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82)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80)화(82/207)
유아에게 울음만큼 적극적인 의사표명은 없다.
“흐애애앵!”
내가 울음을 터뜨리자, 부모님은 곧바로 싸움을 멈추고 몹시 안쓰러운 아이를 대하듯 나를 보듬어 주었다.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수건으로 눈물을 닦아주는 등 애정을 표현했다. 내 눈물을 멈추게 하고 관심을 끌어모으기에는 이것보다 좋은 수단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서로를 노려보며 내게 손대는 상대의 몸짓을 경계하고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내는 것은 여전했다.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엄마 아빠가 나를 아무리 예뻐해도, 서로를 싫어한다면 모든 게 의미가 없다는 것을.
“흐윽, 이, 이부가 다, 잘 모태써요.”
“아가, 그게 무슨 소리야.”
“그래, 네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서, 설명…….”
“설명?”
나는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엄마 아빠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침을 꿀꺽 삼켰다.
진실을 말하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엄마 아빠 그러시면 안 돼요.
두 분은 훗날, 세기의 사랑을 하실 텐데.
서로를 너무나 사랑해서, 신분과 편견, 국경과 종교, 모든 신념을 초월해 모두를 속이고 결혼하여 저를 낳으실 만큼.
한쪽이 없으면 한쪽이 무너져버릴 만큼.
그렇게 서로를 사랑하실 텐데.
‘하지만 지금은 안 되겠지…….’
처음에는, 내가 딸이라는 말을 하면 서로를 싫어하는 부모님이 반발심을 가지는 게 두려웠다. 날 믿지 않거나 나까지 미워하실까 봐.
하지만 부모님과 관계를 쌓고 두 분이 너무나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지금은, 반대로 다른 게 두려웠다.
원래는 완벽한 한 쌍이었던 두 분이 이토록 서로 반목하게 된 건 나 때문일 거다. 원래 두 분은 그 많은 벽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놓을 수 없을 만큼 사랑했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대에선 아직 아니었다.
그런데 내가 두 분이 훗날, 사랑에 빠져서 나를 낳았다고 말해버리면…… 타임리프를 만든 엄마는 그들이 아이를 낳지 않으면 내가 사라져버린다는 걸 깨닫게 된다.
분명 책임감을 느끼고, 날 지키려고 하시겠지.
‘난 아기 안 낳을 건데.’
‘뻔뻔하고 가증스럽군!’
훗날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해도 아직은 아닌데…….
두 분은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자신의 인생관을 거스르는 결혼을 하라고 강요받게 되는 거다.
그러면 나를 위해서 숙제처럼 사랑을 하고 희생하듯 결혼을 하게 되실 수도 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길에 여러 가지 벽이 있는 만큼, 두 분의 사랑은 원래대로 진행되어야 했다.
적어도 날 위해 희생하듯 하는 사랑이 되어선 안 되었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할 일은 딸이라는 걸 밝히는 게 아니라…….
일단 두 사람의 엉망이 된 이미지 개선부터 필요했다.
“성아, 대마녀니는 나쁜 분 아니에요.”
“이브.”
아빠는 무구한 내가 안타깝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이런 말을 하고 싶진 않았지만…… 저 사람은 널 강제로 데려갔다. 네게 끔찍한 짓을 저지른 거야.”
“안니, 이부가 데려가 달라 해떠요.”
나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성아가 때린다구 마녀님들한테 데려가 달라구 해떠…….”
“마녀들에게 내가 널 때린다고 했다고?”
아빠는 살짝 놀란 눈을 했다.
“왜 그랬지?”
“마녀님드리랑 놀구 시퍼서…… 미야내요…….”
나는 실토하듯 주절거렸다.
연회 날 마녀들을 우연히 만났는데 너무 재미있어 보였고, 그래서 황실 사람들과 아빠가 나를 학대한다고 거짓말을 하며 마탑에 데려가 달라고 졸랐다.
어린아이들이 가끔 해괴한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고, 사비나가 그랬다. 그러니까 믿어주시지 않을까 싶었다.
아빠는 놀란 듯 엄마를 돌아봤다.
“이래서 이브엔나를 계속 데려가려고 한 건가? ……나를 학대범이라고 말한 것도 그래서였군.”
그의 대답에 나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말하면 엄마가 납치 의혹을 불태우는 것도 나빠 보이지 않을 테고, 아빠가 학대범 의혹을 받는 것도 이해가 갈 테니 무난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했다.
거짓말을 줄줄 읊는 나를 신기한 것을 구경하듯 바라보던 엄마는, 작게 어깨를 으쓱하는 것으로 대답을 끝마쳤다.
“글쎄.”
엄마는 내가 말한 게 전부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정정해주지 않았다.
그럴 줄 알았다. 일단 엄마는 무조건 내 편이니까.
게다가 내가 구제 불능의 거짓말쟁이인 건 다 부모님 피를 받아서 그런 거니까. 거짓말을 들으면 일단 호응하는 게 엄마의 습관인 듯했다.
일단 아빠는 넘겼으니 그다음은 엄마 차례였다.
나는 엄마를 향해 양손부터 뻗었다.
“대마녀니, 이쪽 손 주세요.”
엄마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손을 들었다. 아빠를 주먹질했던 손은 손등에 빨갛게 타박상이 나 있었다. 뼈는 어떻게 억지로 맞춘 것 같지만, 역시 아파 보였다.
나는 손을 겹쳐 신성을 모았다. 타인에게 치유의 권능을 사용하는 건 아주 오랜만이었다.
“어…….”
손을 겹친 곳에서 반짝이는 하얀 빛을 보고 엄마의 눈이 커졌다.
있을 수 없는 것을 보는 느낌.
반면 아빠는 태연자약했다. 성녀가 권능을 쓰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나는 마녀들의 자매이자, 그들이 부숴놓겠다고 말한 사제들의 형제였다.
혼혈이라는 사실은 내게 큰 콤플렉스다. 그래서 밝히는 것도 무서웠지만, 두 분을 계속 이대로 반목하게 둘 수는 없었다.
빛이 사그라들자 손등에 있었던 상처가 사라져 있었다.
엄마는 신기한 눈으로 깨끗해진 손등을 관찰했다.
“이건…….”
“매우 놀라는군.”
아빠가 의아하게 중얼거렸다.
“내가 신검을 들어도 놀라지 않았으면서.”
신검 이용자는 세계에서 단 한 명, 아빠뿐이었다. 반면 치유의 권능을 쓰는 신관쯤이야 널리고 널렸다.
아빠는 그런 뜻으로 한 말이었겠지만, 덕분에 엄마는 모든 걸 이해하셨을 것이다.
아빠는 학대범이 아니라는 걸.
둘째 황자는 마녀를 성녀로 내세워 전 제국민을 속인 사기꾼이며, 마녀의 낮은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나를 통제하고 있을 거라는 게 마법사들의 추측이었다.
그 추론에는 황자가 신성이 없는 마녀를 성녀로 착각할 리 없다는 대전제가 깔려 있었다.
하지만 나는 신성을 쓸 수 있었다.
만약 황자가 그 마녀를 진짜 성녀라고 알고 있다면, 학대할 이유가 없다.
엄마는 생각을 정리하는 듯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이내 생긋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아가가 나를 위해 내려준 권능이라니, 특별한걸.”
난 작게 감탄했다.
겉으론 차분해 보이지만, 엄마는 지금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떠오르는 중일 것이다.
이 시대에도 사제와 마녀 혼혈의 사례가 있었을까? 만약 없었다면, 엄마는 마력과 신성을 동시에 가진 존재가 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 치열하게 추리 중이실지도 몰랐다.
그 와중에도 아빠가 나의 정체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걸 간파해내고 말을 아껴주고 있었다.
마녀의 혼혈이라는 건 신성제국에서 치명적인 약점이니까.
반면에 마탑은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이니, 혼혈을 받아들여 줄 수도 있다.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난 우리 엄마를 믿으니까 그렇게 걱정이 되진 않았다.
“훌쩍.”
앗,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너무 긴장했나 보다. 코 훌쩍이는 소리가 나버렸다.
엄마는 충격적인 비밀을 알게 된 후에도 변함없이 다정한 태도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이브, 간식 먹을까?”
“녜……!”
부모님 싸움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간식에 대해 잠깐 잊고 있었다.
엄마와 싸우느라 여념이 없던 아빠도, 날 달래는 게 우선이라 생각하셨는지 순순히 자리에 앉아주었다.
그제야 테이블에 세팅된 과일 타르트와 케이크가 눈에 들어왔다. 군침이 돌았다.
엄마는 나를 테이블에 앉혀놓고 포크로 과일 타르트를 콕 찍었다.
“착하지. 아, 해봐.”
“아아…….”
나는 엄마의 말에 따라 입을 벌렸다.
입 안에 동그란 청포도가 들어왔다.
꼭꼭 씹자 잇새로 톡 터지는 싱그럽고 달콤한 과즙. 거기에 덧입혀진 생크림과 바삭하게 바스러지는 타르트지.
‘먹고 싶었어…….’
단것을 먹자 맹맹하던 머리도 다시 돌고 약간 행복해졌다. 입꼬리에 힘이 스르르 풀린다.
“대마녀니두 머거 봐요.”
“그래.”
엄마는 대수롭지 않게 딸기 타르트를 갈라서 입에 넣었다. 그 직후, 엄마의 눈이 커졌다.
“오.”
“뻬리가 땨뜨 진짜 잘 만드러요!”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다행히 엄마의 입에도 맞는 것 같아서 너무나 뿌듯했다.
“기분이 좀 나아진 것 같군.”
아빠가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녜.”
나는 즉답하고 나서 한 박자 뒤에 덧붙였다.
“그래두 인제 안 싸우면 안 대나요?”
엄마 아빠의 부부싸움을 목격한 것은 올해 최악의 경험이었다. 특히 엄마가 아빠에게 저주를 건 것은 끔찍함의 정수라 할 수 있었다. 나는 엄마에게 시선을 주었다.
“대마녀니 진짜 너무해써.”
“……딸기 먹을래?”
엄마는 포크에 딸기를 콕 찍어서 내 입가에 내밀었다. 나는 참새 새끼처럼 엄마가 주는 것을 받아먹었다. 딸기는 달고 상큼했으며 죄가 없었다.
“아가가 환각을 보게 될 줄 알았다면 절대 발동하지 않았을 거야.”
“생각해주는 척하는군.”
아빠가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엄마가 입매를 비틀며 웃었다.
“기분이 별로였나 봐. 계속 예민하게 구네.”
“기분이 별로였냐고?”
아빠의 청회색 눈동자가 음산하게 빛났다.
그를 보며 엄마가 침을 꿀꺽 삼켰다. 이상하게 딱히 긴장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녀는 약간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뭘 봤어?”
“뭐?”
“저주에서 말이야.”
너무 궁금했거든. 그렇게 덧붙이는 엄마를 아빠와 내가 동시에 돌아봤다.
“……대마녀님이 건 저주인데 몰라요?”
“으응, 이건 그냥 악몽을 끊임없이 꾸는 저주일 뿐이라.”
엄마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무슨 꿈을 꿨길래 그렇게 울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