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65)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63)화(65/207)
나는 침대가 흔들리는 느낌에 눈을 떴다.
고개를 들자 도둑질하다 걸린 사람처럼 굳어 있는 엄마가 보였다.
“우웅, 대마녀니 어디 가요?”
“자, 잠깐 화장실을 좀…….”
“10시간, 지나떠?”
나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봤다. 창밖은 우리가 잠들기 전과 달리 어두컴컴했다. 시간이 대충 흐른 것을 확인한 나는 황급히 침대에서 뛰어 내려갔다.
“틋찔! 가르쳐주세요.”
“으음, 밥부터 먹으면 안 되겠니?”
“아.”
피곤한 듯 손바닥으로 눈가를 쓰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어제부터 나 때문에 고생 많으셨지.
부모님 관계가 파탄 나서 미래가 나쁜 방향으로 뒤집히고 내 인생도 끝날지 모른단 걱정에 마음이 조급해지고 말았다.
나에겐 중요한 일이지만, 엄마 입장에서는 후계로 점 찍고 납치해온 아이가 집에 돌아가려고 머리 굴리는 것에 불과했다.
장단 맞춰줄 이유도 없었고 도리어 나를 방해하는 게 옳았다. 오히려 이만큼 맞춰주고 있는 게 최대한의 아량의 베풀고 계신 거였다. 무리해서 부탁했다가 엄마가 생각을 바꾸면 곤란해지는 건 나뿐이었다.
나는 엄마의 눈치를 살피며 스르르 고개를 숙였다.
“글치. 제, 제송해요.”
“……아니, 죄송할 것까지야.”
엄마가 헛기침하더니 내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밥 먹고 가르쳐 줄게.”
“……녜!”
나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우리 엄마는 좋은 분이셨어.’
납치범 하겠다더니 그냥 해본 말이었나 봐. 납치범이라기엔 너무 다정하신걸…….
***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나는 엄마와 함께 탑의 3층으로 내려갔다.
탑의 저층으로 갈수록 어린아이들이 곧잘 눈에 띄었다. 그들은 저층까지 내려온 엄마가 신기한지, 잘 준비를 하다가도 나와서 인사를 하고 졸졸 뒤를 쫓아왔다. 그렇게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한 무리의 어린이들을 몰고 도착한 곳은 3층의 어느 널찍한 강당 같은 곳이었다.
<수련장>
조명이 달린 천장은 높고 녹색 바닥은 묘하게 푹신푹신했다. 황실의 연무장만큼이나 넓은 공간인데, 마탑의 모든 곳이 그렇듯 사용 중인 인원은 몇 되지 않았다. 엄마는 수련장의 중앙으로 걸어가 자리를 잡고 나를 돌아봤다.
“좋아, 수업을 시작하자.”
“녜.”
“네에!”
내 뒤의 아이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내가 화들짝 놀라자, 엄마의 눈이 가늘어졌다.
“너희는 뭐야, 방해하지 말고 저리 가.”
“힝, 저희두 마탑주님 수업 듣고 싶은데요.”
“내 수업이 듣고 싶으면 S급 시험에 통과하고 오렴.”
“이 아기도 S급 시험 통과 못 했잖아요!”
아이의 반박에 엄마는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아이들이 나를 보며 작게 술렁거렸다.
“이 아기가, 정말로?”
“훠이훠이, 수련장 쓸 거면 10m는 떨어지렴.”
아이들은 혼란스러운지 내 얼굴이나 짤막한 다리를 몇 번이나 확인하며 천천히 멀어졌다. 미련이 남았는지 수련장을 나가지는 않고, 멀찍이 떨어져 이쪽을 흘끔거리는 게 느껴졌다.
나는 그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S급 시험이라는 게 대단한 건가?’
하긴, 정말 힘들긴 했다. 그것 때문에 마력도 다 써버리고…… 변신 마법이 풀려서 황실에선 지금쯤 난리가 났을 테니…….
“자, 다시.”
엄마는 손뼉을 쳐서 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나는 차렷 자세로 서서 엄마를 올려봤다.
엄마는 내 배 쪽에 잠깐 시선을 주었다가 질문을 던졌다.
“이브, 넌 네 특질이 뭔지 아니?”
“……다른 사람 틋찔을, 훔치는 거…….”
내 말에 엄마가 놀란 눈을 했다.
어제 내가 알비스를 찾은 이유를 다 파악한 것처럼 말씀하셔서, 다 들켰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확신까진 못 하셨던 걸까.
나는 회의실에 귀를 설치한 게 나라는 걸 들킨 시점에서 이미 평범한 어린애 연기는 전부 포기해버렸다.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었다. 이제 내 목표는 그저 일이 더 커지기 전에 황실에 돌아가 이 엉망이 되어버린 과거를 수습해보는 것뿐이다.
“거기까지 추론한 것도 대단하지만, 아니야.”
“녜?”
‘아니었어? 맞다고 확신했는데.’
방금까지의 자만이 부끄러워져서 얼굴이 화드득 달아올랐다.
하지만 이어지는 엄마의 말에 잠깐의 창피함도 날아가 버렸다.
“물론 다른 사람의 특질을 훔칠 수 있기는 해. 하지만 그건 본 능력이 아니라, 부가 능력이지.”
‘……부가 능력이라고?’
다른 사람의 특질을 훔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엄마가 마탑주가 된 게 충분히 이해되었는데. 그게 본 능력이 아니라니.
엄마와 같은 특질이면 사기라고 투덜거리던 반디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럼, 본 능력은 뭐지?
“마력을 운용하는 방법에는 크게 다섯 가지가 있단다.”
엄마는 손을 들어 하나씩 꼽으면서 말했다.
“그중 마도구를 쓰는 것과 마법진을 이용하는 게 두 가지. 그리고 나머지는 마력을 직접 사용하는 거야. 이를테면…….”
엄마는 잠깐 고민하다가 목덜미 아래를 더듬어 옷에 꽂혀 있던 옷핀을 빼냈다. 그리고 마력을 모아 옷핀에 붓더니 바닥을 향해 던졌다. 마력으로 강하게 제련된 옷핀이 수직으로 바닥에 꽂혔다.
“이게 세 번째, ‘강화’라고 해. 알기 쉽지? 신체 일부나 다른 물건을 강하게 만드는 거야.”
“녜에.”
이름은 처음 들었지만, 알고 있는 능력이었다. 팔다리가 미숙하던 아기 시절에 저 방식을 통해 두 발로 걸어서 비밀통로를 쏘다녔던 전적이 있었으니까.
엄마는 다시 손끝으로 마력을 모았다. 마력을 뭉쳐서, 마치 별개의 손처럼 보이게 만든 후 서서히 아래로 내렸다. 검은 손 같은 마력이 옷핀을 잡을 것처럼 허우적거렸다.
“이게 네 번째, 우리는 ‘구현화’라고 불러. 마력으로 특별한 모양을 만들어내는 거야. 마력은 마녀들의 눈에만 보이기 때문에 몰래 암호를 주고받을 수도 있단다. 저맘때쯤에 열심히 배우는 능력이지.”
엄마가 그렇게 말하며 10m 전방에서 우리를 주시하고 있는 아이들을 가리켰다. 난 그 아이들을 흘긋 보고는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게 다섯 번째.”
엄마는 마력의 손에 밀도를 더했다. 그러자 옷핀 위를 허우적거리던 마력의 손이 옷핀을 잡아 들었다.
엄마가 나와 눈을 맞춘 채 싱긋 웃으며 손을 펼쳤다. 그러자 마력의 손이 엄마의 손에 옷핀을 놓았다.
“‘실체화’라는 거야.”
“녜에.”
이것도 알고 있었다. 내가 문을 따거나 슬라임을 공격할 때 쓴 능력이니까. 그런데 엄마가 여상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이 모든 걸 배우는데, 마법사들은 평균적으로 10년 이상을 수련한단다.”
“녜?”
내가 깜짝 놀라 반문하자, 엄마는 즐겁게 웃었다.
“이상하지? 고작 이런 걸 배우는데 10년을 투자한다니.”
“아, 아니요. 그런 건…….”
“특질에는 두 부류가 있어.”
엄마는 다시 손가락 두 개를 펼치며 말했다.
“텔레파시스트인 에코와 공간 이동 능력자인 알비스처럼, 특별한 마법 능력이 있는 것. 혹은 샤샤나 사비나처럼, 좀 더 모호한 능력이 있지.”
나는 눈을 깜빡이며 생각해봤다. 확실히 샤샤와 사비나의 능력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샤샤는, 진실을 분별하는 능력일까? 사비나는…… 동물과 교감하는 능력이 있나 하고 멋대로 짐작해봤을 뿐이다.
“특정 감각이 고도로 발달했다고 할까. 네 특질은, 굳이 설명하자면 마력을 운용하는 능력이 무척 발달했어. 그래서 별다른 수련 없이도 마력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거야. 이 능력을 오랫동안 갈고닦으면, 마력 코어까지도 의지대로 변형시킬 수 있단다. 그래서 부가 능력이 특질 훔치기가 되는 거야.”
그렇게 말하곤 엄마는 나를 흘끔 내려봤다.
“참 쉽지? 자, 이제 수업 끝이다.”
“네, 네에?”
마력 코어를 변형시킨다고? 그게 무슨 말이지? 나는 갑자기 끝난 이야기에 당황해서 눈을 깜빡였다. 하지만 엄마는 옷핀을 다시 옷 주름 사이에 잘 꽂고 그대로 자리를 뜰 것처럼 몸을 돌렸다.
“자, 자깜만요.”
나는 후다닥 달려가 엄마의 치맛자락을 붙잡았다.
“어, 어떠케 하는지 보여주시면 안 대나요?”
“으음. 미안하지만, 코어를 변형시키는 게 꽤 피곤한 일이라-”
“이부가 머리가 안 조아서 모르게써요.”
내 말에 그대로 발을 들던 엄마가 멈칫했다. 나는 간절한 목소리로 애원했다.
“기, 기찮게 해드려서 제송해요. 한 번만…….”
“귀찮지 않아.”
엄마의 목소리에 내 눈이 약간 커졌다. 엄마는 어쩐지 낭패스러운 얼굴로 머리를 흐트러뜨렸다.
“아가의 머리가 나쁜 게 아니라 내가 일부러 설명을 대충 해서…… 으으, 좋아. 보여줄게.”
엄마는 자세를 낮춰 나와 눈높이를 맞췄다.
“특질을 훔치려면 먼저 상대의 마력 코어를 읽어봐야 해. 이렇게…….”
엄마의 손이 내 이마를 덮었다.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 마력이 뻗어 나와, 피부 안쪽으로 스며들었다.
“마력 코어는 여기, 머리 안쪽에 있단다. 재밌게도, 성흔과 같은 위치지?”
엄마가 작게 속삭였다. 그 말대로, 섬세하게 움직이는 마력이 내 코어를 더듬는 게 느껴졌다.
“특질이라는 건 각성 단계에서부터 고정된 고유 능력이야. 마석들이 내부에 마법진을 숨기고 있는 것처럼 마법사들도 코어에 고유 능력이 새겨져 있지. 이렇게 마력 코어를 만져보면, 난 그걸 읽을 수 있고…….”
엄마는 다른 한쪽 손을 자신의 이마에 가져가며 눈을 감았다.
“거기에 맞춰서 마력 코어를 변형시킬 수 있어.”
엄마의 손끝에서 마력이 퍼지자, 마력이 닿은 곳부터 빛이 반짝이더니 검은 문양이 잠깐 떠올랐다가 사그라들었다.
빛이 완전히 사라지자, 엄마가 다시 눈을 떴다.
“그래도 완전히 같지는 않네. 네 특질이 좀 더 섬세한 부분이 있어. 음, 이렇게 복사한 능력은 성질이나 컨디션에 따라 짧으면 몇 시간, 길면 한 달도 유지된단다.”
“어, 어…….”
나는 엄마를 올려다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엄청나요……!”
“그러니?”
엄마가 즐겁게 웃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 스승님은 이 특질을 ‘자기통제’라고 불렀지.”
“자기, 토…….”
나는 입 속으로 그 이름을 되뇌었다. 미묘하면서도 굉장히 적절한 호칭이었다.
“뭐, 대충 이해됐니?”
“녜.”
나는 힘차게 대답한 후 양손을 뻗어 엄마의 손을 꼭 잡았다.
“가르쳐 주셔서 고맙슴미다. 이부, 열씨미 하께요.”
“후후, 뭐 별거라고.”
엄마의 입가에 따스한 미소가 번졌다. 나는 그 얼굴을 보며 마주 웃다가, 엄마의 손을 놓았다.
“그면 인제 알비스한테 가보께요.”
“으응?”
요령을 배웠으니, 다음은 실전이었다.
황성에 돌아가기 위해선 하루빨리 알비스의 특질을 훔쳐야 했다.
수련장을 나서는 내 등 뒤로, 엄마의 따뜻한 응원이 들려왔다.
“그, 그래, 힘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