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68)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66)화(68/207)
반디의 설명을 듣는 순간, 묘한 기분이 들었다.
마력이 떨어지면 저주에 걸릴 수 있게 되는데, 태아를 지키기 위해 마력을 다 뽑아내 버리면…….
‘그럼 임신한 마법사는 저주에 걸릴 수도 있다는 건가?’
나는 벌떡 몸을 일으켜서 반디를 돌아봤다.
“그, 그면…….”
“응?”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삼촌의 집무실에서 본 마력이 깃든 책.
그리고 침실에서 목을 매고 죽었다는 엄마의 이야기였다.
“아가를 낳고 한 달 뒤에 저주 때매 잘못될 수도 이쓰까요?”
갑작스러운 질문을 들은 반디가 당황한 듯 눈을 깜빡였다.
“한 달 뒤? 그, 글쎄.”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잠깐 생각에 빠졌다.
“으음, 한 달이면 충분히 마력이 회복되고도 남을 시기야. 뭐, 약해진 시기긴 하니까 힘이 일반인에 가까운 최하급 마법사였다면 그럴 수도 있는데.”
“그, 그건…….”
마탑주인데요.
그럼 엄마가 저주 때문에 죽은 건 아니구나.
“혹씨 책 모양 저주도 이써요?”
“책 모양 저주? 마도구를 말하는 건가. 뭐 책을 만드는 공정에 마석을 섞어서 만들려면 할 수야 있겠지. 어떤 책이었는데?”
“동화여떠요. 현명한 문디기와 별에 모험이라는…….”
“동화책에 저주를? 괴이쩍네.”
반디가 무언가를 느꼈는지 파란 눈동자를 반짝였다.
“어디서 봤는데? 황실도서관?”
“지, 짐무실…….”
“황자의 집무실?!”
반디가 빽 소리를 질러서 난 흠칫 놀랐다.
이걸 말해도 되는 건가, 싶었지만 조언을 얻고 싶기에 일단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신성연합국의 귀족 영애 출신인 반디는 이 이야기를 묻기 가장 적절한 조언자였다.
그리고 곧장 반디가 오해하고 있는 것을 정정해줬다.
“1황자요.”
“아, 교황이 아니고 황태자? 흐흥, 그것도 이상해. 신성제국의 황제가 될 남자가 마도구라니. 마력이 깃든 걸 본 거야?”
리벨리우스는 그냥 첫째 황자지, 황태자가 아닌데. 신성제국의 황제가 될 남자는 둘째 황자인 우리 아빠다. 우리나라의 세세한 상황까지는 모르는 걸 보면 반디는 예하드 제국 출신은 아니고 신성연합국의 다른 나라 출신인 것 같았다. 하지만 일일이 정정하는 것도 이상해서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녜, 근데 만지니까 사라져떠.”
“만지니까 마력이 사라지고 평범한 책이 됐다고? 음, 그럼 황자가 저주를 받은 거네.”
“녜?”
반디는 약간 흥미가 사라진 얼굴로 말했다.
“마녀는 저주에 완전 면역이라 손으로 만지는 것만으로 저주를 흡수해버리기도 해. 하지만 그런 저주들은 대체로 질이 아주 낮거나 이미 누군가에게 사용된 저주지. 황자가 가지고 있던 책이 이미 사용된 저주 물품이라면, 그 저주는 황자가 받은 거지. 지금 멀쩡한 걸 보니 큰 저주는 아니었나 보네.”
“그, 긍가?”
‘리벨리우스 삼촌이 저주를 받았다고?’
그 책은 할스테리어의 왕이 어릴 적 삼촌에게 보낸 거였다. 그가 삼촌에게 저주를 건 걸까? 혹은, 이미 할스테리어의 누군가가 저주를 받고 소모된 책을 보냈을 수도 있다.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감히 마녀가 황실에 그딴 것을 설치했는데!’
하지만 그렇다고 치면, 삼촌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마녀의 저주가 나왔다는 말에 왜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했던 걸까?
뭔가 갈피가 잡힐 듯 말 듯 한 느낌이다.
제국으로 돌아가면, 엄마와 아빠의 관계가 회복되길 기다리는 사이 혼자 이것에 대해 좀 알아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제국으로 돌아가면…….’
그런데…… 어떻게 제국으로 돌아가지?
말로 설득하는 방법은 이미 가망이 없었다.
반디만 봐도, 내가 대놓고 성하가 아빠라고 말해도 귓등으로 듣는걸. 이미 오해의 골이 너무 깊어져서 내가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마음이 부서진 어린애가 학대범을 옹호하는 거로밖에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남은 희망은 특질뿐이라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눈물 나게 막막했다.
시험장에서 마력을 바닥까지 긁어서 써버리는 바람에, 의무실의 마석 효과를 받는다 해도 완전히 마력을 회복하는 데까지 2~3개월은 걸릴 지경이다.
지난 3년간 알게 된 사실인데 마법을 연습하는 데는 아주 많은 마력이 소모되었다. 특히나 공간 이동 마법은 상급 마법일 게 뻔했다.
‘이러다간 내가 능력을 갈고닦는 사이에 6년이 다 지나서 소멸돼 버리겠어…….’
내 특질이 엄마와 같다고 마냥 좋아할 게 아니었다. 이번 생에 한 번은 써먹을 수 있을지 묘연할 지경이다.
“이브, 내가 힌트를 줄까?”
“녜에?”
갑작스러운 제안에 고개를 들자, 반디가 나를 보며 씩 웃었다. 그러곤 내 귓가에 대고 속삭이기 시작했다.
“너한테만 말해주는 건데 말이야…….”
***
‘와아, 전담 시녀 노릇까지? 마탑주라는 이름이 울겠네요.’
반디의 방문은 린제나에게 꽤 타격을 남겼다.
‘내가 너무 과한가?’
회의감을 느낀 린제나는 문을 열고 나서려는 참에 이브엔나의 목소리를 들었다.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옆 의무실 문 앞에서 이브엔나가 여러 아이에게 둘러싸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친구를 사귄 건가?’
이브엔나의 또래라기에는 나이가 좀 많나 싶긴 하지만, 어른의 눈으로는 다 꼬마로 보이는 아이들이었다.
도란도란한 모습에 린제나의 입가에 미소가 서렸다. 그녀는 슬쩍 다시 뒤로 돌아가 아이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응? 좀만 가르쳐주라.”
“맞아, 우리는 C급 시험 맨날 떨어진단 말이야.”
“그, 그냥, 머 업는데…… 어, 주변을 열씨미 보고…….”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긴장했는지, 이브엔나가 특유의 버벅거리는 투로 시험에 대한 팁을 열심히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어떻게 S급 시험을 통과했는지 물어봤나 보지.
“이런저런 마법 써서…… 마수들이 어디에 아야하는지 짜 보면 대…….”
‘다양한 공격 마법을 시도해 보고 마수들의 약점을 파악하란 말이지, 응응.’
이브엔나다운 모범적 답변에 린제나의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아이들은 공격 마법을 하나만 터득하는 것도 어려운데 어떻게 다양한 공격 마법을 시도하냐고 항의했다. 이브엔나는 무척 당황한 얼굴로 책을 열심히 읽으라고 조언해주었다. 다시 반복되는 교과서적 답변에 린제나는 남몰래 웃음을 참았다.
“있잖아, 너는 왜 황성에 돌아가려는 거야?”
그런데 갑자기 화제가 급변했다. 린제나가 갑작스러운 서두에 반응할 새도 없이 아이들이 이야기를 쏟아냈다.
“권력의 맛을 잊지 못해서지?!”
“궁중 요리사가 해주는 디저트 때문이지, 응?”
“방이 넓어서 아니야? 나두 내 방 갖구 싶다아.”
“아, 아니…….”
저보다 키 큰 아이들 사이에 가려서 머리꼭지도 안 보이는 이브엔나가 답했다.
“거기 성아가 있는데…… 나 업쓰면 안 대.”
이브엔나의 뒷말을 듣지 않고, 린제나는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
린제나는 마탑에 오기 전, 나샤에서 10년을 살았다.
그곳에서는 두 종류의 생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마수, 혹은 마수나 다를 바 없는 인간.
‘엄마랑 약속하는 거야, 절대 마법을 쓰지 않기로.’
그 여자는 린제나의 정체를 숨기려고만 했다.
린제나는 모든 게 지긋지긋했다. 담배 연기, 술 냄새, 피비린내, 더럽고 굶주린 삶.
그에 반해 이곳은 마법사의 천국이었다.
‘대단해, 린지. 너는 재능을 타고났어.’
이곳에서 마법사는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다.
마탑에 있는 마법사들은 대부분 린제나가 데려온 이들이었다. 그들 중 일부는 제국에서 온 아이들도 있었고, 극소수는 귀족 아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출신이 어떻든 결국은 나샤에서 온 아이들과 다를 바 없었다. 마법사들은 마탑 밖에서는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니까.
어디에서도 소속감을 느껴보지 못해 본 아이들. 그들은 죄다 마음속에 깊은 상처를 지닌 채 마탑에 와서, 조금씩 동화되어 갔다. 예외는 없었다. 린제나가 아무리 멋대로 행동해도 아이들은 결국 그녀를 좋아하게 된다. 그녀는 아이들을 괴물 취급하지 않으니까. 그들의 삶을 구원해주었으니까.
그런데 왜…….
‘이브엔나에게는 뭔가 잘못하는 기분이 들지?’
아기가 너무 짠하게 생겨서 그럴까.
삶을 몇 년 살아보지도 않은 어린아이가 왜 그렇게 간절한 눈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 눈이, 꼭.
‘……여기서 떨어지면 죽어.’
또다시 그 연회 날의 베란다로 기억이 넘어간다. 화상 입은 손으로 그녀를 붙잡고 속삭이던 아인츠베른의 눈.
“아니, 둘이 진짜 부녀도 아니잖아.”
닮았을 리가 없잖아. 이브엔나는 귀엽기 그지없는데 그 남자는……!
린제나는 오후 내내 머릿속을 뱅뱅 돌아다니는 이브엔나와 아인츠베른 덕에 일은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러다 결국 그녀가 도착한 곳은 머릿속이 복잡할 때면 늘 도움을 받는 친구의 방이었다.
“사비나.”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오자, 그녀의 친구 사비나와 함께 방 한가운데 선 이브엔나가 보였다.
“어서 와, 린지.”
“이게 다 무슨…….”
이브엔나는 사비나의 고양이들과 의무실 앞에서 만난 꼬맹이들 무리에 잔뜩 둘러싸여 있었다.
이브엔나는 한 소년의 이마에 손을 얹고 있었다. 린제나는 한눈에 소년을 알아봤다. 분명, 하급 마법사 무리에서 가장 단순한 특질을 가진 아이였다.
확실히 처음부터 알비스처럼 복잡한 특질을 모방하려 드는 것보다 단계별로 시도해보는 게 효과적이었다.
소년의 특질을 모방해보라고 조언해준 건 사비나일 것이다. 그녀는 예전부터 아이들에게 약했으니까.
‘하지만 아직은 무리지.’
아무리 단순한 특질이라도, 마력 코어를 읽거나 변형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지옥 같은 나샤에서 왕처럼 군림했던 린제나조차 마탑에서 스승을 만나 몇 년을 수련해서 제대로 개화한 능력이었다.
린제나는 벽에 팔짱을 끼고 기대서 이브엔나를 지켜봤다.
이브는 분명 재능 있고 똑똑했다. 그러니 린제나보다 더 빨리 모방에 성공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한 10년쯤 후에.
실패를 확신한 린제나는 별 감흥 없는 얼굴로 이브엔나를 지켜봤다.
그러나 몇십 분이 지나자, 그녀의 얼굴에서 여유가 사라져갔다.
이브엔나의 집중력은 엄청났다. 이브엔나는 섬세하고 인내심 있게 소년의 마력 코어를 훑었다. 그리고 곧 이브엔나의 이마에 검은빛이 반짝였다.
“저, 저것 봐.”
“헉, 빛난다.”
린제나의 눈이 동요로 크게 흔들리고 손에 땀이 잡혔다.
‘설마, 설마?’
그러나 불안으로 팽팽히 당겨지던 긴장은 얼마 못 가 끝을 보지 못하고 끊겼다.
“이브!”
그녀의 눈에 바닥으로 쓰러지는 이브엔나의 모습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