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48)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47)화(48/207)
세간에 퍼진 선입견과 전혀 다른 마녀들의 모습은 여러모로 큰 충격을 선사했다. 그것은 비단 그들 개개인의 외양이나 행동에만 그치지 않았다.
마녀들의 본거지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어 기록과 목격담이 현저히 적었다. 적은 정보를 바탕으로 신전에서 그려낸 마녀들의 본거지란 귀신의 집 같은 폐가였다.
천둥 번개가 치는 절벽 끝자락에 홀로 선 흉흉하고 낡은 집. 해골과 마수 시체가 여기저기 널려 있고 부엌에는 정체불명의 초록색 수프가 부글거리며, 걸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효과음을 내는 무시무시한 공간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본 마녀들의 본거지는 신전의 상상과 전혀 달랐다.
검은 돌을 베이스로 쓴 것은 사실이었지만, 낡지도 흉흉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제국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양식의 최첨단 건물이었다.
처음 그것을 깨달은 건 광장 중앙 바닥이 떠올랐을 때였다.
휴식을 취하러 간다는 엄마와 마녀들이 계단이 아니라 광장 중앙으로 향하는 데서 이상함을 느꼈어야 했는데. 갑자기 바닥이 떠올라서 화들짝 놀랐다.
“히야아…….”
나는 비명인지 감탄인지 모를 소리를 내며 뒤늦게 광장 바닥을 살펴보았다.
바닥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온갖 기하학무늬들이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으로 검정 일색인 와중에 우리가 서 있는 공간만이 회색이었다. 그 평평한 회색 원반이 부상하여 빠른 속도로 탑의 최상층을 향해 올라갔다.
나는 그제야 하늘을 날아다니던 부유물들의 정체가 이 원반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원반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도 우리 주위는 마치 공간이 차단된 것처럼 바람도 소음도 없이 잔잔했다. 묘한 마력에 이끌려 손을 뻗자 원반을 안전하게 감싸고 있는 탄탄한 공기막 같은 것이 느껴졌다.
나는 엄마의 품에 안겨 홀린 듯 멀어지는 땅을 바라봤다. 그러나 마녀들은 이 기적 같은 일이 익숙한 듯 태평스럽게 잡담을 걸어왔다.
“이브는 몇 살이야?”
“세, 셰 살.”
“어머, 세 살이라 이렇게 귀여웠구나.”
사비나가 호응하는데 엄마가 동그란 눈으로 날 내려다봤다.
“황자가 말한 그 세 살짜리가 너야?”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빠가 내 얘기를 했나?
하지만 더 되물어볼 기회는 없었다. 방으로 돌아가는 내내 샤샤가 질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그 차분한 갈색 단발머리의 소녀는 보기와 달리 호기심이 왕성한 듯했다. 안경을 추켜올리며 내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다. 아빠나 황성, 지금 기분 같은 잡다한 물음이었다.
하지만 내 이름을 알려줬다가 일어난 파급을 생각하면 솔직히 답하기가 어려웠다. 나는 최대한 거짓으로 꾸며 말하거나 모호하게 대답을 피했다. 어눌한 말투로 더듬더듬 대화를 끌다 보니 어느새 최상층에 도착했다.
천천히 느려진 원반이 최상층에 다가가자, 난간이 사라지고 복도가 원반에 맞춰 모양을 변형시켰다. 원반이 복도와 완전히 하나가 되자 난간이 새로 생기고 공기막이 허물어졌다.
‘이것도 마도구일까?’
모두가 원반에서 내리는 동안 홀린 듯 아래를 바라보고 있는데 사비나가 문득 내게 손을 뻗었다. 고개를 들자 사비나와 그녀 어깨 위의 고양이가 나를 보고 있었다.
“이브는 이제 우리랑 가자. 린지는 이제 쉬어야 해서…….”
아, 그렇지. 엄마는 막 황궁에서 큰 소동을 일으키고 돌아온 참이었다. 분명 많은 힘을 썼겠지. 게다가 이델리 탈출 사건에서 이델리 대신 나를 데려왔으니 해명도 필요할 테고…….
하지만 엄마와 떨어져야 한다는 게 견딜 수 없이 아쉬웠다. 이제 겨우 만났는데. 마음 같아선 한시도 떨어지고 싶지 않…….
‘아니, 아니지.’
과거로 온 이후로 어른들이 아기로 취급해주니까 자꾸 철없이 행동하려고 한다. 나는 다시금 내 나이를 되새기며 사비나에게 마주 손을 뻗었다. 그런데 갑자기 엄마가 나를 끌어당겼다. 그녀는 나를 애착 인형처럼 폭 껴안고 새침하게 말했다.
“나도 갈래.”
“으응?”
엄마의 말에 마녀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피곤하지 않아? 너 옷차림도 아직 연회복인데.”
“괜찮아, 체력도 남고.”
“다행이네, 알비스는 너 공간 이동시킨다고 기절했는데.”
사비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돌리자, 알비스가 하얀 머리를 흐트러뜨린 채 휠체어 위에서 잠들어 있는 게 보였다.
“음, 그땐 교황한테 붙잡히는 바람에…….”
“왜 안 하던 짓을 해, 너 이런 거 싫어하잖아?”
사비나가 작은 목소리로 따지고 들었다.
“쌍둥이들이랑 반디한테도 이런 적 없잖아.”
“쟤넨 안 귀엽잖아. 아가는 귀엽고.”
“언니, 다 들려여.”
반디가 손을 휘저으며 지적했다.
나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하고 엄마의 팔에 얼굴을 묻었다. 나잇값 하자고 다짐한 지 1분 만에 또 이렇게 결심이 무너졌다.
“괜찮겠어? 마력이 비었을 텐데.”
“알비스가 도와줘서 괜찮아, 다친 데도 없어.”
사비나의 걱정에 건성으로 답한 엄마가 작게 덧붙였다.
“오히려 교황이 다쳤지.”
“……?”
사비나가 휘파람을 불고 반디가 감탄사를 내뱉는 동안 난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교황이면…… 아빠?’
아빠가 다쳤다고? 아니, 어쩌다? 저 대화가 꼭 두 분이 싸우신 것처럼 들리는 건… 기분 탓이겠지?
난 엄습하는 불안감을 애써 무시하며 엄마의 품에 파고들었다.
사비나는 내게 방을 배정해줬다. 침대와 작은 옷장 정도밖에 없는 단출한 방이었지만 실용적이고 아늑해 보였다. 그녀는 황실에서 지내던 내가 까탈스럽게 굴까 걱정되었는지,
“아기가 올 줄은 몰라서 아직 준비가 덜 됐어. 차차 예쁘게 꾸며줄게.”
하고 말하며 내 눈치를 봤다.
“춘부니 맘에 드러요.”
활짝 웃으며 그렇게 안심시켜주자 세 마녀와 어깨 위의 고양이까지 나를 보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뭔가 실수했나?
사비나는 나를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게 했다. 평민 아이들이 흔히 입는 갈색 튜닉에 후드가 달린 형태였다. 목에 걸고 있던 로켓까지 압수당했을 때는 약간 당황했지만, 검사만 하고 돌려준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에 있는 마법서는 지금 마석 형태니까 아마 괜찮겠지.
이후 검사실로 끌려가서 이상한 기계 장치에 몸을 집어넣었다. 바싹 긴장해서 누워 있자 마력이 깃든 푸른빛이 몸을 훑고 지나가며 이상한 문자를 만들어냈다. 마치 제단에 바쳐진 제물이 된 기분이었다.
꺼림칙한 기분으로 고개를 드는데, 샤샤의 표정이 이상했다. 그녀는 기계 장치 위의 문자를 살피다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엄마도 이상을 눈치챘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왜, 뭔가 이상해?”
“그게 아니라…….”
엄마가 묻자 샤샤는 내 눈치를 살피더니 작게 속삭였다.
“아기에게 저주의 흔적이 보여요.”
“뭐?”
“더 이상한 건…….”
엄마와 샤샤가 심각한 얼굴로 대화를 나눴다. 얼결에 일부를 엿듣고만 나 또한 당황했다.
내 몸에 저주가 걸려 있다니, 그게 무슨 말이지? 혼란스러워하는 내게, 엄마가 다가왔다. 그녀는 나와 눈높이를 맞추고 조심스러운 태도로 물었다.
“아가야, 예전에 마법사를 본 적이 있니?”
마법사라는 건, 아마도 마녀를 뜻하는 걸까. 난 고개를 저었다.
“안니요.”
“마법사 비슷한 사람도? 이렇게, 우리처럼 검은 힘을 쓰는…….”
엄마가 손안에서 마력을 운용하는 것까지 보여주며 열심히 설명했다. 하지만 기억을 더듬어봐도 마법사 비슷한 사람을 만난 적은 없다.
내가 재차 고개를 젓자, 엄마는 샤샤와 속닥거리며 잠깐 논의를 했다. 곧 이야기를 끝낸 엄마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다가왔다.
“잠깐 봐도 될까?”
“네, 네에…….”
엄마의 손이 내 목덜미 아래를 더듬었다. 곧 그녀의 손이 닿은 곳에서부터 마력이 움트는 게 느껴졌다.
타인의 마력이 몸에 닿은 건 처음이었다. 기묘한 감각이었으나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내게 닿는 마력에 악의가 없다는 걸, 어쩐지 알 수 있었다.
마법을 발동했을 때처럼 마력이 한 차례 거세게 일렁인 후에, 엄마의 손이 떨어졌다.
“앞으론 마력을 다루는 게 예전보다 더 쉬워질 거야.”
내가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자, 엄마는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내가 방금 이브의 등에 있던 마법을 제거했거든. 그건 우리가 ‘마력방출술’이라고 부르는…… 몸에 마력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게 만드는 마법이었어. 거의 파괴되어 있긴 했지만, 약간 효력이 남아 있었거든. 그러니까 이제 이브는 예전보다 더 많은 마력을.”
“그렇게 말하면 애가 알아들어?”
사비나가 핀잔하자, 엄마는 발끈해서 그녀를 돌아봤다.
“네가 설명하시든가.”
옥신각신하는 두 사람 사이로 고양이가 중재하듯 캬옹거리는 동안, 나는 혼란스럽게 뒷덜미를 쓸었다.
‘왜 내게 그런 마법이 걸려 있었던 거지? 내가 살면서 만난 마녀라곤 아마…….’
내 시선이 사비나와 입씨름하는 엄마를 향했다.
엄마는 내가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돌아가셨다. 너무 어릴 때라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 우리가 만나기는 했겠지.
순간 엄마가 나를 돌아봤다. 따스한 분홍색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안 졸리면 마탑 구경시켜줄까?”
그 말에 나는 불가항력으로 스르르 미소 지었다.
“한 개두 안 졸려요.”
하루 동안 많은 일이 있어서 피곤했지만, 엄마와 함께라면 밤도 새울 수 있었다. 내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엄마가 큭큭거리며 웃었다.
“좋아, 혼자 걸을 수 있겠니?”
“웅, 이브 어린이니까.”
“그거 엄청난걸.”
나는 엄마의 손을 맞잡으며 활짝 미소 지었다.
그래, 엄마가 내게 저주 같은 걸 걸었을 리가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