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73)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71)화(73/207)
다음 날 아침에는 하인들이 방을 청소하기 위해 들어왔다.
하인들은 수선스럽게 방을 돌아다니며 일했다. 그리고 그들 중 한 사람이 침실에도 발을 들였다.
그녀는 화분을 창가로 옮기거나 어수선한 협탁 위를 정리하는 등 자질구레한 일을 처리하면서, 이브엔나의 품에 있는 와직을 자꾸만 흘끔거렸다.
와직은 그 눈빛에서 경계심과 불쾌감을 읽었다.
아니나 다를까, 하인이 침실 정리를 끝내고 거실로 나가자 동료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 고양이 말이야…… 마물은 아니겠지?”
“모르지. 전하께서도 못마땅해하시는 것 같았는데.”
“으으, 불길해. 고양이가 왜 저렇게 새까만 거야?”
인간보다 예리한 청각을 가진 까만 귀가 쫑긋쫑긋 흔들렸다. 와직은 침실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침실에서 와직을 자꾸만 흘겨보던 하인이 소름 끼친다는 듯 팔을 매만지는 것이 보였다.
“너, 저 눈 봤어? 일반적인 것 같지가 않아.”
“그러게, 성녀님이 마탑에서 데려온 녀석이니…….”
“괜히 황실에 나쁜 기운을 퍼뜨리는 거 아니야? 불안해 죽겠네.”
처음에는 작게 속닥거리던 말소리는 감정이 격해지며 점점 크고 높게 변했다. 그러더니 끝에는 거의 소리치듯 말했다.
“마녀들은 일반적인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는 집단이니 말이야. 거기에서 키우는 짐승도 정상은 아니겠지!”
“리, 리나. 목소리가 커.”
하인들의 대화에 침실에서 이야기를 듣던 와직의 눈이 동그래졌다.
허, 와직의 입 새로 헛숨이 흘러나왔다.
거기에는 ‘그럼 그렇지.’ 하는 체념과 약간의 분노가 섞여 있었다. 침실 바깥을 주시하던 까만 눈이 가늘어졌다. 침실에 쳐진 커튼 너머로 하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와직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작은 발이 침대 아래로 향하려는 찰나, 하인들이 다시 입을 열었다.
“불안하긴 해. 하지만, 이브님이 더 불안하실 테니까 지금은…….”
자신들이 너무 시끄러웠다는 걸 인식했는지, 다시 한층 낮아진 목소리로 속삭거렸다.
“아기님이 워낙 의젓하셔서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큰일을 겪으신 건 맞으니까 말이야.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으셨을까?”
“그러고 보니 그러네. 지금도 우리가 이렇게 떠드는데 꿈쩍도 안 하시고…….”
“잘은 모르지만, 아기님이 마탑에서 저 고양이를 의지하고 지낸 건 아닐까 싶어. 전하도 그렇게 생각하셔서 불안하지만 곁에 두게 허락하신 게 아닐까? 지금은 아기님의 안정이 최우선이니까.”
“그게 아기님께 위안이 된다면야 뭐…… 그렇게 생각하니 녀석에게 고맙네.”
“…….”
와직은 멍하니 자갈 같은 눈동자를 깜빡였다.
하인들은 이야기를 끝마쳤는지 이후로는 입을 닫고 조용히 일을 이어갔다. 와직은 까만 눈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하인들의 모습을 주시하다가, 다시 이브엔나의 곁에 풀썩 누웠다.
***
“아기님!”
배고픔을 못 이긴 이브엔나가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 식사를 기다릴 때였다. 갑자기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거구의 남자가 들이닥쳤다.
남자는 한달음에 테이블 앞까지 달려와 이브엔나를 와락 안아 들었다. 한가롭게 창가를 기웃거리던 와직은 낯선 괴한의 습격에 경악했다. 그는 꼬리를 부풀리고 이브엔나를 구하기 위해 몸을 날렸다.
“왜애옹!”
“뻬, 뻬리, 숨 맥혀.”
“헉, 죄,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보다 한발 먼저, 부요리장 베일리가 화들짝 놀라 이브엔나를 놓아주었다.
하지만 이브엔나는 이미 타격을 받은 듯 작게 비틀거렸다. 와직의 눈꼬리가 분노로 치켜 올라갔다.
검은 몸체에서 솟아난 마력이 연약한 아기를 괴롭힌 무뢰한을 향해 날아갔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전부 다 엎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상황상 그럴 순 없기에, 지금 할 수 있는 복수는 미래 지향적인 마법이었다.
<상급 마법 : 탈모 촉진>
감히 이브엔나를 괴롭힌 남자는 지루성 두피염을 동반한 탈모로 남은 평생을 고통받게 될 것이다.
베일리의 풍성한 갈색 머리 위로 검은 마법진이 드리우는 순간이었다.
“고마어, 뻬리.”
이브엔나가 수줍은 목소리로 말했다.
분노로 불타오르던 와직이 멈칫했다.
그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이브엔나를 돌아봤다. 아이는 베일리의 옆을 보며 기쁘게 웃고 있었다.
“지짜지짜 마시써 보여. 다 내가 조아하는 거네?”
그제야 와직은 베일리와 함께 들어온 음식 트레이를 발견했다.
아기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놓은 각색의 스테이크들과 그 주위에 동그랗게 꽃 모양으로 놓인 감자 샐러드. 소화하기 쉬운 삶은 야채들, 신선한 생선 요리와 따끈따끈 김이 올라오는 단호박 수프까지.
아기자기 귀여워 보이지만 누가 봐도 건강하고 손이 많이 가는 식단이었다.
와직의 시선이 베일리의 우락부락한 근육과 섬세한 식사를 혼란스럽게 오갔다. 악의로 뭉쳐져 발동되기 직전이었던 마법진이 베일리의 머리 위에서 푸시시 흩어져버렸다.
이브엔나가 작은 손을 들어 베일리의 손을 꼭 잡았다. 그러자 베일리의 날카로운 갈색 눈에 눈물이 맺혔다.
“무사히 돌아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베일리는 이브엔나가 잡은 손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얌전히 고개를 떨궜다.
와직의 시선이 잘게 떨리는 베일리의 커다란 주먹에 닿았다가, 곧 떨어졌다.
흥, 긴 수염을 씰룩거리며 돌아간 와직이 다시 풀썩 자리에 앉았다.
이후에도 이브엔나의 방에는 여러 사람이 오갔다.
그들은 황족부터 하인까지, 신분도 나이도 다양했지만 단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모든 이들이 이브엔나에게 보내는 한결같은 애정이었다.
황실 식구들은 하나 같이 이브엔나를 불면 날아갈까 만지면 깨질까 애지중지 대했다.
납치를 당해서 충격을 받았을 아이를 위한 배려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와직은 그들이 이브엔나가 납치를 당하기 전에도 기본적으로 그녀를 아끼고 있었을 거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브엔나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그녀가 사랑하는 것까지 모두 사랑할 만큼.
황실 사람들은 이브엔나가 마탑에서 데려온 마수인지 짐승인지도 확실치 않은 와직을 생각보다 빠르게 받아들였다.
처음에만 약간 꺼림칙하게 여겼을 뿐. 둘째 날 저녁 즈음에는 이브엔나에게 와직을 핑계로 말을 거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기님, 고양이의 까만 눈동자가 너무 귀여워요.”
“그치. 헤헤, 거마어.”
“이브님, 고양이 한 번만 만져봐도 되나요?”
“우웅, 그러엄.”
속내는 모르지만, 적어도 이브엔나의 앞에서만큼은 와직을 받아들이려 했다.
그리고 그렇게 인사를 건네 온 사람들은 밖에서도 그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안녕, 꼬마야. 길 잃었니?”
와직이 몰래 방을 빠져나와 황실 복도를 총총 걷고 있으면, 그렇게 물으며 이브엔나의 방으로 데려가 주기도 했다.
“낯을 안 가리네. 신기해라.”
혹은 그렇게 말하며 간식을 주려고도 했다.
와직은 까만 눈꺼풀을 깜빡이며 그 모든 것들을 눈에 담았다. 언제나 도망치듯 창공을 날고 있는 마탑과 달리 땅에 자리를 잡은 황성의 바람에는 흙과 풀 냄새가 났다.
지저귀는 새소리, 풀벌레의 울음소리. 병들지 않은 땅에서 나고 자라 평생 다치거나 굶주려본 적 없는 사람들의 말소리, 웃음소리.
안전하고 건강한, 평화로운 공기.
와직은 그 안에서 익숙하고 편하게 섞여들고 있는 이브엔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사실을 인정했다.
이브엔나는 황실에서 섞이지 못하고 홀로 툭 튀어나온 퍼즐 같은 존재가 아니었다.
그 아이는 황성의 꼭 맞아 든 가장 중요한 퍼즐 한 조각이었다.
“야아아옹.”
“아기님은 잠깐 전하의 집무실에 가셨단다. 여기서 기다리렴.”
방에 혼자 남은 와직이 자꾸 탈주를 시도하자, 유모는 와직을 이브엔나의 침대 위에 풀썩 내려놓고 창문을 꼭 닫았다.
“하인들에게 문단속을 철저히 시켜야겠군.”
유모가 중얼거리며 방을 나갔다. 발소리가 멀어지자, 와직은 방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의 발끝에서 흘러나온 검은 마력이 방문을 열어 길을 열어주었다.
와직은 사람들이 시선을 피해 총총거리며 황자의 집무실 앞으로 향했다. 새까만 눈동자에 금장이 달린 커다란 문이 비쳤다.
와직이 얌전히 앉아 문이 열리길 기다릴 때였다.
퍽! 쨍그랑! 우당탕탕! 짜악!
“꺄아악!”
집무실에서 울려 퍼진 살벌한 소음에 털이 쭈뼛 섰다.
와직은 당황해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집무실의 소음은 잦아들지 않고, 급기야 문 너머에서 어린아이의 비참한 울음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앙! 잘못, 잘못했어요!”
죄송해요, 용서해 주세요. 비명처럼 들려오는 목소리에 와직의 눈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이브엔나의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