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Majesty, that sounds like my novel RAW novel - Chapter (16)
— “아…버지?” –>
“북쪽 숲에서 느닷없이 오크들이 나타났는데 미리 가 있던 황궁 수비대가 바로 나서서 섬멸했다고 합니다. 사실은 밀크 단장님이 황궁 수비대를 통솔해서 거기에 가셨습니다.”
클레이튼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기가 아는 사람이 영웅으로 등장하는 얘기를 하게 돼서 흥분이 배가 된 것 같았다.
바로 그 분이 자기네 단장님이라고 자랑하고 싶은 것을 겨우겨우 참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클레이튼이 한 얘기 중에 다른 부분에서 놀라고 있었다.
밀크 단장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건 미리 알고 있었지만.
뭐라고?
오크라고?
“오크요?”
그런 말은 판타지 소설에서나 봤지 정말로 현실에서 그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기에 나는 웃음이 나올 뻔 한 걸 참느라고 고생을 해야 했다.
“그럼 오우거랑 트롤도 있어요? 고블린이랑 드래곤도요? 엘프도요?”
정말 그런 걸까 하면서 물었더니 클레이튼이 나를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내가 너무 나갔나보다.
“아아. 하하하하하. 농담이예요. 설마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죠. 미안해요.”
그러나 그는 오히려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듯이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럼 공녀 전하는 지금까지 고블린도 한 번도 못 보셨다는 말씀입니까?”
“…네?”
“아… 황성 안에서만 지내셔서 그런 건가? 그럴 수도 있겠군요. 제가 어렸을 적에 살던 곳에는 그런 녀석들이 가끔 나왔습니다. 슬라임은 천지에 있었고요.”
뭐래?
그럼 그게 진짜 있다는 건가?
그럼 혹시 엘프도?
제국에서도 엘프를 노예로 팔고 그러나?
엘프는 정말로 정신이 나갈만큼 예쁘려나?
다른 건 웬만하면 마주치지 않으면 좋겠지만 엘프는 달랐다.
꼭 좀 보고 싶은데.
정말로 엘프는 귀가 쫑긋하려나?
궁금한 게 많았지만 클레이튼에게 묻는 건 좀 위험한 것 같으니까 드보라에게 묻기로 하고 입을 다물었다.
내가 이런 걸 전혀 모른다는 걸 알게 된다고 해도 클레이튼이 나에게 해를 끼치거나 배신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조심할 수 있는 건 미리미리 조심하는 게 좋으니까.
“그래서 제가 드리려고 했던 말씀은.”
클레이튼은 내가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을 알고 다시 집중시키기 위해 말했다.
“황궁 수비대가 시간에 맞춰서 도착하지 않았다면 피해가 컸을 거라는 얘기였습니다. 그런데 대응이 빨랐지요. 마치 폐하께서 거기에 오크들이 나타날 걸 미리 알고 황궁 수비대를 보낸 것처럼요.”
그는 극적인 효과를 기대하면서 말했다.
아니. 자기가 한 것도 아니면서 왜 이렇게 우쭐해해.
귀엽게.
“설마요.”
나는 클레이튼을 놀려주고 싶었다.
“그렇죠. 정말 그럴 거라고 생각한 것은 아닙니다.”
클레이튼은 순순히 말했다.
그러나 그 뒤에 다른 말을 이어 붙였다.
“몇몇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말이죠.”
나는 그가 하는 말을 생각해 보았다.
밀크가 했던 말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이스마힐에게 예지력이 있는 건가?
그런 일이 있을 걸 미리 알고 황궁 수비대를 보내서 몬스터들을 섬멸하게 한 거였을까?
내가 생각이 깊어진 것을 보고 클레이튼은 더이상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혹시 클레이튼 경도 그런 말 들은 적 있어요? 폐하가 마족과 계약한 것 같다는 말요.”
클레이튼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렇구나.
클레이튼도 알 정도면 그런 얘기가 이미 멀리 퍼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문의 근원지는 아마도 대공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마족과 계약을 했다고 하더라도 폐하께서는 일신의 안위를 위한 소원을 비시지는 않았을 겁니다. 폐하께서 마족과 계약했다는 말도 믿지 않지만 말이죠.”
클레이튼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밀크도, 클레이튼도 이스마힐을 믿고 있었다.
나 역시 그에 대한 믿음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는 제국을 사랑했고 제국을 위해서 성심을 다했다.
만약 대공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공이었다면, 몬스터들이 나타나서 제국민들을 공격할 거라는 걸 알게 됐다고 하더라도 마족과의 계약 같은 소리가 나올 것을 두려워해서 모르는 척 넘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단순한 추측만은 아니었다.
정말로 그럴 것 같았다.
그런데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했던가.
클레이튼과 함께 별궁에 도착했을 때 그가 접견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드보라에게서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처음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 왜애!’
하고 짜증을 내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클레이튼은 바로 돌아가지 않고 내 곁에 남았다.
괜찮으니까 돌아가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대공과 단둘이 있는 시간이 편하지 않을 것 같아서 클레이튼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우리가 접견실에 들어가자 의자에 앉아있던 대공이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는 이스마힐과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30대 중반을 넘어선 사람이었다.
전에도 이미 그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만 해도 그의 얼굴에는 그 나이에 맞는 세월의 흔적이 보였었다.
그런데 접견실에서 나를 돌아보는 대공은 내가 전에 봤을 때의 모습보다 젊어 보였다.
이스마힐의 친구라고 해도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의 모습에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달라진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는 아무리 잘 봐주려고 해도 미남이라 할 수는 없는 얼굴이었었다.
훈남이라고 우겨볼 수는 있더라도 미남이라는 말은 절대로 붙일 수 없는 얼굴이었던 것이다.
훈남이라고 우기려고 해도 억지라고 느껴질만한 얼굴이었는데.
그런데 접견실에서 내 앞에 앉아있는 대공은 분명히 달라져 있었다.
그렇게 엄청난 격변을 맞이한 사람을 보고도 그가 대공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아…버지?”
도대체 얼굴에 무슨 짓을 한 거지?
현대 세계라고 하면 의학의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하겠지만 혹시 마법인가? 아니면 진짜 마족이랑 계약이라도 한 거야?
“아젤린. 얼굴이 좋아보이는구나.”
그가 일어서서 나에게 다가왔다.
두 팔을 가득 벌리고 금방이라도 나를 안으려고 하는 것 같은 포즈였지만 나는 몸을 돌려 의자로 다가가 앉아버렸다.
그가 머쓱해 했지만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카란 엘 카도프.
나를 바라보는 연한 갈색 눈동자에 잠시동안 붉은 광기가 번뜩인 것 같다고 생각된 것은 순전히 내 오해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는 여전히 수많은 의혹 속에 싸여 있었다.
내가, 아니, 아젤린이 자해를 하고 쓰러진 후에 그가 아젤린에게 보인 반응은 아무리 양부라고 하더라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았다.
내가 살아나기를 바라지 않은 것 같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젤린은 그에게 그저 소품이나 도구에 불과했으니까 아젤린이 죽은 후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 다른 여자들을 물색하러 다녔다는 것도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었지만 나는 그것 말고 다른 진짜 이유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멈추지 못했다.
특히나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완전히 새로운 육신을 뒤집어 쓴 그를 보고 있자니 그런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클레이튼이나 드보라에게 말한다면 말도 안 된다면서 혀를 차겠지만 내 상상력을 제대로 발휘하자면 나는 그가 귀족의 사생아들을 모으는 게 다른 이유 때문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귀족의 사생아는 그만큼 혈통이 좋다.
사생아라고 해도 귀족의 자식인 것은 맞고 그런 혈통 좋은 제물은 마족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
이건 전부 내가 그동안 판타지 소설을 보면서 얻게 된 지식이지만 오크와 오우거도 나오는 판국이니 이것 역시 믿을만한 정보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대공이 만일 마족과 계약을 했다면 그는 손쉽게 제물을 구해 바치면서 자신의 소원을 이루어 나갔을 것이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 사생아.
그들을 찾아낼 수 있는 대공.
그러면 얘기가 대충 들어맞지 않나 싶고.
아젤린도 처음에는 그런 이유로 그에게 선택됐다가 독보적인 미모라든지 어떤 특별한 이유로 인해서 제물이 되는 것을 벗어났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제물로 선택되고 마족의 저주를 받아서 혹시 내가 빙의하게 된 건가?
-.,-
왜 그 말이 그럴싸 하다고 생각되지?
그런 생각들은 순간적으로 빠르게 내 머릿속을 스쳤고 내가 대공의 앞에서 생각에 잠겨 있었던 시간은 극히 짧았다.
“좋아보이는구나, 아젤린.”
그가 말했다.
“아버지도요.”
대공을 아버지라고 불러야 하는 것이 굉장히 치욕스럽게 느껴졌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연회에서도 아주 빛이 났다고 하더구나.”
“당연하잖아요. 설마 걱정하셨어요?”
그의 가신이 주최한 연회였으니 소문이 바로 들어갔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게다가 페멘토르도 부지런히 입을 놀렸겠지.
좋은 소리는 안 했을 거다.
대공은 내 뒤에 서 있는 클레이튼을 바라보았다.
경멸하는 것 같은 느낌이 다분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클레이튼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전방을 주시했다.
대공이 어떤 인간이건 클레이튼에게 함부로 할 수 있는 권한은 없었다.
지금은 더욱 더 그랬다.
지금의 클레이튼은 페멘토르의 기사단에 속해 있지도 않고 번개의 그림자 단원이니.
나같으면 옛 일을 다 기억하고 있다가 대공에게 일일이 갚아줄 것 같은데 클레이튼은 대공의 시선을 피하고만 있었다.
클레이튼이 대단한 건지 대공이 대단한 건지 잘 모르겠다.
대공이 너무 막강한 사람이라서 함부로 굴 생각을 하지 못하는 걸 수도 있었다.
“내가 아젤린과 둘이서 할 얘기가 있는데 나가있도록 해라.”
대공이 클레이튼에게 말하자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나가지 않겠다고 마음 먹은 것 같았다.
나는 클레이튼이 대공을 어려워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렇게 마음을 먹는 게 어려웠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요. 그렇게 해요.”
“밖에 있을 테니 필요하면 바로 부르십시요. 공녀 전하.”
클레이튼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대공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노여운 기색을 숨기지 않고 클레이튼을 바라보았다.
필요하면 부르라는 말이, 대공이 나한테 해코지라도 할 것 같으면, 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그럴게요. 고마워요. 클레이튼 경.”
클레이튼은 나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클레이튼이 나를 그렇게 대우해 준 덕에 내 지위가 좀 더 높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클레이튼은 그것을 위해서 위험을 감수한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대공은 클레이튼의 뒷모습을 끝까지 노려보더니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페멘토르는 용도가 많다.”
“아버지한테는 그렇겠죠.”
“너한테도 마찬가지야. 가까이 둬서 나쁠 게 없는 사람이다.”
“좋을 것도 없는 사람이고요. 용건은 그게 전분가요?”
아젤린이 그동안 대공에게 어떤 식으로 대해왔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도 그를 대하는 게 자신은 없었다.
그러나 그동안 아젤린이 그에게 어떻게 대했건 이제부터는 그가 새로 적응해 가면 될 일이었다.
“내가 그동안 너를 어떻게 키웠는지 잊지 마라. 고아원에서 하루에 한 끼나 간신히 먹으면서 원장에게 얻어맞던 너를 내가 구해냈다는 걸 잊지 말라는 말이다.”
“아버지가 자비심이 넘쳐서 그런 건 아니지 않나요? 저야말로 용도가 많으니까 데려온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대공의 표정이 잠시 경직되었지만 그는 곧 노련하게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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