네가 직접 교황청에 가서 다시 인장을 받아오거라.
-……알겠습니다.
황제의 응접실에 설치해둔 귀로 아빠의 착잡한 목소리를 염탐하며, 나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교황 성하께 가서 공의회 서류를 재발부해달라고 부탁하는 순간 끝이다. 제국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인 둘째 황자가 ‘공의회 안건에 커피를 쏟아버렸습니다’라고 말하면, 교황청 사람들은 이번 공의회 안건의 최종 결재자가 아빠라고 기억해버릴 테니까. 이후에 리벨 삼촌이 인장을 찍어도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르고, 결과에 대한 책임은 아빠가 져야 하는 기묘한 상황이 되어버릴 거다. 그럴 바에야 결재 권한도 아빠가 가지고 책임도 아빠가 지는 게 낫다.
황제의 응접실에 떨떠름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잠시 후, 할아버지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옆 나라 차남들은 왕좌를 차지하려 피의 후계전쟁을 일으킨다는데, 내 둘째 아들은 왜…….
중후한 목소리로 울려 퍼지는 투덜거림에 나는 흠칫 놀랐다. 하지만 아빠의 대답은 담담했다.
-신성제국의 군주께서 피의 후계전쟁을 바라십니까.
-아비가 물가로 밀어붙여도 물을 안 마시니 하는 말이다.
-제 몫의 물이 아니니 드리는 말씀입니다.
-하늘 같은 주군에게 한마디를 안 지는구나. 그 투쟁심을 다른 데 쏟는 건 어떠냐.
-…….
아빠와 할아버지의 대화를 들으며 나는 바짝 긴장해 있었다. 누가 들을까 무서운 대화를 나누면서도, 두 사람은 일상인 듯 시종일관 차분했다.
-폐하께서는…….
아빠는 말문을 텄다가 정정하듯 다시 말했다.
-아버지는 왜 형님을 못 미더워하십니까?
-내가.
-네, 제국을 지탱한 오랜 규율을 깨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형님을 반대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리벨을 반대한 것이 아니라 너를 지지한 것이다. ……하지만 굳이 그 애를 반대할 이유를 말하래도, 수없이 많겠지.
-왜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형님은 어려서부터 모든 분야에서 준수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권능을 각성한 시기도 빨랐고, 무예에서도…….
-답지 않게 말을 빙빙 돌리는구나.
희미하게 할아버지의 웃음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세월을 비켜나가지 못해 이런 몸이 됐지만 귀는 먹지 않았다. 네가 바깥에서 무슨 이야기를 듣는지 알아.
-…….
-너도 내가 너를 편애했다고 생각하느냐.
아빠는 작은 목소리로 긍정했다. 할아버지가 다시 웃었다.
-리벨리우스는 마리안느가 처음으로 낳은 아이였다. 너도 곧 깨달을 날이 올 것이야. 첫 아이가 주는 그 행복감…….
-…….
-나는 리벨을 사랑한다.
할아버지의 낮은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양손을 꽉 쥐었다. 자꾸만 이 대화를 그만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수 없으면서도.
나도 아빠의 첫 아이였다.
-위에 선다는 건, 인간적인 부분을 많이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짐승이 된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보다는 기관에 가까워지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볼 수 있지. 리벨은 내 사랑하는 아들이고, 황제가 되기 턱없이 부족한 인물이다.
-하지만…….
-너도 보게 될 거다.
할아버지의 엄격한 목소리가 아빠의 말을 잘랐다.
-두려움이 있겠지, 네 역량에 대해서. 형제간의 우애도 걱정될 테고. 죄책감과 걱정이 들겠지. 그러니까 규율이니 전통이니 하는 것들에 숨고 싶은 거다. 그것들은 버려야 하는 안일함이야.
-아버지.
-우애는 듣기 좋지. 의리에 죽고 못 사는 놈들도 있고. 하지만 다른 이들이 그렇게 산대도, 너는 그래선 안 된다. 군주처럼 생각해라. 사소한 감정에 매달리지 말고 전체를 봐.
할아버지의 목소리에, 말주변이 그리 좋지 못한 아빠는 맥을 못 췄다. 레밍의 귀 너머로 아빠의 마른 한숨 소리가 들렸다.
-리벨 형님은 선군이 될 겁니다.
-선군?
-형님은 좋은 분이십니다. 아버지가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할아버지가 작게 웃었다.
-그래, 리벨이 악하지는 않아.
-네, 그러니…….
-약하지.
-…….
탁, 탁. 느린 박자로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약한 것은 절대 선군이 될 수 없다, 아인.
-왜 형에 대해 그렇게 말씀하시는 겁니까?
-녀석의 눈…….
‘눈이라고?’
나는 리벨 삼촌의 눈을 떠올렸다. 아빠의 칼에 베여서 얻은, 지워지지 않는 흉터를.
그 상처는 어린 시절 대련 중에 아빠가 실수로 낸 것이라 알려져 있다. 기사들의 대련에선 기본적으로 권능을 사용하는 게 금지되어 있는데, 대련 중에 처음으로 권능을 각성한 아빠가 힘을 조절하지 못하고 형에게 상처를 입히고 말았다고.
하지만 나는 대련을 우연히 목격한 작은고모에게 진짜 내막을 전해 들었다.
-거짓된 죄책감은 하루빨리 털어내거라.
그날 조절을 못 한 건 아빠가 아니라 삼촌이었다.
아빠와 리벨 삼촌의 나이 차이는 세 살. 그래서 어렸을 때는 리벨 삼촌이 줄곧 이겼지만, 10살 이후에는 이긴 적이 없었다. 그러나 12살에 삼촌은 권능을 각성했다. 그날은 리벨 삼촌이 권능을 각성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날이었고, 수세에 몰려 있던 중에 권능을 각성하고 만 것이다. 새하얀 성력에 휘감긴 삼촌의 칼이 아빠의 목을 노렸고, 아빠는 반사적으로 방어했다.
삼촌이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빠가 그보다 더 빨리 권능을 개화했다는 사실이었다. 두 성검이 부딪혔고, 삼촌의 칼이 부러졌다. 조각난 칼날이 리벨 삼촌의 눈을 향해 날아갔고…….
‘아아아악!’
삼촌은 한쪽 눈이 찢어지는 큰 상처를 입고 만다. 황제가 소식을 듣고 달려와서 정황을 물었을 때, 삼촌은 피범벅이 돼서 답했다. ‘동생이 권능을 써서 나를 상처 입혔다’라고.
아빠는 묵묵히 고개를 숙인 채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이 사실을 아는 건 아빠와 작은고모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할아버지가 진상을 알고 있었던 걸까?’
-…형님이, 악의를 가졌던 것은 아닙니다.
-안다. 그 일로 너를 한 번도 책망하지 않았고, 오히려 내 앞에서 너도 충격이 클 테니 혼내지 말아 달라고 감싸기까지 했으니까.
할아버지는 과거를 회상하듯 나지막이 웃었다.
-그저, 약한 게지.
‘가짜 기억…….’
리벨 삼촌은 그 일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충격에 기억을 왜곡해 버린 거다.
동생의 실수로 실명할 뻔했다고 오해하면서도 한 번도 탓하지 않은 형, 형을 위해서 진실을 숨기고 거짓된 죄책감을 연기해준 동생.
진실해 보이는 두 사람의 우애에 기분이 이상했다.
삼촌이 미래에 그의 딸을 죽이려 했다는 걸 알면, 아빠는 어떤 반응을 보이실까.
-……교황청은 내일까지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빠가 대화를 마무리했고, 할아버지는 굳이 그를 잡지 않았다. 정갈한 구둣발 소리,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응접실을 나서기 전에, 아빠는 문득 할아버지를 향해 말했다.
-오늘 대화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러브버드.”
응접실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시동어를 읊어 염탐 마법을 해제했다.
오늘 아빠가 할아버지와 만난 것은 원래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이 대화는, 두 분이 언젠가는 나누었을 대화였을까? 미래의 아빠도 할아버지가 진상을 안다는 걸 알고 계셨을까.
만약 일어나지 않은 일이었다면, 이 대화가 미래의 무언가를 바꾸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