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66)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64)화(66/207)
총인구 100명의 마법 복합연구시설, 마탑은 규모가 작고 대륙과 고립되어 있어 늘 호젓하고 평화로웠다.
나샤에 마계로의 포털이 열린 이후 마수가 마구 범람하게 된 시대에 평화는 사치스러운 특권이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마탑에 들어온 혈기 왕성한 하급 마법사들에게는 이 평화가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랬던 마탑에, 근래 들어 새로운 가십거리가 생겼다.
그건 닷새 전 마탑의 100번째 일원이 된 신입 마법사의 행보였다.
“저기 쟤야?”
“앗, 맞아! 탑주님과 같은 분홍 머리.”
“그런 일을 할 것처럼은 안 보이는데…….”
소문을 듣고 중층에 올라온 네 명의 하급 마법사는, 복도를 어슬렁거리다가 코너 안쪽에 수상하게 몸을 숨기고 있는 분홍 머리를 발견했다.
편안한 녹색 튜닉을 입은 신입 마법사 이브엔나는 벽에 붙어서 초조하게 복도를 힐끔거리고 있었다.
“저 조그만 애가 탑주님과 같은 특질인 S급이라고?”
“탑주님이 농담한 걸 너희가 못 알아들은 거 아니야?”
“그, 그런가…….”
“어, 움직인다.”
한 친구의 말에 고개를 돌리자, 이브엔나가 후다닥 어딘가로 달려가고 있었다.
하급 마법사들은 코너로 다가가 이브엔나가 향한 곳을 확인했다. 거기에는 마탑의 수뇌부이자 S급 마법사인 알비스와 에코, 반디가 있었다.
“알비스! 오느른 지, 지짜예요.”
이브엔나가 개미 같은 목소리로 무어라 말하면서 까치발을 하고 손을 들었다. 알비스의 머리를 만지고 싶은 것 같았는데, 몸이 짧아서 닿지 않았다. 보다 못한 에코가 이브엔나를 달랑 들어주었다. 그러자 이브엔나가 손을 뻗어 알비스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저건, 탑주님과 같은……?’
하급 마법사들은 긴장한 눈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마탑에 온 지 하루 만에 S급 시험을 통과한 데다 마탑주와 같은 특질이라 마탑주가 친히 수련장에서 1:1 교습을 해주었다는 이야기가 하룻밤 만에 온 마탑에 돌았기 때문이다. 마탑은 규모가 작은 데다 심하게 평화로워서 작은 사건이라도 일어나면 금방 소문이 났다.
이브엔나는 알비스의 이마에 손을 얹고 한창 집중하는 것 같더니, 곧 시무룩한 얼굴로 손을 뗐다.
“오늘두 안 대네…….”
“네 실력으로 알비스의 능력을 훔치는 건 아직 무리야, 꼬마야.”
반디가 이브엔나에게 충고하며 한숨을 쉬었다.
“나도 네가 얼른 돌아가 줬으면 좋겠지만, 언니의 뜻이 그러니 어쩌겠니. 그만 포기하고 여기 눌러살아.”
“그럴 쑨, 업써요…….”
이브엔나는 울상이 된 얼굴로 작게 반박했다.
“이부는 성아한테 돌아가야 해.”
그러더니 알비스를 돌아보곤 머리를 깊게 숙였다.
“도와주서 감사함미다.”
공손하게 인사까지 마친 이브엔나가 알비스에게서 등을 돌리더니 하급 마법사들을 향해 다가왔다. 몰래 대화를 엿듣고 있던 마법사들이 이브엔나와 마주치고 화들짝 놀라자, 이브엔나는 더 흠칫 놀라더니 고개를 숙여 시선을 피하곤 후다닥 그들을 지나쳤다.
“너희는 뭐야?”
하급 마법사들이 굳어 있자, 평소보다 성질이 더러워 보이는 반디가 그들을 불렀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불똥이 튀기 전에 하급 마법사들도 후다닥 자리를 피했다. 코너를 돌아 반디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하급 마법사들은 흥분한 얼굴로 서로를 돌아보곤 호들갑스럽게 소리를 질렀다.
“저 꼬마 S급 맞나 봐!”
“그치, 그치. 최상층 마법사들이랑 친해 보였어!”
“방금 알비스님의 특질을 복사하려 한 거야? 왜 하필 알비스님이지?”
“마탑에서 탈출하려는 거 아니야?”
“왜?”
마법사들이 동시에 말을 꺼낸 아이를 돌아봤다. 갑자기 한 번에 시선을 받게 된 아이가 약간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아까 들어보니까 ‘성하한테 돌아가야 해’라고 했어. 왜, 저 꼬마는 제국의 성녀 자리에 앉아 있었다며? 뭐… 권력의 맛을 잊지 못한 게 아닐까?”
“마법사가 성녀 흉내 내봐야 금방 들킬 텐데?! 바보네.”
“그치, 근데…….”
‘엄청 재밌다!’
3살짜리가 S급이 되었단 소문이 진짜라는 것도, 그런 마법적 재능을 타고났으면서도 마법사를 괴물 취급하는 황성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발버둥 치고 있다는 것도 전부. 엄청나게 흥미로웠다.
마탑의 평화로운 일상과 도통 깨지지 않는 C급 시험에 질려 있던 하급 마법사들이 눈빛을 교환했다.
“우리, 쟤 따라다니자!”
***
“언니 무슨 이솝 우화 주인공이에요?”
다짜고짜 의무실 문을 밀어젖히고 내뱉는 반디의 말에, 린제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뭔 소리야?”
[꼬마가 낮에 알비스를 만났거든.]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어슬렁거리며 들어온 에코가 소파에 털썩 앉았다. 린제나가 작게 앓는 소리를 냈다. 낮에 이브엔나가 잠든 사이 잠깐 자리를 비웠었는데, 그때 아이가 나갔다 온 것 같았다.
“납치해 온 아이가 공간 이동 마법을 배울 수 있게 돕다니.”
반디가 린제나의 책상 반대편에 의자를 끌고 와 앉으며 꿍얼거렸다.
“거의 항해의 재능을 가진 아이를 무인도로 납치해와서 배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셈이잖아요?”
“시, 시끄러워.”
“요즘은 언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니까? 말 좀 해줘요. 우리도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좋을지 알아야 할 거 아니야.”
린제나가 괴로운 얼굴로 이마를 짚었다.
“나도 몰라.”
“네에?”
“걔가 말하면 냉정하게 끊어내질 못하겠어…….”
이브엔나가 S급 시험을 치르고 녹초가 되었던 다음날, 린제나는 아이가 잠든 사이 조심스럽게 자리를 뜨려고 했다. 하지만 그 조그만 움직임에 이브엔나가 깨고 말았다.
‘틋찔! 가르쳐주세요.’
‘으음, 밥부터 먹으면 안 되겠니?’
그때, 린제나는 적당히 핑계를 대서 가르쳐 주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려고 했다. 그런데 그녀의 속내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이브엔나가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해왔다.
‘글치. 제, 제송해요.’
‘밥 먹고 가르쳐 줄게.’
그 모습에 린제나는 저도 모르게 대뜸 대답하고 말았다.
이후 수련장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
어영부영 특질의 사용법을 가르쳐주겠다고 약속하긴 했지만, 린제나는 처음부터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고 넘어갈 생각이었다.
‘이 능력을 오랫동안 예리하게 갈면, 고정 능력인 특질까지도 변형시킬 수 있단다. 참 쉽지? 자, 이제 수업 끝이다.’
‘네, 네에?’
하지만 적당히 넘어가려 하자 이브엔나가 치맛자락을 붙잡고 애원해왔다.
‘이부가 머리가 안 조아서 모르게써요. 기, 기찮게 해드려서 제송해요. 한 번만…….’
일부러 가르쳐 주지 않으려고 설명을 끊은 건데…….
저 똑똑한 아이의 입에서 머리가 안 좋다는 말까지 나오자 결심이 무너졌다. 황실에서 그렇게 말하면서 애를 구박한 걸까?
이브엔나가 그런 놈들의 말을 믿게 만들 순 없다는 생각에 불타고 말았다.
그 결과, 정신을 차리니 성심성의껏 시연까지 해주고 있었다.
“언니, 중증이시네요.”
반디의 냉정한 평가에, 린제나는 뼈가 아팠다.
[그래서 꼬마는 지금 어디 있어?]“옆 방에서 마력 회복 중.”
“왜 옆방에 있어? 언니는 여기 있는데.”
“내가 옆에 있으면 들떠서 집중이 안 된대.”
그렇게 말하는 린제나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작은 손을 꼬물거리며 ‘대마녀님과 있으면 설레서 아무것도 못 하겠어요.’라고 수줍게 고백하던 아이는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정말, 이런 아이라면 딸로 삼아도 좋겠다 싶을 만큼. 똑똑하고 재능 있고 착하고 귀엽고. 이브엔나는 정말 흠잡을 데라곤 없는 아이였다. 이런 아이를 함부로 대한 황실이 갈수록 이해가 안 되었다.
“그럼 쫓겨나신 거네요.”
그때 반디가 린제나의 훈훈한 상념에 찬물을 끼얹었다.
“방에 돌아가지, 여긴 왜 있어요?”
“……아기가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으니까.”
“와아, 전담 시녀 노릇까지? 마탑주라는 이름이 울겠네요.”
“너는 시비 걸러 온 거니?”
린제나가 울컥해서 일어나 반디의 멱살을 잡았다. 반디는 힘없이 끌려가며 항복하듯 양손을 들었다.
“아야, 전 그냥 언니가 걱정돼서 그래요.”
“뭐?”
“이렇게 살뜰히 챙겨주다가 꼬마가 진짜 배 만드는 법을 배워서 무인도를 빠져나가면 어떡해요? 그럼 언니만 새 되는 건데.”
“…….”
린제나의 손에서 스르르 힘이 빠져나갔다. 그녀는 눈을 굴려 이브엔나가 있을 옆방을 흘긋 돌아봤다.
“그럴 리는 없어.”
“네?”
린제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고백하듯 말했다.
“타인의 특질을 모방하는 건…… 그렇게 단기간에 터득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야.”
고작 한 번 능력을 쓰는 걸 보여줬을 뿐이다. 그것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이브엔나는 분명 3살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영특하고 마법 능력이 뛰어났다. 린제나가 이 정도로 예뻐하며 신경 써줄 정도로.
하지만 아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은, 비슷한 나이에 린제나도 할 수 있었던 것들이다.
그러니까 예측할 수 있었다.
“어차피 성공 못 할 거야, 절대.”
이브엔나가 열심히 능력을 갈고닦는 사이에 세월이 흘러, 마탑에 스며들어 버리겠지.
제대로 능력을 쓸 수 있게 되는 날은 아기를 박대한 황실 따위는 까맣게 잊어버린 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