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Majesty, that sounds like my novel RAW novel - Chapter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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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의 가신이라고 대공이 많이도 준 모양이다.
나는 문득, 과거의 나를 떠올렸다.
페멘토르는 보스몹도 아니고 중간몹도 아닐 텐데.
초반에 나온 쩌리에 불과한 상대라고 해야 이야기를 전개해 나갈 수 있을 텐데 초반에 만난 적을 상대로 오러 블레이드까지 써 버렸으니 이건 파워밸런스 붕괴 각이다.
내 소설을 이렇게 썼으면 편집자님 면담 각인데.
나는 클레이튼을 힐끔 바라보았다.
그는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스마힐은 얼굴이 창백해져 있었다.
걱정하지 않을 줄 알았더니.
내가 싸우는 도중에 나를 부른 것도 그렇고 이스마힐은 걱정을 많이 했던 모양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얼굴도 구경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믿을 수 없다는 얼굴들이었다.
도대체 방금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는 표정들이었다.
그러게. 나도 놀랐다.
나도 내가 이렇게까지 쩌는 줄은 몰랐으니까.
밀크를 봤더니 밀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나에게 뻐큐를 날렸다.
그래. 너도 먹어. 세 개 먹어.
그걸 보고, 나랑 친하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그걸 배워버릴 줄이야.
여기저기서 뻐큐가 날아왔다.
친한 사람들한테서 받을 때는 그나마 괜찮았는데 누가 봐도 대공파인 사람들에게서 뻐큐를 받으니까 기분이 굉장히 나빴다.
그러나 자업자득이고 인과응보인 것을…
“폐하를 위해서 이겼습니다. 존귀와 영광이 아스테라 제국과 지존께 세세토록 영원하기를 기원합니다. 폐하.”
나는 의젓하고 멋지게 그의 앞에서 다리를 꼬아 경의를 표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건 안 해도 되니까 빨리 와 보라고, 다치지 않았는지 보게 빨리 좀 와 보라고 그가 재촉하는 것 같았다.
“그럼 신이 뒷처리를 하겠습니다.”
그 말을 한 사람은 밀크였다.
밀크의 목소리가 들리기는 했는데 그가 원래 있던 자리에서 나온 소리가 아니라서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더니 그가 어느새 내 뒤에 와 있었다.
밀크의 손에 단도가 쥐어져 있었다.
헉!
밀크가 나를 노려?
그 생각을 하면서 정신이 아득해지고 있을 때 그가 페멘토르의 멱살을 바투쥐더니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고 사악하게 웃었다.
“가져갈 것만 가져가고 놔 주겠다.”
나는 밀크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지만 다음 순간에 모든 것이 한번에 명확해졌다.
뒷처리라는 것이, 페멘토르가 이 싸움에서 졌을 때 포기하기로 한 혀를 잘라내는 거였다니.
아아아아아악!!
지켜보는 사람들이 지른 비명도, 페멘토르의 비명에 못지 않았다.
으으윽!!
나는 징그러워서 차마 그 모습을 다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밀크는 약속대로 페멘토르의 혀를 잘라냈다.
페멘토르는 포션을 마시려고 했지만 그건 밀크에게 모두 압수당했다.
“안 되지. 이건 치료하면 안 되지. 네가 감히 폐하의 명을 어기겠다는 말이냐.”
나는 밀크가 페멘토르를 괴롭히는 동안 이스마힐의 곁으로 다가갔다.
“포션을 나중에 마시면 안 고쳐져요?”
“바로 마셔야 효과가 좋지. 적어도 하루 안에는 마셔야 상처를 치료할 수 있다고 알고 있다. 위중한 상처일수록 포션의 효과가 유효할 수 있는 시간은 더 짧아지지.”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했다.
밀크는 페멘토르가 가지고 있던 포션을 모두 뺏었다.
우선은 압수의 명목이었지만 어차피 돌려주지는 않을 심산인 듯 했고 우리는 그 구하기 어려운 포션을 한 번에 여러 병이나 챙기게 됐다.
“제가 다칠까봐 걱정했어요?”
내가 묻자 이스마힐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심장이 얼어붙다가 산산조각 나서 깨져버리는 줄 알았어.”
“저한테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을 거라는 거 알고 계셨잖아요.”
“결과를 알더라도. 아젤린이 위험에 처해 있는데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괴로웠다.”
나는 그 말이 정말로 이해 됐다.
나 역시, 나한테 소중한 사람이 괴로워하고 아파하는 모습은 볼 수가 없을 것 같으니까.
더군다나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이라면 더 그럴 것이다.
나는 클레이튼에게 묻고 확인할 게 많았다.
“클레이튼 경.”
나는 그 검이 마검인지 묻고 그 검이 스스로 나에게서 마나를 이끌어낸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검을 깨울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클레이튼은 나에게 놀란 것 같았다.
“나눌 말이 많은 것 같은데 자리를 옮기도록 하지. 그리고 오늘은 아젤린을 위해서 조촐한 파티를 열어주겠다. 승리를 기념하고 축하해주는 의미로.”
이스마힐이 말했다.
왜 저 말이 그냥 순전히, 자기 좋자고 하는 말처럼 들리는 걸까.
아닐 거야, 정시호.
우리 마힐이, 그렇게 응큼한 놈 아니야.
마힐이를 믿어보자.
***
이스마힐의 집무실에는 나와 클레이튼, 그리고 밀크가 앉아 있었다.
이스마힐도.
클레이튼은 마검에 대한 얘기를 해 주었다.
마검의 전설은 오래 됐고 마검은 짱 셌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살기를 검사에게 전염시켜 검사가 죽을 때까지 싸우게 만드는 절대 병기라는 얘기가 전해진다고 했다.
처음에는 모두가 탐을 내는 무기였지만 마검을 손에 넣은 자들마다 정신과 의지를 잃고 미친 듯이 싸우다가 죽어가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그것을 기피하고 결국 누구의 손에도 닿지 않는 곳에 감추었는데.
그 마검이 숨겨진 위치를 알고 있던 사람이 클레이튼의 부친이었다.
그들은 대대로 마검의 전설과 마검이 숨겨진 위치만을 자신들의 후손에게 전해주었다.
아니. 근데 이 자식이!
나를 죽이려고 환장을 했나.
그런 검인 걸 알고 그걸 홀랑 나한테 가져와서 준 거라고?
얘기를 들을수록 화가 나서 내가 금방이라도 잡아 죽일 것처럼 덤비자 이스마힐과 밀크가 나를 말렸다.
어쨌든 죽지 않고 살았으니 된 것 아니냐 이건데.
아니. 이보세요들. 나 진짜 죽을 뻔 했다니까?
클레이튼은 그런 상황에서 웃음을 잃지 않고 말했다.
“저는 주군을 믿었습니다. 마검의 주인이 되실 분이라고요.”
아. 진짜 이상한 애야!
그리고 한동안 더 얘기가 계속 됐다.
오고 가는 얘기는 대충 예상한대로였다.
내가 그 정도까지 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는 얘기.
그리고 페멘토르가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검사라는 건 몰랐다는 얘기.
나는 마나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었고 클레이튼과 밀크는 그것에 관심을 보였다.
용어가 조금 달랐을 뿐 그들은 이미 몸 안에 마나를 갖고 있었고 그것을 운용하는 방법도 금세 터득했다.
이스마힐이 우리의 대화에서 소외되는 것 같아 불쌍하기는 했지만 그는, 자기는 신경쓰지 말고 얘기를 나누라고 했다.
그렇게 쿨한 척 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우리가 그런 얘기를 하면서 자기를 끼워준 게 영광스러운 건지도 모른다.
밀크와 클레이튼은 서로 경쟁적으로 나에게 질문을 했고 나는 그들의 질문에 하나도 막힘 없이 대답을 해 주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누구도 그 사실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공녀 전하께서는 그런 것들을 어떻게 아십니까? 라고 물어보는 게 정상일 것 같은데.
나한테 검술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가르쳐준 사람이 클레이튼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시합 한 번으로 나는 클레이튼을 뛰어넘어 버렸고 클레이튼과 밀크가 그동안 본 적도 없던 것을 바로 성공시켜 버렸고 그 이치까지 설명을 하고 있는 건데.
왜 이상하게 생각을 안 해?
어쨌거나 우리의 이야기는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계속 되었다.
나를 위해서 작은 축하파티를 준비해 준다고 했지만 그것 역시 그냥 넘어갈 것 같았다.
그냥 간단하게 트레이에 저번처럼 간식과 와인을 가져와서 그걸 깨작거리면서 우리는 얘기를 계속 했다.
그러다가 결국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이스마힐이 돌연 클레이튼과 밀크에게 축객령을 내려버렸다.
“두 사람은 이만 물러가도록 하라. 내가 아젤린 공녀와 긴밀히 할 얘기가 있으니.”
그렇게 말한 시간은 벌써 새벽 두 세 시쯤은 되는 시간이었다.
이 야심한 밤에 무슨 얘기를?
클레이튼과 밀크 역시 이사한 낌새를 눈치챈 것 같았지만 두 사람은 우리 관계를 응원하고 있어서 비실비실 웃기만 하고 물러났다.
이스마힐은 화난 동생처럼 칭얼거렸다.
“왜요? 혼자서 잘 놀고 있어서 혼자 노는 것도 잘 한다고 생각했더니 심심했어요?”
“그대도 상처를 입었을 테니까 치료도 해야 되고 말이다. 내가 말했잖아. 바로 치료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러면서 이스마힐은 순전히 내 몸에 생긴 상처를 확인하겠다는 듯이 나에게 다가와서 내 몸을 쓰다듬었다.
귀여운 자식.
그래도 내가 허락할 때까지는 혼자서 마음대로 하지는 않았다.
“이스마힐. 밀크가 이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나는 혹시 이스마힐의 책이 그에게 알려준 게 틀린 것은 아닌가 해서 걱정이 돼서 물었다.
그러자 그가 고개를 저었다.
“책은 정확하게 알려줬어.”
“그렇지만 이스마힐은 밀크가 이길 거라고 생각했잖아요.”
“무슨 일이 생길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어. 그래도 오늘 내가 나의 수호자를 만나게 될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 책이 나한테 알려준 건 그거였어. 그래서 나는 밀크가 이기는 건 줄 알았는데.”
“그런데 아니었군요.”
이스마힐의 수호자라…
나는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다른 어떤 말보다도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수호자를 만나게 된 소감이 어때요?”
“기쁘고 황홀해.”
그가 말했다.
그거야말로 그의 진심일 거라는 것을 나는 의심하지 않았다.
“페멘토르 경이 그 정도의 실력자인 건 몰랐어. 그래서 도중에 싸움을 멈추게 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많았지. 그렇지만, 그 싸움을 통과해야 아젤린이 벽을 깨고 나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참았어. 참는 게 이번처럼 힘들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젤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이 너무나 너무나 잘 이해가 돼 버려서.
“이 세계는 정말 재미있어요. 마음에 들고. 마검도, 기사단도.”
이스마힐은 이제 곧 자기 이름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 듯 기대하며 눈을 빛내고 있었다.
“드보라도, 클레이튼도, 밀크도. 그리고 마담 르네도.”
이제 바로 자기 이름이 나올 차례라고 생각하면서 얼굴을 붉히고 있는 이스마힐.
“그리고 책을 여기에서 다시 보게 된 것도 좋고 그리고 자주 열리는 연회. 거기에 입고 갈 드레스. 별궁.”
결국 이스마힐은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
이스마힐이 내 손목을 잡아 찍어 누르고 나를 의자에 눕혔다.
어? 못 보던 의자네?
소파처럼 생긴 긴 의잔데 전에는 이게 없었는데 눕고 보니까 되게 편하다.
“이스마힐. 이거 뭐예요? 새로 샀어요?”
“그래서 이곳에 와서 가장 좋은 건 뭐라고?”
이스마힐은 아직 그 얘기를 듣지 못했다는 듯이 말했다.
“음. 이스마힐의 개인 접견실도 마음에 들고 집무실도 마음에 들고 내가 이스마힐의 인질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고.”
그는 내 입에서 자기 이름 빼고 다 나오는 걸 보고 기가 막히다는 듯이 나를 노려보았다.
“더 이상 한 마디도 하지 못하게 만들겠다.”
큰일났다. 우리 마힐이 화났어.
“누나한테 화낼 거야?”
이럴 때는 미친 척 하고 애교 부리기.
이스마힐이 갑자기 멍 해 지는 것처럼 눈에서 초점이 풀리더니 적응을 못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나를 놔두고 일어서서 밖으로 나갔다.
왜 그러지?
내가 아무리 애교에 재능이 없다고는 하지만 저럴 정도인가? 하고 있는데 이스마힐이 시종을 불러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오