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Majesty, that sounds like my novel RAW novel - Chapter (40)
— 밸붕각 –>
푸른 빛이 검신을 가득 감싸며 스스로 움직였다.
용 한 마리가 느긋하게 움직이는 것 같은 그런 모습이었다.
“이스마힐?”
나는 그를 불렀지만 그는 페멘토르의 검신에서 조금도 눈을 떼지 않았다.
나는 클레이튼에게 묻고 싶었지만 옆에 이스마힐이 있어서 불편했다.
그렇다고 그렇게 중요한 순간에 일어서서 클레이튼의 곁으로 갈 수도 없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페멘토르의 검신에 깃든 것이 오러 블레이트가 맞는지, 소드 마스터가 아니면 사용할 수 없다는 그 전설의 비기가 맞는 것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모두가 두 사람에게 열중해 있었다.
밀크는 그때부터 급속도로 밀리기 시작했다.
페멘토르의 얼굴에는 잔인한 표정이 드러났다.
안돼…!
나는 그가 밀크의 목숨을 뺏을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멈춰야 해요. 이스마힐. 페멘토르가 밀크를 죽일 거예요!”
내가 말했지만 이스마힐은 페멘토르를 노려볼 뿐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밀크가 시합을 포기하고 먼저 끝낼 수도 있었지만 그 역시 페멘토르 앞에서 검을 내리지 않았다.
그것은 두 기사단 간의 시합처럼 보였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대공의 가신인 페멘토르.
그리고 황제 직속 기사단의 전직 단장인 밀크.
그 자리에서 밀크가 시합을 중단하고 스스로 포기해 버린다면 대공의 위치는 높아지는 반면 이스마힐이 얻게 되는 타격은 상당할 거였다.
그러나 나는 이스마힐이 그것 때문에 밀크를 포기하지는 않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
이스마힐은 아직 모르는 거라고, 페멘토르가 쓰려고 하는 기술이 얼마나 막강한 것인지 모르는 거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처음에 흐릿한 안개처럼 피어오르던 검기는 점점 강렬하고 선명한 빛을 띠었다.
‘페멘토르에 대한 얘기가 사실이었나봐.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저 정도면 소드 마스터급인 거 아니야? 이거 너무 급전개잖아? 소드 마스터가 그동안 뭐가 부족해서 대공한테 빌붙어서 빌빌 거리고 있었던 거지? 아닌가? 소드 마스터니까 그러고 있었던 건가? 제국의 유력자 대공이니까?’
복잡한 생각을 하는 동안 페멘토르가 야비한 웃음을 지었다.
나는 페멘토르가 무엇을 노리는지 알 것 같았다.
다시는 밀크가 검을 잡지 못하도록 그의 어깨에서 아예 팔을 날려버리려고 하는 듯했다.
내가 임시로 만들어져 있던 단상 아래로 내려갔을 때 내가 움직인 것을 알아차린 사람은 없었다.
나도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했다.
자리를 박차고 달려나가 왼손으로 단상의 난간을 짚고 몸을 띄워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오른손으로는 검을 뽑아 들며 달렸다.
오오오오오!!
사람들이 놀란 듯이 소리쳤다.
밀크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순간이 있다.
이 싸움에서 자기가 모든 것을 잃게 될 거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밀크는 지금이 그 순간이라는 것을 알았을 터였다.
그리고 그가 잃게 되는 것 중에 이스마힐의 명성이 같이 있다는 것을 더 괴로워하는 것 같았다.
나는 밀크를 한 번 바라보고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잘 싸웠다고 말 해주기에는 그 시간이 짧았지만 오래 시간을 쓸 수는 없었다.
“페멘토르 경. 번개의 그림자 기사단 대표로 나갈 자는 납니다. 페멘토르 경이라면 나하고 겨루는 게 맞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죠?”
페멘토르는 놀란 것 같기는 했지만 내 요구를 거절할 분위기도 아니었다.
누가 보더라도 밀크가 나보다 훨씬 더 강하게 보였을 거였다.
페멘토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저도 조건이 있습니다.”
페멘토르가 말했다.
“말씀하시죠.”
“제가 이기면 공녀 전하의 팔을 저에게 주시겠습니까?”
이 미친 새끼 봐라?
내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단상에서 이스마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다. 내가 허락하겠다. 페멘토르 경이 이기면 내가 손수 아젤린 공녀의 팔을 페멘토르 경에게 주겠다.”
이스마힐 이 자식!
저 자식이 흑막이었던 거야?
사실은 저 자식이 이 모든 일을 꾸민 거야?
배신감에 빡쳐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더니 이스마힐이 나를 보고 웃었다.
아닌가? 이스마힐은 나를 믿고 있는 건가?
“대신 아젤린 공녀가 이기면 그 자리에서 페멘토르 경의 검으로 경의 혀를 베겠다. 감히 황제의 여자를 탐한 죄다.”
그가 한 마디, 한 마디를 힘주어 말했다.
웅성웅성.
사람들은 자기들이 들은 말 중에 어떤 부분에서 가장 놀라야 하는 건지 그것 조차 확실히 알지 못한 채 웅성거렸다.
페멘토르의 혀를 베겠다는 부분인지, 나를 황제의 여자라고 한 부분인지.
“이기거라. 아젤린 공녀.”
이스마힐이 좀 전과는 한층 달라진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그리고 이스마힐이 나에게 두 손을 들어 뻑큐를 날렸다.
그래. 너도 하나 먹어.
나는 검을 들지 않은 손으로 그에게 뻑큐 하나를 날려 주었다.
그는 페멘토르의 오러 블레이드를 알고 있는 걸까?
그의 검술이 나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저러는 건가, 모르고 저러는 건가.
검술 자체만으로는 비등할지 모르지만 그는 내가 당할 수 없는 한 단계 위의 기술을 구사하고 있는데.
혹시 책이 뭔가 특별한 것을 알려준 걸까?
내가 클레이튼과 함께 연습을 하면서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나는 그냥 검술을 익힌 것일 뿐이고 마나는 사용할 줄도 모르는데.
어떻게 해야지?
그러나 우연히 고개를 돌려서 발견한 클레이튼의 표정이 너무나 평화로워보이는 거다.
그는 나를 전혀 걱정하지 않고 있었다.
뭐지? 왜 이 인간들이 나를 걱정을 안 해.
혹시 포션이나 신관을 믿고 있나?
여차하면 신관을 납치해서 치유하면 된다고 생각하나?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하세요. 공녀 전하.”
클레이튼이 말했다.
나는 또 무슨 대단한 얘기라도 해 줄 줄 알았네.
그래도 일단은 내 몸이 익힌대로 페멘토르를 상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알기로는, 아무리 소드 마스터라고 해도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는 고작 서 너번에 불과했다.
그리고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기 위해 마나를 끌어 모으는데는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하지 못하게 방해를 해야겠다는 단순한 생각이 들었다.
마나를 집중하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방해하다보면 그는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지 못할 것이고, 그런 와중에 페멘토르도 마나를 소모하기는 하니까 끈질기게 버티면 그를 방전시킬 수 있다는 생각.
우선은 그게 최선 같았다.
다른 생각은 나지도 않았다.
“먼저 가겠습니다. 공녀 전하.”
페멘토르가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이 채 끝나기로 전에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 새끼.
장난이 아니었다.
단순히 검술 대회를 위한 대표를 뽑는 그런 차원으로 덤비는 게 아니라 이 싸움에서 나를 죽이게 되더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어어어어!!”
“공녀 전하…!”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단장님 눌러버리세요!”
페멘토르를 응원하는 놈들도 많았다.
저 새끼들. 일단 이 자식을 끝내놓고 나서 한 번씩 다 어루만져줘야지.
챙챙 거리며, 무시무시한 바람을 일으키면서 검끼리 몇 번이나 부딪쳤다.
위력적인 페멘토르의 검을 피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대단하기는 했다.
그동안 멀리에서 페멘토르의 검술을 본 적이 있었지만 그건 모두 위장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위협적이고 위험했다.
한 번씩 파고드는 검은 내 몸을 정확히 반으로 쪼개버릴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내가 생각하기도 전에 검이 먼저 움직였다.
처음에는 내가 너무 열심히 훈련을 해서 몸이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는 경지에 이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단순히 그렇다고 보기에는 뭔가 이상했다.
저절로 움직이는 검을 내가 붙잡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
그 느낌이 강해진 것은 페멘토르와 눈이 마주쳤을 때였다.
처음에 자신만만했던 것과 달리 그의 얼굴에 점점 긴장하는 기색이 떠올랐다.
그것은 제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지을 법한 얼굴이었다.
몇 번이나 시도한 필살기가 나에게 가로막히자 그가 미간을 확 찌푸렸다.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마검입니까!”
페멘토르가 말했다.
마검은 무슨.
이거 그냥 클레이튼이 적당해 보인다면서 주워다 준 건데.
라고 생각했는데.
처음 그 검을 잡았을 때부터 뭔가 달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검술 실력이 미천했을 때는 그게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도 없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검은 언제나 나보다 먼저 움직였다.
내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내가 흘린 땀이 나를 배신하지 않고 나를 위해서 대신 싸워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클레이튼을 바라보았다.
그라면 그 답을 알고 있을 것 같아서.
그것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한 눈을 파는 멍청한 짓 같아 보였을 것이다. (사실은 멍청한 짓을 한 게 맞았다.)
페멘토르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나에게 파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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