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53)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52)화(53/207)
[오늘은 어제 죽은 누군가가 간절히 그리던 내일의 오늘, 그러니 노래해♪]꿀처럼 달콤한 잠을 깨뜨리는 불청객 같은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체처럼 늘어져 있던 손끝부터 움찔거리며 나는 천천히 잠에서 깨어났다.
‘아, 더 자고 싶은데…….’
나는 잠결에 베고 있던 베개를 빼내 얼굴 위로 덮었다.
[좋은 아침이야!]“히잉…….”
하지만 베개로 귀를 막아도 노랫소리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나는 뒤늦게 여기가 마탑이며, 이 소리는 귀가 아니라 내 머릿속에서 쩌렁쩌렁 울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좋은 좋은 좋은 아침! 좋은 아침이야!]“후으으윽…….”
내 잇새로 흐느낌 같은 잠투정이 흘러나왔다.
어제는 몇 시간 동안 비밀통로를 걸어서 엄마를 만났다. 갑자기 엄마에게 붙잡혀 이곳에 끌려온 이후에는 또 마탑 내부를 구경하느라 엄청나게 기력을 썼다. 어젯밤 엄마와 헤어지기 전에 내 정체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는데, 석연찮은 부분이 있어서 말을 못 꺼냈다. 밤새 그 부분에 대해 고민해 봤지만 적당한 답을 찾지 못했다.
그 결과, 피로가 머리끝까지 쌓인 상태였다. 오후까지 시체처럼 자버리겠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좋은 좋은 좋은 아침!!!]‘아침에 원수졌나……?’
어째서 목을 쓰지 않고 머릿속으로 전하는 노래인데도 이렇게 음정이 안 맞는지 이해할 수 없다.
도저히 잠을 이어갈 수 없어서, 나는 끙끙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방문을 열고 나오자 나만 피해 본 게 아닌지 잠자던 마법사들이 죄다 기어 나와 난간에 대고 화를 내고 있었다.
“죽고 싶냐, 에코! 내가 얼마 만에 잠든 건지 알긴 해!”
개중에는 어제 엄마와 마탑 탐방을 하면서 봤던 폐인, 아니 마법사도 있었다. 더러운 가운이나 손가락만큼 긴 수염만 봐도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늘 마수 발톱만 보고 있는 건 아니었구나…….
손에 망치를 들고 흔드는 모습이 퍽 위협적이다 싶었는데, 그가 화를 내면서 대뜸 난간 아래로 망치를 던져버렸다.
“헉!”
나는 눈을 비비다 말고 화들짝 놀라 난간으로 달려갔다.
‘이 높이에서 저런 걸 던졌다간……!’
내가 있는 곳은 거의 마탑의 꼭대기 층. 천 피트나 되는 이곳에서 뭔가를 던졌다간, 중력의 힘을 받아 작은 물건조차 흉기가 될 터였다. 하물며 진짜 흉기를 던져버리면!
순간적으로 심장이 선득했다. 난간에 덥석 매달려 아래를 내려봤다. 다급하게 날아간 망치를 찾던 내 시선이 이상한 것을 잡아냈다.
그랜드 피아노?
어제 보았던 마탑은 탑답게 거대한 원기둥 형태였고, 가운데는 뻥 뚫려서 그 사이로 마법사들과 원반형 부유물들이 오갔다. 하지만 오늘은 그 가운데에 갑작스럽게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었다.
그러나 의문을 곱씹을 틈도 없었다. 아래로 떨어진 망치가 빠르게 회전하며 그랜드 피아노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나는 다급히 마력을 움직이는 동시에 낙담했다.
‘늦었어, 거리가 너무 멀어……!’
빙그르르 굴러간 망치가 그랜드 피아노의 반쯤 열린 뚜껑에 닿기 직전.
그것이 허공에서 우뚝 멈춰 섰다.
‘다, 다행…….’
다리에 힘이 풀려서 난간을 잡은 채 주르륵 미끄러졌다.
그래, 여기는 마탑이었지……. 마녀를 배척하는 신성연합국에서 자란 나는 마탑에 대해 잘 모르지만, 하루 견학해보며 알게 된 점이라면 이곳엔 열정적인 마법사들이 가득하다는 거였다. 마법에 대해서는 엄마의 유품인 책으로 독학한 게 전부인 나랑은 달리.
가뜩이나 나는 머리도 나쁜 편이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마탑의 마법사들이 못할 리 없겠지…….
[좋은 아침이야 아 아 아 아♪]그 와중에도 좋은 아침 메들리는 계속되고 있었다. 나는 겨우 마음을 달래고 아래의 상황을 확인했다.
자세히 보니, 마법사들이 이동할 때 사용하는 원반 여러 개가 겹쳐져서 그랜드 피아노를 지탱하고 있었다. 마법사들은 피아노를 피해 지나가면서 불편한 얼굴로 연주자를 노려봤다. 그런 냉대에도 개의치 않고 신나게 불협화음을 내는 저 새하얀 단발머리는…….
‘에코.’
공간 이동 마법을 쓰느라 지쳐서 휠체어 위에서 잠들었던 긴 머리 마법사가 알비스. 에코는 그녀의 일란성 쌍둥이라고 들었다.
어제 지하 감옥에서 내 머릿속으로 말을 건 것도 저 사람이겠지. 텔레파시가 특기인가.
그때, 에코가 고개를 들었다. 금색 눈동자가 정확히 내가 있는 곳을 올려다봤다.
“어.”
‘방금, 눈이 마주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허공에 멈췄던 망치가 빠른 속도로 회전해 이쪽으로 날아왔다. 나는 움찔 놀라 몸을 움츠렸다.
퍽!
“억!”
엄청난 소리와 함께, 내 옆에 서 있던 남자가 뒤로 넘어갔다.
나는 너무 놀라서 말도 못 하고 입만 뻐끔거렸다.
‘망치에 정면으로 맞았어!’
설마 주, 죽은 건.
“개, 갠타느세여…….”
그의 부서진 안경 사이로 피가 비쳤다. 나는 남자를 향해 덜덜 떨리는 손을 뻗었다.
그때, 내 오른쪽 눈동자에 마력의 움직임이 비쳤다. 망치에 얻어맞은 남자의 머리 쪽으로, 그의 몸에 있던 마력이 우르르 몰려드는 게.
그러더니 남자가 다시 벌떡 일어났다.
“흐잇……!”
나는 흠칫 놀라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러나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지나치더니 다시 난간을 아래로 소리를 질렀다.
“미쳤어?! 죽을 뻔했잖아!”
[네가 던진 거잖아, 멍청아!]쾅! 화났다는 것을 표현하듯 에코가 그랜드 피아노를 내리쳤다. 커다란 소리에 피아노 앞을 날아가던 마법사가 놀라 아래로 떨어졌다.
‘아, 안 돼…….’
다행히도 그 마법사는 금방 중심을 잡았다. 나는 벌렁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소리를 낮추라고! 다 같이 사는 곳에선 공공예절을 지키란 말이다, 이 못 배워먹은 자식아!”
남자가 목에 핏대를 세우고 소리쳤다.
물론 공공예절은 지켜야 하지만…… 방금 고층 건물에서 망치를 던진 사람이 할 말일까 싶은 생각이 조심스럽게 들었다.
[시끄러워, 번지! 수염이나 깎고 다녀! 네 몰골이 더 예의에 어긋나!]아니, 그렇다고 인신공격을…….
“너한테만큼은 시끄럽단 소리 듣고 싶지 않아! 네 노래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한테나 들려주란 말이다! 왜 매번 마탑 전체에 울리게 하고 난리야?!”
번지라고 불린 남자는 왁왁거리며 소리 질렀다. 나는 문득 깨달았다.
‘우와, 텔레파시를 보낼 사람이나 영역을 지정할 수 있구나.’
그 감옥에서 말을 건 걸 보면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말을 걸 사람을 지정할 수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지금 이렇게 마탑 전체에 소리가 울리게 할 수 있는 걸 보면 영역 범위로 지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마법이 있다는 이야기는 엄마의 책에도 없었으니, 아마 저 마법사 고유의 특질이겠지.
엄마의 책에서 봤다. 특질은 마법사가 처음 각성하는 순간부터 가지고 있는 고유의 능력이라고. 마치 사제들이 치유나 파괴의 속성을 타고나는 것처럼 말이다.
[어쩌라고! 소리 낼 수 있는 사람들은 전부 다 들리게 말하잖아! 왜 나는 일부만 지정해서 들리게 해야 하는데?!]그 말에 나는 흠칫했다. 그러고 보니 첫 만남에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 목소리를 못 내는 걸까?
어제부터 느꼈지만, 이 탑에는 이상하게 신체가 불편한 사람들의 비율이 높았다.
“네가 마탑에서 제일 시끄러워! 너처럼 허구한 날 온 탑이 떠나가라 노래 부르는 놈이 또 어딨냐!”
하지만 번지는 그 말에 조금도 동요되지 않았다. 그는 부서진 안경을 추켜올리며 계속해서 소리쳤다.
깨진 안경알이 눈에 들어갈까 봐 걱정되었지만, 그가 방금 망치에 머리를 얻어맞고도 멀쩡했다는 사실을 상기해내고 그만뒀다.
소란을 듣고 나온 마법사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다들 낄낄거리며 웃거나 번지와 함께 화를 내며 그랜드 피아노를 발로 찰 뿐, 둘을 말리려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것을 깨닫자 갑자기 모든 게 허탈하게 느껴졌다.
서로를 향해 본격적으로 욕을 퍼붓기 시작하는 두 사람을 뒤로하고, 나는 비척비척 발을 옮겼다.
‘수명이…… 줄어든 기분이야…….’
마탑의 마법사들은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무척 좋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좀 이상하기도 했다.
‘내가 아직 포용력이 부족한 거겠지…… 노력해야지…….’
방에 들어가 쉬면서 마력이나 회복할까.
황성에 내 대체품으로 남겨둔 토끼 인형에게 걸린 변신 마법은 이 순간에도 발동 중이었다. 염탐 마법과 달리, 변신 마법은 상급 마법에 속해서 마력 소모량이 꽤 많았다. 그 대체품은 단지 모습을 잠든 나처럼 바꾼 것뿐이라 계속 잠만 잘 테지만, 적어도 내가 사라졌다는 사실은 들키지 않을 것이다. 이 방식으로 여태 여러 번 자리를 비웠는데 들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마력을 가득 충전해 놓았으니까, 아마 이틀은 더 버틸 수 있겠지.’
물론 이렇게 오래 자리를 비운 적은 없고, 며칠 동안 잠만 자면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런 것쯤이야 엄마 아빠에게 내 정체를 밝히면 전부 무마할 수 있다. 다만, 사실을 밝히기 전에 몇 가지 알아두고 싶은 게 있었다.
그런 생각으로 방으로 돌아가자, 문 앞에 샤샤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보더니 인사도 없이 다짜고짜 무언가를 내밀었다. 반사적으로 받고 보니 어제 내게서 가져갔던 목걸이였다.
“위험한 건 아닌 것 같아서 돌려주러 왔어요.”
“가, 감사함미다…….”
나는 목걸이에 눈을 맞춘 채 대답했다.
샤샤는 황궁의 하인들처럼 내게 존댓말을 썼지만, 전혀 편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낯설어서일까. 황궁 하인들은 나를 돌보는 게 업무지만, 그녀는 그렇지 않기도 했다. 목소리가 딱딱한 건 그냥 성격이라 해도 나를 귀여워하는 기색 자체가 없었다.
특별히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내가 살갑게 군다고 해도 딱히 좋아할 것 같지 않았다. 그저 귀찮게 만들지 않도록 최대한 고분고분하게 구는 게 좋겠지. 음, 그런데 왜…….
‘아까부터 나를 빤히 쳐다보는 거지? 아, 눈을 맞추고 말해야 하나. 내가 시선을 피한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가끔 있…….’
“그 안에, 마석이 들어 있다는 거 아나요?”
“아.”
샤샤의 말에 나는 움찔했다. 역시 들켰구나.
‘목걸이 안에 이중으로 잠금장치가 있긴 하지만, 마법사들은 나처럼 마력을 볼 수 있을 테니까…….’
나는 꼴깍 침을 삼켰다.
이 마석의 정체도, 눈치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