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51)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50)화(51/207)
마탑은 황궁과 다른 방식으로 거대하고 복잡했다.
황궁에서도 달마다 길을 잃는 사람이 나오는데, 마탑은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 같았다. 황궁은 그래도 나름의 체계가 있는데 마탑은 그런 것도 없어 보였다.
규칙 없이 튀어나오는 총회의실, 대강의실, 각종 연구실, 크고 작은 온실들. 다 똑같은 문처럼 보여도 그냥 평범한 창고가 나오기도 하고, 갑작스러운 별세계가 펼쳐지기도 했다. 시간만 있다면 모든 곳을 돌아다니며 속속들이 파악하고 싶었다.
하지만 가장 가고 싶은 곳은 역시 엄마의 방이었다.
사비나와 샤샤가 잠깐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나는 엄마에게 방을 구경시켜달라고 열심히 졸랐다.
“그렇게 궁금해? 별로 볼 것도 없는데…….”
문을 열고 들어서자, 깨끗하고 아늑한 공간이 나타났다.
엄마의 연구실은 다른 곳들보다 훨씬 널찍했고 복층으로 되어 있었다. 우드색 소파와 책상, 커피 테이블이 조화롭게 놓여서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책상 옆의 커다란 진열대에는 각종 마석들이 크기별로 정리되어 있었다. 신성제국 황족 출신으로서는 꺼림직할 수 있는 광경이다. 하지만 나는 마수의 신체 일부나 정체 모를 마계 생물들이 꿈틀거리던 각종 연구실을 거치며 강해져 있었다. 그래서 이 정도면 꽤 건전하다고 생각되었다.
‘여기가 엄마의 방…….’
흥미롭게 방 안을 구경하던 내 눈에 문득 계단 위의 진열장이 들어왔다.
‘아니, 저건 사제복……?’
저 뚜렷한 눈송이 문양 인장은 분명 사제복이었다. 굳은 내 얼굴을 발견한 엄마가 슬며시 물었다.
“저기가 궁금해?”
고개를 끄덕이자, 엄마는 어쩐지 쑥스러운 얼굴로 나를 안고 층계를 올랐다. 그녀는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조심스러운 태도로 자신의 보물들이라며 유리로 된 진열장을 열어주었다. 얼이 나간 내 시선이 엄마의 소중한 컬렉션을 훑었다.
눈송이 문양이 달린 사제복에, 성검, 성경, 아니 저건…… 성물?
‘교황조차 몇 개밖에 소유할 수 없는 값비싼 물건이 왜 여기에…….’
심지어 개수도 꽤 많았다. 개중에는 반으로 갈라져 있거나 산산조각이 나 있는 것도 있었다. 흔들리는 내 눈동자가 여러 조각으로 깨져 있는 성물에 닿았다.
“아, 저건 성물도 마석처럼 안쪽에 문양이 있나 알아보기 위해서……. 아무 문양도 없다는 걸 알아냈지. 후후, 의미 있는 희생이었어.”
엄마가 따뜻한 눈으로 성물을 훑었다.
‘다 어디서 났는지…… 아니, 묻지 말자.’
사제복의 주인은 어떻게 되었는지 진심으로 궁금했지만 나는 그냥 묻어두기로 했다. 그래, 이미 충분히 긴 하루였으니…….
나는 상식적인 제국민 역할은 관두고 엄마의 착한 딸 노릇이나 해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와아, 딘짜… 머찌다아.”
“그렇지?”
내 호응에 엄마의 귓불이 붉게 달아올랐다.
“마석과 성물을 합성하면 힘이 약한 쪽이 부서져 버린다는 거 아니? 신성력과 마력이 미세한 차이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이는 모습은 정말 신비롭지. 신전 놈들은 신성이 마력보다 다섯 배 강하다고 지껄, 아니, 말하지만 이 원칙을 이해하면 마법사도 충분히 사제를 발라버릴, 아니…….”
엄마는 흥분했는지 몇 번이나 말을 번복하며 자신의 연구가 얼마나 의미 있는지 설명해줬다. 오늘 마탑을 구경하다 마주친 많은 마법사들처럼.
처음 방에 도착했을 땐 별로 볼 건 없다고 말씀하셨던 것 같은데. 최선을 다해 겸양을 떠신 것뿐이었던 걸까.
“그리고 자, 이것 봐.”
엄마는 반으로 동강 난 마석을 내게 보여주었다. 이때까지 마석은 겉으로 보기엔 일개 돌멩이나 보석들과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마력을 불어넣자 쪼개진 단면에 알 수 없는 문양이 드러났다.
“마석 중에는 마수의 몸에서 채취해낸 것도 있고 마계에서 온 광물도 있단다. 이 마석들은 모두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어. 마법사들은 그 힘이 마석들의 구조에 있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마석의 구조를 따와 마법진을 개발해냈어. 그렇게 마법이 탄생한 거란다.”
“정말요?”
난 화들짝 놀라 마석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마력을 받아 반짝이는 마석의 문양이 새삼 신기해 보였다.
이제까지 마법은 그저 마법이라고만 생각했지, 그게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마법서에 새겨져 있던 그 놀라운 마법들이 마석의 구조에서 따온 거였다니.
“그래, 마법사들은 마석을 분해해서 힘의 작용을 연구하고 실험했어. 그리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각종 마법을 만들어냈지. 원래 마법사들은 태어날 때부터 지닌 한정된 힘밖에 쓰지 못했거든. 하지만 마법은 그런 마법사들의 능력을 무수한 범주로 늘려주었어.”
엄마는 사냥물을 자랑하는 고양이처럼 가슴을 쭉 폈다. 나는 그런 엄마가 너무 멋있어서 연신 눈을 반짝였다.
“지금도 마석과 새로운 마법에 대한 논문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이 마탑은, 원래는 연구 기관이었거든.”
어쩐지 다들 해괴망측한 모습이더라니. 연구 중이라 그랬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오늘 보았던 모든 이상한 마법사들이 멋있게 느껴졌다. 규모는 고작 100명에, 그마저도 반절이 미성년자인 조직이 이렇게 대단한 일을 해내고 있었다니…….
“대마녀니 말대로, 이거는 정말 머찌네요.”
내 감탄 어린 말에 엄마가 즐겁게 웃었다.
“그래, 그리고 마석은 각종 마도구를 만드는 데 쓰기도 하고. 이 마탑도 전부 마석으로 만들어져 있어.”
‘이 마탑이 전부 다?’
나는 생경한 눈으로 우리가 서 있는 공간을 훑었다. 내 반응에 엄마가 낮게 웃었다.
엄마는 나를 복층의 연구실로 데려가서 여러 신기한 것들을 보여주며 마석과 성물에 대해 열띤 설명을 해주었다.
난 말주변이 없고 아는 것도 없어서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밖에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엄마는 무척 신나 보이셨다.
문득 시계를 발견한 엄마가 깜짝 놀라서 내 손을 잡았다.
“이런, 너무 잡아둬 버렸네. 이제 내려가야겠어.”
계단에서 내려가는 길에 엄마는 아빠의 재킷을 잘 펴서 진열장 한구석에 올렸다. 그 모습을 본 내 눈동자가 혼란스럽게 흔들렸다. 왜 저걸 저기에…….
그렇게 다시 1층으로 내려왔을 때, 나는 책장 사이에서 문득 눈에 익은 책을 발견했다.
“저, 저거는…….”
“응?”
얌전하던 나의 갑작스러운 손짓에 엄마가 어리둥절하게 내가 가리킨 책을 빼냈다. 표지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자 내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엄마의 마법서!’
지난 3년간 비밀통로에서 닳도록 보았던 엄마의 유품이었다.
다른 점은 책 뒤에 달린 녹색 보석이 없다는 것 정도일까.
‘내가 미래에서 가져온 물건의 과거 모습이라니.’
내가 눈을 반짝이자 엄마가 흥미로운 얼굴을 했다.
“보고 싶어?”
“녜!”
“뭐, 좋아.”
엄마가 내게 책을 넘겨주자, 나는 반사적으로 책 사이를 잡고 펼쳤다. ……펼치려고 했다.
“크하핫!”
책을 붙잡고 낑낑거리던 나는 엄마의 웃음소리를 들은 후에야 농락당했다는 것을 알았다.
‘맞아, 이 책에는……’
“이 책에는, 마법이 걸려 있거든.”
마지막으로 책을 덮은 사람만 펼칠 수 있는 마법. 마치 내 생각을 읽은 것처럼 엄마가 속삭였다. 그녀는 내 어깨 너머로 손을 뻗어서 책을 펼쳤다. 그리고 내 손등 위에 손을 포개, 내가 책을 덮게 했다.
엄마의 웃음기 깃든 목소리가 귓가에 속삭였다.
“자, 이제 다시 열어봐.”
“……아.”
나는 떨리는 손으로 책을 펼쳤다. 그제야 책이 언제나처럼 활짝 펼쳐졌다.
신기해하는 내 반응을 기대하고 있던 엄마의 표정이 당황으로 흐트러졌다.
“또 왜 그래?”
“안니, 아니에요.”
나는 애써 울음을 삼켰다.
나만이 이 책을 열 수 있게 되었던 과정을, 방금 생생히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엄마는 처음부터 내게 이 책을 물려줄 마음이셨던 걸까.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내 손을 잡고 책을 덮어주며,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사비나와 반디가 보면 날 몰래 아기나 괴롭히는 인간 취급하겠어.”
엄마는 난감한 얼굴로 손수건을 꺼내 내 얼굴을 닦아줬다. 그리고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노래하듯 말했다.
“아름다운 미모와 훌륭한 마법 실력으로 아이를 도합 두 번이나 울려버리다니. 내가 참 죄가 많네.”
“흐히…….”
“울다가 웃으면 큰일 나, 아가야.”
엄마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다정하게 속삭였다. 그러곤 나를 달래기 위해서인지 화제를 돌렸다.
“이 마법서에 달 마석을 도색할 건데, 색깔 좀 골라줄래?”
“새깔?”
“응, 빨간색이랑 초록색 중에 고민 중이거든.”
그 말에 내 눈이 반짝 떠졌다.
엄마의 마법서 뒤에는 에메랄드빛 마석이 달려 있었다. 마력을 불어넣으면 책이 마석으로 흡수되듯 줄어들어, 마법서를 숨길 수 있는 마도구였다.
오늘이 바로 책 뒤에 마석을 다는 그날이구나!
나는 마법서에 달려 있던 녹색 보석을 떠올렸다. 그리고 고민할 것도 없이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