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75)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73)화(75/207)
10.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까?
“마지막으로 한 번만, 엄마라고 부러봐도 되나요?”
그것은 이브엔나가 마탑을 떠나기 직전, 한참을 망설이다 어렵사리 물어본 부탁이었다.
린제나는 스스로가 천재라고 자부하는 대마법사였다. 그리고 그녀는 간만에 마음에 든 이 작은 꼬마 마법사를 위해 많은 것을 해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브엔나가 원한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도 힘든 일도 아니었다. 천재가 아니어도, 심지어 마법사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손쉬운 것이었다.
나름대로 호의를 양껏 표현했다고 생각했는데 부족했던 걸까?
고작 그런 요청을 뱉어놓고 바로 후회된다는 표정을 하는 건 또 뭘까.
린제나는 대체 이 아이가 대체 어쩌다 이런 성격으로 자랐는지 궁금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렴.”
그 별것도 아닌 대답에 이브엔나는 활짝 웃으며 기뻐했다.
린제나는 자신이 다정다감한 성격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이브엔나에게는 나름대로 친절하게 대하려 노력하긴 했지만, 그래도 엄마 같은 포근함과는 거리가 멀었을 것이다.
엄마라니. 저와 가장 거리가 먼 단어가 아닌가.
그녀는 생명을 탄생시키는 대신 생명을 앗아본 경험만 가득한 사람이었으니까.
‘이브엔나는 고아라고 했지…….’
엄마의 품이 그리워서 그랬을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엄마 대역으로 찾은 게 그녀라니, 이건 아니지 않나 싶었다.
이브엔나는 만난 지 며칠 되지도 않은 마탑 식구들에게 하나하나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네곤 고맙고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린제나는 수줍은 작별 인사를 나누는 아이의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정에 굶주린 아이 같았다.
그래서 사람 보는 눈도 없이 누구에게든 쉽게 정을 줘버리는 가여운 아이.
사실 그런 사람은 숱하게 봐왔다. 하지만 이브엔나는, 어딘지 모르게 자꾸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너는 왜 하필 이브엔나일까.’
린제나의 시선 속에서, 이브엔나는 야무지게 꼬마들 하나하나에게도 인사를 건네고 균열로 다가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린제나를 돌아보았다.
“건강하떼요, 엄마.”
그 직후 균열이 이브엔나를 집어삼켰다.
균열이 사라지고 나자 그곳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평소의 마탑이었다.
이브엔나도 그 아이와 함께한 며칠간의 일들도, 마지막 인사도 없었던 것처럼.
“……린제나?”
사비나가 의아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린제나는 퍼뜩 고개를 들자, 사비나가 안심시키듯이 그녀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걱정하지 마, 이브엔나가 어떻게 지내는지는 내가 확실히 보고 올 테니까.”
이브엔나를 황실에 돌려보내기 전에 린제나는 계획을 짰다.
일단 이브엔나를 황성에 돌려보내 주는 대신, 아이를 뒤따라가 실상을 보고 오기로.
‘성아는 내가 마녀란 거 알아떠요. 성아는 이브가 머라도 괜찮다고 해써.’
그 이상한 발언을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신성연합국의 마녀에 대한 처분은 지역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었으나, 대체로 그들은 마녀를 마수와 엇비슷하게 취급했다.
잡아서 죽일지, 아니면 죽을 때까지 감옥에 가두어둘지의 미세한 차이가 존재할 뿐이다. 적어도 마법사들이 아는 한은 그랬다.
그런데 그들의 수장급인 교황이 이브엔나가 마녀라는 사실을 알고도 그녀를 성녀로 내세우고 있다니?
정말이지 구린내가 진동했다.
우리 순진한 아기 마법사는 교황이 마녀에게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자신을 받아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제정신이 박힌 교황이라면, 마녀를 성녀로 내세울 이유가 없다. 이건 마녀뿐만 아니라 자신을 믿고 따르는 사제와 신도들마저 속이는 행태가 아닌가.
이브엔나를 마법사로 잘 키워서 마탑으로 보내 일망타진할 꿈을 키우고 있거나. 혹은 이브엔나를 정말 추앙받는 성녀로 키워서 세력을 만든 뒤, 아이의 약점을 잡고 쥐고 흔들 계획인 거다.
이미 황족 출신 교황으로서 제국에서 가장 막강한 권위를 가진 남자가, 대체 무엇을 더 원해서 아기 마법사를 데리고 사기극을 벌인단 말인가?
린제나는 나쁜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브엔나의 황실 이야기가 지나치게 일관적이고 현실감 넘쳤다. 그러니 진상을 확인하지 않으면 계속 신경이 쓰일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이브엔나를 황성으로 보낸 뒤, 그녀의 감시역으로 사비나를 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이브엔나의 작별 인사를 듣자 마음이 바뀌었다.
“내가 직접 가겠어.”
“뭐?”
“무슨 말이에요, 안 돼요!”
마탑주의 갑작스러운 출장 선언에 마법사들은 당황해서 그녀를 뜯어말렸다.
하지만 마탑주는 자신보다 약한 자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린제나가 공간 이동 포탈을 열자, 마탑주에게 일감을 빼앗긴 사비나가 소리쳤다.
“너 그 욱하는 성질 좀 죽여! 알았지?!”
린제나는 코웃음 쳤다.
“내가 어린애인 줄 알아? 간단한 일인데 뭐. 아가의 말이 사실이면 혼자 마탑으로 돌아오고, 아닌 것 같으면 조용히 아가만 빼돌려서 함께 돌아올게.”
“언니, 감쪽같이! 조용히! 일 크게 만들면 안 돼요! 알겠죠?”
“그래그래, 나 그런 거 전문이야.”
***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하고 올 테니 걱정 마.’
마탑을 떠나며 마지막으로 남기고 온 약속이 황자의 얼굴에 주먹을 내리꽂는 순간 떠오른 건…….
아마 이브엔나가 방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예상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대마녀니……?”
이브엔나는 토끼처럼 놀란 얼굴로 방에 들어섰다. 동그래진 오드아이가 바닥에 힘없이 쓰러져 있는 자신의 보호자와 폭력을 행사한 침입자를 차례로 훑었다.
“이게 무, 무슨.”
“이브엔나, 이건…….”
린제나가 당황해서 이브엔나에게 다가갔다.
이브엔나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방에 들어와 문을 닫았다.
하인이나 기사가 지나다니다 린제나를 발견하면 그녀가 위험해질 테니까.
“내가 해명할게, 그러니까…….”
린제나는 필사적으로 변명을 짜내려고 했다.
이브엔나가 저 빌어먹을 학대범을 사랑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아인츠베른을 때려눕힌 자신이 나쁜 놈처럼 보일 텐데, 아이에게 미움받고 싶지는 않았다.
황자가 아동 학대범이었다는 진상이 밝혀졌으니, 이제부터 린제나는 이브엔나를 강제로라도 마탑으로 데려갈 생각이고…… 그러면 어차피 미움받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되도록 이브엔나가 상처를 덜 받게 해주고 싶었다. 앞으론 한 식구가 될 테니까.
“그냥 장난이었어.”
“그래, 그냥 장난이었…….”
린제나는 반사적으로 맞장구쳤다가 놀라서 옆을 돌아봤다.
황자가 옷을 툭툭 털고 일어나 이브엔나를 보며 손을 뻗었다.
“지금 돌아온 건가?”
“녜, 근데…….”
이브엔나는 황자를 향해 다가오며 어리둥절하게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린제나는 황당한 얼굴로 황자를 돌아봤다.
‘지금 나를 옹호해준 거야? 지가 뭔데?’
그러자 황자가 린제나의 생각을 읽은 듯 그녀를 돌아보곤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 그러곤 시선을 약간 아래로 내리고 미간을 찌푸렸다.
린제나는 반사적으로 그의 시선을 따라갔다가 움찔 놀랐다.
“읏…….”
어쩐지 손이 욱신거리더라니, 황자의 얼굴을 내리쳤던 곳부터 주먹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손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골절인 걸까?
“머리뼈가 어떻게 생겨 먹은 거야?”
“주먹을 이상하게 쥐니까 그렇지.”
아인츠베른이 혀를 차며 자세도 좋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린제나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거에 나가떨어진 주제에.”
“그건 그냥 놀라서였다. 네 허술한 주먹질 때문이 아니라.”
린제나는 억울했다. 마력으로 방어막을 쳐서 힘껏 내리쳤는데!
이상한 건 너라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아기의 앞이라 그럴 수 없었다. 그녀는 어른스럽게 화를 삭이고 일단 이브엔나를 살폈다.
그때, 이브엔나가 입을 열었다.
“두 분…… 친해지신 거예요?”
아이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린제나와 아인츠베른의 시선이 맞부딪혔다.
린제나의 이글거리는 분홍색 눈동자와 아인츠베른의 차갑게 가라앉은 청회색 눈동자가 잠깐 맹렬한 불쾌감을 교환했다.
이내 두 사람이 입을 열었다.
“응.”
“맞다.”
동시에 쏟아진 대답에 이브엔나는 색이 다른 두 눈을 깜빡였다. 그러곤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 채 두 사람 사이로 다가왔다.
“그, 그럼…… 쫌 앉을까요?”
“그래.”
“으, 응.”
그렇게 이브엔나와 린제나, 아인츠베른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아 서로를 마주 보게 된 것이다.
린제나는 소파에 앉아 이상하리만치 협조적인 황자를 노려보았다.
그렇지. 이상하다고밖에는 표현할 말이 없다.
종잡을 수 없는 속을 알고 싶어서 뚫어져라 시선을 주었으나, 고결하고 무표정한 얼굴에선 어떤 생각도 읽히지 않았다.
린제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나는 이브엔나를 마탑으로 데려갈 계획이라 일단 변명했다고 쳐도…….’
저 남자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를 마주 보고 앉아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