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60)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58)화(60/207)
마법사들은 그들이 봤던 이브엔나의 특이한 모습에 대해 하나씩 되짚었다.
“의식적으로 계속 눈을 피하는 건, 오드아이 때문일까요?”
[콤플렉스가 있는지도. 신전 놈들은 튀는 인간을 싫어하니까.]“가까이 다가가면 불안해하더라. 신체적 학대도 있었던 걸까.”
마탑에서 각종 문제를 가진 아이들을 접해본 그들에게 정황을 예상하는 건 식은 죽 먹기보다 쉬웠다. 말을 거듭할수록 부모도 없는 평민 꼬마를 괴롭히는 황실의 그림이 점점 선명해졌다. 마법사들은 불쌍한 이브엔나를 위해 황실과 교황을 향한 적의를 불태웠다.
그동안 린제나는 대화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작게 혼잣말을 했다.
“그럴 사람으로는 안 보였는데…….”
린제나는 망가진 연회의 밤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만찬장에서 연회의 일을 캐묻던 마법사들에게는 오직 그날 있었던 전투에 대해서, 특히 그녀가 황자에게 타격을 준 부분만 말해주었지만…….
사실 테라스로 황자를 유인해온 후 일어났던 일에는 전투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이거 놓으라고! 너 진짜 미쳤어?’
‘내가 할 말이다.’
제멋대로 귓가에서 재생되는 목소리에 린제나는 손으로 이마를 덮었다.
‘몸이 제일, 중요한 거다. 세 살짜리도 아는 걸…… 왜 모르지?’
으아악.
기억을 거슬러 그날의 키스까지 떠올리자, 린제나는 얼굴에 열이 오르는 걸 느꼈다.
차라리 마법사들에게 모조리 떠벌려 버렸으면 좋았을 것이다.
어린 마법사들은 분기마다 한 번씩 마탑이 산에 착륙할 때를 제외하고는 마탑에서만 생활해서 삶의 활력이 적은 편이었다. 마침 잘생긴 교황에 대한 관심도 많아 보이고, 말해주었으면 분명 박수를 치면서 좋아했을 게 틀림없다. 하지만 린제나는 말하지 못했다.
교황과 입을 맞추다니. 분명 재밌는 사건인데, 이상하게 무용담으로도 말할 수가 없었다.
왜일까, 쪽팔려서? 교황의 발목을 잡으려고 별짓을 다 했다는 자괴감 때문에? 아니면…….
‘네, 성아는요. 다정하시구, 강하시구, 세쌍에서 쩨 멋지시구, 이부 위해서 열시미 일하시구요. 또…….’
갑자기 왜 이브엔나의 <교황 예찬> 메들리가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포동포동한 볼을 씰룩거리며 성하를 좋아한다고 고백하던 이브엔나의 목소리는 진심 같았다. 하지만…….
‘그때도 눈치를 살피고 있었지.’
내가 아직 자신에게 호의적인지, 혹시나 화를 내진 않는지. 아기는 조그만 머리를 데굴데굴 굴리며 필사적으로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평소에도 수줍음이 많아 보이긴 했다. 하지만 그때는, 아기가 뭔가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을 떠올리자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그런데 언니, 왜 꼬마한테 최상층 방을 준 거예요?”
반디가 파란색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마탑에서는 9살 미만의 어린애들한테는 저층 방을 주는 것으로 암묵적 합의가 되어 있었다.
어린 마법사들은 마력이 부족해서 추락사할 위험이 있는 데다가 최상층에는 이곳, 위원회실이 있었다. 그래서 마탑주인 린제나를 포함한 S급 마법사들의 연구실은 거의 최상층에 몰려 있다.
그건 그들의 개인 선호기도 했지만, 약한 마법사들에게서 스스로를 격리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아래쪽에는 보호 마법도 잔뜩 걸려 있어서, S급 마법사들이 최상층에서 싸움을 벌이고 사고를 쳐도 저층은 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니 린제나가 이브엔나에게 최상층 방을 준 이유는 둘 중 하나였다.
사실 이브엔나가 엄청 강하거나, 그냥 린제나가 이브엔나를 곁에 두고 싶어 마음대로 월권을 했거나.
사비나는 아기가 그렇게 강해 보이지는 않았으니 린제나의 개인적인 변덕이라고 추론했다.
“나도 궁금해. 이브의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어? 네가 생전에 안 하던 마탑 안내까지 시켜주겠다고 나섰을 때는 얼마나 놀란 줄 알아?”
“뭐? 마탑주가?”
번지의 물음에 사비나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니까. 네 방에도 갔었어.”
“그래? 내가 없을 때 왔나 보네.”
“아니, 있었어.”
“……?”
의아하게 인상을 찌푸리는 번지를 뒤로하고 반디도 따지고 나섰다.
“진짜, 언니 그 꼬마한테 왜 그렇게 친절해요? 어린애도 싫어하면서!”
“누누이 말하지만, 난 어린애들 싫어하지 않아.”
린제나는 진중한 얼굴로 말했다.
“그냥 내가 철이 덜 들어서 모두가 나를 배려해주길 바라는 것뿐이야. 하지만 아이들은 미성숙하니까 오히려 내가 배려해줘야 한다고. 나는 그게 싫어.”
“부끄러운 소리를 당당하게도 한다.”
사비나의 차가운 지적에 린제나가 머쓱하게 헛기침을 했다. 반면에 반디는 몹시 감명받은 표정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게 문제였구나. 언니, 제가 배려심을 열심히 길러볼게요!”
“기대는 별로 안 되지만 고마워, 반디.”
“그러니까 네가 이브를 좋아하는 게, 그 애가 착해서라고?”
사비나의 물음에 린제나는 이브엔나와 처음 만난 순간을 떠올렸다.
첫 만남은 꽤 인상적이었다. 갑자기 지하 감옥에 꼬마 마법사가 나타났으니까. 심지어 아기가 지닌 마력의 양이 상당했다.
‘흐어어어엉……!’
그런데 갑자기 아기가 울기 시작해서 놀랐다.
‘왜, 왜 우는 거니.’
그렇게 많은 눈물을 쏟는 사람은 처음 봤다. 아기가 뭐 서러울 일이 있다고 그렇게 목 놓아 우는 거지. 당황해서 달래주던 린제나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눈동자를 마주하고 멈칫했다.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달린 오드아이. 청회색의 왼쪽 눈과 분홍색의 오른쪽 눈의 조합이 절묘했다. 성물과 마석이 함께 어우러진 그녀의 진열장이 떠오를 정도였다. 누군가의 눈을 보고 제 보석들을 떠올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도.
하지만 그녀가 당황한 건 아이의 눈이 독특하고 아름다워서가 아니었다.
반가움, 안도, 애정과 연민, 그리고 짙은, 짙은 그리움.
자신을 올려다보는 아이의 눈에서, 린제나는 그 모든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왜 그런 눈으로 나를 보니. 우리는 분명 처음 만났을 텐데.
‘미안, 나 때문에 놀랐어?’
묘한 인력에 끌리듯 아기의 뺨을 감싸며 묻자, 아기가 대답했다.
‘너무, 너무, 아름다우셔서요…….’
그때의 기억을 멍하니 떠올리던 린제나가 작게 답했다.
“으음, 시력이 좋아 보여서?”
“네?”
반디가 고개를 갸웃하자 린제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첫 만남에 운명을 느꼈다고나 할까?”
“그게 무슨 소리야?”
“아가의 특질이 나와 같아.”
린제나가 빙글빙글 웃으면서 던진 말에, 갑작스러운 침묵이 찾아왔다.
잠깐 얼이 나가 있던 마법사들이 뒤늦게 경악했다.
“그게 정말이야?”
“응, 나도 안 믿겨서 몇 번이나 확인해봤어.”
“그게 가능해요? 생판 남인데?”
“생판 남이 아닐지도 모르지. 어쩌면 먼 친척이라거나.”
“어, 어쩐지 닮았더라니! 그러면 모든 게 설명이 되네.”
사비나는 너무 당황해서 말까지 버벅거렸다.
“그럼 이제 마탑에 린지가 둘이 되어버린 건가…… 엇나가지 않게 잘 키워야겠는데.”
“아직 세 살밖에 안 됐으니까, 잘됐지 뭐야.”
린제나가 활짝 웃었다.
“내 후계로 키우려고!”
어제 마탑에 입성한 세 살짜리를 후계로 키우겠다는 말에, 마법사들이 허탈하게 웃었다.
“웬만하면 말리겠는데, 언니와 같은 특질이면 사기잖아요. 이건 어쩔 수 없네.”
“그래, 잘해봐.”
“후후, 고마워.”
놀라서 굳어 있던 에코가 문득 말했다.
“음, 가능하지. 아가가 혼자 나가는 것도……. 알비스랑 못 만나게 신경 써야겠네.”
린제나가 신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위원회실의 분위기는 급격히 풀어져서, 금방 파장 분위기가 되었다. 사비나가 기지개를 켜며 밥 먹으러 가자고 외쳤다. 린제나는 그러자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남들이 보지 않을 때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마법사들이 이브엔나에게 빠르게 정을 붙인 건 다행이었다.
특히 에코가 가장 걱정이었는데 이상하게 아가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고.
이제 이곳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테니, 아이에게 진짜 가족 같은 존재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이브는, 이브는 성아가 보고 시퍼.’
집에 돌려보내 달라며 떼쓰던 아이의 말을 들어줄 수 없어서 정말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이브엔나를 처음 봤을 때, 린제나는 운명을 느꼈다.
처음 본 아기가 그토록 짙은 그리움을 담고 그녀를 보았던 것은 분명, 외로웠기 때문일 거라고.
고위 사제들이 가득한 황실에서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걸 아기는 눈치챘을 것이다.
저와 같은 사람을 처음으로 만나서 얼마나 안심이 되고 반가웠을까.
린제나도 알고 있었다. 마녀를 배제하는 세상에서, 혼자 마녀로 살아가는 게 어떤 기분인지.
다른 사람들과 있어도 섞이지 못하고 툭 튀어나온 퍼즐이 된 기분이었겠지.
하지만 이곳에서는 이브엔나도 꼭 맞는 퍼즐의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연회의 밤에 테라스 아래로 뛰어내리던 자신을 붙잡아 주던 단단한 손의 감촉, 이브엔나가 쏟아내던 교황에 대한 칭찬이 자꾸만 떠올라 신경이 쓰이지만…….
반디의 추리는 굉장히 그럴듯했다. 아니,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가정은 그것밖에 없었다.
고작 한 번 본 남자의 내면을 완벽히 파악할 수 있을 리도 없고, 불쌍한 아기는 교활한 남자에게 세뇌당한 게 틀림없었다. 린제나는 이브엔나에게 엄마… 같은 존재는 절대 못 되더라도, 최대한 소중하게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비록 당사자에게 허락은 못 받았지만…….
그럼 납치 아니야?
“으음, 납치범 하지 뭐. 이미 마녀인데 죄 몇 개 더 얹어도 티도 안 나는걸. 하아…….”
린제나가 자조적으로 중얼거리면서 의자를 정리하는 동안, 반디는 위원회실 문 옆의 구석 자리로 다가가 쪼그려 앉았다.
“그래서, 이건 어떻게 할까요?”
반디의 손에 그림자 밖에서 뻐끔거리다 붙잡힌 염탐 마법, 쥐의 귀가 있었다.
린제나는 돌아보지도 않고 대충 대답했다.
“부숴.”
“이번엔 누구 짓이지?”
“뻔하지 뭐, 아래층 녀석 중 하나겠지.”
마법사들은 대수롭지 떠들면서 회장을 나갔다. 반디가 쥐의 귀에 입을 대고 발랄하게 충고했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위원회 멤버가 되고 싶으면 정식으로 S급 시험을 통과하고 들어 오라고!”
빠직! 반디의 손에서 염탐 마법이 부서졌다. 회장을 나가려던 에코가 어깨너머로 그 모습을 보다가 문득 눈을 굴렸다.
[꼬맹아, 이거 네 짓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