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61)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59)화(61/207)
[꼬맹아, 이거 네 짓이야?]삐익, 쨍한 이명 사이로 에코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이불 속에서 귀를 막다가 흠칫 놀랐다. 입을 꾹 닫고 자는 척 숨소리를 줄였다.
[아닌가.]에코의 목소리가 작게 중얼거리며 멀어졌다. 나는 이후로도 몇 분간 소리를 내지 않고 기다리다가 조용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큰일이다.’
엄마와 소득 없는 대화를 나눈 이후, 회의실에 설치해둔 귀가 효력을 발휘한 건 다행이었다. 하지만 회의 내용을 엿듣는 내내 일이 해결되긴커녕 실시간으로 악화되는 기분만 들었다.
‘나 때문에 황실과 마탑의 관계가 파탄나고 있어.’
심지어 우리 아빠가 아동 학대라는 누명을 쓰게 생겼다.
마법사들이 말이 너무 많아서 전체를 다 듣지는 못했지만, 아빠를 향한 욕만은 귀에 쏙쏙 들어왔다. 나 때문에 아빠가 욕을 먹는다는 죄책감에 마음이 쿡쿡 쑤셨다.
그것도 문제지만, 지금 가장 문제인 건…….
‘집에 어떻게 돌아가지?’
하늘을 나는 마탑에서.
마탑이 하늘을 나는 모습은 심장께가 뻐근해질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이었으나, 지금은 두통을 유발했다.
‘일곱 밤만 자면 황성으로 돌려보내 준다고 했으면서.’
그 말을 조금은 믿었는데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사랑하는 엄마에게 처음으로 배신감을 느꼈다.
아빠의 사랑 이야기도, 엄마의 약속도 전부 거짓말이다. 그러면서 나를 ‘구제 불능의 거짓말쟁이’라고 부르다니. 콩 심은 데 콩이 난 것뿐인데.
나는 양손으로 머리를 쥐고 방 안을 왔다 갔다 했다. 초조한 마음에 눈이 빙빙 돌았다.
‘내가 납치당했었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몹시 고전적인 수법이었다.
예쁜 언니한테 오면 사탕 잔뜩 먹게 해줄게, 라니. 사탕으로 아이를 유인하는 전형적인 납치범 대사다.
‘상대가 우리 엄마라서 몰랐어.’
“딘정, 진정해.”
나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머릿속에 뒤죽박죽된 정보를 정리했다.
회의의 끝물에, 엄마가 이상한 말을 했었다.
‘아가의 특질이 나와 같아.’
내 특질?
나는 조막만 한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마법사들은 모두 태어나면서부터 가진 고유 능력이 있다.
하지만 18년 인생을 사는 동안, 내게 특별한 힘이 있다곤 생각해보지 못했다.
‘내 후계로 키우려고!’
엄마가 그렇게 말했는데도 뜯어말리는 사람이 없었지.
심지어 나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반디조차도, 엄마와 특질이 같다고 하니 어딘지 납득하는 기색이었다.
‘나한테 뭔가, 엄청난 능력이 있나?’
심장이 멋대로 두근거렸다. 나는 살짝 기대하는 눈으로 시선을 들어, 방 한쪽에 걸린 전신 거울을 돌아봤다.
평범한 전신 거울인데도, 내 전신은 거울의 1/3밖에 채우지 못했다.
거울 속에 비친 건 분홍색 머리에 보기 싫은 오드아이를 가진 볼품없는 꼬맹이였다.
“……그래 보이진 않는데.”
나는 우울하게 중얼거리다가 고개를 휙휙 저었다. 엄마가 나를 과대평가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그게 내가 이 마탑을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동아줄이었다.
회의실에서 엿들은 대화는 내용이 중간에 뚝뚝 끊겼다. 내가 못 들은 것도 있겠지만, 아마 에코의 난입 때문일 것이다. 에코의 목소리는 내 귀에 들리지 않았지만, 엄마의 대답은 들렸다.
‘음, 가능하지. 아가가 혼자 나가는 것도……. 알비스랑 못 만나게 신경 써야겠네.’
그 말을 내가 스스로 황실에 돌아가는 게 가능하다는 말로 생각하는 건 비약일까?
“알비스는 왜 만나면 안 대지?”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알비스는 분명, 에코의 쌍둥이 동생인 공간 이동 능력자의 이름이다. 그 사람을 만나면 내가 내 특질을 이용해서 집에 돌려보내 달라고 협박이라도 할까 봐 그러나?
고민하던 나는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그런데 엄마는 내 특질을 어떻게 안 거지?’
타인의 특질에 관여하는 능력인가. 그것도 아주 유용한…….
머리를 굴리던 내 눈에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거울 속 내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뒤늦게 깨달았다.
‘아, 혹시 내 특질이라는 게 다른 사람의 능력을 훔치는 건가?’
그런 거라면 내가 19년 동안 내 특질을 몰랐던 게 이해가 된다. 이전에는 다른 마법사를 만난 적이 없었으니까.
이 마탑에서 공간 이동 능력자는 알비스뿐인 것 같은데, 엄마도 나를 돌려보낼 수 있다는 것도 설명이 되고.
나는 내 모습을 똑같이 비추는 거울을 돌아봤다.
‘다른 사람의 능력을 훔친다.’
엄마가 어떻게 마탑주가 되었는지 한 번에 이해가 될만한 능력이다.
어떻게 쓰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는 게 문제지만.
‘……일단 알비스를 찾아가 볼까?’
세상에 왜 반항기라는 단어가 있는지 이제야 알겠다.
알비스랑 못 만나게 신경 써야겠네, 중얼거리던 엄마의 말이 꼭 알비스를 찾아가라는 이정표처럼 느껴졌다.
나는 방문을 벌컥 열었다.
“꺄하하하!”
그리고 머리 위에서 들린 목소리에 흠칫 놀랐다. 고개를 들자 어떤 마법사들이 손에 술병을 들고 하늘을 날고 있었다.
‘이 시간에 위험하게 음주 비행을…….’
마탑의 마법사들은 하나같이 활동 시간이 이상했다. 밤낮이란 게 없어서 그럴까. 나는 몸을 벽에 바짝 붙이고 암살자처럼 조용히 움직였다.
‘음, 그런데 알비스의 방이 어디지?’
“…….”
나는 복도 옆으로 죽 늘어서 있는 크고 작은 방문, 그리고 아래로 끝도 없이 이어지는 탑의 모습을 내려다봤다.
갑자기 거대한 미로에 갇힌 기분이었다.
‘아니, 아니지.’
특정할 방법이 있었다! 회의실에서 마법사들은 왜 내게 최상층 방을 줬는지 의아해했었다.
위원회 회의실, 마탑주의 방, 그리고 사비나와 번지의 방 모두 최상층에 몰려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최상층일수록 강한 마법사들에게 배정해주는 게 생활이나 관리 방면에도 합리적이었다.
그렇다면 위원회 멤버 중 하나인 알비스의 방도 이 층에 있을 것이다. 나는 어두운 복도를 타박타박 가로질렀다.
다행히 엄마가 내게 마탑을 보여준다며 벌컥벌컥 문을 열어젖혔던 방이 꽤 많았다. 그때 엄마가 보여주지 않고 지나쳤던 방을 중심으로, 나는 하나하나 문을 따기 시작했다.
‘누가 눈치채지 않도록 마력은 최대한 적게…….’
안쪽으로 조심스럽게 마력을 보내 잠금쇠를 해제하고 문을 열었다. 어두운 방 안으로 고개를 빼꼼히 넣어서 왼쪽 눈을 감고 두리번거렸다.
‘없다.’
내 오른쪽 눈은 빛이 없어도 마력을 볼 수 있었다.
최상층의 마법사가 가진 마력은 일개 마도구나 마계 생물들과 비교해도 확실히 티가 났다. 나는 스르르 문을 닫고 다시 잠금쇠를 건 후에 다음 방으로 넘어갔다.
다행히 엄마와 위원회 멤버들은 식당으로 내려간 것 같았다. 식당은 중층에 있으니까, 그들이 돌아오기 전에 복도를 전부 돌아야 한다.
‘서둘러야겠어.’
나는 황급히 다음 방으로 넘어가 잠금쇠를 해제했다.
위원회 멤버들이 사라진 최상층은 밤의 거리처럼 한산하고 고요했다. 하늘 위에서 서로를 공격하며 낄낄거리는 마법사들의 목소리만 이따금 들려왔다. 끝에서부터 하나둘 방을 살피다 어느새 복도의 중앙에 도착했다.
“아, 여기는…….”
높이 3m가량의 네모난 철문이 보였다.
마탑의 문들은 각기 다양했지만, 개중에서도 이 문은 독보적으로 이상했다. 엄마가 마탑을 안내해줄 때는 지나쳤는데…….
‘아, 여기는 들어가면 안 돼.’
엄마가 그렇게 말했었지.
내 눈이 문득 문의 아래쪽을 향했다.
‘문턱이 없어.’
휠체어를 타고 있던 알비스의 모습이 뇌리를 스쳤다.
‘여기다!’
나는 찾았다는 생각에 철문에 손을 갖다 댔다. 손바닥을 타고 올라간 마력이 철문 안쪽으로 퍼졌다. 나는 마력으로 문고리를 찾다가 멈칫했다.
“어라?”
문고리가 없네?
더불어 잠금쇠도 없다. 무척 단순한 문이었다.
“머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마력으로 문을 밀었다. 뭐, 잠금쇠가 없으면 편하지.
난 곧장 마력으로 철문을 붙잡고 옆으로 밀었다.
“…….”
하지만 문은 미동이 없었다.
‘어라?’
별생각 없이 문을 열려던 내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
“으으…….”
‘왜, 왜 이렇게 무거워?’
나는 당황해서 마력을 마구 중첩했다. 내 마력으로 된 손이 점점 커다랗게 변하더니, 결국 거인의 손처럼 커졌다.
그제야 꿈쩍도 하지 않던 문이 밀리기 시작했다.
“으, 으……!”
젖먹던 힘까지 내서 간신히 내 머리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문을 여는 데 성공했다!
나는 승리를 자축할 새도 없이 문에 기대서 숨을 헐떡거렸다.
“헥, 헥…….”
‘알비스는 정말, 정말 힘이 센가 봐.’
이런 데서 어떻게 살지? 절로 감탄이 나왔다. 이게 마탑의 위원회 멤버라는 거구나.
간신히 호흡을 정리한 나는 문 틈새로 몸을 밀어 넣었다.
“어?”
그런데 문 안쪽에 새까만 마력이 보였다.
엄마가 지하 감옥에서 마탑으로 날아가기 위해 들어갔던 그 차원의 틈이었다.
나는 어리둥절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알비스는 공간 이동 능력자니까, 평소에도 저 틈 안에 있는 건가?
“알비스? ……헉!”
안쪽을 더 잘 보기 위해 몸을 밀어 넣다가, 내 몸이 문틈에서 쑥 빠졌다.
중심을 잃고 문 안쪽에 발을 딛는 것과 동시에, 검은 마력이 내 몸을 훅하고 덮쳤다.
***
“으…….”
신음하며 바닥을 짚던 나는 흠칫 놀랐다.
철문 안쪽으로 넘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손바닥 아래에 잔디가 잡혔다.
그러고 보니 주변도 밝았다. 고개를 들자, 나는 새파란 하늘 아래의 풀밭에 엎어져 있었다.
“뭐, 뭐지?”
혼란스러운 와중에, 머리 위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화들짝 놀라서 주위를 돌아봤지만, 눈에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누, 누구, 어디에 이써요?”
<이제부터 본 시험이 시작됩니다!>
“네? 머라구여?”
혼란스럽게 두리번거리던 와중, 저 멀리에서 흐릿한 인영이 보였다.
‘저 사람이 말하는 건가?’
나는 땅을 짚고 일어나 그쪽으로 다가갔다.
“알비스?”
거리가 좁혀져도 여전히 흐릿해 보이는 모습에, 나는 어리둥절하게 눈을 비볐다. 그때, 머리 위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본 시험의 내용은 마수 처리입니다!>
마수 처리?
갑작스러운 말에 나는 흠칫 놀라 발을 멈췄다. 그때, 흐릿한 인영이 선명하게 변하더니 나를 돌아봤다.
“뀨?”
알비스라고 생각했던, 초록색 슬라임의 새까만 눈동자가 나를 바라봤다.
“……!”
흠칫 놀라 뒷걸음치자, 언덕 여기저기에서 퐁퐁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필드의 모든 마수를 처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