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76)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74)화(76/207)
린제나는 이브엔나를 마탑에 데려오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이브엔나는 부모님의 관계를 완화시키려고 노력했다.
두 사람이 각자의 계획을 가지고 분투하는 동안, 아인츠베른도 나름의 계획을 짜고 있었다.
“이브엔나에 대한 이야기가 사실일까?”
이브엔나가 태양궁에 돌아온 다음 날 아침부터 아인츠베른은 집무실에서 회의를 시작했다.
그의 절친한 친구인 린드벨 공작과 저명한 치유 신관인 벤 추기경이 함께해 주었다.
린드벨 공작은 친우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단박에 이해했다. 마탑으로 납치당했던 이브엔나가 기적적으로 무사히 돌아온 후, 황실에 돌기 시작한 소문이 있었다.
“마녀들이 성녀님께 감화되었다는 것 말이지. 뭐, 진짜일 수도 있지. 좋은 이야기야, 하지만…….”
린드벨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허황되기는 해.”
“공은 마녀들이 이브엔나를 돌려놓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지?”
“뭐, 평범하게 내부 의견 충돌이지 않을까. 역사를 봐도 마녀들은 명령 체계가 탄탄해 보이진 않았으니까. 규모가 큰데 의견 통합이 안 되면…… 어쩌면 이브엔나를 납치해 간 마녀와 돌려준 마녀가 각자 다를지도?”
린드벨은 황실에 선전 포고를 던진 강경파와 제국을 두려워하는 온건파가 따로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내부 충돌이라. 마녀들의 일관적이지 못한 행동을 설명해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였다. 아인츠베른은 커피잔 표면을 손끝으로 매만지며 물었다.
“그렇다면 이브가 마녀들을 좋은 사람이었다고 말하는 이유는 뭘까.”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피해자가 납치범을 옹호하는 일은 이전에도 종종 있었습니다.”
벤 추기경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이브님을 납치한 마녀들이 친절하게 굴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렇다면 이브님은 공포 속에서 그들이 자신을 해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느꼈겠죠. 마녀들의 호의가 끝나지 않도록, 그들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을 수도 있고요.”
아인츠베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마녀들의 눈치를 보는 이브엔나의 모습이 손쉽게 머릿속에 그려졌다. 벤 추기경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공포와 같은 감정을 애정이라 착각하고 계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브엔나에게 치료가 필요한 건가?”
아인츠베른의 질문에 벤 추기경이 곤란한 얼굴을 했다.
“안타깝게도 치유의 권능은 정신적인 문제에는 별 효과가 없더군요. 그래서 보통은 그저 기도를 통한 마음의 정화를 도와드립니다만…… 성녀님 같은 경우에는, 안정을 되찾으실 수 있도록 전하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렇겠군. 성녀님이 가장 의지하고 있는 게 너니까. 대화를 많이 나눠봐.”
아인츠베른은 낮게 한숨을 쉬었다. 결국 마땅한 해결책을 모르겠다는 답이었다.
하지만 신관들은 마음이 힘들어서 신전을 찾은 사람들에게도 권능이나 축성을 내려주곤 했다. 별 효과가 없다는 것치고는 신전에서 건강을 회복한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런 이들을 돌이켜보면, 기댈 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는지도 모르지.
이브엔나에게 도움이 된다면 관심을 쏟고 대화를 나누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이브엔나의 말이 사실일 수도 있지 않나.”
“네?”
“뭐라고?”
동시에 들어온 반발에 아인츠베른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그렇게 이상한 소리란 건가.
“네가 그렇게 믿고 싶은 건 아니고?”
린드벨이 불시에 물었다.
“연회가 끝난 뒤에 할스테리어까지 사람을 보냈지.”
떠보는 듯한 말투에 아인츠베른은 피곤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아인츠베른은 며칠 전 위터가에 사람을 보내서 엘리자베스의 신변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녀가 무사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날 연회에 온 엘리자베스가 마녀였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린드벨의 붉은 눈이 추궁하듯 빛났다.
“그때 너, 테라스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싸웠어.”
아인츠베른의 여상한 대답에 린드벨이 허를 찔린 얼굴을 했다.
“싸웠다고? 마녀와?”
“피 튀겨가며.”
나지막한 목소리에 미약하게 짜증이 섞여 있었다.
“위터가에는 신원을 확인 겸 경고를 해주려고 사람을 보냈을 뿐이다. 마녀가 위터 영애의 모습으로 변신해서 돌아다닌 사실을 알려주려고. 괜히 무고한 사람에게 마녀 누명을 씌우는 일이 될까 봐 사람들에겐 알리지 않았어. 만족하나?”
“그건… 그래.”
린드벨은 제1성에서 리벨리우스가 하녀를 닦달했던 사건을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인츠베른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녀에게 뒤통수를 맞은 게 좋은 기억이었을 리 없잖아. 다만, 이브엔나가 마녀들을 믿고 싶어 하는 것 같으니.”
“성녀님이 마녀들에게 정을 준 것만은 확실해 보여.”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이브엔나가 안정할 때까진 아이의 말에 장단을 맞춰주는 게 나은 건가. 아니면, 진실을 알려줘야 하나?”
아인츠베른은 한숨을 내쉬며 손가락으로 눈 위를 꾹꾹 눌렀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이브엔나에게 마녀들이 사실 나쁜 사람이었다는 걸 말해줘야 하는 건가? 넌 큰 위험에 처해 있었다고, 그들이 좋은 사람들이었다고 믿으려 필사적인 아이에게? ……그다지 자신이 없군.”
뭐가 이브엔나를 위한 일일지 모르겠어. 아인츠베른은 지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그리하여 이브엔나의 방, 아인츠베른은 자신의 반대편에 앉은 린제나를 보며 생각했다.
‘그렇다면 린제나는 납치범인가. 아니면 이브엔나를 다시 돌려보내 주자는 온건파였나? 일단 이브엔나의 앞에서는 싸움을 피했지만, 기회를 틈타 진의를 파악해 봐야겠어.’
그리고 린제나는 아인츠베른을 노려보며 생각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쓰레기 학대범 자식. 울컥해서 공격해버렸지만, 최우선 목표는 아가를 안전하게 마탑으로 데려가는 거야. 기회를 틈타서 아가를 마탑으로 빼돌려야겠어.’
그리고 이브엔나는 맹렬한 눈빛을 교환하는 엄마 아빠를 바라보다 멍하니 입을 열었다.
“우와아…….”
적막을 깨는 감탄에 두 쌍의 눈동자가 동시에 이브엔나를 향했다.
아이는 당황해서 손을 내저었다.
“아, 암꺼두, 아니…….”
심약한 아이가 고개를 푹 숙이자 두 어른은 곧장 시선을 거둬주었다.
“…….”
“…….”
“…….”
세 사람은 서로를 보며 각자 다른 이유로 참 기묘한 삼자대면이라고 생각했다. 방 안에는 영문 모를 평화가 감돌았다.
가장 먼저 적막을 깬 것은 의외로 이브엔나였다.
“성아, 긍데 방에 유모가 오면 어떠케요?”
“아, 안 올 거다. 오늘은 내가 대신 재우겠다고 했거든.”
“성아가요?”
이브엔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옆에서 린제나가 눈을 홉떴다. 저 못된 남자가 이브엔나가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괴롭힐 계획이었던 걸까.
“대마녀니…… 어케 와써요?”
이브엔나가 이번에는 린제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린제나는 아인츠베른을 흘끔 돌아보며 답했다.
“그냥,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
“확인?”
묘한 단어에 아인츠베른의 눈썹이 꿈틀했다. 린제나가 입매를 비틀어 웃었다.
“고맙다고 말해야 하나. 덕분에 이브를 오래 보게 될 것 같은데…….”
도발 같은 말에 아인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두 사람 사이로 싸늘한 기류가 흘렀다. 그 긴장의 틈새로, 이브엔나의 목소리가 불쑥 끼어들었다.
“그면 대마녀니 인제 우리랑 사라요?”
“뭐?”
“으응?”
두 사람이 동시에 반문하자 이브엔나가 아차 하고 입을 막았다.
“아, 넘 앞써가따…….”
‘앞서갔다니 어딜?’
앞으로도 마녀가 신성제국 황실에서 동거하게 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인데?
그들은 진심으로 따져 묻고 싶었으나, 그러기도 전에 아이가 벌떡 일어났다.
“헙, 나 간식 받기루 핸눈데!”
이브엔나는 베일리가 곧 과일 타르트를 방으로 가져다주겠다고 말했던 일을 떠올렸다. 시계를 보니 곧이었다.
베일리가 방에 들어와 린제나와 맞닥뜨리는 일을 방지하려면 문 앞에서 기다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이부 타뜨 받고 오께, 문 잠가주떼요.”
“그, 그래.”
방을 나온 이브엔나는 문 앞에 등을 기댄 채 주르륵 미끄러졌다. 엉덩이가 바닥에 툭 닿았다. 황실 정원을 열 바퀴 달리고 온 것처럼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이브엔나는 새빨개진 얼굴로 작게 속삭였다.
“미, 미쳤어.”
엄마 아빠가, 내 방에 함께 있다.
꿈을 꾸는 건 아닐까, 떨리는 손을 들어 볼을 살짝 꼬집어봤다. 아팠다.
“읏…….”
이브엔나는 손등으로 달아오른 뺨을 쓸면서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부모님이 함께 있는 모습을 드디어 봤다.
두 분은 이야기로 들은 것보다 훨씬. 훨씬 잘 어울리고 아름다웠다.
‘따, 딸기 케이크도 달라고 할걸.’
엄마한테 베일리의 디저트를 전부 맛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좋아하실 것 같은데. 이왕 나온 김에 베일리에게 부탁하러 가볼까?
“웃차.”
이브엔나는 바닥을 짚고 일어났다.
‘생각보다 훨씬 친밀해 보이셨어.’
이브엔나는 유치하게 투닥거리던 엄마 아빠를 떠올렸다. 자신의 앞에서는 마냥 멋진 분들인데, 서로에게는 그런 모습도 보이시는 걸까.
이대로 못 태어나는 건 아닌지 정말 걱정했는데. 엄마에게 첫눈에 반했다던 아빠의 이야기가 전부 새빨간 거짓말은 아니었던 거다.
자신의 방 소파에 사이좋게 마주 보고 앉아 있던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리자 자꾸 웃음이 새어 나왔다.
‘빨리 와야지.’
이브엔나는 뛰다시피 복도를 달려갔다.
세상이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