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63)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61)화(63/207)
그 순간, 뒤처져 있던 에코가 갑자기 앞으로 달려 나왔다.
“어어?”
반디와 다른 마법사들도 엉겁결에 그녀를 따라 달려갔다.
에코를 따라 달려 도착한 곳은 S급 시험장 앞이었다.
에코는 시험장까지 달려가 문 앞에서 굳어 있었다.
“뭐야, 왜…….”
에코의 바로 뒤에 따라온 반디가 왜 그러냐고 물으려다가 멈칫했다.
그들이 감지했던 대로 시험장 문은 열린 채였다. 하지만 작은 위화감이 있었다.
마침 뒤따라온 마법사들도 시험장 앞에 도착했다. 사비나가 작게 숨을 고르며 물었다.
“뭐야, 왜 그래?”
“아니 그냥, 문이 열려 있는데…….”
반디가 마법사들을 돌아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열린 문틈이, 왜 이렇게 작지?”
“…….”
마법사들 사이에 싸늘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얼굴이 창백해진 린제나가 마법사들을 헤치고 성큼성큼 앞으로 나와 문을 덥석 잡았다.
쾅!
거대한 철문이 벌컥 열리자, 문 안에 굳게 닫혀 있는 또 다른 문이 나타났다.
S급 시험장으로 이동하는 게이트가 닫혀 있다, 그 말은.
“시험이 진행되고 있어.”
린제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브엔나일까?”
[아마도.]에코가 닫힌 문을 보며 물었다.
[어떡할 거야?]“어떡하긴.”
린제나가 주먹을 꾹 말아쥐었다.
“중단시켜야지.”
마법사들이 놀란 얼굴로 린제나를 돌아봤다.
20층마다 하나씩 설치된 이 게이트들은 먼 옛날 초대 마탑주가 처음 마탑을 지을 때부터 설계한 것이었다. 여러 마법사가 분해를 시도해봤지만, 원리를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고도의 기술로 이루어져 있었다.
린제나의 손에 검은 마력이 모이자, 반디가 화들짝 놀라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언니, 잠깐……!”
“탑주님? 진심이야? 일단 침착하고.”
린제나는 앞을 가로막은 번지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나 완전히 침착해. 반디, 이거 놔.”
“마탑주가 마탑을 부수면 안 되잖아? 일단 기다려 보고.”
“그, 그래, 린지.”
얼이 나가 있던 사비나까지 가세해서 린제나를 말렸다.
“이브는 그냥 아기가 아니야. 1차 관문을 열 정도면 본시험에서도 큰일은 없을 거야. 그걸 위한 첫 번째 거름망이란 거, 너도 알잖아?”
사비나가 번지와 함께 그녀를 막아서자, 린제나가 울컥하며 입을 열었다.
“사비나, 너까지 뭐라는 거야. 지금 고작 세 살짜리가 마수 굴에……!”
<모든 테스트가 종료되었습니다!>
그때, 게이트 안쪽에서 경쾌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토, 통과라고?”
<테스트 종료까지의 최종 기록은 46분입니다.>
연이어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린제나와 동료들은 방금까지 대치상황이었던 것도 잊고 놀란 눈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마법을 이용해 사람들을 외부의 위험에서 보호하세요. 마탑의 수뇌부가 되어 마탑주에게 힘을 보태주세요. 행운을 빕니다!>
시험을 통과한 마법사는 모두 듣게 되는 멘트가 끝나자, 게이트 안에서 작은 분홍색 머리가 쏙 튀어나왔다.
“이브엔나!”
린제나가 황급히 이브엔나에게 달려갔다.
조그만 발로 타박타박 걸어 나온 이브엔나는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다. 하지만 몹시 지쳐 보였다.
서로 색이 다른 오드아이가 느릿느릿 깜빡거리다가 스르르 감겼다.
“이브!”
이브엔나가 옆으로 기우뚱 넘어지자, 린제나가 황급히 아이를 받아 안았다.
[괜찮은 거야?]에코의 물음에 린제나는 재빨리 아이를 살폈다.
겉으로 보이는 외상은 없었다. 다만, 마력이 거의 바닥나 있었다.
S급 시험은 총 4단계로, 난이도가 극악인 것으로 유명했다.
‘S급 마법사에게 주어지는 특별 권한’ 중에 이 시험에 대한 설계권도 있었는데, 수뇌부를 늘리고 싶지 않았던 S급 마법사들이 까다로운 마수만 잡으면 밀어 넣었기 때문이다.
마수든 마법사든 일정 이상 타격을 입으면 자동 중단되어서 아직 시험을 치르다 죽은 사람은 없었지만…….
그 자동 중단 기능 때문에 더더욱 마음껏 난이도를 올릴 수 있기도 했다.
모든 시험은 마수 무리의 약점을 공략해 적절한 공격 마법을 사용해야 깰 수 있게 설계되어 있었다. 필드 구석구석에 도움이 되는 단서들을 설치해 놓긴 했지만 마수들의 추격을 받으면서 단서를 발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마수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각기 다른 공격 마법을 쓸 수 있는 능통함, 지형지물을 이용할 수 있는 관찰력과 임기응변 능력까지. 그 모든 것을 갖춰야 간신히 통과할 수 있는 시험이었다.
그게 마탑의 마법사들이 마탑주의 권위에 감히 도전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무법지대에서 제 잘난 맛에 살던 마법사든, 신전의 가르침에 따라 마녀를 증오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며 살던 마법사든. 시험장에서 봉변을 당하면 마탑의 무서움을 알게 되고, 마법 이론을 배워 재시험을 통과하고 나면 마탑의 지식을 존중하게 되니까.
그중 최고 난도의 시험을 46분 만에 통과하려면, 정말 마력을 마구 사용해야 했을 것이다.
린제나가 걱정과 놀라움이 섞인 눈으로 이브엔나를 바라봤다.
“아, 안대…….”
그때, 린제나의 품속에서 이브엔나가 작게 중얼거렸다.
“내, 변신 마법이…….”
“변신 마법?”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 말을 끝으로 이브엔나는 완전히 잠들어 버렸다.
이브엔나의 손이 아래로 툭 떨어지자, 마법사들은 잠깐 긴장한 눈으로 아이를 바라봤다.
어제 마탑에 처음 와서 마수와 마법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3살짜리 아이가 S급 시험을 통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됐다.
사실은 마탑에서 정규 교육을 받았던 마법사가 변신한 모습인 게 아닐까.
혹은 나샤에서 마수 사냥꾼으로 이름 높았던 마법사가 모습을 바꿔 마탑에 숨어들어온 걸 수도 있다.
샤샤가 첫날에 검사하긴 했지만, 그녀보다 수준이 높은 마법사라면 마법의 흔적을 숨기는 것도 가능하니까.
어느 쪽이든, 이브엔나가 진짜 3살짜리 꼬마라는 것보다는 훨씬 앞뒤가 맞았다.
“…….”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이브엔나의 변신 마법이 풀려 숨겨둔 정체를 드러내는 일은 없었다.
침묵 속에서 반디가 아연한 목소리로 물었다.
“음…… 우리 이제 이 꼬마랑 같이 마탑을 관리하는 거야?”
***
‘이브엔나.’
이브엔나는 잠결에 어떤 목소리를 들었다.
처음에는 바람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귀를 기울이자 그녀를 부르는 소리였다.
‘이리 와.’
가야 해…….
목소리를 따라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눈앞을 가로막는 것들을 치우고 계단을 내려갔다.
끝도 없이, 목소리가 가르쳐 주는 길을 따라, 아래로 아래로…….
‘그래, 그걸 열면 돼.’
계단이 모두 끝나자 문이 나왔다. 문에는 복잡한 잠금장치가 달려 있었으나 이브엔나가 손을 대자 쉽게 해제되었다. 이브엔나는 모든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쇠창살로 된 문을 열었다.
끼이이이익.
목소리는 가장 안쪽에서 들리고 있었다. 이브엔나는 여러 마도구들을 지나쳐 맨 안쪽에 위치한 큐브 앞에 섰다.
이브엔나는 흐릿한 시선으로 큐브를 올려보았다. 높이 50피트가량의 거대한 큐브. 목소리는 그 안에서 들리고 있었다.
이브엔나가 큐브를 향해 손을 뻗으며 조그맣게 속삭였다.
“헤일로를 위하여…….”
“이브엔나!”
불현듯 나타난 손이 덥석 어깨를 잡아당겼다. 그 순간 흐릿하던 이브엔나의 눈에 훅하고 이지가 돌아왔다. 고개를 들자, 놀란 얼굴의 린제나가 보였다.
“대마녀니……?”
“여긴 또 어떻게 온 거야? 가자!”
린제나의 품에 안겨서 돌아가며, 이브엔나는 귀신에게 홀린 기분이었다.
‘내가 여기에 왜 왔지?’
내게 몽유병이 있었나?
혼란스럽게 깜빡이는 이브엔나의 눈에, 복잡한 문양이 새겨진 새까만 큐브가 담겼다.
***
엄마가 나를 데려간 곳은 탑의 중간층에 있는 의무실이었다. 엄마가 문을 열자, 간이 소파에 앉아 손톱을 물어뜯고 있던 반디가 벌떡 일어났다. 엄마의 품에 있는 나를 발견한 반디의 표정이 급격히 밝아졌다.
“어디에 있었어요?”
“지하 최하층에.”
“아니, 거긴 왜 갔대?”
“갈 수 있으니까 갔겠지, 뭐.”
번지가 등 뒤에서 의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말했다. 그의 뒤로 에코와 사비나, 샤샤가 차례차례 따라 들어왔다.
“이제 꼬맹이도 마탑의 모든 열람권을 부여받았으니까.”
“너네 뭐야, 여기 의무실인 거 몰라?”
“너무하네. 에코의 미아 찾기 방송 때문에 자다가 깨서 나왔는데.”
‘미아 찾기 방송……?’
나는 설마 하는 기분으로 에코를 돌아봤다. 잠옷 차림에 마스크도 쓰지 않은 에코가 나를 보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하루 종일 사고 치네.]“……!”
[날 잡았니, 꼬맹아.]갑자기 사라진 나를 찾느라 온 마법사들을 깨웠던 걸까.
내가 안절부절못하고 고개를 숙이자 엄마가 에코를 쏘아봤다.
“아기 겁주지 마, 떨잖아.”
[내가 보기엔 이 꼬맹이 겁 없어. 그냥 진동하는 성질이 있는 거겠지, 음파처럼.]번지가 슬쩍 손을 들며 동의를 표했다. 사비나는 걱정스럽게 나를 들여다봤다.
“지하에 봉인된 것들이 또 수작질을 친 건가.”
“그러게, 탑에 위험한 것들이 많아서 불안하네. 예전 화재도 있었고…….”
“시험을 쉽게 만들었나? 이런 꼬맹이가 S급이 되어버리다니.”
그들의 대화를 통해, 나는 잠들기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S급 시험.’
그 시험은 정말 당황의 연속 그 자체였다. 나는 마수 무리를 해치워 시험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갖은 수를 다 썼다. 하지만 시험은 너무 어려웠고, 마지막 단계에선 마력을 바닥까지 긁어 쓰고 말았다.
‘헉, 그러고 보니.’
마력이 다 닳아서, 변신 마법이 풀려버렸다.
얼굴에 핏기가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면, 황실은 지금쯤…….’
갑작스러운 나의 변신에 아수라장이 되었을 거다.
나는 낭패 어린 마음으로 이마를 짚었다.
‘황실과 마탑의 관계가 기어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