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8)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28)화(28/207)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활기찬 황실의 아침. 유리창을 넘어오는 밝은 햇살도, 지저귀는 새소리도, 연무장에서 들려오는 기사들의 힘찬 기합 소리도 어제와 같다. 그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한 가운데, 제1성만이 뜬금없는 괴담으로 술렁이고 있었다.
“그거 들었어요? 어젯밤, 하녀 한 명이 전하의 집무실을 청소하다가 이상한 것을 봤대요.”
“하녀요? 저는 순찰을 돌던 기사가 봤다고 들었는데.”
“안 그래도 어젯밤에 비명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대체 무슨 일이었어요?”
“글쎄, 뭘 봤다고 말은 하는데, 그게 좀.”
“기사들과 시종장님이 다그치면서 물어보니까, 겁먹은 하녀가 덜덜 떨면서 고백하는 말이…….”
“귀.”
사람들은 주변의 눈치를 보고 목소리를 낮췄지만, 소문은 서서히 퍼져갔다.
“잘린 귀를 봤대요.”
“네, 설마 사람 귀요?”
“아니, 쥐나 개 같은 짐승의 귀였다는데, 그게.”
“하녀의 말을 듣고 기사들이 샅샅이 살펴봤는데, 아무것도 없었대.”
“에이, 그럼 잘못 본 거겠죠.”
“그런데 말이야, 기사 중 하나가 혼자 남아서 책장 사이를 살피다가.”
“들어버린 거야.”
“책장의 그림자 사이에 늪이라도 있는 것처럼, 꿀렁거리는 소리가…….”
소문은 입에서 입으로 운반되어 성문을 넘고 황실 전체로 퍼져갔다.
사건의 배경은 어두컴컴한 밤, 시발탄은 공포에 질린 하녀의 비명. 그리고 시종장과 기사들이 들었다는 해괴한 진술, 검은 늪이 꿀렁거리는 듯한 소리, 짐승의 잘린 귀.
도통 정황을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다. 게다가 어딘지 모르게 으스스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떠도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황실의 선량한 하인들은, 하나같이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이건, 마치…….
“마녀의 저주……?”
복도를 걷던 하인들의 속살거림에 리벨리우스가 고개를 돌렸다. 흥미로운 이야기에 빠져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도 눈치채지 못하다가, 뒤늦게 주군을 발견하고 허둥지둥 고개를 조아린다.
그들의 주군, 리벨리우스는 잽싸게 사라지는 하인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다 고개를 돌렸다. 그의 잇새로 작은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우습지도 않은 소문이다.
겁 많은 하녀의 호들갑으로 일어난, 의미 없는 해프닝. 그게 평화로운 일상에 질려버린 황실 식구들에게 대단히 재밌는 유희 거리로 느껴지는 모양이다. 오래간만에 터진 시답잖은 사건에 그의 식솔들이 지루함을 떨쳐낼 수 있다면 그것도 좋겠지.
‘다만…….’
달칵, 집무실 문이 열리자 리벨리우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두 번째 책장의 빈 공간으로 향했다.
“잠시.”
그는 따라 들어오려는 기사를 손으로 저지했다. 기사가 묵례하며 한 걸음을 물러서자, 조용히 집무실 문을 닫았다. 이후 집무실에 홀로 남은 리벨리우스는, 조용한 방 안을 찬찬히 둘러보다 걸음을 뗐다.
뚜벅, 뚜벅. 묵직한 구둣발 소리가 고요한 집무실을 울렸다. 그는 집무실을 가로질러 문제의 두 번째 책장 앞에 섰다. 완벽하게 정돈된 책장에, 단 한 군데 빈자리가 있었다. 그의 순진한 동생이 그저 재밌어 보인다는 이유로 빌려 간 책이 있었던 곳.
그 책은 아주 먼 옛날, 할스테리어의 왕이 황실에 바친 진상품 중 하나였다. 겨우 글을 읽을 수 있게 된 첫째 황자에게 선물한 동화책.
그것에 특별한 무언가가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주 오랫동안, 별일 없었으니까.
하지만…….
‘마녀의 저주……?’
낮에 들었던 하인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리벨리우스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책장의 빈자리를 빤히 바라봤다. 석상처럼 서서 그곳을 주시하고 있자, 문득 창밖에서 새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리벨리우스의 입가에 허탈한 미소가 걸렸다.
“나 참, 뭘 하는 건지…….”
꿀렁.
손바닥으로 눈을 덮으며 중얼거리던 순간, 귓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리벨리우스는 눈을 가린 자세 그대로 굳었다. 그는 천천히 손을 걷어내며 고개를 들었다.
새까만 책장의 그림자 안쪽이 꿀렁이더니, 그 안에서 까만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리벨리우스는 흠칫 놀랐으나, 어젯밤의 하녀처럼 비명을 지르지는 않았다. 대신 눈을 가늘게 떠서 그것을 살폈다.
‘그것’은 귀라기보단 작은 소용돌이 같았다. 리벨리우스는 한참 그것을 바라보다, 그게 언젠가 책에서 보았던 새의 귀와 닮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하녀가 어떻게 그 귀의 생김새를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림자 속에서 떠오른 귀를 빤히 바라보던 리벨리우스는, 문득 손을 들었다.
꿀렁.
하지만 손을 뻗기도 전에, 그것은 나타났던 때처럼 그림자 속으로 퐁당 사라져버렸다.
“…….”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책장은 다시 잠잠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말끔한 책장을 한참 주시하던 리벨리우스가 허, 하고 헛숨을 삼켰다.
그 기묘한 소문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확인함과 동시에, 그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리벨리우스가 입술을 열어 작게 중얼거렸다.
“설마, 아직 효력이 남은 건가…….”
***
-설마, 아직 효력이 남은 건가…….
에뮤의 귀로 전달되는 리벨 삼촌의 목소리에, 나는 작게 침음을 삼켰다. 이제까지 의혹으로만 존재하던 가능성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거야.’
마력의 흔적이 남아 있던 그 동화책. 흔쾌히 파리엘에게 빌려준 것이나, 이후 별반 재촉을 안 한 것으로 봐서 어쩌면 리벨 삼촌은 그 물건의 정체를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금의 반응은, 그도 뭔가 연루된 게 있는 거다.
‘효력이 남았다니, 역시 그 책은 일회용 마도구였던 건가?’
가장 극단적인 교조주의자에, 청렴결백한 리벨 삼촌이 마도구를 숨겨 놓은 정황이 뭔지 상상도 안 가지만.
‘이 정보를 이용하면 좋겠는데.’
어제 아빠와의 대화로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방에 돌아와 계속 고민하다가 결론을 냈다. 나는 겁쟁이지만, 지금은 용기를 내야 할 순간이라는 걸. 그래서 미친 척 일을 벌였다.
내가 가진 것은 아직 한 살도 안 된 어린 몸, 그리고 몇 달 전부터 황실에 심어둔 하급 마법, <쥐와 새의 귀>.
이 마법은 대체로 안전하지만, 나타나고 사라질 때 소리를 낸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그로 인해 염탐 마법을 쓰다가 몇 번 들킬 뻔한 적도 있었다.
-방금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나?
오감이 예민하신 성 에퀴테스께서 탐지마법의 발동과 동시에 이상함을 느낀다던가.
-저게 뭐지?
하필 장식장을 보던 시녀가 그림자 속의 귀를 눈치챈다든가.
“라테!”
황급히 시동어를 외쳐 마법을 해제하고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킨 적도 몇 번 있었다.
물론 아주 작은 소리인 데다가 그림자 속에 숨어 있어서 들킬 위험이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부러 시동어를 반복해서 외친다면 말이 달라지지.
나는 엊저녁에 리벨 삼촌의 집무실에 침입해 귀 하나를 더 심었다. 위치는 그 마력의 흔적이 깃든 동화책이 있던 자리였다. 결행이 다소 섣부르긴 했지만, 그간 염탐 마법을 통해 파악해본 바로는 수요일 저녁에 집무실 청소를 담당하는 하인이 가장 입이 가벼웠다.
나는 비밀통로 안에 숨어서 가만히 기회를 기다렸다. 그리고 하인이 책장 가까이 다가왔을 때, 냅다 시동어를 외쳤다.
“에뮤카비파라에뮤카피바라에뮤카피바라에뮤.”
-꺄아아아아악!
하인의 비명을 질렀을 땐, 깜짝 놀라서 통로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하급 마법인데도 반복해서 발동하자 마력이 훅훅 떨어져서, 한동안 새로운 마법을 터득하는 건 꿈도 못 꾸게 됐다.
하지만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놀란 하인은 자신이 보고 겪은 일을 빠르게 동료들에게 퍼뜨렸다. 그 기묘하고 흥미로운 소문은 하루 만에 온 황실에 퍼졌다. 수다쟁이란 칭호를 가진 하인을 바람잡이로 삼은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무대 준비는 끝났으니, 이제 남은 건…….
나는 공의회 안건을 정리하는 아빠의 옆모습을 지켜보다 유모의 팔을 톡톡 두드렸다. 유모가 의아한 얼굴로 나를 바닥에 내려주었다. 나는 카펫 위를 아장아장 걸어가 아빠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이부도 데려가조.”
“…이부… 이브엔나?”
내 말을 되새기던 아빠의 눈이 살짝 커졌다.
“벌써 자기 이름을 아는군.”
“이부도 리베 삼쭈.”
내가 양손을 들어서 팔랑거리자,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나를 한 손으로 들어 올렸다.
“어디에 가는지 아는 건가…… 리벨 삼촌이 좋아?”
“녜.”
내가 재빨리 대답하자 아빠는 픽 웃었다.
“형님은 옛날부터 아이들을 좋아했지.”
“아이들은 자기를 좋아하는 어른을 알아본다더니, 그 말이 정말인가 봐요.”
“그래, 잠깐 데리고 갔다 오겠다.”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그래 뭐, 서류만 가져다주고 올 테니까.”
아빠의 대답에 린드벨이 한숨을 쉬었다.
“폐하도 이건 예상 못 하셨겠지. 교황청까지 가서 발부한 서류를 인계하겠다니.”
“네가 원하던 바 아니야?”
“너도 참 너라는 소리야.”
린드벨이 과장되게 어깨를 으쓱하자, 아빠가 쓴웃음을 지었다.
“형님이 하시는 게 나아…… 어차피 형님 업무가 될 테니까.”
“그래, 성녀님 손 안 닿게 조심하고.”
아빠는 낮게 웃으며 집무실 문을 열었다. 오늘도 잘생긴 우리 아빠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아빠가 마녀법의 무서움을 아직 모르시는 것 같으니까, 직접 보여 드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