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67)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65)화(67/207)
나는 눈을 감고 의무실 안에 떠다니는 마력의 흐름을 느꼈다.
이틀 동안 알비스와 여러 마법사에게 마력 코어 좀 만져봐도 되냐고 물어보고 다녔다.
‘뭐, 별것도 아니고…… 하게 해줄 테니까 그런 얼굴 하지 마.’
정말 다행히도 친절한 마탑 식구들은 내 괴상한 요청에 흔쾌히 응해주었다.
하지만 고마운 배려에도 불구하고 도전은 번번이 실패였다.
엄마가 보여줬을 때는 쉬워 보였는데, 막상 해보니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마력 코어를 만져 다른 사람의 특질을 읽는 것부터 막혔다. 마치 손톱으로 점자를 읽듯 모호하고 둔탁한 느낌이었다.
마력 회복이 덜 되어서 그런가 싶어서, 이렇게 의무실 바닥에 누워 몸을 회복하고 있었는데…….
‘뺨이 따가워.’
아까부터 문틈으로 시선이 쏟아지는 게 느껴졌다. 흘끔 보니 어린애들이 문 앞에 잔뜩 몰려 있었다.
‘저 아이들은 대체 뭐지……?’
의무실이 내 공간도 아니니까, 차라리 들어오면 다른 데로 피할 텐데. 문 앞에 몰려 있어서 나가기도 애매했다.
나는 따가운 시선을 모른 척하고 마력의 흐름에 집중하려 애썼다.
“…….”
가만히 있자 걱정이 스멀스멀 피어났다.
내가 이상해서 쳐다보는 건가? 바닥에 너무 대자로 누워 있나? 뭔가 잘못한 게 있던가?
‘지, 집중 안 돼.’
그때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
발랄하게 하나로 묶은 초록 머리에 파란 눈. 오늘따라 눈가에 새긴 별이 한층 반짝거리는 반디였다. 그녀가 나를 보곤 살갑게 웃었다.
“안녕, 꼬마야!”
“아, 안녕하세요…….”
반디는 분명 나를 별로 안 좋아했던 것 같은데, 왜 오늘따라 친절하지?
자리를 옮기고 싶어서 몸을 일으키는데 반디가 옆에 털썩 주저앉더니 내 어깨를 끌어당겨 도로 눕혔다.
“나는 신경 쓰지 말고 하던 일 계속해. 그래, 마력을 회복하고 있었다며?”
“녜, 그, 그래는데…….”
“왜, 내가 옆에 있는 게 싫어서?”
반디가 새파란 눈을 부릅뜨며 나를 내려다봤다. 나는 안절부절못하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아, 안니에요…….”
“그렇지?”
반디는 만족스럽게 웃더니 무릎베개를 해주겠다며 내 머리를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리고는 멋대로 내 머리칼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나, 나한테 왜 이러는 거지…….’
일정을 방해받은 데다 지나치게 친근한 스킨십에 신경이 곤두서서 울고 싶을 지경이었다. 억지로 눈을 질끈 감아보았지만, 전혀 집중되지 않고 마력이 자꾸 흐트러졌다.
언제까지 이렇게 불편하게 있어야 하는 걸까. 화장실 가는 척 자리를 피해 볼까 고민하고 있는데 반디가 불쑥 물었다.
“그런데 왜 교황한테 돌아가야 한다는 거야?”
“……성아는 이부의 아빠니까.”
나는 그렇게 말해놓고 반디의 반응을 슬쩍 확인했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이 시대에 와서 교황 성하가 아빠란 걸 고백한 건 처음이다. 하지만 예상했던 대로 반디는 내 말을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
“그래, 어련하시겠어.”
반디는 일전의 회의에서 아빠가 식솔들에게 학대를 지시하면서 그 자신은 나를 친절하게 대하여 애착을 형성했을 것이라 주장한 바 있었다.
물론 그 추측은 사실이 아니었다. 하지만 반디가 분명 헛발질을 하고 있는데도 나는 왜인지 그녀가 똑똑하게 느껴졌다. 그 추측이 굉장히 타당했고, 허를 찌르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디의 주장을 쥐의 귀 너머로 들었을 때, 나는 삼촌을 떠올렸다. 칼을 겨누기 직전까지 내 편이 되어줬었던 삼촌을.
황성의 모든 식솔이 나를 무시해도 삼촌은 나를 위해 정적을 제거하고 내가 성군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교육해 주었다. 그 교육이 무척 힘들긴 했지만…… 당시에는 다 애정으로 생각되었다.
“뭐, 너무 무리하지는 마.”
반디의 은근한 목소리가 내 상념을 깼다.
“마력이 바닥나면 예전처럼 또 저주에 걸릴 수 있으니까.”
“저주?”
“의무실에서 자다가 갑자기 지하에 갔던 거 기억나?”
“아.”
S급 시험 때문에 마력을 모두 소진하고 정신을 잃었던 날, 엄마의 목소리에 눈을 뜨니 거대한 큐브 앞에 서 있었지.
“그게 옛날에 마탑주가 봉인해 놓은 마수인 것 같은데, 가끔 사람을 현혹시켜서 말이지.”
“어떤, 어떤…… 마수여떠요?”
“글쎄, 기록이 없어. 원래는 있었는데 다 타버려서.”
“타따구요?”
“옛날에 마탑에 들어온 인간이 불을 질렀다나…… 덕분에 지하의 자료가 대거 소실됐지. 그때부터일 거야. 마탑에 마법사가 아닌 일반인은 출입금지가 된 게.”
옛날에는 마법사가 아닌 사람도 출입할 수 있었구나. 그게 더 놀라웠다.
“뭐 아무튼, 마법사들은 기본적으로 저주에 안 걸리니 괜찮지만, 마력이 바닥나면 영향을 받거든. 무리하지 않는 게 좋아. 그때도 내가 네 감시……가 아니라 보호역이었는데 널 그렇게 놓치는 바람에 엄청 곤란했다고.”
“데, 데송해요.”
바닥에 드러누워서 사과하려니 매우 어색했다. 일어나서 예의 있게 말하고 싶었는데 반디가 내 머리를 잡고 있어서 불가능했다. 나는 쩔쩔매며 사과한 후에, 문득 이상한 점을 찾아냈다.
“마법사는 저주 안 걸려요?”
“어. 마법사는 독과 저주에 완전 면역이 있거든.”
“그면, 이부는…….”
내 몸에 있었다던 저주는 어떻게 된 거지?
내가 어물거리자, 반디는 내 혼란을 눈치채고 말했다.
“아, 그 마력방출술이라는 건 사실 따지자면 저주가 아니라서…….”
반디는 내 눈앞에 손을 펼쳤다. 그러자 그녀의 손바닥에서 반투명하게 빛나는 마석 두 개가 솟았다.
“마석은 두 종류가 있어. 하나는 마수에게서 추출한 핵이고, 하나는 마계의 광물이야.”
반디의 말에 따라 그녀의 손에서 튀어나온 형상이 움직였다.
시험장에서 본 적 있던 슬라임의 아주 작은 버전이 내 눈앞에서 통통 튀더니, 녀석의 몸이 갈라지며 마석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반대편에서는 아주 작은 버전의 검은 마계의 문이 갈라지더니, 거기에서 마수들과 함께 돌조각이 우르르 떨어져 나왔다.
그러고는 두 환상이 다시 가장 처음 보았던 마석의 모습으로 변했다.
“이 두 종류의 마석은 여러 가지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었지. 사제들은 이 마석들을 불순하다고 여기며 멀리했지만, 사실 평민들은 재밌어하며 요긴하게 사용하곤 했어. 솜씨 좋은 이들은 갈고 닦아 여러 가지 마도구를 만들어냈지.”
내 눈앞에서, 새끼손가락만 한 목장을 쥔 조그만 교황과 사제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마석을 향해 엄격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더니 손사래를 치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조그만 마을 사람들이 만세를 하며 달려와 마석에 달라붙었다.
“으헤헤.”
귀여운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 직후 반디와 눈이 마주쳐서 다급히 입술을 다물었다.
“그리고 마법사들은 마계의 광물에서 나온 마석을 연구해서, 마법진을 만들어냈어.”
내 눈앞으로 달려온 조그만 마법사들이 마석을 마구 때려서 반으로 가르자 마석의 안쪽에 있던 복잡한 문양이 드러났다. 마법사들은 그 마석의 문양을 열심히 분석하더니 마법진을 그려냈다. 조그만 마법진을 둘러싼 작은 마법사들이 서로를 얼싸안고 오두방정을 떨었다.
엄마에게 대충 들은 적 있는 이야기지만, 이렇게 보자 직관적으로 느껴졌다.
“덕분에 이전까지는 특질을 이용한 마법이나 마력을 직접 운용한 강화, 구현화, 실체화 마법밖에 쓰지 못했던 마법사들의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됐지. 그리고…….”
작은 슬라임에게서 나온 마석을 세공해 흐느적거리는 팔찌를 만들어 끼운 마을 사람 환상이 자신들을 봐달라는 것처럼 손을 흔들었다.
“저주는 저쪽 마석에서 나왔어.”
내게 손을 흔들던 마을 사람이 갑자기 흠칫 굳더니 머리를 붙잡고 비틀거리다 풀썩 쓰러졌다. 나는 깜짝 놀라 손을 뻗었다. 하지만 환상이라 내 손에는 잡히지 않았다.
“다행히 마법사들은 저주에 면역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모습을 발견하면 원인을 분석해서 도와주곤 했어.”
곧 조그만 마법사들이 다가와 마을 사람을 일으켜주었다. 그러곤 마을 사람이 쓰고 있는 팔찌를 빼내 훑어보더니 이상한 약을 제조해 그에게 먹였다. 그러자 마을 사람이 벌떡 일어났다.
“이젠 그러지 못하게 됐지만 말이야.”
“옌날에는, 마법사를 안 무셔 해써요?”
“그래. 잘 상상은 안 가지만, 옛날에는 마법사들도 마을에 내려가 섞여 살았대. 뭐, 그땐 지금처럼 마수가 많은 시절도 아니었으니. 이젠 먹고 살기 팍팍하니 변한 거겠지…… 그런데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지?”
중얼거리던 반디는 갑자기 인상을 찌푸렸다. 나는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마녁바추…….”
“아 그래, 마력방출술! 그건 마수에게서 나온 저주가 아니라 마계의 광물에서 나온 마법이야. 마력방출석이라는 게 있었어. 아마 이 의무실에도 있을 건데…….”
반디가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찬장과 서랍이 벌컥벌컥 열렸다. 그러다 반디가 아, 하고 탄성을 뱉자 서랍 어딘가에서 유리병이 우리 앞으로 날아왔다.
“이게 마력방출술의 원전이 된 마력방출석이야. 우리는 마방석이라고도 부르지.”
유리병 속에 삼중으로 밀봉된 돌이 달그락거렸다. 마석이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게 하얀 자갈처럼 생긴 예쁜 돌이었다.
“마방석은 하얄수록 능력이 강하지. 실수로 건드리지 않게 조심해. 마법사에겐 저주나 다름없는 돌이니까. ……엄연히 따지자면 저주는 아니지만 말이지. 임산부에겐 일부러 마방석을 쓰기도 하거든.”
“임사부?”
“응. 아이를 가진 마법사 말이야. 마녀들은 잘 죽지 않는다는 말 들어봤지? 마법사가 일정 이상 큰 상처를 얻으면 마력 코어의 자가치유력이 발동해서 전부 치료해버리기 때문이야. 그런데 마력의 자생능력이 너무 강한 나머지, 임신하면 아기를 공격해버리거든.”
나는 화들짝 놀라 반디를 올려봤다. 반디가 내 반응을 보며 놀리듯이 웃었다.
“그래서 임신한 마법사들은 아기를 지키기 위해 마방석으로 마력을 전부 뽑아내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