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69)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67)화(69/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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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제나는 의무실 앞을 서성거렸다.
이브엔나가 사비나의 방에서 쓰러졌다. S급 시험을 치르다 마력이 다 고갈된 지 나흘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무리를 하더니 결국 또 과부하가 온 것 같았다. 다행히 처음처럼 오래 정신을 잃지는 않았고 이브엔나도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린제나는 여전히 심경이 복잡해서 에코에게 아이의 보호자 역할을 맡겼다.
특질에 관해 가르쳐 준 게 잘못이었을까? 아니, 가르쳐주지 않았더라면 이브엔나는 분명 다른 방향으로 시도했을 것이다. 마탑에서 뛰어내린다든가……. 이브엔나는 몹시 사랑스럽지만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공 같았다.
벽에 기대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문이 벌컥 열렸다. 이브엔나가 심심할 거라며 의무실까지 쫓아갔던 아이들이 나온 걸 보니 아가는 잠든 모양이었다. 린제나는 발랄하게 인사하는 아이들에게 성의 없이 고개를 끄덕여주다가 문득 그들을 붙잡았다.
“잠깐만 얘들아, 혹시 아까…….”
린제나는 자신이 듣지 못한 아이들과 이브엔나의 대화가 문득 궁금해져 물어보았다.
“아, 황성 이야기! 이브가 해줬어요.”
존경하는 마탑주가 말을 걸어주자 아이들은 들뜬 어조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황실에서 이브는 귀족들처럼 유모가 있었대요!”
“맞아요. 그리고 황실 정원에는 예쁜 분수대랑 온실이 있대요. 이브는 아침마다 유모랑 정원을 산책했대요.”
“꽃을 구경하고 화관을 만드는 게 즐거웠다고 했어요!”
“그렇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했다고?”
이브엔나는 수줍음이 많고 방어적인 성격이라 첫날 샤샤의 여러 질문에도 무응답과 거짓말로 일관한 전적이 있었다. 상대가 어린아이들이라 경계심이 풀린 걸까?
린제나는 약간 놀랐으나 곧 차분하게 계획을 세웠다. 분수대야 설치하면 되고, 마탑에도 온실은 있었다. 희귀한 마계 식물과 식물형 마수 아종이 서로를 죽고 죽이는 신비한 생태를 관찰할 수 있다. 해본 적은 없지만 그것들로도 화관은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대체로 독이 있긴 하지만 마법사는 어차피 독에 면역이 있으니까 괜찮다.
린제나는 나중에 이브엔나를 데리고 온실에 가야겠다 결심한 후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리구. 그리구 황성에는 베일리라는 부요리장이 있대요. 엄청 맛있는 케이크를 만들어준대.”
“이브는 호위 기사도 있대요! 근데 지금 9살이래요.”
“맞아요, 그리고 이브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린제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이들의 말을 통해 떠오르는 이브엔나의 삶은 학대받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브엔나는 비상식적으로 영특한 아이이니 충분히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3살짜리 아이가 경험해보지 않은 일들을 꾸며 말하는 게 가능할까?
린제나의 마음도 모르고, 신난 아이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이브엔나는 황실 식구들을 사랑한대요!”
***
나는 멍하니 의무실 침대에 누워 낮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반디의 조언을 들은 후 나는 곧장 사비나의 방으로 갔다. 사비나와 이야기를 나눈 후 마법사 아이들의 마력 코어를 읽는 연습을 하면서 기다리자, 정말 반디가 말한 대로 엄마가 왔다. 나는 몰래 엄마의 눈치를 살피다가, 적당한 때에 바닥에 콩 넘어졌다.
‘에쿠!’
‘이브!’
별로 크게 넘어진 것도 아닌데 엄마는 매우 놀라서 나를 의무실로 데려왔다.
이렇게 침대에서 의무실 천장을 보고 있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한테 꾀병 부렸어…….’
나쁜 아이가 된 기분이다.
‘언니는 네가 공간 이동 마법을 터득 못 할 걸 알고 특질에 관해 알려 준 거야. 그것보다 언니의 죄책감을 자극하는 게 훨씬 빠르고 효과적일걸? 언니가 보고 있는 앞에서, 쓰러지는 척해.’
일단 반디가 시킨 대로 하긴 했는데…… 이게 정말 효과가 있을까?
나는 한숨을 내쉬며 꾀병을 부리기 직전 상황을 떠올렸다.
그때 내 연습 대상이 되어준 소년은 마력 코어의 세부 모양이 단순했다. 처음으로 특질을 읽는 게 뭔지 이해했던 것 같다. 그 모양을 따라 내 특질을 변형시키고 있었는데, 순간 마력이 훅 날아가 버렸다.
‘뭔가 될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그냥 기분 탓이었을까.
[조그만 게 무슨 생각을 그렇게 열심히 해?]갑작스러운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에코가 소파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에코와 뜨개질…… 엄청나게 안 어울려.’
[마음속으로 말해도 다 들리거든.]“……!”
괘, 괜히 텔레파시스트가 아니었구나. 다들 에코와 대화할 때 소리를 내길래 마음은 못 읽는 줄 알았다.
당황해서 허둥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의무실 문이 열렸다. 고개를 들자 엄마와 반디, 샤샤의 모습이 보였다.
“안녕?”
“아, 안녕하세요…….”
내가 약간 놀라서 인사하자 엄마가 척척 걸어와서 침대 옆의 보조 의자에 풀썩 앉았다.
“몸은 좀 괜찮니?”
“녜에.”
엄마는 나를 살피면서 한참 말을 고르다가 어렵게 운을 뗐다.
“아가, 네게 할 말이 있어.”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는 약간 긴장한 것처럼 들렸다.
“황성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지?”
“녜에….”
“내가 널 황성으로 돌려보내 줄 수 있어.”
“저, 정말요?”
드디어!
반가운 얼굴로 반문하자 엄마가 나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아가는 교황 성하가 그립다고 했지. 그 사람이, 아가에게 잘해주니?”
“녜, 녜에! 성아는 진짜 진짜 다정하세요.”
아빠가 억울하게 뒤집어쓴 학대범 이미지를 쇄신할 기회인가……!
나는 이때다 싶어서 아빠를 칭찬했다.
엄마가 제발 아빠를 쓰레기로 보시진 않아야 할 텐데.
나 때문에 부모님 관계가 파탄 나는 모습은 절대 보고 싶지 않아.
“하지만 아가는 성녀가 아니라 마법사야.”
엄마가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언제까지 마법사라는 걸 숨길 수는 없어. 네가 성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어도, 성하가 여전히 다정할까?”
‘사람들이 폐하의 정체를 알게 된 후에도 황제로 모실 거라 생각하나요?’
나는 떠오르는 소피아의 목소리에 잠깐 굳었으나, 곧 진정했다.
‘여기는 마탑이고, 내 앞에 있는 건 우리 엄마야.’
나를 바라보는 분홍색 눈동자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담겨 있었다. 나는 샤샤를 흘긋 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성아는 내가 마녀란 거 알아떠요.”
내 말에 엄마의 눈이 커졌다. 나는 손을 들어 머리를 쓰다듬는 엄마의 손을 잡아 내렸다. 그리고 양손을 꼭 붙잡고 눈을 맞췄다. 오래전 어느 날에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성아는 이브가 머라도 괜찮다고 해써.”
내가 살던 미래에서는 신성연합국의 방벽을 맡은 나라의 전력이 많이 약해져 있었고, 아빠는 연합국을 지키기 위해 반년에 한 번꼴로 전쟁에 나갔다. 사람들은 불안해했고 아빠는 다치는 날이 늘었다. 나는 아빠의 유일한 핏줄이었지만 권능을 쓸 수 없어 도움이 되지 못했다. 또다시 다가온 출전의 밤, 아빠는 나쁜 예감에 사로잡혀 있던 내 손을 잡고 말했다.
“이브엔나, 무서워하지 마. 세상이 궂어도 우리는 괜찮을 거야. 널 지키기 위해서 내가 뭐든지 할 테니까.”
“…….”
앗, 너무 심취했나?
정신을 차리자 주위가 조용했다. 나를 내려다보는 엄마의 눈이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황급히 엄마의 손을 놓고 고개를 푹 숙였다.
“이, 이러케 말씀하셔써요.”
“……그렇구나.”
엄마는 확인을 요구하듯 샤샤를 돌아봤다. 샤샤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브엔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마음속 깊이 안도했다.
엄마가 굳이 샤샤를 데려와 질문을 던진 건 내 말의 진위를 가려내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진실을 말해주면 된다.
방금 내가 묘사한 아빠는 진짜였다. 다만, 시간대가 약간 다를 뿐이지.
“그래…….”
엄마는 머리가 복잡한지 잠깐 고개를 돌리고 생각을 정리했다.
그러곤 한참 후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좋아. 황성으로 돌아가자, 아가.”
***
영원히 돌려 보내 주지 않을 것처럼 굴더니. 일단 돌려보내기로 결정되자 모든 게 속전속결이었다.
에코가 내게 밥을 먹이는 동안, 사비나가 내 잠옷과 양말을 가져왔다. 처음 황궁에서 마탑으로 올 때 입고 있었던 것들이었다.
“자, 이것도 넣어.”
엄마는 내 목걸이 안에 반투명한 검은색 마석을 넣어주었다.
“원래 들어 있던 마석을 잃어버렸다고 했지? 이걸 가져가렴. 둘이서 한 세트여서 하나가 깨지면 다른 하나도 깨진단다. 얇으니까 바닥에 세게 던지는 것만으로 부술 수 있어. 우리가 필요할 때, 언제든 사용하렴.”
“가, 감사합니다…….”
나는 의무실 앞 복도에 서서 엄마가 채워준 목걸이를 내려보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에코, 샤샤, 사비나, 반디, 번지와 알비스까지. 나를 배웅해주기 위해 모든 최상층 마법사들이 몰려와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보자 어쩐지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엄마의 가족 같은 사람들. 미래에는 한 명도 만나지 못했지.
‘이제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야.’
“이브 제국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그때, 어떻게 알고 온 건지 아까 만났던 꼬마 무리가 몰려왔다.
“아, 안 되는데. 신전에서 마법사인 걸 알아내면 죽이려 들 텐데…….”
“이브도 우리랑 같은 마법사잖아요. 이브를 버리지 마세요!”
“맞아요, 탑주님!”
일전에 내가 황성 이야기를 할 때는 부러워하며 들어주던 아이들이, 막상 황성으로 돌아간다고 하자 그러면 안 된다며 난리가 났다. 아이들은 마탑에 들어온 아이가 방출되는 걸 보는 게 처음인 것 같았다. 그냥 생소해서 놀란 정도가 아니었다. 나를 보는 아이들의 눈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송아지를 보듯 연민과 공포로 가득했다.
‘이 아이들에게 신성연합국이란 뭘까…….’
나는 여태 마녀를 향한 연합국과 신전의 적대감만 생각해왔다. 이곳에 오고서야 깨달았다. 마탑의 사람들 또한 신전에 대한 적대감이 엄청나다는 걸. 그리고 내가 그것을 과소평가해 왔다는 것을.
만약 엄마가 또다시 제국의 황후가 되려고 한다면, 마탑의 반발심도 또 다른 굴곡이 되겠지…….
대체 미래의 엄마 아빠는 어떻게 결혼을 하신 걸까? 이제는 오히려 그쪽이 궁금할 지경이다. 나의 탄생까지 이어지는 멀고 험난한 길에 정신이 아득해져 왔다.
“자자, 진정해. 이브엔나는 괜찮을 거야. 그렇지?”
아이들을 말리는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엄마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황성에는 이브를 지켜주는 사람이 있잖아?”
‘……아빠를 믿어주시는 건가?’
내 필살의 어필이 먹힌 걸까? 갑작스럽게 샘솟는 희망에 나는 힘껏 대답했다.
“네!”
“이제야 웃어주는구나.”
엄마의 목소리에서 섭섭한 기운이 묻어났다.
그마저도 좋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내가 못돼서일까?
나는 엄마에게 다가가 작게 속삭였다.
“대마녀님과 있을 때도 행복해써요.”
“흐흥, 마지막이라고 입에 발린 소리도 할 줄 알고.”
“지짠데…….”
이 말이 얼마나 진심인지 누구도 짐작 못 할 만큼.
엄마를 처음 만난 순간, 그리고 함께한 매시간 생각하고 있었다. 엄마와 눈을 맞출 수 있고 함께 숨 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지에 대해서.
“뭐, 믿어주지. 이제 돌아갈 준비 됐니?”
“저, 저기, 대마녀니….”
나는 우물쭈물하다가 용기를 냈다.
“부탁이 있는데요…. 들어주실 쑤 있어요?”
엄마는 잠깐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그게 무엇인지 듣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아가.”
“마지막으로 한 번만… 엄마라고 부러봐도 되나요?”
내 부탁을 들은 엄마의 눈이 커졌다.
너무 이상한 부탁이었을까? 엄마는 아기를 싫어하는데. 마지막 한 번은 될 줄 알고…….
내가 빠른 후회에 입술을 깨물고 있는데 엄마가 말했다.
“그래, 그러렴.”
“디, 딘짜요?”
“그래. 뭐 어려운 일이라고.”
“감사함미다!”
수락을 받아내서 들뜬 나는 우선 다른 마법사들과 하나하나 인사를 나눴다. 나의 편협하고 좁은 세계를 넓혀준, 고맙고 다정한 사람들. 그들을 만나게 되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어눌한 말로나마 마음을 전했다.
내가 인사를 모두 나누자 엄마가 공간 이동 마법을 발동시켰다. 처음 마탑에 왔던 것처럼 허공에 금이 가더니 가로로 벌어져 검은 균열이 생겼다. 그곳으로 발을 딛기 전 전, 나는 엄마를 돌아보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건강하떼요, 엄마.”
운명이 우리를 다시 만나게 할 때까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