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Majesty, that sounds like my novel RAW novel - Chapter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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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이스마힐이 황제라는 사실을 잊는 것 같다.
그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는, 대륙에 유일한 제국의 지존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곧 법이 된다는 사실을.
그가 하는 한 마디가 얼마나 큰 파급효과를 가져오는지.
그가 한 마디의 명령을 내리기만 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움직여서 그의 말을 실현시키는지.
내가 너무 이스마힐을 띄엄띄엄 봐서 그걸 자주 잊는다.
이스마힐이 대륙 기사단들의 검술을 겨루는 대회를 개최하자고 했을 때 밀크의 얼굴에는 처음 몇 초간 의혹이 서렸다.
그러나 이스마힐이 간단하게 그 이유를 설명해 주자 밀크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번졌다.
“폐하. 그런 생각을 하시다니 정말로 놀라울 따름입니다. 성기사단은 절대로 지려고 하지 않을 테고 가장 강한 기사들을 보낼 테니 신성제국이 당연히 신관들을 딸려보낼 텐데 그때 신관들을 납치해서 인질로 삼자는 말씀이군요!!”
아니. 아니.
인질 아니라니까 왜 밀크도 똑같은 소리를 하는 거야.
“아젤린 공녀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다.”
이스마힐은 흡족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
“공녀 전하. 역시 대공의 피가 흘러 야비하십니… 아… 지략이 뛰어나십니다.”
이스마힐은 그런 소리는 나중에 둘이 있을 때 하라고 하더니 그 일을 진행시켜보라고 말했다.
“예, 폐하.”
일은 삽시간에 진행 됐다.
대공도 감히 거기에 대해서는 토를 달 수가 없었다.
대륙의 평화를 위한 일이라고 하는데 딱 신성제국과 성기사단이 지목된 것도 아니니 신성제국만 참가하지 못하게 하자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대공도 머리 쓰는 게 빤한 사람인데 우리의 꿍꿍이가 뭔지는 그도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설 수 없는 그의 심정이 오죽 답답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애도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일시는 촉박하게 느껴질 정도로 빠르게 잡혔다.
한 가지 부작용이 있다면 클레이튼이 난데없이 우승에 욕심을 내서 그때부터는 자기 훈련 양을 엄청나게 늘렸다는 거였다.
그러면서 자기 훈련에만 매진한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았는지 자기가 훈련을 할 때마다 꼭 나를 옆에다 두고 같이 훈련을 시키려고 그런다?
하. 나쁜 자식.
나는 그냥 검술 천재니까 범인이랑 똑같이 할 필요는 없는 건데.
나는 그냥 대충 술렁술렁 하기만 해도 되는 건데.
그러나 아무리 클레이튼에게 그 점을 어필하려고 해도 클레이튼은 들어먹질 않았다.
천재라고 해도 거기에서 연습을 더 하면 더 높은 경지까지 오를 수 있는 거라고, 그 누구도 확인하거나 증명할 수 없는 말을 탁 내뱉어 버린 것이다.
그래도, 클레이튼이 그렇다는데 내가 뭐라고 하겠는가.
불쌍한 나는 클레이튼이 시키는대로 훈련을 하느라고 포션이 남아나질 않았다.
이 자식은 자기가 시킨 걸 내가 너무 잘 해낸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처음에는 연무장을 스무 바퀴씩 돌게 하더니 시간이 지나자 아침 저녁으로 스무 바퀴씩 도는 것으로 바꿨다가 나중에는 하루 3회에 걸쳐 돌게 만들었다.
아니.
클레이튼을 욕할 게 아니다.
그건 다 내 책임이다.
좀 어려워하는 기색이라도 비쳤어야 되는 거였는데 그러질 않았더니. 흑.
다 내 탓인 거다.
클레이튼은 각 기사단별로 대표 검사를 뽑는 시합에서 꼭 우승을 하고 싶어했다.
아니. 그게 될 법한 소리냐고.
내가 있는데.
나 참. 기가 막혀서.
그런데도 클레이튼은, 목표를 높이 잡으면 그걸 이루기 위해서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거라고 하면서 정말로 목표를 높게 잡았다.
나는 또 그런, 자라나려는 새싹을 꾹 밟아주면서 희열을 느끼는 변태니까 클레이튼을 눌러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것 때문에 나의 나날들은 아주 힘들어졌다.
밀크는 정말로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보곤 했다.
연무장에서 훈련이 끝나면 진짜로 죽을 것처럼 힘들었는데 그래도 이스마힐은 그냥 별궁에 가서 쉬라는 말은 인사치레로라도 하지 않았다.
힘들면 자기 앞에서 쉬라는데.
아니. 이스마힐.
누나도 웬만하면 이스마힐이랑 놀아주고 싶지만 가끔은 진짜 너무 힘들어.
가끔은 그냥 잠만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래.
남자 얼굴 뜯어 먹고 살 것도 아닌데 그냥 오늘은 좀 쉬면 안 될까? 라는 눈빛을 보내도 소용이 없었다.
이스마힐은 반드시 나를 봐야 한다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다 내 죄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매력 발산을 그냥 적당히 하는 건데.
이놈의 페로몬.
이거 좀 조절할 방법이 없나.
이스마힐의 집무실에 시체처럼 걸어가서 의자에 앉아 책상 위에 엎드려 있으면 이스마힐은 책을 보다가, 나를 보다가 하면서 가끔씩 웃음을 지었다.
어느 때는 책 위에서 움직이는 눈동자가 원래의 평범한 독서처럼 옆으로 얌전하게 움직였다.
그럴 때 이스마힐이 뭘 보고 있는 건지는 확실했다.
그때의 내 책은 예언서가 아니라 야설인 것이다.
이스마힐이 고개를 들고 눈을 빛내면 나는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려버렸다.
건드리지마. 이스마힐.
꿈도 꾸지마.
나 죽어버릴 것 같아. 너무 힘들어.
그러나 내가 뭐라고 생각을 하건 이스마힐의 젊은 혈기는 지속적으로 풀어주지 않으면 안 되는 건지.
이스마힐은 짐승이 되어서 나를 덮쳤다.
힘들다고 소리를 지르면, 나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서 자기가 다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
아니. 이스마힐.
그런다고 어떻게 내가 손 하나 까딱을 안 할 수가 있겠…
응?
되네?
이스마힐은 언제 벗긴 건지 모르게 내 옷을 벗기고, 언제 넣은 건지 모르게 내 안에 들어오고 언제 움직인 건지 모르게 피스톤질을 하다가 내 안에 조신하게 정액을 쌌다.
너무 간단하게 해 버려서 내가 미안해질 정도였다.
히잇…!
그런, 뿌듯한 웃음 소리가 내 등 뒤에서 들렸다.
이스마힐은 나를 한 번 안아보고 싶기는 한데 그러면 내가 귀찮다고 화를 낼까봐 걱정이 되는 것 같았다.
머뭇머뭇하는 이스마힐의 팔을 잡아다가 입술을 맞춰주면 그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나는 아젤린의 그곳이 내 정액으로 채워진 걸 보는 게 좋다.”
이스마힐이 말했다.
그거.
상당히 야한 말인데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그렇게 말을 해 버리는 바람에 나는 얼굴이 새빨갛게 불타오르듯 붉어졌다.
“앞으로는 집무실에 자주 못 올지도 몰라요.”
괜히 민망해서 한 번 튕겨 봤더니.
“누구 마음대로?”
씨도 안 먹혔다.
“이스마힐. 나 거기에선 이스마힐보다 나이 많았는데.”
“그래서?”
“원래대로하면 내가 누난데.”
“그래서?”
“아니. 뭐. 그렇다고요.”
이스마힐은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라고 했다.
그게 왜 쓸데가 없어.
나도 나이 부심 좀 부려보자.
“힘들면 검술 훈련 하지마. 훈련 안 해도 잘 하잖아. 지금도 충분하잖아. 실력.”
이스마힐이 말했다.
“그걸 어떻게 알아요?”
요즘은 연무장 주위에서 이스마힐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물었더니 그가 피식 웃었다.
자기는 내가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다 안다나?
개뿔.
“내가 엄청 열심히 훈련해서 제국의 명성을 드높일게요. 성기사단이 꿈뻑 죽게. 그럼 우리가 따로 말을 안 해도 신성제국이 먼저 제안을 할지도 몰라요. 여기에서 배울 수 있게 해 달라고. 성기사들을 받아달라고요.”
“그렇게까지 무리할 필요는 없다. 납치하는 게 훨씬 간단해.”
“아, 그 납치라는 소리좀! 미개인도 아니고. 우리가 실력으로 승부하면 되는데 왜 그래요.”
“맨날 퍼져서 나랑 놀아주지도 않으니까.”
이스마힐이 삐죽거리면서 말하는데 왜 이렇게 귀엽지?
진짜, 누나가 이렇게 피곤하지만 않으면 막 귀여워해주고 싶은데.
그의 얼굴을 보다가 잠이 들어버렸다.
눈을 떴을 때는 별궁의 내 침대였다.
드보라는, 아가씨께서 요즘에 너무 무리하시는 게 아니냐면서 걱정을 했다.
아침에 일어나자 왠지 다른 날보다 훨씬 상쾌한 것 같다 했더니 이스마힐이 포션을 가져와 먹였다고 드보라가 말해주었다.
포션은 아직 대공에게밖에 없는데.
그럼 이스마힐이 뭔가 안 좋은 조건으로 거래를 한 거라는 생각에 나는 걱정이 됐다.
내 몸이야 놔두면 그냥 피로가 풀릴 건데 왜 그런 데에 포션을 쓴 건가 하고 답답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나는 일어나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이스마힐을 찾아갔다.
그는 곧 대신들을 봐야해서 시간이 별로 없다고 말하면서도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아침부터 아젤린을 보니 좋군. 우리 매일 아침 이렇게 보는 게 좋겠어. 이제부터 매일 아침 문안 인사를 하러 오도록.”
“문…안 인사요?”
“왜? 싫은가?”
“오늘은 어쩌다보니 일찍 일어난 거고. 저 원래 아침 잠 많은데.”
“이제부터 그 습관을 고치면 되겠군.”
하.
저 자식은 왜 저렇게 고집만 세지?
“포션을 가져와서 먹이셨다면서요?”
“드보라는 굉장히 입이 싸군.”
“드보라는 당연히 그 얘기를 해야죠.”
“그래. 먹였어.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놔두면 저절로 나았을 거예요. 그래. 포션을 먹으면 더 빨리 낫고. 그래서 이렇게 활기찬 얼굴로 나를 보러 왔잖아. 그럼 된 거지.”
“아버지한테 뭐라고 말하고 그걸 얻은 거예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아버지가 그걸 순순히 그냥 줄 이유가 없을 텐데요.”
“이상한 조건을 걸기는 했지.”
역시.
나는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해요? 뭘 요구해요?”
“내가 사촌들과 좀 더 친하게 지낼 필요가 있다고 하더군.”
“사촌요? 저요? 우리 친하잖아요. 우리가 안 친해 보이나?”
“아젤린이랑 친한 건 알겠지. 숙부가 말한 건 다른 두 양녀야. 이번에 새로 데려온 여자들.”
“네?”
혹시 샬럿과 카트린?
대공저에서 열린 연회에서 한 말이,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한 말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하셨어요?”
어떻게 하기로 하나 마나.
이미 포션을 받아왔는데.
그럼 거래는 성립했다는 것이 아닌가.
“두 사람이랑. 뭘 하셔야 되는데요?”
“궁에 들여달라고 하더군.”
“네?”
이것들이!!!
내가 이스마힐의 인질인 걸 부러워하더니 정말로 그렇게 말했다는 건가?
“그래서… 어떻게 하실 거예요? 그렇게 하겠다고 하셨어요?”
“그래.”
“아니. 그냥. 이스마힐은 황제니까 세금을 확 때려버리지. 강압적으로 포션을 뺏어버리거나.”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되지도 않는 말인 것은 나도 알고 있었다.
대공이 가만히 당하고 있을 위인도 아니고, 정말로 이스마힐이 그렇게 했다가는 그 기회를 잃지 않고 오히려 대공이 사병을 일으켜 이스마힐을 공격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속이 타들어가는데도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러나 웬일인지 이스마힐은 굉장히 편안해 보였다.
혹시 그 일에 대해서도 책이 이미 이스마힐에게 알려준 게 있는 걸까?
“두 사람도 별궁에서 살게 돼요?”
“응.”
이스마힐은 평화로운 얼굴로 말했다.
“그러니까. 음. 제가 살고 있는 별궁에서 같이 살게 된다는 거죠?”
“응.”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이제 앞으로 그 두 사람과 매일 마주쳐야 한다고 생각하니 차라리 내가 별궁을 떠나고 싶었다.
아예 이스마힐의 개인 접견실로 탈출을 해 버릴까?
여기에 방 좀 내 달라고 질척거려봐?
그런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들자 그가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왜 저렇게 사악해 보이지?
이미 샬럿과 카트린에게 엿 먹일 작전을 다 세워놓은 것 같은 저 얼굴은 뭘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