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Majesty, that sounds like my novel RAW novel - Chapter (13)
— “심심한가보군.” –>
정말로 내가 이스마힐에게 그걸 물어봤을 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나는 정말로 물어봤다.
이스마힐은 나를 아주.
어. 뭐라고 해야 할까.
경멸하는 건 아니고 아주 어처구니 없고 가당찮다는 듯한 그런 눈으로 노려보았다.
그리고 아주 시크하게 말했다.
“그렇게 보이는 모양이지?”
“그럼 어떻게 알고 문제들을 해결하는 거예요? 사람들이 하는 얘길 들어보니까 폐하께서는 그 일이 일어날 걸 미리 아는 것처럼 해결하신다는데요. 방법을 바로 제시하고 그런다고…”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건 내 생각이 아니고 사람들이 그러더라 라는 것인데 이스마힐은 거기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혼자만 의미를 알 것 같은 웃음을 지었다.
저 웃음은.
나한테 이유를 알려주지 않겠다는 웃음인 것 같아서 나는 바로 실망해버렸다.
이스마힐은 다시 자기 일에 집중했다.
그러니까 책을 읽는 일.
그것도 내 책.
나는 보크 사건 이후로 이제 웬만하면 책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했다.
그때 그 일을 겪어 보니까 나한테 데미지가 너무 컸다.
그렇다고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없는데 흑역사가 두고두고 나를 괴롭혀서 그냥 모르고 지내는 게 낫겠다고 결정을 내렸다.
그렇지만 다른 궁금증은 계속 남아 있었다.
예를 들어 이런 것.
“폐하. 그런데 그 책을 왜 그렇게 열심히 보세요?”
“그게 왜 궁금하지?”
이스마힐은 아주 냉정한 얼굴로 말했다.
나한테 화가 난 것 같지는 않고 정말로 자기 일에 초집중을 할 때 보일만한 그런 표정이었다.
정말 집중하고 있는데 옆에서 자꾸 말을 걸어서 짜증 나는 것 같은 그런 표정.
“아니에요. 그냥 신경 쓰지 말고 일 하세요.”
이스마힐은 대답도 하지 않고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생각할수록 이상했다.
혹시 이스마힐에게는 저 책이 다른 식으로 읽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은 그때였다.
내가 그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책을 읽는 동안 이스마힐의 바지 앞섶이 너무 얌전했다.
정상적인 남자라면 내 씬을 보고 대번에 반응을 보여야 할 텐데 너무나 평온하다.
내 독자들은 대부분이 여자지만 그중에는 남자 독자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 독자들은 자기들이 내 글을 보면서 얼마나 흥분했는지를 매번 구체적으로 알려주었다.
나는 내가 야설에 특별한 소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자부심을 갖고 글을 썼기 때문에 그런 코멘트야말로 엄청난 칭찬으로 받아들였다.
아. 여자 독자들 중에도 그런 코멘트를 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없는 게 서는 것 같아요.]라고.
그런데 왜 이스마힐은 있는 것도 안 서냐고.
혹시 성기능에 장애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봤지만 자 봤지 않은가.
분명히 그런 문제는 없는데.
그리고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와 눈동자의 방향이 조금 의심쩍기도 했다.
행을 따라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당구공이 통통 튀는 것처럼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위로 올라왔다가 두 페이지를 번갈아서 보는 것 같기도 했다.
마치.
책에 적힌 글자를 보는 게 아니라 책에 우연히 생긴 얼룩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정말로 이상했다.
내 책에서 이스마힐은 뭘 보고 있는 건지.
그리고 이스마힐이 하는 일의 대부분이 집무실에서 책을 읽는 거라는 건 더 이상했다.
그러면서 일은 언제 하나 하는 걱정이 되는 건 당연한 거였다.
저러면 민심은 언제 살피고 제국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보고는 언제 들으려고 하는 건지.
이스마힐은 절대로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허투루 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러고 있는 것이다.
모든 일을 제쳐두고 반드시 먼저 해야 하는 일.
책을 읽는 게 이스마힐에게 주어진 엄청난 사명 같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는 진지했다.
혹시.
표지만 우연히 내 책인 건가?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도루와 보크를 확인할 때 분명히 내용을 봤었다.
이상해.
정말 이상해.
내가 풀리지 않는 의문을 가지고 그를 바라보자 이스마힐이 드디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모르는 척 하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내가 자기를 보고 있다는 걸 모르지는 않았던 모양이었다.
“왜 그렇게 보고 있지?”
“궁금한 게 있는데. 여쭤보면 대답해 주실 수 있어요?”
“아니.”
저 자식은 왜 저렇게 대답이 간단 명료한 걸까.
스마힐아. 누나가 너무너무너무 궁금해서 그래.
그러더니 아예 책까지 내 앞에서 딱 덮어버렸다.
“심심한가보군.”
그러면서 눈을 빛내는데.
짐승같다?
“폐… 폐하?”
“어제 입은 드레스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는데. 자주 입지 않겠나?”
그러다가 저 혼자 고개를 젓는다.
“아니지. 다른 사람들이 보는 건 별로 내키지 않는군.”
뭐래?
저런 대사를 내 캐릭터가 한다고 생각하면 되게 이상할 것 같은데 이스마힐이 말하니까 왜 이렇게 심쿵하지.
역시 남자의 잘 생긴 얼굴은 모든 죄를 용서하는 것이냐.
아. 또 뭐래.
이스마힐에 취해서 생각이 도저히 정상적으로 되질 않는다.
나 원래 살던 세계에서는 철의 여인, 파워 블로킹이라고 불리는 냉철한 여자였는데.
그런데 이스마힐은 언제 또 이렇게 가까이 다가와 버린 걸까.
님. 워프 하세요?
마법사세요?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새 그의 더운 숨결이 다 느껴질 정도로 그는 가까워져 있었고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건 너무 치명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그때 그의 입술이 다가와 내 입술을 덮어버렸다.
“으으윽…!”
내 부츠 안에서 발가락이 꼼지락거렸다.
이스마힐은 지루하지도 않은 듯 천천히 내 입술을 빨다가 혀를 밀어넣어 내 혀를 질척하게 감더니 한참만에야 나를 놔주었다.
그리고 내 뺨을 한 손으로 감싸고 나를 소중하다는 듯 바라보는데 이대로 정말 그냥 확 다 녹아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눈이 풀린 채로 그를 바라보았다.
“나는 신탁을 받았다.”
그가 조용하고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러웠다.
“너무 오랫동안 그 일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나는 신탁의 내용을 의심했지. 그 일은 영원히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차라리 쉬웠어. 나타나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그가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아젤린에 대해서 얘기하는 건가?
하지만 아젤린이 궁에 들어와서 산지는 꽤 됐을 텐데?
지금 와서 이스마힐이 이런 얘기를 할 이유는 없을 텐데?
그러나 이스마힐은 얘기를 거기에서 멈췄다.
아니. 이보세요!
어디서 절단 신공을 써?
“그게 무슨 말씀인데요?”
나는 이스마힐을 붙잡았다.
“그대에게 할 얘기가 아니다. 아젤린. 듣지 못한 것으로 하여라.”
“아니. 들었는데 어떻게 듣지 못한 것으로 하겠어요. 그냥 말씀해주세요. 말씀해 주실 때까지는 한 걸음도 못 나가시게 할 거예요.”
그래.
어쩔 수 없다.
이럴 땐 협박이 최고지.
원래 살아왔던 방식이 있어서 애교나 간청 같은 건 모르겠고.
이스마힐은 난감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정신이 든 듯 나를 놔두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내가, 그에게 물으면 안 되는 걸 물은 것 같다고 깨달았다.
궁금하기는 정말 궁금하지만 단순히 내 호기심을 위해서 그를 닦달하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죄송합니다. 폐하. 제가 주제넘게 굴었습니다.”
‘아니다. 아젤린. 말해주겠다.’ 라는 전개는 없었다.
그는 자기가 괜히 말을 꺼내서 일을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의 표정을 보니 더 확실해졌다.
그건 그냥 사사롭게 함부로 말할 수 있는 내용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
그리고 나는 이스마힐의 표정을 보면서 또다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가 지금 나에게 미안한 감정을 갖고 있고, 이럴 때는 내가 원하는 걸 얘기하면 들어줄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
“폐하.”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폐하가 늘 보시는 책을 저도 잠깐 볼 수 있을까요?”
“그건… 왜 보고 싶은 거지?”
그렇게 물었지만 안 된다는 표정은 아니었다.
응?
이렇게 나오니까 오히려 더 이상한데?
“왜 보고 싶은지 이유를 알려드리면 보여주실 건지요?”
“아니. 말할 필요 없다. 원한다면 보도록 해라.”
응?
우리 스마힐이 달라졌어요.
왜 갑자기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거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스마힐이 생각을 바꾸기 전에 빨리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그의 책상 뒤에 있던 책을 모두 꺼냈다.
“하나씩 봐도 된다. 하나씩.”
이스마힐이 웃었다.
왜 이러지?
우리는 이미 볼 장 다 본 사이니까 그런 걸 가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정말로 이상했지만 일단은 책을 펼쳐들었다.
모두가 다 내 책들이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이 가끔씩 들곤 했었는데 역시 반전은 없었다.
나는 내가 썼던 책들을 한 권씩 보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오랫동안 가장 친하게 지내왔던 친구를 다시 만난 것 같은 기분.
그런 것과 아주 비슷한 느낌이었다.
나는 책장을 천천히 손가락으로 더듬어 만졌다.
활자가 손에서 느껴질 것 같고 내가 오랫동안 힘들게 이야기를 구성하면서 만들어냈던 아이들이 곧 내 손에 닿을 것 같았다.
한 장, 한 장.
더듬어 넘기면서 내 눈은 빠르게 글을 훑어내려갔다.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렇게 내 책에 빠져있다보니 내가 너무 오래 책만 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었더니 이스마힐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얹어져 있었다.
그가 왜 나를 그렇게 보고 있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폐하?”
“편하게 봐도 돼. 아젤린.”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게 내 책이라는, 그리고 그 책을 쓸 때 내가 어떤 일들을 겪었던가 하는 그런 객관적인 것들을 떠나서 책의 내용을 보기 시작하자 내 얼굴은 빠르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어느새 이스마힐이 내게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나는 서서 책을 넘기면서 보는 중이었는데 그가 내 뒤에 다가와 바짝 붙어 서 있었다.
그리고 자기가 대신 책을 넘겨주려고 하는 것처럼 팔을 앞으로 뻗었다.
“폐…하?”
“이스마힐이라고 부르는 게 더 좋다.”
못 부르겠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귓가에 대고 숨결을 불어넣으면서 얘기를 하는데 너무 야하고 소름끼칠 정도로 좋고 흥분이 되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스마힐은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더 자극이 되고 있었다.
내 눈 앞에 펼쳐진 상황.
펼쳐진 페이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내가 고개를 돌려보니 그가 그걸 보고 있었다.
미칠 것 같았다.
흠없이 매끈하고 깨끗한 피부가 그대로 내 눈 앞에 보였다.
거의 닿을만큼 가까워져 있었다.
“방해하지 않을 테니 보거라. 아젤린.”
방해하지 않는다면서 왜 내 허리를 안아서 자기쪽으로 잡아 끄는 걸까.
이스마힐은 방해라는 게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내 심장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뛰기 시작했다.
“이러면 불편해서 책을 볼 수가 없잖아요.”
고작 그 말 한 마디를 하는데 내 목소리는 엉성하게 떨렸다.
“나는 아무 짓도 안 하는데?”
이 자식.
뻔뻔하게 잘도 거짓말을?
너. 귀엽고 잘 생겨서 누나가 봐 주는 거야. 응?
원래는 그러면 안 되는 거고 넘어가주면 안 되는 건데. 응?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