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Majesty, that sounds like my novel RAW novel - Chapter (28)
— 주특기 –>
근데 이스마힐의 말이 틀린 것 같지도 않았다.
인외의 존재 같은 완벽한 아름다움.
그가 가진 절대적인 권력과 권위.
예지력을 가진 것 같다고 느껴질 정도의 통찰력.
그런 것들은 가끔 그의 인간성을 의심하게 만드니까.
평범한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이루어낼 수 없을 것들을 그는 하나도 빠짐없이 갖고 있으니까.
그를 내 안에서 느끼며, 그가 찌르고 밀고 휘젓는대로 같이 움직이며 나는 흐느꼈다.
어쩌다보니 대륙에서 가장 고귀한 남자를 온전히 차지하게 됐다.
운도 좋지.
이 세계에 떨어지면서 아젤린의 몸에 빙의할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그 어려운 것을 한 것이다.
아젤린의 몸에 빙의한 것만이 운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이전의 아젤린에게는 이스마힐이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것은 점점 명확해지는 것 같았다.
드보라가 하는 얘기를 들어봐도 그렇고 이스마힐이 가끔 말할 때 느껴지는 분위기를 봐도 그랬다.
그는, 어떤 이유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아젤린에게 빙의한 이후로 아젤린이 달라진 것을 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나에 대해서 알 것 같지는 않지만.
책에는 분명히 내 이름이 써 있었다.
정시호.
사람들은 그게 예명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건 내 본명이다.
이스마힐은 그 이름을 수도 없이 봤을 것이다.
그래도 그게 내 이름이라는 건 모르겠지.
그러는 동안 그의 움직임이 더 격렬해졌다.
가끔 마주치는 눈빛이 너무 깊어서 의문이 더욱 커졌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은 눈빛인데.
“아젤린이 알고 싶어하는 것을 말해줄 수는 없다. 그러나 아젤린이 알아낼 수 있도록 도와줄 수는 있다.”
그가 다시 한 번 말했다.
답을 알려줄 수는 없지만 힌트는 줄 수 있다는 뜻 같았다.
그가 나에게 답을 알려주지 못하는 것이 그의 뜻이 아니라는 것도 확실해진 것 같았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을 다른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아젤린. 그게 신에게 선택된 자에게 부여된 특권이지.”
이스마힐이 말했다.
그게 힌트야?
무슨 힌트가 그렇게 뜬구름 잡는 식이야.
뭐라고 하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스마힐은 그런 나를 바라보면서 웃더니 내 뺨을 쓰다듬었다.
우리의 몸이 연결된 상태로 내 입술에 입을 맞추면 더할 나위 없이 깊은 친밀감이 느껴졌다.
“으흐으으으윽…!”
그의 신음이 내 입속으로 파고 들어오는 기분도 묘했다.
“아젤린. 아젤린…”
교성을 대신해서 나오는 내 이름.
그가 내 이름을 그런 식으로 부를 때는 흥분감이 고조되었다.
“흐으윽…!!”
어느 순간 내 몸도 뜨거워지기 시작했고 내 입에서 흐느끼는 듯한 교성이 터져나와 버렸다.
“이스마힐!”
그는 내 목소리를 들으면서 추삽질에 점점 더 열을 올렸고 그의 움직임이 점점 더 빨라졌다.
서로의 몸에서 흐른 땀이 섞이면서 부딪치는 소리가 음탕하게 퍼지길 얼마쯤.
그의 움직임이 격렬해지더니 정점을 찍고 그가 우뚝 멈췄다.
불컥불컥 거리면서 그의 것이 내 안을 채우는 게 느껴졌다.
이 자식. 이제는 실수가 아니라 미필적 고의로 안에 싼 게 틀림 없다.
나중에 가서 사과하면 된다고 생각한 것 같기도 했다.
“이스마힐!”
그의 어깨를 툭 때리면서 나름대로 무섭게 쏘아보았지만 그는 흐힛, 하고 웃더니 순진하게 굴었다.
“아젤린. 아이가 생기면 좋지 않을까?”
“뭐라고요? 우리는 결혼도 안 했잖아요. 결혼 할 수도 없는 사이고요.”
“왜? 우리가 진짜로 피를 나눈 혈족인 것도 아니고.”
이스마힐이 태평하게 말하면서 내 위에서 몸을 내렸다.
내 안에서 빠져나가지 않은 그의 페니스에서 서서히 힘이 빠지는 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 완전히 죽은 상태는 아니었다.
그는 마지막까지 몇 번 더 내 안에서 움직였다.
나도 그냥 그 순간에는 무책임한 채로 그 환희를 만끽하고 싶기도 했다.
“이스마힐. 혹시 나하고 결혼하고 싶은 거예요?”
완전히 발기가 풀리고 저절로 그의 페니스가 내게서 빠져나가자 이스마힐이 내 옆에 누워 내 몸을 어루만지는 동안 내가 물었다.
“아젤린은 싫어?”
“싫은 건 아니지만 순탄하진 않을 것 같아서요. 아버지도 아마 어떻게든 막으려고 할 거고요.”
“숙부가 왜?”
“아버지는 우리가 사촌이라는 걸 강요하겠죠. 아버지가 원하는 게 있으면 거기에 맞춰서 논리를 세울 거고요.”
그러나 이스마힐은 그게 문제거리냐 되냐는 듯이 픽 웃어버렸다.
“숙부의 반대가 뭐가 문제지?”
“이스마힐은 아버지가 두렵지 않아요? 대귀족들은 이미 아버지한테 대부분 포섭돼 있는데? 이런 말을 하는 건 미안하지만 대귀족들에게 선택하라고 하면 그들은 이스마힐이 아니라 아버지를 선택할 거예요.”
이스마힐도 그 사실은 모르지 않을 터였다.
황궁을 지키고 있는 지존은 이스마힐이었지만 대공의 힘은 나날이 커지고 있었고 그의 주위로 모여드는 사람들도 더 많아지고 있었다.
황성 밖에서 대공은 이스마힐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가신과 사병은 절대적인 충성을 맹세했고 영지민들의 고혈을 짜고 착취해서 대공의 배를 불리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이스마힐은 별로 실익도 없고 돈도 되지 않는 전쟁을 하면서 돈을 썼으니 그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기만 했다.
이스마힐이 제국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사지에 내모는 동안 대공은 철저히 실리에 의한 행동만을 해 왔고 그 결과는 극명하게 나타났다.
“내가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여?”
이스마힐이 나를 바라보고 물었다.
내가 뭐라고 대답하거나, 그게 그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거짓말이라도 해 주고 싶었다.
나는 그의 손에 깍지를 끼면서 잡았다.
“이스마힐. 폐하의 주위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들은 왕국 하나만큼이나 강해질 거예요. 저도 그렇게 될 거고요. 저희의 수가 적다고 겁 낼 필요 없어요.”
말을 하고 나자 전혀 힘이 안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스마힐의 곁에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라는 점만 부각된 것 같고.
그러나 그는 그 대답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는 제국을 다스리는 자가 아니다. 제국민을 지키고 보듬는 자지. 가끔은 고되게 느껴지지만 싫지는 않아. 아젤린처럼 나를 위로해 주는 사람도 있고 하니까.”
우리 이스마힐.
지쳤었구나.
그래도 내가 있어서 힘이 됐다는 소리에 기뻐서 그를 꽉 안아 주었다.
***
대륙에는 신성제국이 있었다.
신성제국의 신관들은 치유력이 뛰어난 것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내가 검술 훈련에 열을 올리면서 매번 상처가 늘어가자 이스마힐은 포션만으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것 같았고 신성제국에서 아예 신관 하나를 데려와야겠다고 마음을 먹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일을 추진할 즈음 대공이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제국의 진짜 권력자는 자기라는 걸 나타내기라도 하려는 듯 대공은 별별 말도 안 되는 거지같은 이유를 다 들먹이면서 그 일을 방해하려고 했다.
대공저에서 열린 연회에서 이스마힐이 사람들 앞에서 자기에게 창피를 준 것에 대한 보복 같아 보이기도 했다.
나는 이스마힐 편이니까 대공이 하는 짓이 꼴보기 싫었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대공은 그런 액션을 취할 필요가 있기는 했다.
대공저에서 있었던 연회에 대한 소문은 정말로 빠르게 퍼져 나갔고 사람들마다 그 얘기를 했다.
거기에서 대공의 새로운 양녀들이 얼마나 멍청한 실수를 했는지, 그래서 황제 폐하의 심기가 얼마나 상했는지 하는 소문을 드보라나 마담 르네 할 것 없이 모두 알고 있었다.
그대로 있다가는 대공의 명예가 계속 실추될 상황이었기에 대공은 별 수 없이 강승부를 둔 것 같았다.
이스마힐이 신관을 데려오기로 한 이유가 나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이스마힐이 그냥 그 계획을 포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괜히 나 때문에 이스마힐이 대공과 전면전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다른 이유로 그런 거라면 그냥 적당히 방관하면서 응원만 해 줘도 되지만 이건 나를 위해서 그런다는데 부담이 엄청났다.
그러나 이스마힐은 내가 하는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이스마힐이 신관을 데려오겠다는 것을 대소신료들이 반대할 명분은 크지 않았다.
신관을 데려오기 위해서 제국에서 여러 가지 혜택을 신관과 신성제국에 제공 해야 하기는 했지만 그게 그렇게 제국 재정이 위태로워질 정도로 과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대귀족과 대소신료들은 순전히 이스마힐을 길들이기 위한 반대만을 하고 있었다.
너무 뻔한 전개에 나는 점점 무력감을 느꼈지만 클레이튼은 그럴수록 나를 더 강하게 몰아붙였다.
폐하께서 나를 위해서 신관까지 공수해 올 생각을 하고 계시니 내가 강해지는 거야말로 폐하를 지지해주는 거라는 말에 나도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덕분에 나는 번개의 그림자 연무장 바닥을 침대 삼아 구르고 또 구르면서 연습에 연습을 반복했다.
처음에는 클레이튼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지만 나중에는 정말로 몸이 저절로 기억을 하고 먼저 나서서 공격을 피했다.
웃기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머릿속으로 계획을 세우기도 전에 몸이 저절로 알아서 반응을 보이는 경지에 이르게 될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땀은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런 날이 올 거라고 기대한 적도 없었는데 이제는 클레이튼과 동등하게 대련을 할 수가 있었다.
클레이튼조차도 당황한 모습이었다.
우리가 대련을 할 때면 번개의 그림자 단원들 뿐만 아니라 다른 기사단에서도 구경을 하러 오곤 했다.
우리의 검술을 드러내보일 필요가 있나 해서 못 보게 해야하지 않겠냐고 밀크 단장에게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밀크 단장은 그럴 이유가 뭐가 있냐고 물었다.
우리가 얼마나 강한지 알면 그들도 위축될 테니까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와 클레이튼이 대련 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나에게 대련을 신청해 오는 사람들이 점점 늘었다.
처음에는 번개의 그림자 단원들만 덤볐는데 나중에는 다른 기사단에서도 덤볐다.
그들은 내가 대공의 딸이라는 것 때문에 아직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내가 이스마힐과 친하게 지내고 있지만 그게 대공의 지시를 충실히 수행하느라고 그러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아군이건 적군이건 나를 자기들의 아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공도 아직 나를 내치지는 않았고 나를 이용해 먹을 수 있을 때까지는 이용을 하자는 심산인 것 같았기에 관계도가 더 복잡했다.
나는 페멘토르의 기사단원들을 하나씩 차곡차곡 쓰러뜨렸다.
그럴 때마다 기사단들끼리 싸움이 붙은 것처럼 경쟁이 과열되곤 했는데 다른 사람이 나서는 건 철저히 금지된 채로 개인끼리만 싸웠다.
우리는 이기는 싸움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일단 대련을 하는 동안에는 등 뒤에서 공격을 하거나, 칼을 놓친 사람을 공격하는 짓도 얼마든지 죄책감 없이 했다.
솔직히, 그런 사람들을 공격하는 게 야비하다고 말하는 게 더 웃기는 것 아닌가.
기회를 잡았으면 살려야지.
나는 여러 기술도 뛰어났지만 야비함만큼은 독보적이었다.
아주 그냥,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온갖 눈속임으로 상대방의 정신을 확 다 빼놓고 기습 공격.
체격 조건에서 이미 딸리는데 뭘 정정당당하게 하래.
그건 지들끼리 싸울 때 하라고 그러고 나는 그런 건 취급하지 않는다.
내가 계속해서 이기자 번개의 그림자 기사단의 위상은 점점 더 높아졌다.
명성이 높아진 건지 악명이 높아진 건지는 좀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지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