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Majesty, that sounds like my novel RAW novel - Chapter (20)
— 옷은 왜 벗니? 누나 설레게? –>
“슈덴하르트 국왕이 숙부한테 넘어갔다는 건 새삼스럽지도 않군.”
이스마힐이 말했다.
자기 목숨이 달린 일인데, 암살에 대한 얘기인 건데 저렇게 평화로울 수도 있는 건가 싶고 심히 걱정이 됐다.
“대공은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이미 다른 나라에도 손을 뻗치고 있습니다. 저만 해도 그렇게 해서 제국에 오게 된 것이 아닙니까. 슈덴하르트라면 전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활동했던 적이 있어서 저에게는 익숙합니다. 제가 가서 대공의 목을 잘라오겠습니다.”
헉. 밀크 오빠.
멋있는 것 같기도 한데 과격하고 좀 무식해 보인다.
일을 그렇게 처리하면 안 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스마힐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이스마힐은 여전히 상식이라는 바탕 위에서 사고를 하는 게 가능한 상태였고 조용히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다.
“거기에 숙부가 직접 갈 것도 아니지 않은가. 다른 사람을 시키겠지.”
“아…”
뭐야. 밀크.
몰랐던 거야?
“그런데…”
이스마힐의 눈빛이 갑자기 번뜩였다.
“숙부가 그때를 노린다면. 그때까지는 안전하다고 봐도 되겠군.”
이스마힐이 말했다.
이 사람은 또 뭐래?
왜 결론이 그렇게 튀어?
“그때까지는 내가 하고 싶은 걸 자유롭게 할 수 있겠어. 아젤린. 나랑 같이 별궁으로 놀러갈까? 이 지긋지긋한 황성을 떠나자.”
“폐하?”
괜찮냐고 정말로 묻고 싶었다.
뭐. 내가 말 안 해도 밀크가 알아서 말리겠지 했는데 밀크는 그거야말로 좋은 생각인 것 같다고 하면서 환호했다.
아니. 어떤 부분이? 왜?
“폐하는 정말 현명하신 것 같습니다. 그동안 휴양지로 한 번 가 보려고 해도 대공이 언제 자객을 보낼지 몰라서 편히 쉬지도 못하시지 않았습니까. 이번에야말로 정말 기회인 것 같습니다. 대공이 슈덴하르트에서 계획을 대대적으로 세웠으니 그 전에 사사롭게 다른 짓을 도모하지는 않을 거고요.”
듣고 보니까 묘하게 설득되려고 하는데.
아니야. 아니야. 정신 차려. 너라도 정신 차려야 돼, 아젤린!
나는 고개를 절레 절레 저으면서 생각했다.
“좋아. 그럼 차질 없이 계획대로 진행 하자고.”
이스마힐이 말했다.
무슨 계획요?
계획 세운 거 1도 없잖아요.
아무리 호소를 하려고 해도 두 사람은 내 말을 들어주지도 않고 그때부터 간식을 폭풍 흡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빠르게 사라지는 간식을 보면서 내 마음도 다급해져서 나도 조용히 그 대열에 합류했다.
맛있네.
어떻게 이런 걸 만들지?
“단장은 이제 돌아가서 쉬어도 될 것 같군.”
이스마힐이 말했다.
아. 나도 돌아가야겠구나, 했더니 이스마힐이 나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아젤린에게는 아직 할 말이 남았다.”
“폐하. 그럼 옆 방에서 대기하고 있을 테니 공녀 전하께서 돌아가실 때 불러주시지요.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그럴 것 없다. 대공이 심어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눈에 불을 켜고 있을 텐데 이 밤중에 함부로 돌아다니게 할 수는 없지.”
이스마힐은.
이상하다.
이스마힐의 결론이 튀는 방향이 가끔 이해가 안 될 때가 있었다.
“아버지가 의심하지 않을까요? 제가 폐하께 사실대로 말씀드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제가 좀 무례하게 굴었거든요.”
“아마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동안 아젤린이 나에게 잘못한 것들이 좀 있어서 그걸 들킬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그 얘기를 털어놓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힘들 거야.”
“네?”
아젤린. 너는 무슨 짓을 했던 거냐.
그런데 이스마힐은 그걸 알고 있었던 건가?
그러면서도 모르는 척 넘어가 줬다는 거고?
도무지 이해 안 되는 것들 투성이였다.
밀크는 옆 방에서 대기하고 있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이스마힐의 접견실에는 다시 나와 이스마힐만 남게 됐다.
개인 접견실이 그동안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두꺼운 커튼을 옆으로 밀자 그 뒤에 호화로운 침대가 나왔다.
나는 기함을 토했다.
“폐… 폐… 폐하… 이게 무슨…”
“잠을 자야 할 것 아닌가. 밤새 뜬 눈으로 버틸 생각이야? 체력에 자신 있는 모양이군.”
“그런 게 아니고요.”
우리.
아무리 볼 꼴 못 볼 꼴 다 봤고 볼 장 다 본 사이라고는 하지만 이건 너무.
두근두근하잖아.
“안으로 들어가서 편히 쉬도록 해. 아랫사람들에게 이런 몰골을 보일 수는 없지 않겠나. 지금 얼굴이 엉망이야.”
“네? 아아아…”
깜빡 하고 있었다.
밀크도 트레이를 밀고 들어오다가 내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었는데.
내가 이스마힐과 함께 있다가 나갔는데 눈이 퉁퉁 부어있으면 그거야말로 여러 사람의 입에서 말이 나오게 하기에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쪽에서 책을 보고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쪽에서 편하게 쉬어. 커튼은 쳐도 되고. 내가 있는 게 불편하면 나는 침궁으로 돌아가도록 하지.”
“아. 아니에요. 그냥 거기에 있어주세요.”
침대에 눕고 싶지는 않았지만 너무 많이 울어선지 잠이 왔다.
내 침실에서는 불면증으로 고생을 그렇게 많이 했는데 신기하다.
나는 이스마힐이 말해준대로 커튼을 치고 침대에 누웠다.
그러다가 대공이 나에게 했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이스마힐이 나를 구하지 않았으면 자기가 구했을 거라고 했던 말.
자기도 구하려고 했는데 이스마힐이 더 빨랐을 뿐이라고 했었나?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묻고 싶었다.
내가 자해를 했던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혹시 이스마힐이 나를 구해 줬는지.
아젤린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스마힐.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
커튼 쪽에 대고 말하자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해봐.”
“제가 자해를 하고 쓰러진 날요. 혹시 저랑 같이 계셨어요?”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내가 한 말을 못 들은 건가 하면서 귀를 기울였지만 시간이 지나도 마찬가지였다.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하자 커튼이 조금 밀리면서 그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벽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기억이 전혀 안 나는 거야?”
이스마힐이 말했다.
그는 내가 그날의 기억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하시기 어렵겠지만. 그 일이 있기 전의 일들은 거의 기억이 안 나요.”
“설마.”
“그동안은 드보라가 알려줬어요. 제가 알아야 할 것들. 제가 알아야 하는 사람들. 행동. 말.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런 사소한 것들을 다요.”
“믿을 수가 없군.”
누나도 그래.
나는 그를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드보라를 지켜주겠다고 눈에 불을 켠 이유가 이해되는군.”
이번에도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의 얼굴이 지쳐보였다.
침대도 넓은데.
앉아서 들으라고 하는 건 상관 없겠지?
나는 내 마음대로 생각하고 침대에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남자들은 그걸 다른 뜻으로 받아들일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나이를 헛 먹었나보다.
“피곤해보여요. 이스마힐. 앉아서 얘기해요.”
내 말에 이스마힐의 어깨가 움찔하는 것 같더니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그 순간 짐승처럼 빛난 것 같다고 한다면 잘못 본 걸까.
나는 그냥 이스마힐이 피곤해 보여서 그런 것 뿐이었는데.
이스마힐. 옷은 왜 벗니? 누나 설레게?
이스마힐이 재킷과 블라우스를 벗더니 이불을 들추고 침대 위로 퐁당 뛰어 올라왔다.
“정말 아무 기억이 안 나?”
이스마힐이 나를 향해 누워 자기 팔 위에 고개를 얹은 채 나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물었다.
아젤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제가 이상하게 보이시죠, 폐하? 이런 말이 믿기지 않으시죠?”
“그렇지 않다. 나를 믿고 그런 말을 해 준 게 고맙기도 하고. 나를. 믿어준 것 맞는 거지?”
그건 아니고 그냥 될대로 되라는 심정이었는데.
사실은 호기심한테 져서 이렇게 된 거기도 하고.
하지만 그렇게까지 솔직해질 필요는 없는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천진난만한 표정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별궁에 간 건 우연이었다. 이유가 있어서 찾아간 건 아니었어. 그냥 우연히 그 앞을 지나고 있었지. 그러다가 기왕 거기까지 갔으니까 잠깐 보고 갈까 하는 생각을 했지.”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었을 텐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시녀에게는 내가 왔다는 걸 알리지 말라고 하고 문을 열었다. 그런데 거기에 아젤린이 쓰러져 있었지. 붉은 꽃 속에 있는 것처럼… 정말 붉고 무서웠었어.”
“그래서 저를 발견하고 구해주신 거군요.”
이스마힐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를 보셨나요?”
“숙부는 보지 못했다.”
그는 나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는 생각, 그리고 그에게 나를 알려주고 싶다는 욕심이 문득 들었다.
“이스마힐. 이스마힐은 걱정되고 겁이 날 때 어떻게 해요?”
그러자 그가 나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의 나이에 어울릴만한 웃음이었다.
황제가 아닌, 그냥 딱 그 나이의 남자에게 어울리는 웃음.
그 나이의 남자가 지을법한 웃음.
“그건 황제에게 허락된 감정이 아니지. 황제는.”
그는 그렇게 말을 하고 똑바로 누웠다.
“홈으로 들어갈 때까지 매번 다음 베이스를 향해서 달리는 사람이다. 도중에 아웃 당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달리는 거지.”
그 말이 그에게는 꽤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이스마힐을 위로해 주고 싶었다.
그가 잘 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고 싶고 내가 그의 편이라는 걸 믿게 해 주고 싶었다.
내가 몸을 굴려 그에게 가까이 다가간 것은 그런 의도였다.
그런데 굴러서 가 보고 나니까 생각보다 그에게 너무 가까워져 있었다.
그의 눈이, 마주 닿을 만큼 가까이에서 빛났다.
그곳에 밝혀진 촛불들이 그의 표정을 샅샅이 보여주었다.
그의 긴 속눈썹이 만들어내는 그림자.
내가 처음 이스마힐을 봤던 그 순간부터 나를 사로잡았던 그 모습이 내 눈 바로 앞에 있었다.
이스마힐이 나를 바라보다가 내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와 내 입술에 입을 맞췄다.
처음에는 가벼운 입맞춤이었지만 그의 혀가 내 입술을 열고 파고 들었다.
그의 입에서 차가운 파르페의 맛이 느껴졌다.
그가 웃음을 짓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우리의 얼굴이 맞닿아 있어서 그가 짓는 표정이, 얼굴 근육의 미세한 떨림이 온전히 내게 전부 느껴진다는 건 흥분되는 일이었다.
그는 내 옷을 다 벗기지도 않고 끈을 풀어 조금 느슨하게만 만들고서 그 안으로 손을 집어 넣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 순간들이 나에게는 아직 낯설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도 그런 것들에 익숙해질 것 같지는 않았다.
이스마힐의 손이 내 가슴을 더듬었다.
그리고 그의 입술이 다가와 내 귓불을 머금었다.
“흐으으윽…!”
나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고 입에서 작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이스마힐은 더 적극적으로 내 귀를 애무하다가 이로 귓불을 약하게 물었다.
“으흐으윽!”
귀가 원래 이렇게 민감한가?
나만 이러나?
그러면서도 나는 참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느껴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예민한 곳을 집중적으로 자극 당하는 것이 꽤나 견디기 어려운 고문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그의 위로 올라갔다.
그냥 장난하는 것처럼, 강아지들이 서로 투닥거리고 노는 것처럼 그런 걸 의도하면서 올라간 거였는데 웬걸.
올라가자마자 삐리리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내 옷은 풀어헤쳐저서 방탕해 보였고 내 아래에서 나를 올려다보는 이스마힐은 치명적인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